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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1.05.26 14:16
최근연재일 :
2024.05.12 20: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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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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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전. 방천, 그의 일생에 관하여

DUMMY

그의 시작은 흔히들 말하는 어려운 삶이었다.

기억이 있는 시절부터 부모가 없었기에 그저 고아라 생각하며 지냈을 뿐이다.

어린 나이 때문에 일을 시켜주지도 않고, 가진 거라고는 한 푼 없으니 그가 할 수 있는 건 소매치기 뿐이었다.

안 걸리면 좋은 거고, 걸려도 얻어터지기만 하면 되니 남는 장사라 생각했다.


여느 때와 같이 전낭을 훔치기 위해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던 방추는 제법 말끔한 행색의 도사를 발견했다.

도사들은 전낭을 훔친 걸 알아채도 훈계만 있을 뿐, 때리지는 않았기에 보이면 무조건 소매치기를 시도해보았다.


자연스럽게 다가가 우연히, 정말 우연히 부딪힌 것처럼 연기하며 슬쩍 손을 넣어 전낭을 뺐다.

바로 달리면 들킬 테니 조용히 인파를 빠져 나와 인적 하나 없는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이야, 이게 얼마야?“


들 때부터 묵직했던 전낭은 예상대로 꽤나 많은 돈이 들어있었다.


"이거면 며칠은 놀 수 있겠는데?“


"하지만 그건 내 돈이 아니더냐?“


"무슨 소리, 이건 내 돈...?“


방추가 뒤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자신이 전낭을 훔친 도사였다.


"네가 빼앗고 싶어서 뺏는 게 아닐 거다. 그저 살아남고 싶을 뿐이겠지.

다만 그것은 내 돈이니 스무 냥만 꺼내가거라.“


도사의 입장에서는 굳이 내어주지 않아도 되겠지만, 세상이 각박하니 아이가 며칠간은 밥을 굶지 않도록 해줄 생각이었다.


"내, 내가 돈을 도로 내줄 것 같아?“


방추는 뛰었다. 저잣거리는 이미 완벽히 익혔으니 작은 몸으로 수많은 인파를 빠져나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으로 몸을 숨겼다.


"여기 있구나.“


어찌 쫓은 건지는 몰라도 도사는 방추를 완벽하게 쫓아왔다.

다시 도망간다 해도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추는 이미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굶었다.

훔친 돈이라 하더라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이건 내 거야!“


"아니, 그건 네가 훔쳐간 것이지, 네 것이 아니다.“


"아니, 이건...“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끼니를 못 먹은지 얼마나 되었느냐?“


"...하루 넘었어.“


"쯧, 어쩔 수 없구나."


도사가 손짓을 하더니 방추의 손에 쥐어진 전낭이 공중에 떠 도사의 손으로 돌어왔다. 전낭을 챙긴 도사는 그대로 저잣거리로 다시 나간다.

방추는 오늘도 굶을 거라는 생각에 참담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도사의 걸음이 멈춘다.


"뭐하고 있느냐?“


"어?“


"밥 먹으러 가자.“


오랜만에 맛있는 밥을 먹은 방추는 도사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더냐?“


"나? 방추.“


"방추라...추(醜)라는 이름은 사람에게 쓰일 글자가 아니다.

이제부터 너는 내 이름을 따 방천으로 하거라.“


"방천...“


"난 남천, 너는 방천이다.“


"알았어!“


빡!


"거기에 오늘부터 너를 제자로 들일 것이니 존대를 하도록 하거라.“


"알았...네!“


그날로부터 흔한 무림행이었다. 무공을 배우고, 악당을 무찌르며 강해진 방천은 어느덧 청년이 되어 남천과 함께 무당산으로 들어왔다.

남천. 장문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당파의 장로의 위치에 있던 그였기에 외인임에도 불구하고 방천은 무당에 들어올 수 있었다.

