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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164,632
추천수 :
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17.07.05 13:48
조회
3,755
추천
30
글자
17쪽

복수를 맹세한 소년

DUMMY

"어째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호흡은 점점 가빠져갔다.

배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 그의 주위는 이미 피의 웅덩이였다.


"말도 안 돼......"


쿨럭. 기침에 피가 섞여 쇠맛이 난다.


"웃기지마. 내가. 이렇게 죽는다고? 아직, 아직 단 한 놈도......!!"


그 순간 육중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쇳덩이같은 소리는 사신의 발검음 소리. 가온은 그에 겁을 먹기는 커녕 분노만 커져갔다.


"이, 새끼......와 봐라! 죽일거다. 반드시 죽여버릴테다!"


이 목숨이 끝장나는 한이 있어도 저것들만은 반드시.


그런 그의 눈앞에 갑자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백발의 소녀가 나타났다.

그야말로 뜬금없으며 갑작스런 상황.

그 현실성없는 광경에 말을 잃고 소녀를 바라보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가온에게 소녀가 그 작은 입을 열고 말했다.


"힘이 필요하신가요?"


신비로운 목소리에 멍하니 있던 가온은 문득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야! 일어나! 야!!"


짜증내는 목소리와 함꼐 난폭한 발길질이 가온의 배에 꽂혔다.


"쿨럭!"


가온이 벌떡 일어나 맞은 배를 부여잡고 고통에 겨워하고 있었으나 그런 모습엔 관심 하나 보이지 않고 잠을 깨웠다는 목표를 완수해 만족한 여동생은 방을 나가버렸다.


"저게......"


평소 여동생 앞에선 절대 내지 않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린 가온은 한숨을 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가니 식탁 한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틀어져 있는 TV에선 이번에 신설된 전국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새로운 철도인 0호선이 개장되었다고 대대적인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인원수용이 어떻느니 선로 문제는 어떻게 할 거니 말이 많았는데 결국은 완공된 모양이었다.


"일어났니? 가온아."

"네."


상냥하게 건넨 말에 가온이 황송해하는 태도로 대답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어쩐지 착잡한 표정을 지은 누나 가영은 의자에 앉길 권하며 다시 주방에 들어가 국을 마저 끓였다.


"오늘도 아부 대단하셔?"



먼저 식탁에 앉아있던 여동생 가은은 얼굴 한가득 비웃음을 담아 자신의 오빠를 바라본다.


그에 반응하지 않고 식탁에 앉은 가온에게 혀를 찬 가은은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오늘은 이걸로 끝인가.'


자신의 오빠인 가온을 싫음을 넘어 혐오를 하는 동생을 보고 가온이 속으로 실소했다.

그로서도 가은과 말을 나누는 건 물론이고 목소리를 듣는 것도 정말 진심으로 싫었기에 오늘은 이쯤에서 끝나길 바랬다.


그러나 가온의 바람을 저버리고 여동생은 아~하고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딱 쳤다.



"오늘 심사 있지? 이번엔 좋은 성적을 받길 바래."

"고마워. 생각해줘서."


가온이 미소짓고 말하자 여동생은 질색하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생각해줘? 야. 네 성적, 만년 최하위잖아? 집안에 미안하지도 않아?"

"........."



신랄한 말에 대답없이 김을 깨작거리고 있자니 식탁을 쾅 내리치는 소리가 났다.



"너 같은 게 우리 집안이라는 게 참을 수 없이 창피하다고. 빨리 여기서도 나가버려."

"응, 미안해."

"내가 그따위 말 듣자고 이러는 줄....."

"이가은."



여동생의 말을 막은 건 혹한처럼 차가운 태도의 가영이었다.

그녀를 보고 흠칫한 가은은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벌떡 일어나 자신의 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왜 삼촌이 아니라 너같은 게 산 거야....."



딱히 가온에게 말하는 게 아닌 혼잣말에 가까웠지만 가온은 놓치지 않고 들었다.


