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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1.05.26 14:16
최근연재일 :
2022.10.18 19: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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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982

작성
21.11.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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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8.숨겨둔 수

DUMMY

긴장감이 맴도는 순간, 우휘가 웃었다.


“크크, 이거 저로는 안 되겠군요. 강적이십니다.”

“별거 아닙니다.”


우휘는 위압적인 분위기를 통해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고자 했지만, 남궁연은 눈도 껌뻑이지 않았다.

우휘의 완벽한 패배였다.


“그래서 제 최종적인 목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저 재미를 느끼려는 걸로 보입니다.”

“재미요? 제가 겨우 재미 때문에 총채주를 죽이려 한다고요?”

“예. 아닌가요?”

“크하하하.”


우휘가 웃었다. 자신이 하는 모든 연기가, 거짓말이 앞에 있는 여자 앞에서는 드러난다.

지금까지 속이기만 하던 삶에서 밝혀지기만 하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맞습니다. 재미 때문이에요. 어차피 속이지도 못할 거 낭자에게는 그냥 다 이야기하는 게 더 재미있어 보이네요.

저는 제가 움직이는 대로 천하를 흔들고 싶어요. 화왕은 장기말에 불과했지만, 당신이 있다면 달라지겠네요.”

“제가 막을 거니까요.”

“하지만 총채주를 꺾은 화왕이 문파를 세운다. 과연 무림이 가만히 있을까요?”


십대고수 중 하나인 총채주를 꺾은 것만으로도 금명하는 유명세를 얻게 될 것이다.

유명세에는 분명 좋은 것이 훨씬 많겠지만, 안 좋은 것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금명하를 질투할 것이고, 누군가는 방해라 여길 것이며, 누군가는 죽이려 들 것이다.

유명세는 그 모든 것을 감내해야만 했다.


“총채주를 죽인 것도 천하에 알려질 큰일이고, 명하가 문파를 세우는 것도 천하에 알려지겠죠.”

“예. 똥파리들이 꼬일 테고, 늑대들이 모일 것이며, 호랑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명하는 어떤가요?”

“흠···”


금명하가 문파를 세우는데 시정잡배가 꼬이고, 삼류 문파들과 상인들이 모여 방해를 할 것이고, 어쩌면 큰 문파들이 나쁜 쪽으로 관심을 가질지 모른다.

남궁연은 금명하가 어디까지 상대를 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우휘의 대답은···


“모릅니다. 겪어봐야 아는 거죠.”

“그때까지 함께하실 건가요?”

“된다면.”


된다면. 그거면 됐다. 우휘는 금명하가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낸다고 보고 있으니 말이다.


-드르륵


남궁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휘의 의중을 알았으니 더 이상 할 이야기는 없다.

이제는 그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된다.


“일단은 여기서 지내시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서 의논하시죠.”

“그러시죠.”


우휘가 악수를 건넨다. 남궁연이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남궁세가의 책략가와 무인임에도 책략가인 우휘가 손을 맞잡았다.


밖으로 나온 우휘는 기분이 좋은지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아갔다.

그 발걸음이 향한 곳은.


“화왕! 아까 그 낭자 굉장하더군요.”


우휘의 말에 단검을 조종하던 금명하가 멈춰 섰다. 그와 함께 5백 개는 되어 보이던 단검들이 사라진다.


“누님은 굉장하시지.”

“이야, 여자에게 흥미를 느껴본 적은 없었는데 처음으로 흥미가 생겼습니다.”

“뭐?”

“낭자를 좀 더 알고 싶습니다, 대화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감정은 처음입니다···이게 사랑인가···?”


금명하가 신나서 떠들고 있는 우휘에게 다가간다.


“화왕은 저런 여자를 대체 어찌 찾은 겁니까? 저한테도 안목을 가르쳐 주시지요.”


-척


우휘의 어깨에 손이 올라간다.


“어, 어?”


-후웅


금명하가 우휘를 잡아다 저 멀리 집어 던진다.

내공을 상당히 운용했는지 2리는 날아갔다.

금명하가 하늘로 뛰어 우휘를 던진 방향으로 먼저 나아갔다.


가볍게 착지한 우휘가 묻는다.


“화왕, 왜 그러십니까? 왜 화가 나셨는지···?”


금명하의 얼굴은 매사에 장난이던 우휘도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험악했다.


“너는 실수를 저질렀어.”

“예? 제가? 무슨 실수를?”

“연 누님은 내 여자다.”

“아···걱정마십시오! 화왕의 여자라는 걸 안 이상 저는 절대 건들지 않습니다!”