무당산에 기거하며 도사로서의 삶을 살던 방천을 떠나 스승은 다시 무림으로 나갔고, 방천은 무당산에 남아 도를 닦았다.


몇 년이나 되었을까. 돌아오지 않는 남천. 거기다 달에 한번씩 보내던 연통이 끊긴 이후로 무당에서는 남천을 찾아다녔다.

십 년. 찾아다닌지 십 년이 넘었을 무렵 무당은 남천의 죽음을 인정했다.


남천의 죽음으로 그가 만든 언령의 계승이 사라졌고, 유일한 제자인 방천에게서 언령의 비밀을 듣기 위해 무당은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방천은 완고했고, 남천의 제자로 배분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하찮은 일거리나 맡게 되었다.


그게 전화위복이 되었을까. 방천은 삼대 제자들이나 나갈 법한 임무를 나가게 되었다.

임무의 내용은 어떤 가문의 망나니 아들을 엄히 다스려 주는 것.

방천은 하찮은 임무라도 최선을 다했기에 마음 편히 나가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망나니는 생각보다 재능이 있고,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생전 처음 제자라는 걸 들이게 되었다.


남천을 만났을 때처럼 함께 무림을 돌아다녔다. 무공을 가르치고, 악당을 무찌르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제자에게도 제시해주었다.

다만 남천이라는 완벽한 스승에 비해 자신은 한참 모자랐고, 제자는 자신보다 더욱 뛰어났다.


악당하면 떠오르는 사파를 상대하며 십팔산채주까지 상대하게 되었다.

십팔산채주가 준비를 잔뜩 해왔지만, 그동안의 수련으로 웬만한 고수급에는 드는 제자는 십팔산채주의 습격을 완벽하게 타파했다.

다만 사파를 상대로 승승장구하며 결국 십팔산채주의 위에 있는 자, 사파의 왕, 사왕(邪王)까지 상대하게 되었다.


사왕은 강했다. 제자는 당연히 상대가 되지 않았고, 방천이 모든 힘을 쏟아 부어도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다.

그래도 제자는 살리자는 의념으로 제자와 멀어지며 총채주를 상대했다.

그 덕이었을까. 무당에서의 지원으로 사왕을 떨쳐낼 수 있었는데 그것이 독이었다.


사왕은 그 길로 제자를 쫓았고, 제자를 죽였다.

방천은 복수심에 불탔다. 스승과 제자 모두 사왕에게 당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복수는 할 수 없었다. 사왕에게 전쟁을 걸자니, 무당은 힘이 부족했고, 무림맹은 나설 수가 없었으니까.

그 때문에 방천이 선택한 것은 마교행이었다.


마교는 오로지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곳. 그곳에서 지위만 얻을 수 있다면 사왕에게 전쟁을 걸 수 있을 것이다.

방천의 별호 부투도사(符鬪道士)라는 위명은 마교에도 충분히 퍼져 있었기에 방천은 금방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비록 정파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세력을 구축할 순 없었지만, 마교의 절대자 천마에게 총채주를 죽여준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거면 복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세상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천마, 이 상놈의 새끼야!!! 나와!!!“


천마를 욕하는 한 마디가 천산을 울렸다.

복수심에 불타오른 이후로 앞만을 보고 달리던 그의 머리가 맑아졌다.


"명하...?“


마교가 분주해지며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미가 보여왔다.

방천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목소리는 똑똑히 들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제자의 목소리. 더군다나 천산을 울려댈 정도라면 분명 더 강해졌고, 자신마저 뛰어넘었다.


방천은 웃으며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똑바로 보았다.

마교. 마인들의 본거지에서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허허...“


허탈한 웃음을 내뱉은 방천이 입구를 지키러 달려 나가는 마교인들을 뒤로 하고, 천마에게로 걸었다.


“오랜만이군.”