덜컹.


현관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가영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가온아. 내가 나중에 잘 말해놓을게."

"아닙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비굴할 정도로 푹 고개를 숙인 가온을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본 가영은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예전처럼 누나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국을 후루룩 들이킨 가온을 조심스럽게 일어나 의자를 집어넣었다.




"그러면 누님.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가온아. 아 맞다. 오늘은 본부에 한번 오도록 해. 아버지가 너에게 하실 말씀이 있대."

"무슨 말을요?"

"응, 내 생각이지만 드디어 널 개인적으로 지도해주실 생각이 아닐까?"




눈을 빛내는 누나에겐 미안하지만 그건 아닐거라고 가온은 속으로 실소했다.

대화가 종료되었다고 판단한 그는 고개를 숙이고 현관을 나섰다.



학교로 향하는 가온은 얼굴은 무표정하며 잔잔해 보였으나 그 속은 불덩어리 같았다.

참기 힘든 분노가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분노의 이유는 집에 있던 여동생의 말이었다.

왜 삼촌 대신에 네가 살았냐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뱉는데......"


여동생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가온은 여동생은 물론 자신의 누나. 아니. 집안 전체가 역겨웠다.


누군가가 가온의 이런 생각을 알게 된다면 그럼 스스로도 혐오스럽냐고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없었다.

가온은 이미 그 집안의 일원이 반쯤은 아니니까.


'그 사람이 왜 날 부른다는 거지?'


누나의 아버지가 가온을 부른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이제와서 자신을 보자고 하는 이유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한 달에 두어번 얼굴을 마주치는 게 전부인, 무늬만 가족인 사람이 아닌가.


"뭔 생각을 그리 하시나? 최하위"


한창 걷고 있는데 등뒤에서 모멸섞인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예상대로의 녀석이 있었다.


심기현.


자신의 고교인 커튼 전문 사립고의 동급생이자 아직 1학년인데도 상위권의 성적을 가진 동급생이며 1학년중에선 3위안에 드는 수재. 그러나 직설적인 성격과 잘난척이 심해 적이 많은 녀석이었다.



"기현."

"헹."


처음의 모멸섞인 말과는 달리 자신의 등을 호의적으로 두드리는 그에게 가온이 웃어주었다.


그와 기현은 정말 의외롭게도 친한 친구였다.

가온은 가온대로 허례허식 없는 그가 마음에 들었고 기현은 자신이 아무리 재수없게 굴어도 항상 같은 반응을 하는 가온이 마음에 들었는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늘은 최하위 벗어나야지?"

"그래야 하는데 말이야."



조금의 의욕도 없이 기계적으로 대꾸하는 가온을 보고 기현이 한숨을 쉬었다.


"넌 퇴마 이씨 집안의 직계잖아? 나 정도의 수준은 아니겠지만 숨겨진 재능같은 게 분명히 있을거라고. 노력을 해 봐."

"노력인가......"


그딴 건 네가 말하지 않아도 매일 하고 있다.

노력하지 않는다고 힐난당하는 것보다도 그 집안 출신이라고 듣는 것 자체가 불쾌했던 가온은 화제를 돌릴만한 소재를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야 너 오늘 당번 아니었냐?"

"엥? 그랬나?"


당황하던 그는 이내 자세를 잡았다.


"미안한데 먼저 가마."

"응. 이따 봐."



그 순간.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시내가 떠나가라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귀가 아플 정도의 소음에 두 사람은 귀를 틀어막고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사이렌 소리에 아침을 시작하던 사람들은 재빨리 주변 건물로 들어가 문과 창문등 입구란 입구는 전부 굳게 닫았다. 문들이 닫히자마자 겉에 엷은 막같은 것이 스윽 쳐졌다.


주변의 상황을 지켜보던 기현이 나직하게 말했다.


"더럽게 시끄럽네. 야. 주술 쓰자."

"엉."


