22화.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라.
"너희들이 포기한다 해도 난 절대 포기 안해! 아니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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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 동식을 내려다보는 남자. 하얗게 서리가 내린 머리, 주름 가득한 얼굴. 흰자와 검은자의 경계가 모호한 눈동자. 얼굴과 대조적인 거대한 풍 체.
로다 그룹 회장 신 차석. 그가 모습을 완벽하게 드러내자 동식과 사투를 벌이던 남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다. 지선 역시 그에게 풍겨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에 고개를 절로 숙이며 의도치 않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지선 씨 저 영감. 아는 사람이에요?"
동식이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자 저 만치 서 있는 남자가 호탕하게 웃어 보인다.
"크하하하 대단해 사내고만. 이 세상 둘도 없는 진짜배기."
당차게 웃음을 짓던 남자가 순식간에 3M아래로 뛰어 내리더니 동식을 향해 빠르게 다가 왔다.
"어??? 할배 그러다 허리 다....쳐..."
동식이 노인을 걱정하는 찰나의 순간, 자신의 안면을 향해 날아오는 검은 구두. 발차기의 엄청난 위협감이 전해지며 서둘러 허리를 숙여 그 공격을 피해냈다.
콰과광!!!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동식을 스치며 벽면과 충돌한 노인의 발이 그대로 벽을 부숴 버린 것이다.
" 놀랍군 그래....이거 자꾸 내 호기심을 자극하면 곤란한데 말이지..그 호기심 탓에 이 곳까지 오게 되긴 했지만 말이야."
노인이 벽에 박힌 자신의 구두를 꺼내고는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그의 발차기를 가까이서 지켜 본 지선의 입은 그대로 떡 벌어져 다물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식만큼은 전혀 기죽지 않은 채 노인에게 응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인의 발차기에 의해 부숴 진 벽을 어루만지면서 말이다.
"이것은 명백히 기물 파손 죄에 해당 되요 할배. 이 정도 파손 정도라면 벌금형은 물론 사회봉사 몇 시간은 각오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노인은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꾸짖는 동식의 모습에 절로 기분이 업 된다.
"크하하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 구만...자네이름이 뭔가?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 이리 가져오게."
노인이 자신의 외투를 들고 서 있는 수행비서에게 손짓 하자 저 높은 곳에 있던 남자가 동네를 돌아 허겁지겁 그들이 있는 장소로 내려 왔다. 남자는 서둘러 자신의 안 주머니에서 명함 케이스를 꺼내고는 명함을 내밀었다.
"로다 그룹 회장 신 차석???"
이름을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읽는 동식. 노인이 그 모습에 흐뭇해하며 말했다.
“그래...내가 바로 그 로다 그룹 회장 신차석일세. 대한민국에 나를 모르는 젊은이도 있네 그려. 그 놈 참...마음에 들어 뭐랄까? 다른 썩어 빠진 젊은 놈들이랑은 달리 눈동자도 살아 있고 뭔가 풍겨지는 냄새가 나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볼수록 맘에 드는데?”
신 회장은 대놓고 동식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 자네 혹시 내 밑에서 일해 볼 생각 없나? 자네를 보니 탐스런 복숭아가 생각 나. 따지 않고선 도저히 못 베길 것 같단 말일세.”
동식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명함 안을 다시금 들여다본다.
“신...차...석..”
이내 노인을 쳐다보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다.
"그런데 할배...로다 그룹이 뭐하는 회사요?"
그 순간 그들 장소로 불어오는 산동네의 서늘한 바람. 동식이 건넨 한 마디에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상태. 즉 (합죽이가 됩시다. 합)이 되어 버렸다. 그 때 가장 먼저 그의 질문에 반응한 것은 신 회장의 비서였다. 그는 안 주머니에서 안경집을 꺼내 안경을 닦으며 조금은 당황이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니. 당신. 정말 로다 그룹을 몰라? 혹시 남파 공작원 혹은 이민3세 이런 출신은 아니지? 아니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이 로다 그룹을 모를 수 가 있어!!!"
