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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1.05.26 14:16
최근연재일 :
2022.10.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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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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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7.통찰력

DUMMY

우휘가 긴장했다. 항상 유하게 살아오며 인생을 즐기던 우휘가 무위가 아닌, 머리싸움으로 상대가 안 되는 강적을 만난 것이다.


“하하하. 낭자, 제가 무엇을 속였다고 그러십니까?”

“우휘님의 말에는 모순이 너무 많아요.”

“제 말에요?”

“네.”


우휘는 나름 완벽하게 말했다. 항상 하던 생각들을 금명하라는 사람에 맞춰 꺼낸 것에 불과하니 틀린 말이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떤 모순이 있다는 겁니까?”

“첫 번째, 녹림 총순찰은 극비이면서 어째서 명하에게는 정체를 알린 거죠?”

“그야 함께할 사람에게는 정체를 알려야죠.”

“명하와 만난 지 얼마나 됐는데요?”

“안순에서 처음 만났으니 대충 보름쯤 됩니다.”

“보름밖에 안 된 사람에게 뭘 믿고요?”


겨우 보름밖에 안 된 사람이다. 서로를 완전히 믿기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우휘는 금명하에게 정체를 알렸다.

어쩌면 우휘는 금명하를 이미 알고 있었던 걸 수도 있고, 금명하를 이용해서 무언가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화왕의 스승과 연이 있어 그렇습니다.”

“명하의 스승님이요?”

“예, 이전에 파천마군님과의 인연으로 화왕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 생각했을 뿐입니다.”


남궁연은 파천마군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 그의 성격을 알 수 없다.

그런고로 우휘가 금명하를 신뢰한다는 이야기는 캐물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모순은 많았다.


“그럼 명하가 십팔산채를 모두 돌아야 하는 이유는요?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굳이 십팔산채를 돌지 않아도 될 텐데요.”

“십팔산채는 총채주의 수족입니다. 잘못된다면 십팔산채 전체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총채주 하나만 상대한다면 그나마 승산이라도 있지, 녹림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면 정파도 전체가 나서야 한다.

이번에도 우휘의 말에는 틀린 점이 없었다.


“그럼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서야 총채주를 공격하는 이유는요?”

“화왕처럼 강하거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걸렸다. 우휘는 파천마군과 인연이 있다 말했다. 파천마군은 금명하와 동급이거나, 보다 강할 테니 우휘의 말은 맞지 않았다.


“파천마군과 인연이 있다 했는데 만나지 못했다니요?”

“그건···”

“그건?”

“파천마군님한테 물론 말은 해봤지만···”

“해봤지만?”

“얻어맞고, 쫓겨났습니다.”

“아···”


그런 경우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물었던 모든 질문이 반박당했다.

그런 상황임에도 남궁연은 의심의 싹을 지우지 않았다.


“그럼 왜 명하죠? 정파에 알려서 단체로 밀어붙이는 게 훨씬 나을 텐데요.”

“정파라고 해서 완벽히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이 힘이 있었다면 이미 사파를 처리했을 테니까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원초적인 의문 하나뿐이었다.


“총순찰이라는 직급이 녹림내에서도 극비라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총순찰이라는 존재가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십팔산채의 위치를 그려 둔 지도로도 부족한 겁니까?”

“웬만한 정보단체는 모두 파악하고 있을 법한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저는 더 많은 정보도 드릴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 금명하의 목표는 오직 총채주지만 남궁연은 더 큰 것을 바라보고 있다.

사파의 괴멸. 남궁연은 총채주를 처리하는 김에 사파도 함께 처리하려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의 사파는 총채주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총채주만 처리하면 나머지는 쉬울 것이다.


“그럼 그 많은 정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죠.”

“못할 것도 없죠.”


우휘의 수상한 점은 모두 반박당했지만, 사파의 정보에 대해서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남궁연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만약 이것마저 우휘의 계략이었다면 남궁연은 상대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났다는 게 된다.


사파의 정보라 해봐야 많은 것이 있지 않았다.