그리고 잠시 후. 미약한 빛이 둘을 감싸는가 싶더니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졌다. 가온은 아직 조금 불편한 표정이었으나 기현은 쌩쌩했다.


"오늘도 주술님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기현이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뭔가를 찾는 것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소리 오랜만에 들어본다. 그치?"

"그러게."


가온은 주위를 두리번거리지 않았다.

이미 그것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쪽을 쳐다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야, 저 쪽 같은데?"


기현도 그것의 존재를 감지했는지 가온이 파악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어차피 평소처럼 금방 잡히겠지"

"엄청나게 강력한 놈이라서 오래 살아남을지도 모르잖냐?"

"그런 놈이면 오히려 빨리 튀어야 되지 않겠냐."


기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혹시 알아? 놈을 잡는데 공로를 세우면 커튼 본부에서 눈여겨 보거나 그게 아니라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지."

"글쎄다. 함부로 나댔다고 징계나 받을것 같은데. 커튼 고교 소속이라도 사이렌 울리면 숨는다는 법률은 지켜야 되지 않았냐?"

"응. 아니야."


기현은 갑자기 냅다 뛰기 시작했다.

말로 하지는 않았어도 내심 그것을 보고 싶었던 가온은 한숨을 쉬는 척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콰앙!!


도저히 달음박질로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울린다.

두 사람은 일반인으로는 상상도 못할 스피드로 이동하고 있었다.


"주술님 감사!"


기현이 신나하며 외쳤다.

원래 주술이란 것은 평소에 일반인들 앞에서 쓰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학생의 신분으로서는 모두 숨은 지금 정도가 마음껏 쓸 기회였다.


물결처럼 지나가는 주변 풍경에 사람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동을 계속한지 몇분 뒤. 달린 보람이 있었는지 저 멀리서 뭔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검은 색깔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 그러나 기본적인 골격은 인간과 비슷해 더욱 불쾌감을 주는 이상한 생물.


'녀석이다.'


가온이 두 눈을 크게 뜨며 그것을 응시했다. 그런 가온의 낌시를 전혀 눈치재지 못한 기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커튼이다."


커튼이라 불린 이형의 생물체와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져만 갔다.

먼저 말을 꺼낸 기현도 이렇게까지 가까워질 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꿀꺽 침을 삼켰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인데...으하하. 기대되는데?"


짐짓 허세를 부리며 주먹을 꽉 쥐는 기현.

그리고 그 얼굴이 육안으로 확실하게 구분될 만큼 가까워졌다. 눈이나 코는 없었고 입만이 있었는데 가죽은 없이 밴질거리는 딱딱한 각질의 피부가 기괴함을 더했다.


급하게 이동하던 놈은 그제야 두 사람을 인식하고 고개를 들었다.


[크카아아아아아!!]


직후 흉측한 입을 벌리고 크게 포효한 놈의 기세에 기현이 흠칫 떨고는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놈은 그것을 보고 기현을 피식자로 인식했는지 쏜살같이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크윽!! 대비하자!"

"......"


하지만 가온은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콰악!


[칵.]


미친듯이 달려들던 커튼이 빛나는 화살에 머리가 관통되어 움직임을 멈추고 그대로 공중에서 지상으로 추락해 갔다.


쿠웅!!


절명했는지 꿈틀대지도 않는 커튼을 보고 기현이 어정쩡하게 들었던 주먹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어우 씨. 쫄았네."

"이제부터 더 쫄아야 될거 같은데."

"뭐?"


가온의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쳐다보는 기현에게 호통이 날아들었다.


"이 새끼들!! 안 숨고 뭐하고 앉았어!!"


사람의 고함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목청에 기현이 목을 움츠렸다.

잠시 뒤. 사방에서 검은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날아와 그들을 포위하듯 섰다.

그중 대장격처럼 보이는 흉터투성이의 험상궂은 남자가 둘에게 걸어왔다.


"사이렌 소리 못 들었냐? 앙?"

