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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걸어갑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라이트노벨

완결

플나
작품등록일 :
2008.05.02 17:23
최근연재일 :
2008.05.02 17:23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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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22
추천수 :
265
글자수 :
510,481

작성
07.04.0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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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나는 걸어갑니다 19화 (1)

DUMMY

19화 : 먼 땅.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는 신발 끈을 죄면서 정빈이에게 대답했다. 별 정성 없이 건성으로.


“산에.”

“산이요?”

“응.”

“멀어요?”

“좀 멀지.”


짧은 물음과 짧은 대답. 여기에는 대답하기 귀찮다는 내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정빈이는 내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로 한발자국 물러섰다. 이럴 경우 고집 부려봐야 좋을 것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며칠 전 일이 궁금하기는 했다. 비 오는 밖에서 해경정 중위와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왜 울고 들어왔는지에 대해서. 하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럼 간다. 휘미래한테는 얘기해 놨어.”

“네.”


집 밖으로 나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말끔한 하늘과 맑은 공기. 짧긴 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대기는 한층 안정된 상태였다. 이날만큼은 멀리 있는 모함도 아주 가깝게 보였다. 하지만 내가 정말 보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뭐 충분 하겠지.’


뚜렷하게 보이리라는 확신을 가지기는 좀 힘들었다. 그렇다고 이런 날이 자주 오는 것도 아니므로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좀 더 활동력을 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미래에게 빌린 스쿠터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을 지나면서 도착한 섬의 입구. 하지만 이제 다리도 거의 완성된 만큼 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이때 다리 앞을 지나는 날 보고 보리밥집의 진(眞)이 손을 흔들었다.


“현하님, 어디 가세요-?!”

“개인적인 이벤트-!”


왠지 마음이 들떴다.


보게 될 광경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단출한 것이긴 해도, 어쩐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스쿠터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따뜻해져가는 땅 위를 달려 나갔다. 포장되지 않는 도로에서는 먼지가 끊임없이 뒤로 흐르고 있었다. 나는 속도에 무리 하지 않으면서 수평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직은 보이지 않나...’


힐끔 눈을 들어 바다를 살폈지만 원하는 광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 덜 갔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늘은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 은근히 드는 걱정에 쓰게 웃어 봐도 여전히 바라는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가는 달리는 길은 해안선을 따라가는, 길게 돌아가는 길이다. 원래라면 해안선을 따라가지 않고 가로지르도록 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중간이 끊어져서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길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길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거의 두 시간을 달렸다. 이윽고 섬이 내 오른편 바다 건너에 섰을 때, 비로소 나는 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도달할 수 있었다.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한 오르막길. 이제 스쿠터를 끌고 가는 건 불가능했다. 분명히 아스팔트 도로는 이 이상으로 나 있었지만, 현재는 숲에 먹힌 상태였다.


난 근처의 쇠기둥에 스쿠터를 묶어 놓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산 중턱에 난 길은 구불구불하게 정상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의 길은 보통의 산길과는 좀 다르다. 나무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면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으니, 바로 무덤들이다. 어떤 종교 단체에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색 바랜 흰색 십자가가 저기 위에 서 있었다.

무덤들은 관리되지 않아 어수선했다. 비석의 수는 상당하지만 나뒹구는 것이 태반으로, 사람의 발걸음이 거의 없음을 반증하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듬성듬성 보이는 언덕길을 좇아서 올라갔다. 듬성듬성 남은 콘크리트의 흔적들. 도로를 포장하는 데 썼던 인공의 돌. 이제 이들은 주변의 돌들과 색을 같이하며 함께 늙어가고 있었다.


발에 닿는 감촉과 소리가 바뀌었다. 두툼한 돌바닥이 아닌 바작거리는 나뭇잎의 감각이다. 아직 공기가 여름의 기온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활엽수들은 잎을 떨어트렸다. 겨울이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적응한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법이다. 그렇게 녹갈색의 카펫이 깔리기 시작한 길을 따라 오르길 20여분. 산허리를 빙 타고 올라오던 나는 마침내 정상을 눈앞에 두었다.