우휘는 그저 흥미가 돋을 뿐이지 진심으로 사랑한다던가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좀 더 대화를 하고 싶고, 좀 더 알아가고 싶을 뿐이다.


‘아닌가? 이게 사랑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금명하의 여자라는 걸 안 이상 건들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금명하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게 문제야, 이 새끼야.”


허공에 단검들이 생겨난다. 그 수는 무려 5백여 개.

금명하가 10일 동안 개수를 두 배로 늘리고, 모두 조종할 수 있는 양이었다.

주위의 내공이 진동한다. 금명하의 의도에 따라 자연의 기운이 모여든다.

단검이 늘어난다. 6백, 7백···천. 일 천개의 단검이 떠올라 있다.


“하하, 화왕? 장난이 심한 것 같습니다···?”

“천검폭우(天劍暴雨).”


금명하가 조종할 수 있는 단검의 수는 5백여 개지만, 그저 떨어뜨리기만 하는 단검까지 하면 그 수는 배로 늘어난다.


일천 개의 단검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오직 우휘만을 향해 쏟아져 내려오는 단검들은 죽일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런 미친···!”


우휘가 전력으로 내공을 운용한다. 저 양을 피하려면 쳐내는 걸로는 부족하다. 범위를 벗어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


-팡


우휘가 달린다. 쏟아지는 검들을 피하는데 떨어지는 단검 중 절반은 땅에 박히며 소멸하고, 절반은 우휘를 쫓아온다.


“그렇다면!”


우휘가 방향을 틀어 금명하를 향해 달린다.

함께 있으면 단검을 맞을 일이 없을 테니 가까이 붙으려는 것이다.


단검은 우휘의 속도를 쫓지 못하고 있다. 금명하의 주위에도 단검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그 양은 현저히 적다.


“도착···!”


드디어 도달했는데 금명하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니, 저것들을 조종하는데 집중하던 거 아니었어?’


우휘는 금명하가 단검을 만들어냈을 때부터 금명하를 보았다.

일천 개나 되는 양의 단검을 만들어냈고, 또 그중의 절반을 조종하니 당연히 온 정신이 팔린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금명하는 다음 공격을 준비하느라 바빴던 것이다.


“파천신권(破天神拳).”


금명하가 5년간 수련했던 파천신공의 기본 되는 초식이 펼쳐졌다.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피하면 다칠 게 뻔했다.

우휘의 소매에서 칼 2개가 꺼내졌다. 역수로 칼을 쥔 우휘가 빙글 돈다.


“회천(回天)!”


수많은 검기가 만들어지고, 우휘가 도는 것에 따라 검기가 회전한다.

검기로 이루어진 회오리가 뒤에서 날아오는 단검들과 앞에서 펼쳐지는 주먹을 받아낸다.


-카카카캉/카카카칵


단검은 모두 튕겨 나가지만, 주먹은 착실하게 뚫어냈다.

조금씩, 조금씩 뚫어내던 주먹은 어느새 회오리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 순간, 회오리가 사라진다. 하지만 우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금명하가 주위를 둘러보는데 하늘에서 기운이 느껴진다.


“장난이 심하시네요, 화왕.”


우휘의 칼이 빛나고 있다. 녹림 특유의 녹색 기운 때문에 마치 종말이 찾아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금명하가 맞받아치기 위해서 준비한다.


“파천사궁···”

“이사진설(二巳進齧).”


금명하의 손에서 활이 생기다가 만다.

실패한 게 아니다. 그저 다른 무언가를 했을 뿐이다.

뒤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이야, 그 순간에 반응하다니 이건 좀 너무한데요?”


금명하의 양 옆구리가 베어져 있다.

그 순간에 기운을 호신강기로 전환해 막아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놀 뻔했다.


“너 뭔데 실력을 감추고 있었냐?”

“항상 비장의 수는 준비해두기 마련이죠.”

“그건 나를 완전히 못 믿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냐?”

“···저희가 보여줄 만큼 싸운 건 아니잖습니까.”

“잘됐네. 그럼 오늘 준비해 둔 모든 수를 보여봐.”


모든 수를 보이라는 말에 우휘의 눈이 떠진다. 그만큼 진지하다는 것이다.


“저는 굳이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화왕의 여자는 건드리지 않을 거고요.”

“그건 알아. 그저 앞으로 같이할 테니 실력을 파악해두자는 소리다.”

“안 싸우는 건···”


금명하의 표정이 매섭다. 안 싸운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살초를 날릴 기세다.


“역시 싸워야겠죠, 하하.”


우휘가 자세를 잡는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싸우고 싶지 않다.

