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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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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나
작품등록일 :
2008.05.02 17:23
최근연재일 :
2008.05.02 17:23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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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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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0,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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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1.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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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나는 걸어갑니다 -번외 (16)

DUMMY

4화 : 듀얼(Dual).


듀얼에 앞서 리그레드 소령의 부대를 해결해야만 했다. 물론 적이 가진 모든 병기를 무력화시킬 정도의 사바소를 보여주었기에 함부로 공격당할 일은 없었다. 그래도 뭔가 제대로 된, 공식적인 듀얼 선언을 할 필요가 있었다. 잠깐 생각한 나는 뒤쪽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리그레드 소령에게 다가갔다. 그는 다가오는 날 보고 깜짝 놀란 듯 했지만, 나는 그걸 무시하고 손을 내밀었다.


“김현하입니다.”

“......”


반응이 늦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악수를 할 수 없기에 그런 것일까. 딱히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상적인 듀얼을 위해서라면 이 사람의 협조(?)는 필수적이었다.


“카탈리스트 우주작전사령관 준장 김현하입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결국 내 손을 잡았다. 물론 손에는 껄끄러움이 가득했다.


“천우회의 소령 리그레드 리판사이요.”

“반갑습니다. 리그레드 리판사이 소령. 일단 카탈리스트와 천우회 사이에 체결된 정전 협정에 대해 상기시켜드릴 필요가 있겠군요.”

“......”


하긴 이런 내 주장에도 억지는 많았다. 500년 전 카타클리즘의 끝과 함께 사라진 조직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부터가 억지였고, 개인을 조직이라고 우기는 것 역시 억지였다. 그러나 아직 내가 살아있기에 카탈리스트의 이름은 살아있었다. 그리고 카타클리즘을 아는 모든 하늘의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리그레드 소령은 내 예상대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뭔가 체념한 듯 대답했다.


“좋소. 쌍방 간의 협약에 의거, 적대적 행동은 취하지 않겠소.”

“협약 준수에 감사드립니다.”


나름 큰 미소를 보이며 악수를 마쳤다. 그리고 나는 추신태를 데리고 선우설란 부중대장 앞에 섰다.


“쌍방이 듀얼을 받아들였으니, 여기에는 증인이 필요합니다.”

“그럼 제가?”

“네. 일단 이 일에 대한 기록 및 구체적인 룰을 서로에게 인지시켰다는 증거가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전 듀얼 룰을 모르는 걸요.”

“괜찮아요. 어차피 자세한 건 제가 말씀드릴 터이니.”


눈을 감고 옛날 일을 떠올렸다. 하나... 둘... 그렇게 긴 심호흡을 하고 룰을 문장으로 만드는 걸 끝낸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금일 동 시간을 기해 카탈리스트 우주작전사령관 준장 김현하와 천우회 추신태 소령과의 듀얼이 행해짐을 선언합니다. 이것은 쌍방 간의 전투력의 우위를 겨루고 또한 서로에 대한 정당한 승부를 행함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이상의 듀얼은 다음과 같은 룰을 따릅니다.


첫째. 오늘 일어난 일의 결과에 대해 조직적인 대응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모든 배후 처리는 천우회에서 담당하도록 한다.

셋째. 승부는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생명을 거두는 순간까지 지속한다.

넷째.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공식적인 루트를 통하여 전달한다.


이 정도가 보통 규정되었던 룰이죠. 두 번째의 경우에는 원래 양 측이 나누어 처리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땅이 그걸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세 번째는... 뭐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말을 끝내면서 양 손을 펼쳐 동의를 물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추신태와 선우설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부중대장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다만 고통 때문인지 큰 소리로 말하지는 못했다)


“좋아요. 지금부터 두 사람의 듀얼이 이루어짐을 선언합니다. 룰은 이의가 없으므로 김현하 준장의 말씀대로 그대로 진행합니다. 헌데...”

“헌데?”

“장소는 어디로 하실 건가요?”


아. 장소.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곳이 있었다. 이곳 마을에서 할 수는 없으니...


“댐에서 하죠.”


S급 사바소니언들의 싸움은 그야말로 폭풍에 가깝다. 음속을 뛰어넘는 쌍방의 속도와 엄청난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바소.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에 남아나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최초 사바소니언 각성 이후 카탈리스트 초기에 이오타와 겨룬 싸움만 보더라도, 마을 구획 하나 둘 날리는 건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결국 이런 피해를 견딜 수 없어 카탈리스트의 본거지가 옮겨질 정도였으니)


당시의 내가 타 사바소니언과 비교해 사바소의 단위가 달랐다고는 해도, 항상 수적으로 열세였던 만큼 쉬운 싸움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때문에 죽을 고비도 수차례 넘기기도 했었다.


‘무슨 정신으로 그럴 수 있었는지.’


속으로 투레질을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목숨을 거는 것에 별 두려움이 없었다. 그만큼 이상에 대한 나의 의지는 강했던 것이다. 허나 지금은? 지키고 이루어나갈 무언가가 사라지는 지금은... 사실 모르겠다. ‘승부는 생명을 거두는 순간까지’라는 구절을 읊었음에도 아무런 감흥도 없는 건 내 마음도 완전히 무뎌졌다는 말이 아닐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덧 댐 위에 서 있었다. 난 뒤쪽으로 구경(?)하러 온 다수의 병사들을 보고 크게 소리쳤다.


“죽고 싶지 않으면 1km 밖으로 떨어져요-!”


추신태 역시 못마땅한 듯 같이 온 부중대장에게 뭔가를 이야기했다. 그녀는 수긍의 표정을 지으며 뒤로 돌아서 무전기를 들었다. 그리고 날 향해 다시 돌아서서 말했다.