‘대충 다 왔나.’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아까는 높던 나무들도 이제는 내 다리 부근에서 끝을 달리하고 있었고, 넓게 펼쳐지기 시작한 해안선은 하늘색과 바다색을 깔끔하게 구분 지었다. 아직 뒤쪽으로 산의 정상이 높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정상이 아닌 이 길의 돌출부를 향해 몸을 옮겼다. 바다를 향해 튀어 나온 그곳에는 작은 바람이 머물고 있었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내 앞에 펼쳐진 광경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땅이다.


저 바다 저 멀리, 좀 더 짙은 푸름으로 다가오는 땅. 보통의 거리가 아니기에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같이 공기가 맑은 날에는 해안선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땅이 보였다.


내 기억에는 저곳도 섬이었다. 다만 그 규모가 대단히 커서, 이곳 부산보다 훨씬 크다고 했다. 이곳과는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산다고 했지. 그러고 보니 내 여행의 대부분은 부산 서쪽 혹은 북쪽으로만 한정되어 있었다. 동쪽 혹은 남쪽 바다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려 든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위그드라실을 쓰면 간단하겠지만...’


그래서는 여행의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쌍안경을 꺼내서 건너편을 바라봤다. 그냥 봐서는 깨끗한 해안선도 쌍안경으로 보면 이글거리고 있었다. 같은 사물을 가까이, 혹은 멀리 봤을 때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건 꽤 괜찮은 경험이다. 그 차이점을 확인하면서 진실에 가까워진다고나 할까.


신기루처럼 이글거리는 해안선과 마찬가지로 땅 역시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굴절된 빛 사이에서 보이는 땅은 날아갈 듯 흔들렸다.


과연 저 너머에는 누가 있을까. 이렇게 내가 보고 있듯이 저쪽에서도 날 보는 사람이 있을까.


살아가는 사람과, 땅에 대한 호기심. 그리움.


인간의 삶은 마지막을 향하는 부드러움 그 자체지만... 아직도 나는 사람을 만난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왠지 모를 두근거림은 가슴을 타고 머리로 흐르고 있다.


“......”


가자.

정상으로.


돌출부를 기점으로 식생(植生)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내 주변들을 나무들이 매우고 있었다면, 여기서부터는 키 작은 풀들이 가득했다. 아래쪽과는 달리 정상까지의 길이 훤히 보였다. 확실히 바닷바람이 강하다는 거겠지.


역시나 바람도 세지고 풀들의 춤도 한층 강해졌다. 풍향에 따라 이곳저곳으로 휙휙 눕는 것이 풀이지만, 꺾이지는 않았다. 곧추선 나무와는 대조적으로 바람에 순종할 뿐이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 억새에 가져갔다. 어느새 주변을 가득 메운 억새풀들은 내 허리춤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서 사락거리는, 깃털 같은 그 끝을 따다가 하늘에 날려보았다.


하얀색 조각들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흩어졌다. 난 내 감정을 실어 보내듯 한동안 조각들에게서 눈을 때지 않았다. 이윽고 마지막 깃털 조각이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을 때, 나의 발은 정상에서 두 걸음민을 남겨 놓고 있었다.


“후우.”


낮게 숨을 고르면서 몸을 옮겼다.

멀어지는 태양은 시간이 오후로 넘어갔음을 말했다.

억새의 뒤로 보이는 산 정상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조금 피곤한 다리는 마지막으로 디딜 장소를 찾고 있었다.


갑자기 눈이 밝아졌나 했다. 아무런 거침없이 다가오는 짙은 햇빛과 공기. 당황함에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가렸다. 몸은 달라진 공간감에 적응하느라 비틀거릴 정도였지만, 나는 이내 자세를 잡고 바위 한쪽에 섰다.


‘다 왔나.’


바람은 거세게 불어왔음에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게 피부를 지나가는 흐름은 왠지 모를 친근함까지 들었다.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위해 바위 위에 앉았다. 고도가 좀 더 높아졌건만, 저 수평선에 그려진 땅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길군.’


땅은 컸다. 눈에 보이는 수평선의 2/3 정도는 땅이 차지하고 있었다. 평상시에 보면 그저 끝없어 보이는 태평양에 지나지 않는 저 바다도, 땅이 보일 때만은 저곳이 끝이 아님을 말했다. 아마 계속해서 헤엄쳐 나간다면 땅에 닿을 수도 있겠지.