"그렇소. 참으로 오랜만이지.“


"정신을 차렸나보군.“


"그간 신세 많이 졌소.“


"돌아갈 건가?“


"아니, 돌아갈 순 없지. 마교에 귀의한 이상, 난 마교인일 테니.“


"생각 외로군. 당연히 돌아갈 줄만 알았는데.“


"이제 난 그저 한 명의 마교인이오. 그러니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천마에 대한 반역 정도로 합시다.“


방천에게서 정순한 기가 뿜어져 나왔다. 목숨까지 등한시한 죽을 생각으로 내뿜는 기도였다.


"그렇게 멍청한 말코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나도 그대에게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소.“


"그럼 왜 덤비는 거지? 정파 놈들이 왔다고 그러는 건가?“


"아니, 그저 스승으로서 제자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선물일 뿐이오.

나는 오늘 여기서 죽되, 마신은 오늘 이 자리에서 나갈 수 없소.“


"어디 해보거라.“


천마가 가볍게 내뿜는 마기에 방천의 기운이 밀리는 듯했지만, 방천의 정순한 기는 제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었다.


"사왕을 죽이기 위해 준비했던 게 이리 쓰일 줄은 몰랐소.“


방천이 봇짐을 펼쳤다. 그 안에는 수천 장의 부적이 들어있었다.

사왕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준비한 무기였다.


"그래, 부투도사. 남천이라는 자는 상대를 해보지 않아 도사의 싸움 방식이 궁금했다. 보여보거라.“


"마음껏 구경하시오. 다만 오늘은 제자에게 가지 못할 거요.“


수백 장의 부적이 불타며 천마의 마기를 밀어냄과 동시에 각종 자연재해를 만들었다.

지진, 낙뢰, 태풍, 수해 등 온갖 자연재해가 천마를 덮친다.


"장난질이군.“


손짓 한 번으로 자연재해를 모두 무마시킨 천마를 향해 방천이 달려들었다.

그의 별호는 부투도사.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부적술도 부적술이지만, 그의 능력은 부적과 함께하는 무투술에서 드러난다.


딱 두 시진. 방천이 준비해 둔 부적이 모두 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주변 일대가 초토화되었고, 방천은 넝마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질기군.“


"쿨럭, 질기더라도 천마의 발목을 잡았지 않소?“


"다만 너는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지.“


"흐흐, 괜찮소. 어차피 제자가 복수해줄 터이니.“


"네 제자 또한 같이 널부러져 있을 것이다.

저승 길동무로 같이 보내주지.“


"그럴 일 없소. [당신은 내 제자에게 죽을 테니까.]“


방천의 말과 동시에 미약하게나마 기운이 일었다.


"분명 남은 기운이 없을 텐데도 발악을 하는군.“


천마의 조롱에도 방천은 미소를 지었다.


"내 스승 남천 도사께서는 '언령'이라는 수법을 창안하셨소.

말의 힘에 담기는 언령. 비록 난 재능이 없어 그저 불을 피우거나 하는 정도였지.“


"그게 뭘 어쨌다는 거지?“


"재능이 없는 게 아니었다는 거요. 그저 나 또한 스승님을, 언령을 믿지 않았던 거요. 확신이 없었던 게지.

다만 그 확신이라는 것을 이제야 실감할 수 있었소.“


"방금 느껴진 그 미약한 기운이 언령이라는 건가?“


"그래, 당신은 내 제자에게 죽을 거요, 크하하하!!!“


쾅!!!


다 죽어가는 중에도 확신을 가지며 웃어대는 방천을 주먹질로 마무리한 천마는 찝찝한 기분이었다.

그때, 교의 책사가 천마에게로 뛰어왔다.


"교주님! 정파가 처들어왔습니다!“


"그런가.“


"모든 교인이 싸울 준비가 되었습니다!

상대의 수가 이십 만은 되어 보이지만, 본교는 철웅성을 자랑하니 정파를 모조리 퇴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


책사의 말대로라면 승리는 의심없겠지만, 천마는 방천의 확신이 걸렸다.


