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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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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나
작품등록일 :
2008.05.02 17:23
최근연재일 :
2008.05.02 17:23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13,812
추천수 :
265
글자수 :
510,481

작성
07.12.25 16:09
조회
776
추천
3
글자
10쪽

나는 걸어갑니다 -번외 (17)

DUMMY

“대단하시오.”

“그쪽도 대단해.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야. 하지만 말이야. 이게 전부라면 자네에겐 조금 실망할 것 같아.”


도발. 그리고 추신태의 쓴웃음. 슬슬 시간이 되었음을 느껴가는 나였다.


“그럼 이제부터 보여주지. 국가규모 대응급 사바소니언의 진정한 싸움을.”





이제 싸움을 끝내리라 마음을 먹었다. 사실 더 즐길 수도, 더 맛볼 수도 있었지만 쾌락 원칙으로 전투를 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상대방의 실력도 거의 확인했으니 결론을 내릴 차례가 온 것이다.


“왜 국가규모 대응이라고 했을까? 이건 단순히 개인의 강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 사실 아무리 강한 사바소니언이라도 일개 군단 이상을 상대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이 경우에는...”


몸 주변으로 흩어지던 사바소가 빠르게 칼을 중심으로 모였다. 그리고 한동안 칼에 멈춰있던 사바소는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가 더 거대한 검을 형성했다.


“사바소의 힘이 국가규모의 대응을 끌어낼 정도로 다방면에 미친다는 얘기지.”


깨고 얘기하면 물리적 간섭력에 있어 군단규모 대응급(S-C)과 국가규모 대응급(S-N급)은 그 전 단계에서 통용되는 2배수의 법칙이 통하지 않았다.(보통 한 단계 당 2배의 차이가 남) 보통의 경우 N급을 받은 사람‘들’ 중 대부분은 C급과 거의 비등하거나 조금 더 나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바소의 활용 그 자체가 전술이 아닌 전략 수준이 되면서 그 대응 역시 국가규모로 커져야만 했다.


“예를 들면, 경비를 뚫고 침입해 주요 시설물을 박살내고, 유유히 탈출할 수 있다면?!”


땅의 무언가를 파괴하기는 싫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상대에게 강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면 내 마음 속 어딘가가 그를 죽이지 않고 끝낼 방법을 찾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가령 힘으로 굴복시킨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강물같이 흐르는 사바소를 타고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사바소가 갈 수 있는 곳이면 신체상의 제약은 없었다. 녹아드는 몸은 푸른 강물을 타고 순식간에 푸른 하늘로 섞이듯 날아올라, 거대한 사바소의 검을 휘두를 준비를 끝냈다.


순간 아래쪽에 당황한 추신태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개의치 않고 사바소를 휘둘렀다.


“!!”


전혀 무게감 없이, 질량감 없이 이루어진 일격에 댐이 두 조각났다. 덩달아 차있던 물 역시 크게 갈라지며 또 한 번 바닥이 드러났다. 그렇게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을 느끼며 추신태를 - 가까스로 공격을 피한 - 향해 낙하했다. 그는 쪼개진 댐을 어이없는 듯 바라보다가, 다가오는 날 보며 이빨을 깨물었다.


“도대체-!”


그리고 추신태가 내 검을 받은 순간. 폭풍은 또 다시 몰아쳤다. 그 폭풍 속에서 잠깐을 버티던 추신태는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숲 저편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나무들이 튀어 오르며 하나의 길을 만들었다.


‘휴우.’


물론 이 공격으로 죽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정도 승부가 났을 거라 예상했다. 이제 공격 때문에 흐트러져 있던 사바소를 정리하고 추신태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죽지는 않았겠지.’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쓰러진 나무들이 만든 궤적을 따라 움직였다. 날아가면서 몇 번을 뒹군 듯, 지면 곳곳에는 작은 크레이터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수수깡처럼 부서진 나무들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약간의 후회를 가지게 했다. 힘 조절을 좀 할 걸 그랬나.


“......”