쌍안경을 들어 땅을 바라봤다. 약간 흐릿한 모습이 조금 더 명확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가까워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확연해진 거리감에 땅의 규모만이 몸으로 다가올 뿐.


잠시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젖혔다. 터지는 숨을 내쉬면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땅에 눕혔다. 딱딱한 돌의 질감이 머리를 통해 느껴졌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반대편 바다 너머의 섬이 눈에 들어왔다.


“......”


잠시 동안 거꾸로 보이는 섬의 풍경을 즐겼다.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저곳의 나무와 형태는 아주 익숙했지만, 이렇게 거꾸로 보니 뭔가 달라 보였다.


“읏챠.”


그 자리에서 몸을 돌렸다. 옷에 먼지가 묻는 건 별로 개의치 않았다. 팔을 들어 턱을 괴고, 불편한 자세를 바로잡아가면서 천천히 눈을 들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날 본다면 미친놈 취급할지도 모른다. 산 정상에서 누워 있을 놈은 흔하지 않을 테니까.


섬과 그곳에 연결된 부산 서쪽의 전경이 훤하게 보였다. 낮아진 해수면 탓에 넓어진 땅. 그러나 오래된 도시의 경계선은 예전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인간은 그 선을 기점으로 더 커지지 않은 것이다.


한 때 수 백 만의 사람이 살았다는 이곳.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인간의 장소는 매우 줄어든 상태였다. 옛 도시 터를 지키는 것은 나무와 낡은 전봇대뿐. 좁게 난 길이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원래 그곳이 거대한 아스팔트 도로였음을 생각하면... 정말로 많은 것이 바뀌었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도시는 오래된 흔적만을 가진 채 나무들에 묻혀갔다. 한때 인간에게 빌려주었던 땅을 돌려받듯이, 그들은 차근차근히 - 자연스럽게 - 땅을 넓혀갔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수긍하지 않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 속에서 녹아가는 스스로의 삶을 당연하게 여겼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


숲은 차츰 떨어지는 햇빛을 받고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수많은 창문들이 날카롭게 빛을 비추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절제되지 않음에도 넘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숲만이 존재했다.


인간은 마지막 걸음을 걷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땅 위에서 인간은 모습을 감출 것이다. 하지만 종말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그저 부드러운 노을에 둘러싸인 저녁 해일 뿐...


“계속되리라는 희망도, 돌아온다는 기다림도 없는데.”


어느 새 나는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딱딱하고 굴곡진 바닥에 누워있기는 힘들었나 보다. 이제 가방에 손을 뻗어 안쪽을 뒤진다. 이곳에 오면 해보고 싶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뒤적여 꺼낸 것은 황철규 대장이 준 선물.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분명히 라디오도 됐었지?”


기능키를 돌려 라디오를 켰다. 그러자 미리 맞춰져 있던, 이쪽의 방송이 귀에 들려왔다. 그러나 듣고 싶은 것은 이것이 아니었기에 난 채널을 끝으로 돌렸다. 물론 들리는 것은 잡음이었다.


하지만 다시 채널을 조절하자 뭔가가 미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난 소리에 집중하면서 세심하게 주파수를 맞췄다. 그러자 중얼거리던 그 소리가 갑자기 증폭되면서 잡음이 사라졌다. 이제 들을 수 있는 말이 나온 것이다.


“좋아...!”


척 듣기에도 들리는 목소리는 우리말이 아니었다. 나는 이것이 저 땅에서 온 것임을 깨닫고 기뻐했다. 무슨 말인지, 어떤 뜻인지도 모르지만 그저 기뻤다. 저곳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한동안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을 들었다. 가끔 내 지식으로 해석 가능한 단어가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문맥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난 계속해서 들었다.


이것은 ‘지금’ 그들이 말하는 인간의 흔적이니까. 일출 혹은 일몰의 짧은 시간처럼, 보려고 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지금’이니까...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주변이 어두워진 탓인지는 몰라도 발걸음 역시 조금 무거웠다. 솔직히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길을 더 주의해야 하는 법. 난 신중히 발 디딜 곳을 정해가며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이윽고 급경사가 끝나고 완경사에 들어섰다. 한층 편해진 길에 마음까지 덩달아 가벼워졌다. 그리고 산허리를 빙 두르며 따라가는 길목에서 무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스쿠터에 시동을 걸고 달리기 시작한 후에도 한동안 무덤을 시선에 넣고 달렸다. 그러나 올 때와 마찬가지로, 무덤은 금방 눈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마치 인간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처럼.