십이마군이 사용하는 무공과 녹림의 직급 체계, 총채주의 무공 등이 다였다.


“생각보다는 별것 없네요.”

“사파는 유대감이랄 게 없으니 따로따로 운영된다고 보면 됩니다. 총채주의 명이 없으면 함께하지도 않고, 오히려 서로 경쟁하느라 바쁘죠.”

“사파가 경쟁이라니요? 모두 개개인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었나요?”

“십팔산채에도 급이라는 게 있고, 힘이 없어지면 십팔산채에서 떨어지면서 다른 산채가 십팔산채가 됩니다.

총채주의 총애를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죠.”

“총채주의 총애를 받으면 뭐라도 있나요?”


사파에서 총채주의 총애를 받는다고 해도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사파는 서로 따로따로 행동하니 말이다.


“총애를 받게 되면 그 안에서 십팔산채를 관리하는 십팔산채주가 선발되게 됩니다.

직급으로 따지면 십이마군과 동급이니 십팔산채주가 되기 위해 발악을 하는 거죠.”

“그럼 총순찰은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 거죠?”

“총순찰은 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요?”

“십이마군을 압도할 만한 실력. 그거 하나면 됩니다.”


십이마군을 압도할 만한 실력. 우휘가 강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십이마군을 압도한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십이마군 전체를요?”

“전체까지는 불가능합니다. 이 마군까지라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일 마군은 일 대 일로 붙는다 해도 확언할 수 없으니까요.”

“일 마군이 그렇게 강한가요?”

“저랑 한 끗 차이일 겁니다. 총채주는 저보다 강하고요. 아니, 따지자면 상성의 차이죠.

제 검이 총채주에게 먹히지 않는 게 문제니까요.”


상성의 차이가 문제라면 실력은 비슷하거나, 그보다 살짝 떨어지는 정도일 것이다.

우휘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달은 남궁연은 우휘를 다시 봤다.


무인은 학문을 멀리하고, 오로지 무(武)만을 단련하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무인들이 무식하다 말한다.

예외로 제갈세가와 같은 무술과 학문을 동시에 익히는 특이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무술만 익힌다.


천외천의 무인이 학문까지 익히고 있다면 그자가 바로 황제가 아닐까.

무술과 학문을 동시에 익히는 제갈세가에서는 천외천의 무인이 나오지 않는다.

그 때문에 무인은 똑똑하기까지 할 수가 없는 건데 우휘는 다르다.


천외천의 무인이면서 머리까지 좋은 우휘야말로 모든 이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무인의 모습이었다.


“솔직히 저는 아직도 우휘님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해합니다. 저희가 오래된 사이도 아니니 그러는 게 당연하죠.

오히려 갑자기 믿는다 말했다면 제가 거절했을 겁니다. 그만큼 멍청한 행동도 없을 테니 말이죠.”


듣고 있던 금명하가 순간 움찔했다. 자신은 우휘의 말을 완전히 믿었으니 말이다.

반사적으로 주먹이 나갈 뻔했지만, 주먹이 나가는 순간 그걸 인정하는 꼴이 될 테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누님, 그래서 앞으로 뭘 해야 돼요?”


금명하가 남궁연을 찾아온 건 앞으로의 일에 관해서다. 우휘의 계획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조정이 필요하다.


“결국 네가 찾아온 건 십팔산채 전체를 도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거잖아.”

“그렇죠.”

“우휘님은 십팔산채를 모두 정리해야 총채주와 싸울 수 있을 거라는 거고요.”

“화왕이 총채주에 맞는 무위를 가지려면 그 정도의 실전은 겪어야 하죠.”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 그렇다면 남궁연의 역할은 둘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하죠. 명하는 오늘부터 십팔산채를 토벌하고, 정파의 고수들을 연결해줄게.”

“그 사람들하고 싸우면 되는 건가요?”

“그래. 너 같은 고수라면 환영을 하겠지.”


금명하의 의견은 조율이 되었다. 이제는 우휘의 차례다.


“우휘님은 십팔산채를 토벌하실 수 있나요?”