"본좌가 나서겠노라.“


"예, 모든 병력을 보내겠습니다.“


"아니, 본좌는 그저 맛보기만을 보여줄 것이다.

감히 신에게 대항하는 이들에게 신벌(神罰)이라는 맛보기를 보여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방천. 그는 무려 두 시진이나 천마를 붙잡아두며 정파가 마교인의 수를 줄일 수 있게 만들었으며, 천마의 강함에 의심을 심어주었다.


천마는 직접 전쟁터로 나아가 무공을 흩뿌려댔고,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하지만 죽은 건 무공이 비루한 자들 뿐, 정작 강한 자들은 아직 건재했고, 저들이 목숨을 불사지른다면 마교 또한 위험해질 수 있다 판단했다.


그렇기에 보낸 것이 장로들이었다. 장로들의 힘은 정파의 최고수들과 동수를 이룬다.

거기다 이 장로, 수라마귀는 자신과 비등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걸로 자신을 죽일 수 있는지 판단할 것이었다.


결국 방천의 제자와 수라마귀는 동수를 이뤘고, 결국 방천의 말이 현실이 될 뻔했던 것.

결국 천마는 방천의 말 한마디에 정파의 전력을 잔뜩 줄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


이 모든 일이 결국 제자만을 위했던 스승의 처절한 사투 덕이었다.

방천, 그의 위대한 사투는 기록에 남지 않았지만, 적어도 한명의 스승으로서의 책임을 다했다.


작가의말

22년 11월 29일. 한 독자분의 요청을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보여드립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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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 방천, 그의 일생에 관하여 24.05.12 182 0 12쪽
135 <結> +4 22.10.18 1,851 16 3쪽
134 133화 끝 22.10.18 1,758 16 14쪽
133 132화 입신에 든 무인이 겪는 일 22.10.15 1,641 17 12쪽
132 131화 밝혀진 흑막, 공통의 적 22.10.14 1,595 16 12쪽
131 130화 화신(化神)의 신화(神話) 22.09.01 1,668 16 12쪽
130 129화 살기(殺氣)와 생기(生氣) 22.08.16 1,651 17 13쪽
129 128화 투귀(鬪鬼)와 곤륜무왕(崑崙武王) 22.08.06 1,679 16 13쪽
128 127화 재앙(災殃) 22.07.31 1,729 18 12쪽
127 126화 신시대 22.07.28 1,748 17 13쪽
126 125.전쟁의 공적(功績) 22.07.26 1,813 16 13쪽
125 124.현경과 탈마 +1 22.07.23 1,978 18 12쪽
124 123.빠르게 이어지는 전쟁 +1 22.07.10 1,925 18 11쪽
123 122.사파 일망타진 22.06.25 1,944 19 13쪽
122 121.꼿꼿이 서있다 +1 22.04.06 2,129 22 13쪽
121 120.일났다 +1 22.03.26 2,250 25 14쪽
120 119.우휘의 본성 22.03.16 2,220 25 13쪽
119 118.드디어 총채주와 싸우는데 22.03.01 2,339 24 13쪽
118 117. 짐승을 만나다 22.02.23 2,325 27 12쪽
117 116.천마의 방문 22.02.21 2,392 24 13쪽
116 115.음소도는 강해졌다, 금명하는 미쳤다 22.02.20 2,334 24 14쪽
115 114.돌아왔으니 22.02.19 2,323 22 12쪽
114 113.지난 성과 +2 21.11.16 3,230 39 12쪽
113 112.무당 합류 +3 21.11.15 2,792 43 13쪽
112 111.이럴 때가 아니다 +3 21.11.12 2,952 42 13쪽
111 110.총채주, 허태천의 이야기 +2 21.11.11 2,973 41 12쪽
110 109.십이마군 생포! +2 21.11.10 2,918 43 12쪽
109 108.숨겨둔 수 +2 21.11.09 2,988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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