‘돌아가야지.’


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슬아슬하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길. 이런 길을 중심으로 사방을 에워싼 산은 먼 곳에서는 풍경이 되고, 가까운 곳에서는 길이 되었다. 바다는 사이사이마다 자신의 형태를 드러내며 주변의 산을 감싸 안듯 달려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만한 경사와 함께 작게 펼쳐진 평지가 나타났다.


눈을 들어 보니 오래된 철길을 달리고 있었다. 지금은 형태만이 남아 있는 철길. 여러 갈래로 퍼지고, 합쳐지고, 연결되는 검붉은 두 갈래의 길. 침목은 이미 썩어서 없어진 듯 그 사이를 메우는 건 이름 모를 풀이었다.


철길의 옆으로는 빈 건물들이 가득했다. 오래전 이곳은 도시의 번화한 구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와 바람과 세월에 녹아 결국은 자연으로 녹아들어가는 어떤 구조물이 있을 뿐이었다.


부드럽게 꺾인 하나의 모퉁이를 돌자 나를 맞이한 건 거대한 역(驛)이었다. 물론 철길만큼이나 낡은 역은 주변의 건물과 마찬가지로 잠을 자고 있었다. 잠시 스쿠터를 세우고 역을 올려다봤다. 철길 위로 세워진 플랫폼에는 인간 대신 담쟁이덩굴이 가득했다.


이제 아무도 오지 않을 역. 아득한 옛날에 이곳을 이용한 기억을 떠올리며 사람이 많던 그때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런 인간의 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


이때 어딘가 높은 곳에서 들린 소리에 시선이 옮겨졌다. 그리고 소리의 진원을 깨닫자 나는 입을 크게 벌릴 수밖에 없었다. 멀리 크레인에 다닥다닥 앉아 있던 새들이 일제히 비행을 시작한 것. 날아오른 거대한 무리의 새들은 나를 바라보듯 플랫폼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대단한데.”


그렇게 하늘을 날던 새들은 다시 크레인으로 날아갔다. 역과 바다 사이는 예전 항구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그렇게 항구에서 짐을 나르던 크레인은 지금 와서 새들의 거처가 되어 있었다. 한눈에도 녹이 잔뜩 슬고 거칠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그 주변에는 옮겨지지 못한 컨테이너들이 멈춘 시간처럼 땅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흐르는 시계는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어버렸다. 거대한 무쇠 솥에 끓는 죽처럼. 그러나 그 속도는 결코 인간만큼 빠르지 않았다. 돌이 물에 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가장 확실하고 명확한 결과를 보여줬다. 지금까지 봐온 인간의 시간이 짧고 격렬하지만 허무했다면, 자연의 시간은 길고 부드러우며 은은했다. 물론 사라지는 입장의 인간이라면 그 둘의 차이점을 조용히 음미하는 건 힘들지도 몰랐다.


음식냄새는 한때에 시들지만, 향기는 영원하다.


‘결국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끝날 것인가?’


지성을 가진 대가. 인간의 마지막 결말.

스스로를 위해 살다가 자기만을 바라보며 사라지는 존재.

그들의 마지막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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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대놓고 쓴 카페알파 오마쥬입니다. 물론 예전부터 혼자서 이런 짓 자주 하긴 했어죠. 풍경 찾아 (사진찍으러) 다니는 게 취미거든요.


날씨 좋은 날 카메라 하나 들고 용호동 신선대에 가면 가끔 대마도가 보입니다. 사실 거기서도 보이면 태종대에서도 보이긴 해요. 그렇지만 태종대는 확 뚫렸다는 느낌이 없어서... 나름 신선대를 애용하는 편입니다. 이번 추석때 승학산에 갔는데 대마도 야경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날 좋으니까 정말 환상의 야경이더군요.




그럼. 항상 건강하시길.


From PlasmaKNight.(I.N)

Written By PlasmaKNight.(I.N)


이상, 제 4의 기사 플라즈마 나이트였습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일반 (gon)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8-0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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