“불가능할 건 없지만, 왜 그러십니까?”

“둘이서 돌면 시간이 반으로 절약되니까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정파의 고수들을 이용하려는 거군요?”

“네, 괜히 오래 끌어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저도 돕겠습니다.”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명하야, 너는 나가서 수련이라도 하고 있어. 나는 우휘님과 따로 할 얘기가 있으니까.”

“네, 누님.”


금명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다가 우휘를 바라본다.


“야, 똑바로 해. 누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만 안 있을 거니까.”

“제가 무슨 짓을 한다고 그러십니까?”

“아무튼 행동 똑바로 하라고. 누님이 마음에 안 들어 하면 너하고는 볼일 없으니까.”

“예예, 알았으니 그만 나가시죠. 저는 낭자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말이죠.”


-쾅


금명하가 내공을 실어 꿀밤을 때렸다.

웬만한 무인이라도 기절할 정도의 타격이었지만, 우휘는 그저 아파하는 거로 끝났다.


“난 간다.”


불평하기도 전에 방을 빠져나가 버리니 우휘로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매번 저렇게 때린다니까요?”

“맞을 만 했는데 뭘요.”

“낭자도 그렇게 말씀하시다니···너무하십니다.”

“그런 건 됐고, 이제 제대로 이야기하시죠.”

“예? 뭘요?”

“제대로 하시죠.”

“···”


우휘가 잠시간 남궁연을 바라본다. 무언가 알고 있다는 눈. 우휘는 이게 뭘 의미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우휘가 예의 바르던 자세를 풀었다. 강한 무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거만한 자세가 나온다.


“후···생각보다 많이 똑똑하시군요. 지금까지 들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아, 파천마군님께는 들킨 거였나? 잘 모르겠네요.”

“목적이 뭔가요?”

“그 전에 하나 물어볼 게 있습니다.”

“뭐죠?”

“어떻게 아셨습니까?”


우휘는 분명 완벽하게 속였다. 남궁연이 묻는 모든 말을 시원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남궁연은 어찌 알았을까.


“하는 모든 이야기마다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예? 그게 무슨···?”

“이유가 있다면 그 모든 이유들의 이유도 있을 거고요.”

“아···”


우휘가 드디어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자신이 했던 모든 이야기에 이유가 존재했다.

그건 곧,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준비해둔 것. 이를테면 짜여진 각본과도 같았다.


“너무 이야기를 맞춰 뒀었군요.”

“그렇죠.”


-후르륵


남궁연이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실 만한 여유가 있다는 것. 즉, 자신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럼 그 이유. 제 최종적인 목표도 알아채신 겁니까?”

“알아챘다면요?”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는 게 암살이다. 그 말은 곧,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이 성립된다는 것.

지금 우휘의 목표를 알고 있는 건 남궁연뿐이니 그녀만 죽인다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것이 된다.


“제가 여기서 낭자의 목을 긋고 도망가도 누구도 모를 텐데 무슨 자신감일까요?”


우휘의 무위는 금명하와 비견될 정도다. 절정밖에 안 되는 남궁연이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긴장감이 맴돈다. 남궁연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차를 마시고 있다.

이 행동이 여유가 있기 때문인지, 여유가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손이 흔들리지 않고, 호흡이 매끄럽다. 만약, 이게 연기라면 남궁연은 무인이 아니라 가극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했어야 했다.


상황은 최악이다. 그럼에도 남궁연이 이리 대담하게 행동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당신은 저를 죽이지 않을 테니까요.”


확신. 이미 우휘에 대해서는 파악되었다.

우휘는 자신을 죽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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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8.드디어 총채주와 싸우는데 22.03.01 2,124 24 13쪽
118 117. 짐승을 만나다 22.02.23 2,114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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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4.돌아왔으니 22.02.19 2,097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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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2.무당 합류 +3 21.11.15 2,578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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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09.십이마군 생포! +2 21.11.10 2,692 43 12쪽
109 108.숨겨둔 수 +2 21.11.09 2,751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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