지금의 금명하는 적당히를 모를 것이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지만 살초도 마구 날려대겠죠?”


금명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는 둘 중 한 명이 크게 다쳐야 한다.

자신은 다치기 싫으니 금명하를 다치게 할 수밖에 없다.


“에휴. 알겠습니다. 그럼 갑니다.”


녹림 특유의 녹색 기운이 칼에 깃든다. 검강이 덧씌워져 얼핏 보면 빛으로 이루어진 검 같아 보인다.

그에 맞춰 금명하가 기운을 모은다. 하지만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은 우휘가 그걸 기다려 줄 이유는 없었다.


-펑


앞으로 쏘아져 나간 우휘가 칼을 휘두른다.


-쐐액


우휘의 힘에 바람이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금명하의 눈에 모든 과정이 보이지만, 몸이 반응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눈이 보고, 몸에 명령을 내리기까지의 시간. 그 시간이 인고의 시간과도 같다.


칼이 금명하의 머리를 향해 그려져 올 때, 발이 알아서 올라간다.

본능에 검술을 각인시키는 제왕검형이 자연스레 발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금명하는 거기에 내공을 더했다.


“파천별각(破天䟤脚).”


칼 하나를 차며 방향을 비틀고, 다른 하나는 공중에서 돌며 피했다.


“무쌍난무(武雙亂舞).”


금명하가 피한 것은 고작 한 번에 불과하다.

우휘의 장기는 쾌속. 발도처럼 빠르게 한번 베는 것이 아니라 베는 것 자체가 쾌속이었다.


금명하가 재빨리 호신강기를 펼친다. 수많은 검기들이 단단히 굳혀진 호신강기를 깎아낸다.


베고, 베고, 또 벤다. 깎여 나가는 만큼 또다시 호신강기를 만들어낸다.

소모전이 펼쳐졌다. 이런 의미 없는 소모전을 하기 위해 싸움을 건 게 아니다.


금명하가 우휘를 향해 호신강기를 밀어냈다.

공격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호신강기에 밀리면 자세가 흐트러지니 우휘는 뒤로 몸을 뺐다.


다시금 소강상태가 되었다. 금명하는 기운을 채우고, 우휘는 팔을 주무른다.

의미 없는 소모전이라 해도 잠시간 붙은 것만으로도 서로 많은 힘을 뺐다.

다시 붙어도 소모전을 할 것 같기에 금명하가 제안했다.


“딱 한 번씩만 더 하고 끝내자.”

“좋습니다.”

“나도 살초를 펼칠 테니까 너도 살초를 펼쳐라.”

“살초까지 쓰고 싶지는 않은데요.”

“넌 쓰지 말던가.”


내공과 자연의 기운이 함께 운용된다. 여태까지의 기운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하···”


지금까지처럼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우휘도 최후의 공격을 준비한다.


“이런 곳에서 쓰려고 만든 게 아닌데···”


우휘의 몸에서 짙은 기운이 스멀스멀 나온다.

의도적으로 뿜어내는 게 아닌, 우휘의 몸이 감당할 만큼을 초과했기에 삐져나오는 것이다.


한 손으로는 칼을 바르게 쥐고, 한 손으로는 역수로 쥔다.

그것을 왼쪽 옆구리에 두고 우휘가 말한다.


“저는 준비됐는데요.”


금명하는 아직 준비하고 있었다.

파천신공의 초식 1장부터 7장까지를 모두 합했다.

기운으로 이루어진 창이 맹렬히 회전한다.


“간다.”


창 뒤에 커다란 철퇴가 만들어진다. 감당하기 힘든 만큼의 기운이 집약되어 조종할 수가 없으니 철퇴로 때려 쏘아 보내려는 것이다.


“파천쇄창(破天碎槍).”


-깡


압도적인 기운을 머금은 창이 맹렬히 회전하며 쏘아졌다.


우휘도 준비된 것을 풀었다.

왼쪽 옆구리에 준비되어 있던 칼이 오른쪽으로 그어진다.


“사신도(死神道), 끝(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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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빠르게 이어지는 전쟁 +1 22.07.10 1,720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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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1.꼿꼿이 서있다 +1 22.04.06 1,928 22 13쪽
121 120.일났다 +1 22.03.26 2,028 25 14쪽
120 119.우휘의 본성 22.03.16 2,006 25 13쪽
119 118.드디어 총채주와 싸우는데 22.03.01 2,124 24 13쪽
118 117. 짐승을 만나다 22.02.23 2,114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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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2.무당 합류 +3 21.11.15 2,578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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