“남들이 다 안다고 나까지 알 필요는 없잖아요. 세상사는 데 불편한 것도 없고..”
동식의 답변에 황당해하며 신 회장의 비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저기 세워진 자동차. 그리고 이 핸드폰...저 집 지붕에 세워진 안테나, 이 정장, 이 안경, 이것들이 공통점이 뭔지 알아?"
동식이 환하게 웃어 보이며 답했다.
"생활용품이요. 아...안테나는 생활용품이라고 하긴 그런가.."
동식의 대답에 남자의 다리가 그대로 풀려 버렸다. 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며 동식을 쳐다보는 비서.
"새...생활용품... 그게 아니잖아 이 자식아!!"
다시 바닥을 치고 일어나 동식의 면전으로 다가오며 크게 외치는 남자. 그의 목소리에는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깊게 묻어났다.
"이 모든 것이 위대한 우리 로다 그룹의 작품이야!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정점에 서 계신 대한민국의 경제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분. 그 분이 바로 네가 건방지게 주둥이를 나불대며 맞서고 있는 로다 그룹 신 차석 회장님이시다. 이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 뛰는 녀석아. 그러니 어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
동식이 비서의 설명을 듣자 뭔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정말 몰라봐서 죄송합니다..제가........"
동식이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굽히더니 이내 신 회장을 향해 낮은 자세를 취하자 비서는 더욱 열을 올리며 외쳤다.
"더 숙여! 넌 지금 바닥을 기어도 모자랄...."
그 때였다. 열을 내던 비서가 순식간에 자리를 이탈해 날아가 벽에 쳐 박혔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그 곳에 신 회장이 자신의 오른 손을 만지작대며 바통을 이어 받아 말했다.
“내 전용 비서 자리가 갑자기 비었는데 말이야. 자네가 그 자리를 맡아 줬으면 하네만...”
동식은 신 회장의 주먹을 맞고 날아 간 비서의 모습을 보고는 무릎을 꿇으려던 행동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서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몰라봐서 죄송하긴 개뿔! 왜 이런 말이 있잖아요?"
동식은 그대로 등을 돌려 지선에게로 걸어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로다 그룹? 이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고용자들 알기를 개같이 아는 아주 극악무도한 회사라는 걸 말입니다.”
그리고 연속해서 신 회장을 향해 말을 덧 붙였다.
"저를 고용해서 제게 주고자 했던 그 월급. 차라리 그 돈으로 이 동네 발전기금으로 쓰세요. 그럼 제가 그 돈 받은 걸로 치겠습니다."
동식의 행동에 지선의 심장 파동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제..제법인데... 박력 있네...이 남자...’
불이 꺼진 채 산소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는 사내. 그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의료기계 만이 분주하게 움직일 뿐 침대에 누운 상구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
드르륵~~~~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방으로 들어서는 한 사람. 핏기 없는 새 하얀 피부에 얼굴피부와 뼈가 딱 달라붙은 인상의 사내였다. 그가 천천히 상구의 침대로 다가 오더니 혼잣말을 중얼 거린다.
"오랜만이군..아주 편안히 잠든 모습을 보니 보기 좋은 걸? 이제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 갈 시간이 됐으니 그만 일어나 줬으면 좋겠는데."
남자는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려 주사를 꺼내든다. 그리고는 상구의 팔에 연결되어 있는 링겔 관에 바늘을 꽂아 넣는다.
"이제 워밍업은 끝났어...진짜 실력 발휘를 할 시간이라고 크크."
태연하게 주사 속 액체를 상구의 몸에 투여 하는 남자의 핏기 없는 새 하얀 얼굴. 그는 다시 방향을 돌려 병실 밖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가 병실 문을 열자 펼쳐지는 병실 밖 풍경! 의사 간호사 그리고 환자. 그들의 보호자 할 것 없이 모두가 무언가에 취해 바닥에 쓰러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이 것이 꿈꾸는 자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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