궤적의 끝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그러진 풍경에 마음도 덩달아 일그러졌다. 더구나 내 마음을 더욱 크게 꼬아 놓은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추신태의 부재다. 놀라웠다. 충격이 컸을 텐데 아직까지 움직이다니.


그러나 분명한 건, 추신태가 아직 전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주변에서 기척을 감추고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겠지.


여기서 그의 승부근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힘 싸움이나 정면 승부는 포기했지만, 추신태는 승부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나에게 그저 짜증으로만 다가왔다. 물고 늘어진다고 해서 하늘과 땅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추신태-! 이제 그만 포기하지 그래-!!”


사실 이건 포기하라고 종용하기 보다는 기척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함이 더 컸다. 그러나 이런 나의 외침에도 기척의 변화는 전혀 없었다.


‘좋아. 해보겠다 이거지.’


상대방의 기분을 확인하자 갑작스레 오기가 생겼다. 결국 힘의 차이를 보여주어 곱게 끝내겠다는 계획을 수정, 완전한 승부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나오지 않겠다면 이쪽에서 가겠다-!!”


난 허공에서 한 바퀴 돌린 칼을 땅에 꽂은 다음 그곳에 사바소를 집중시켰다. 그렇게 사바소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땅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주변 중력 역시 간섭받으면서 자잘한 조각들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누구라도 이 광경을 봤다면 느꼈을 것이다.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죽지 마라!!”


그리고 난 부여잡기 힘들 정도로 모은 사바소를 주변 공간으로 방출시켰다.


디멘션 컬랩스(Dimension Collapse).


보통 D.C 혹은 그 약어에서 다카포(처음으로 돌아가다), 아니면 공간 붕괴라고 부른다. 공격은 광범위한 공간 간섭을 통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어떤 물질’을 붕괴시키는 것으로 이루진다. 물질의 강성 등 여타 특성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구조물 같은 부피가 큰 물체의 파괴에 사용된다. 원리는 간단하다. 방출한 사바소로 공간을 채운 다음, 채 썰듯 공간을 잘게 나누어버리면 간단히 오케이. 사바소 실드나 캐논의 대규모 확장판 정도로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물론 그 가능자는 그야말로 소수. 카타클리즘 당시 S급 중에서도 나를 비롯한 몇몇만이 시설물 파괴가 가능한 D.C 사용자였다. 아무튼 D.C의 반경에 들어온 직경 1km 내의 모든 물질은 잘게 쪼개지고 있었다. 힘의 작용 정도가 강한 내 주변부는 그야말로 가루가 되었고, 먼 곳의 경우 정도가 약하긴 해도 도마 위의 어슷썰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놈은 어딜 간 거야?’


문제는 작용 반경 어디에서도 추신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분명 그 정도 사바소니언이라면 죽지는 않을 텐데. 팔다리가 날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공간 간섭으로 제 몸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위치도 드러날 터이고. 헌데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말은...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뜩였다.


“!!”


지금까지 기척을 숨겨왔던 추신태의 검이 날아왔다. 힘이 미치지 않는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짧은 시간에 그만큼 땅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정확히 사바소의 개방 타이밍을 잡고 공격해온 것도 놀라웠다.


‘젠장.’


피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이 공격은 정확히 내 심장을 관통할 것이다. 동시에 웃는 표정의 추신태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약간의 저항감과 함께 칼이 몸으로 들어옴을 느꼈다. 뒤이어 신경을 타고 미칠 듯 한 전기 자극 역시 함께 올라왔다. 관통상이 정말로 오래간만이라는 생각과 함께.


“크윽...”


칼이 깊숙이 들어올수록 추신태와 나와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그의 얼굴 - 잔 상처가 가득한 - 에는 뭔가 이루었다는 환희가 가득했다. 지금까지 본 얼굴 중에서는 아마 제일 망가진 것 같긴 한데. 암튼 자기감정에 충실해 보이는 모습이 꽤 이채로웠다.


“이럴 수가...”


약 4초 정도가 흐른 뒤, 추신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자기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는 뜻인가.