"아뇨 그게......"

"아니. 차림새 보니까 알만하구먼."


쯧 혀를 찬 남자가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이 새끼야! 그러다가 훅 가는거 한순간이야!! 넥타이 색깔 보니 아직 실전도 한번 경험 못해본 모양인 애새끼가 공명심만 앞서선! 커튼을 잡고 싶으면 정식으로 커튼 사냥꾼이 되서 하란 말이다!!"


처음엔 주늑들어 있던 기현이었지만 그 성깔머리 어디 안 가는지 점점 표정이 불쾌해져갔다. 이대로 가다간 기현이 따지고 나설것이 분명했기에 가온은 하는 수 없이 자신이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죄송합니다. 커튼이 뭔지 한번 보고 싶어서 제가 한번 보러 가자고 했습니다."

"엉? 야 너."

"아 새끼야. 가만있어."


기현에게 눈총을 주는 가온을 보고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꼴값을 떨어요 애새끼들이. 니들은 내가 학교에 말해 놓을테니 각오하고 있어. 알겠냐?"

"아. 알겠다구요."


기현이 짜증을 내며 대답하자 남자가 이놈봐라? 하는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려 했다.


"참으세요. 만석 대장님"


그런 그를 제지한 것은 어디선가 날아온 남자였다.

날씬했지만 말라보이지 않는 탄탄한 몸에 얼굴이 단정한 잘생긴 남자였다.


"익환씨. 글쎄 이 새끼들이..."

"좋은 생각으로 나선 걸 테고, 사후처리도 해야 하니 이쯤하는 게 어떨까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레 말하던 익환이란 남자가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안심하라는 듯 웃어보였다. 그러나 무슨 일일까. 별안간 표정이 확 굳어졌다.


"뭐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야...늬들. 운 좋은줄 알아라잉? 응? 어라?"


윽박을 지르던 만석이란 남자가 갑자기 기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틀림없이 가온을 보고 당황하고 있었다.


"어라? 너 설마......"


그 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수군거리고 있었다.


"야. 쟤 혹시 지부장님 아들 아니야?"

"그 퇴마 이씨 가문의? 근데 지부장님 아들이면..."

"아...그 천덕꾸러기."


다 들린다 씹새들아.

그렇게 말하고 싶은것을 꾹 눌러참고 있는데 익환은 놀란 토끼눈으로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그건 지금까지 봐왔던 반응들과는 조금 다른것이 느껴졌기에 가온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자 그가 먼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만석 대장님. 저희 부대는 나머지 한 마리를 찾겠습니다."

"언제봐도 열심이시네 익환 씬. 그러쇼. 전 이것들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오겠습니다."


익환의 신형이 훅 사라졌다. 그 스피드에 둘이 감탄하고 있는데 만석이 쯧 혀를 찼다.


"쳇. 데려다주마. 따라 와."


만석이 투덜대며 둘을 잡아끌었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태도에 기현이 빈정거렸다.


"헹. 퇴마 이씨 가문 만만세네."

"시끄러 애새꺄."


만석이 곧바로 응수했다. 그러더니 모멸이 섞인 눈으로 가온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젠 익숙한 시선에 가온이 그렇게 보시던가 말던가 하고 눈을 피했다.


"어?"


눈을 돌린 방향엔 벌벌 떨고 있는 노파 하나가 서 있었다.

미처 피난하지 못하고 여기에 숨은 모양이었다.

만석도 그녀를 발견하고 아차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기현과 가온에게 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와 상냥한 음색으로 노파를 보호하기 위해 다가간 만석. 하지만 노파는 겁에 질린 눈으로 손가락으로 만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음?"


노파의 행동의 의미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린 만석이었지만 곧 어떤 생각에 도달했는지 흠칫 놀랐다.

그리고 그땐 이미 너무 늦었다.


[키익.]


마치 물가에서 나오는 것처럼 허공이 물결치며 끔찍한 괴물이 지붕위에서 별안간 나타났다. 그리고 놈은 곧바로 네 사람을 덮쳐들었다.


