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지옥 문이 열리다(4)
"너희들이 포기한다 해도 난 절대 포기 안해! 아니 못해!!!"
고통 속에 정신이 혼미 해지는 와중에도 백장관은 김태균이라는 이름을 똑똑히 들었다.
"크...그랬군...자네가 태균의 동생..그렇다면 자네는..어렴풋이 기억나는 군. 그 장례식 장의 소년.."
백장관이 태균 이라는 이름을 부르자 흥분한 상구가 백장관의 목을 거세게 조이며 외쳤다.
"그 더러운 주둥이로 형의 이름을 거론 하지마라!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는 수가 있어."
백장관은 생명을 위협하는 상구의 행동에 체념한 것인지 목숨을 포기한 것인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크..마..지막..으로 말..할, 기회를 주겠나 ..진실을."
백장관의 눈을 바라보는 상구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뭐 그래도 들어나 보지.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지껄이면 바로 목을 날려 버릴 거다.”
상구는 백장관의 목을 강하게 조이던 오른 손의 힘을 풀었다.
"쿨럭 쿨럭...이렇게 내 인생의 끝을 맞을 줄이야..허무 하군.. 시간이 없으니 결론만 말하겠네.. 너희 형은..살아 있다..."
백 장관의 말에 상구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언성이 높아진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분명 두개골이 함몰된 비참한 모습을 내 눈으로 확인 했는데.."
백장관은 상구의 말에 답변을 하려다 피를 울컥 토해내며 정신 줄마저 놓고 있었다. 그런 백장관의 멱살을 잡으며 호통하는 상구로 인해 잠시나마 백장관의 의식은 돌아온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우리 형이 살아 있다니?"
백장관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상구를 바라봤다.
"지금 이 현상들..그게 증거일세. 이런 일을 계획할 수 있는 사람은...세상에...나 같은 천재 과학자......그리고.....너희 형 정도......상구라고 했나...도..동식..동식 군을 돕게...꼭...이 모든 일이 일어난 원인...그 것은.....커어어....."
그는 마지막으로 상구의 손을 붙잡고 호소하는가 싶더니 이내 숨이 넘어 갔다.상구는 백 장관의 마지막 말에 혼란이 오고 있었다.
'원 동식 을 도우라고? 우리 형을 죽인 살인범 새끼를?'
그 때 거리를 두고 상구를 지켜보고 있던 신 회장이 다가왔다.
"수고가 많았네. 상구 군. 이로써 우리 일을 방해하던 훼방꾼 놈들이 완전히 사라졌군. 하하"
신 회장은 상구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현장에 남아있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현장이 마무리 됐으니 다시 방송에 전파해라. 나라를 집어 삼키려던 백 장관이 자살했다고! 크크크 이로써 확실히 나의 세상이 왔군."
도심 속 건물 전광판, 가정 내 TV 방송을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통해 속보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속보 입니다.오늘 저녁 로다 팰리스에 일어난 테러로 호텔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주 용의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백 승찬 장관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에 역모를 꾀하고 로다 그룹 신 차석 회장과 그룹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의도로 현장에 나타나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알려 졌습니다. 그리고 이 계획이 실패하자 현장해서 자살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반역을 꾀하는 장관 소식에 놀란 사람들은 TV 앞을 떠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 버렸다. 하지만 국민들을 더욱 얼어붙게 한 것은 이어지는 소식이었다.
"이어지는 뉴스입니다. 청와대 영빈관에 큰 폭발이 일어나 대통령과 일본대사를 비롯한 십여 명의 인사들이 즉사했다는 소식입니다. 일본은 이 폭발로 인해 목숨을 잃은..."
길거리 치킨 집 앞 TV를 보고 있는 시민들. 그 속에서 후드 티를 깊게 뒤집어 쓴 남자 하나가 말없이 그 들 사이를 빠져 나간다. 그의 눈가에는 맑고 투명한 액체가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흐...흐으윽...자..장관님...흐..으으으엉.."
동식이 그들 사이를 빠져 나가는 그 순간에도 속보는 계속 되고 있었다.
"검찰은 미래창조 과학부의 압수수색을 결정하고 백 장관과 측근들을 조사할 방침이라 전했습니다. 한편 청와대 영빈관 테러의 유력 용의자로 원 동식 씨가 지목된 가운데 그의 행방을 쫓아 경찰 병력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시민들은 절대 그와 맞서지 마시고 경찰에 신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는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은 괴물로 알려져 있으며 서울 노량진 일대 폭파 사건과 망원동 한 편의점에서 그 모습을..."
그리고 여전히 연회장 원반 테이블 밑에 몸을 숨기고 있는 그녀. 지선은 입을 꽉 틀어막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떡해...이제...아 하느님...어떻게 해야 하나요..'
두 손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울분을 막느라 그녀가 가지고 있던 캠코더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여전히 녹화 버튼이 눌러진 상태로 말이다.
숨이 넘어가기 일보직전인 동식이 바라 본 풍경은 이미 숨어 넘어간 백장관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들 것에 실려 나오는 모습이었다.
"자자..여러분 비켜 주세요."
몰려든 인파로 119대원들은 좀처럼 앞으로 나서질 못하고 있었다.
"역적 놈의 시체를 뭐 챙기려고 노력해? 저런 놈의 시체는 광화문 광장에 알몸으로 벗겨서 몇 날 며칠 이고 걸어 둬야지. 본보기로."
동식은 사람들의 반응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분노가 백장관의 시신을 두고 막 말을 뱉어대는 사람들의 안면으로 시원하게 주먹 한 방을 날려주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그 때였다.
"어....당신 혹시 그 때 그...."
사람들 사이에 껴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동식을 한 눈에 알아 본 사람이 있었다. 남자는 소방대원 복장을 입고 있는 남자였다.
"당신 그 때 사람 맞지? 내 소방복 빼앗아 간..."
동식은 당황했다. 지금 이 순간 생각이고 뭐고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에이 모르겠다."
그대로 자신을 알아 본 소방대원을 들쳐 업고 인적이 드문 건물 틈 사이까지 전력질주 했다.
"아이고..깜짝이야...당신 맞죠? 그 때 건물 근처 화재 현장에서 만났던..."
"어??? 아..안녕 하세요."
소방대원의 눈빛. 그리고 화색이 도는 얼굴. 그는 동식을 경계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워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야 이런 우연히 있나....그 동안 잘 지냈습니까? 아..그 보다.."
동식을 위아래 훑어보더니 다시금 묻는 남자.
"제 옷은 잘 가지고 계시죠? 연락처를 몰라서 어떻게 받아야 하나 걱정 했는데... 그 때 당신이 입고 간 티셔츠가 제 애인과 커플티라... 때문에 여친 에게 어찌나 꾸중을 들었는지.."
대원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동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난 후 근처에 사람이 없음을 확신한 동식이 입을 열었다.
"옷 좀...그러니까...옷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동식의 질문에 반가움을 얼굴 전체에 드러내며 표현하던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또..또???"
"이 것이 꿈꾸는 자의 특권이다."
- 작가의말
때로는 이 길이...
성시경의 두 사람이 떠오르게 만드는 소방관 과 동식의 인연은
무슨 인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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