“잘 했어. 추신태.”

“내가... 당신을 찌른 것이 맞습니까?”

“보시다시피 사실은 사실이야.”

“당신도... 죽는 것입니까?”


이 질문에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이걸 입으로 답변하기는 조금 이상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환희의 시간을 방해해서 좀 그렇긴 하겠군. 하지만 더 끌 필요는 없어 보여서.”

“??”

“승부에 대한 결과는 본인이 판단해도 상관없어. 정말 잘 싸웠으니까. 하지만 자네가 내 생명을 거두어가기는 조금 이른 것 같군.”

“!!”

“안타깝지만 사바소에 녹은 신체를 벤다는 건 불가능해.”


왼팔을 접었다. 그리고 추신태의 사바소 소드를 잡고 천천히 앞으로 빼기 시작했다. 팔이 펴질수록 칼은 점점 밖으로 나왔다.


“어, 어떻게!!”

“아까 말한, ‘유유히 탈출 한다’는 말은 이런 거야. 시설물 파괴에 적들이 달려와도, 이 상태가 지속되는 한 내 몸에 상처를 입히지는 못하니까.”


푸른 안개. 푸른 강. 이는 단순히 사바소의 색을 뜻하는 것이 아닌, 형체를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영원하지는 않지. 기껏해야 30분 정도? 하지만 그 시간이면 추적 범위 밖으로 탈출할 수 있으니까.”


칼이 다 빠졌다. 그렇게 흑색의 검은 완전히 밖으로 빠져나왔고, 그것이 낸 상처는 빠르게 메워졌다.


“잘 싸웠어. 정말로. 아무도 거기까지 숨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이걸로 승부를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데.”


챙그렁 소리와 함께 사바소 소드가 땅으로 떨어졌다. 놀란 표정의 추신태는 한동안 비틀거리다가 모래가 되어버린 바닥에 양 손을 짚고 쓰러졌다.


‘휴.’


-------------------------------------------------------



시험 끝나고 바로 알바를 시작했습니다.ㅡㅡ;;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분량도 부족한데 급한 일이 생겨서 부랴부랴 올리고 가네요.







그럼. 항상 건강하시길.


From PlasmaKNight.(I.N)

Written By PlasmaKNight.(I.N)


이상, 제 4의 기사 플라즈마 나이트였습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일반 (gon)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8-0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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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54 Ehrlich
    작성일
    07.12.25 16:19
    No. 1

    우왕, 정말 오랜만이십니다아ㅠ
    급한일이라니 뭔진 모르겠지만 잘 해결하시고 또 써주세요!<-
    그리고, 사바소에 신체 녹이기()라니 엄청 유용해보이는!!
    하지만 역시 아무나 못하겠죠ㅎㅎ
    잘 읽고 갑니다. 건필하시고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키리샤
    작성일
    07.12.25 17:16
    No. 2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젤라헬2
    작성일
    07.12.25 20:50
    No. 3

    항상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하얀별빛
    작성일
    07.12.25 21:47
    No. 4

    오랫만이에요 플나님^^
    역시..인간이 아니었어..ㅋㅅ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뭐지
    작성일
    07.12.26 11:33
    No. 5

    잘 보고 갑니다...너무 오랫만이시네요....자주 좀 올려주세요...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transistor
    작성일
    07.12.31 21:20
    No. 6

    결국 지금까지 연재된 거 다 보고 말았습니다... 다음 편은 언제 올라올까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08.04.19 12:31
    No. 7

    그냥 사바소 자체로군요. 정말 신급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민아리
    작성일
    09.10.21 18:04
    No. 8

    본편은 저물어가는 해를 그냥 지켜만 보고 있어 안타까움과 그리고 쓴 맛과 약간의 기대를 담고 봤다면 외전은 몇번이나 말했지만 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하얀별빛
    작성일
    12.10.21 22:11
    No. 9

    그러게요, 치고박고 싸우고..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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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걸어갑니다 -번외 (17) +9 07.12.25 77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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