"큿."

"뭐 이런 씨발."


만석과 기현이 당황하며 대응하려던 바로 그때.

어찌된 일일까. 커튼이 갑자기 균형을 잃더니 어처구니없게도 바닥에 처박혀버렸다.


당황하면서도 만석이 끝장을 내기 위해 검은 코트 속에서 무기를 뺴들었지만 그땐 이미 아까 전에도 보였던 빛나는 화살이 놈의 목에 박혀 있었다.


"...봤지 새끼들아? 카멜레온처럼 주위에 녹아드는 재주를 가진 이런 놈도 있으니 조심하란 말이야."

"네. 정식 커튼 사냥꾼님도 대응하지 못한 것 보니 정말로 그래야겠습니다."

"이 새끼가?"


만석이 기현의 귀를 잡고 당겼고 기현이 악악 소리를 지르며 맥없이 끌려갔다.

커튼을 요격하기 위해 무기를 뺴들었던 다른 대원들은 노파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으며 노파는 혼이 빠진 얼굴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 모든것을 지켜보던 가온은 자신을 부르지도 않고 지그시 쳐다보는 만석의 시선을 느끼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른 손목을 까딱이면서.







"오셨습니까!"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비상 경보가 끝나고 커튼의 시체를 회수작업을 하던 검은 코트의 커튼 사냥꾼들이 머리를 하나로 묶어 뒤로 넘긴 여성을 보고 깍듯이 차렷자세를 취했다.


여성은 활처럼 보이는 무기를 등에 매고 있었는데 뭔가 석연치 않다는 듯 커튼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노파를 덮치려던 놈이었다.


그녀는 커튼의 발목을 잡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거기엔 칼에 베인듯 흠집이 나 있었다.


"......으음.....분명 최하위의 도련님이라 했던 것 같은데......"


잠깐 고민하던 여성은 곧 뭐 아니겠지. 하고 발목을 놓고 현장을 떠나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57 광대인간
    작성일
    17.08.16 04:57
    No. 1

    첫 장면은 25화에 나옵니다
    참고로 계속 읽으시면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암걸려 뒤지실수도 있어요 독자분들은 미리 알고 읽으시라고 이렇게 남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광대인간
    작성일
    17.08.16 05:35
    No. 2

    25화까지가 진입방벽일 뿐이지 필력도 굉장히 좋고 이후에 나오는 내용도 재밌습니다 참고 보시길

    ps. 급한마음이 아닌 여유를 가지고 보시면 더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ITE
    작성일
    17.09.05 10:03
    No. 3

    으잌 ㅋㅋㅋ 암걸리겠다고는 생각했는데 좋은 평가도 있다니 감사할 따름 ㄷ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iznuw
    작성일
    18.02.01 13:11
    No. 4

    특수헌눙력을 가진 퇴마사가 아이 접근도 못얼아차렸다는게 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ITE
    작성일
    18.02.01 13:19
    No. 5

    댓글 감사합니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n9******..
    작성일
    19.01.24 01:32
    No. 6

    간만에 보석같은 글을 발견 했군요
    정말 기대 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n9******..
    작성일
    19.01.24 01:41
    No. 7

    그리고 우연인데 제 절친 이름이 심기현이에요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ITE
    작성일
    19.01.24 18:41
    No. 8

    기대 감사합니다. 처음 쓴 거라 매우 미흡합니다. 완결내면 나중에 다시 수정하겠습니다 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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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2) 20.08.24 168 3 14쪽
370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1) 20.08.23 163 3 15쪽
369 소원권 (2) 20.08.22 164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5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7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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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파멸? (9) 20.08.17 162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60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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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파멸? (1) 20.08.10 172 3 17쪽
355 파멸의 징조 (3) +1 20.08.08 178 4 15쪽
354 파멸의 징조 (2) 20.08.07 17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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