“일단 후퇴 권고를 했습니다. 10분 뒤에도 1km 안에 존재하는 병사의 생명은 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아요. 그럼 시작은 10분 뒤에 하죠.”


준비는 급하게 이루어졌다. 수송기가 날아와 부중대장을 비롯한 병사들을 실어가고, 이제 남은 사람은 댐 위에 마주보고 서 있는 나와 추신태 두 사람밖에는 없었다.


“3분 정도 남았나요.”

“그렇소.”

“그만둘 의향은 없습니까?”

“지금 그만둬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건 사는 것이 아닐 것이외다.”

“......”


뒤이어 침묵의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3분이 흘렀음을 확인하고 동전 하나를 손에 쥐었다.


“동전을 중간에 던지겠습니다. 이게 땅에 떨어지는 순간 시작입니다.”

“좋소.”


핑 소리와 함께 내 손을 떠난 동전이 빙글빙글 돌면서 하늘을 향했다. 나의 모든 신경은 동전을 향했고, 이는 추신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포물선의 동전을 중심으로 나와 추신태는 서로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것 말고 엄청난 파공음을 일으키며 두 개의 검이 맞붙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퍼진 두 개의 사바소가, 섞이지 않는 연기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청색. 그리고 백색.


‘호오.’


보통 사바소 소드의 색은 사용자 사바소의 색을 반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추신태는 검의 색과 사바소의 색이 완전히 달랐다. 그것도 흑과 백이라는 극과 극을 보여주고 있었다.


곧바로 초음속으로 움직이는 검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내가 완전히 다른 색의 두 사바소를 보며 놀란 만큼, 추신태 역시 일반 사바소 소드가 아닌 실검(實劍)을 보고 놀란 듯 했다. 그렇게 서로간의 표정을 눈에 담아가며, 두 자루의 검이 만드는 호는 완전한 모양을 그리지 못하고 끊어지고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한 번의 큰 공격이 서로 부딪혔을 때.

퍼져나간 충격파에 댐 좌우측 숲의 나무 수십 그루가 걷어차인 듯 쓰러졌다.


“역시. 허명은 아니었소이까.”

“이 정도에 끝났다면 카타클리즘은 없었겠지.”


뇌 속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을 느끼며 거칠게 대답했다. 추신태 역시 확장된 동공으로 날 바라보며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마 저런 표정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투를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광기의 순간을.


“그럼 계속해 볼까?!”

“좋소이다-!”


튀어 나가는 검의 풍압. 더구나 그것이 공간을 왜곡시킬 만큼의 엄청난 위력을 가졌고 더구나 상대방 역시 그러하다면 주변 지형지물은 남아나는 것이 없다. 이러한 원칙은 지금도 충실히 지켜져, 빗나간 검의 휘두름에 댐의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마치 순두부 썰리듯 베어져 나가고 있었다.(물론 수량이 적어서 이 정도의 피해에 문제는 없었... 젠장)


이내 댐 위의 공간만으로 부족해진 나와 추신태는 필드의 범위를 주변 호수까지 넓혀 버렸다. 댐 아래로 뛰어 내려 호수에 착지한 내 위로 역시 추신태가 뛰어 내렸고, 그의 하강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자 충격파로 인해 호수 바닥이 보일 만큼 물이 주변으로 솟구쳐 올랐다.


마치 거대한 해일이 일어 파도가 친 것 마냥 넘실거리는 호수, 그 파도의 끝을 밟으며 나는 종횡무진 공격하고 또 공격했다. 추신태 역시 한 치도 지지 않을 기세로 내 공격을 받아내며 거의 동급의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호수 주변의 나무들이 수수깡처럼 치솟아 오르며 지형까지 슬슬 바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할 때, - 이대로는 승부가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 추신태가 뭔가 준비하기 시작했다.


‘설마?’


칼을 들지 않은 그의 왼손을 중심으로 백색의 사바소가 폭풍처럼 모여들었다. 손바닥의 중심을 향해 소용돌이치던 사바소는 이내 하나의 완전한 하나의 결정체가 되었다.


‘사바소 캐논이다!’


이내 백색의 작은 결정체는 날 향해 날아들었고, 나 역시 손을 하나 비우고 방어를 위해 사바소를 모았다.


‘생각 외로 대단한데.’


공간을 찢어발기는 엄청난 위력은 나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렇다고 여기에 당해서는 체면이 서질 않았다. 급하게 모으긴 했지만 똑같이 공간 왜곡으로 대응, 상대방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렇게 공간 왜곡이 일어날 때 나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이상했다. 뭔가 부서지지만 막상 지나고 보면 아무렇지도 않는. 소리에서 오는 상실감과 정상적인 결과는 묘한 위화감을 주곤 했다.


폭발의 연기가 슬슬 가질 즈음, 갑자기 그 사이로 추신태가 나타났다. 와. 이런 것도 할 줄 알았나?! 그러나 이미 준비를 마친 난 당황함 없이 대응했고, 남은 연기를 뚫고 나오며 연이어 칼부림이 계속되었다.


“대단하시오.”

“그쪽도 대단해.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야. 하지만 말이야. 이게 전부라면 자네에겐 조금 실망할 것 같아.”


도발. 그리고 추신태의 쓴웃음. 슬슬 시간이 되었음을 느껴가는 나였다.


“그럼 이제부터 보여주지. 국가규모 대응급 사바소니언의 진정한 싸움을.”


-------------------------------------------------------


주말 연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항상 건강하시길.


From PlasmaKNight.(I.N)

Written By PlasmaKNight.(I.N)


이상, 제 4의 기사 플라즈마 나이트였습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일반 (gon)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8-0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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