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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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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나
작품등록일 :
2008.05.02 17:23
최근연재일 :
2008.05.02 17:23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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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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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글자수 :
510,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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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0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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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29쪽

나는 걸어갑니다 18화 (1)

DUMMY

18화 : 폭풍.


다음날 눈을 뜬 건 정오가 다 되어서였다. 술을 많이 먹은 탓일까. 속은 부글거리고 몸은 피곤했지만, 배가 너무 고팠기에 휘청거리면서 계단에 발을 올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일어났는지 분주함이 아래층에서 흘러나왔다.


“일어나셨어요?”

“어. 언제 일어났냐?”


점심 준비에 한창인 정빈이의 모습을 보면서 난 테이블에 걸터앉았다. 여기서 찌개를 나르던 나린이가 내 질문에 대답했다.


“10시쯤 일어났어요.”

“깨우지 그랬어.”

“너무 곤히 주무셔서, 휘미래 언니가 그냥 두라고 하시던 걸요.”


나린이가 웃으면서 내 앞에 찌개를 내려놓았다. 잠시 뒤 정빈이가 쟁반에 밥을 받혀 가지고 왔다. 그런데 놀라운 건 황철규 대장도 이 상차림을 돕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역시 쟁반에 올린 반찬 몇 개를 가지고 왔다.


“요리라면 꽤 즐기면서 합니다. 취미 중 하나죠.”

“이야. 대단한데.”

“현하 너보다 낫다-!”


멀리 주방 쪽에서 들려온 휘미래의 말에 난 황철규 대장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대장 역시 웃으면서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500살이 넘는 할아버지가 앞치마에 두툼한 장갑을 끼고 주방일을 하는 모습은 역시 이채로웠다.


크게 기지개를 펴고 고개를 빙글빙글 돌렸다. 우드득 소리가 나면서 뻑뻑하던 목이 좀 풀렸다. 눈에 붙은 눈곱도 좀 떼고, 이리 저리 시선을 돌리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


비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난 한동안 멍하게 창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휘미래의 집에서 비를 보는 것은 참으로 오래간만이었다. 이런 내 표정을 보았는지 어느새 휘미래가 내 옆에 서 있었다.


“비를 보는 건 오래간만이지? 특히 이 창으로 말이야.”

“어.”

“장마도 지났는데. 그래도 비는 내려야 되겠지.”


비는 창에 무수한 세로선을 그었다. 하나하나는 작은 방울일 뿐이지만, 모이면 그림이 완성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그림은, 저 뒤쪽의 회색 캔버스와 맞물려 마음마저 무채색으로 바꿔 버렸다.


이번에는 초점을 캔버스에 맞췄다. 순식간에 선명한 외곽선을 찾아가는 구름과 바다. 울렁이는 흑백 사진은 수평선으로 쫙 쪼개져 있었다. 이런 단조로운 구도에 다양함을 선사하는 것은 비의 세로선이었다. 물론 창에 그려진 그림은 보일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웠지만, 스르륵 흐르는 물방울만으로도 충분한 변화가 되었다.


“밥은? 배고프지 않아?”

“먹어야지. 솔직히 죽겠어.”


강해진 바람 탓일까. 파도는 저 아래에서 굉음을 지르는 중이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은 비의 궤도마저 바꿨다. 빗줄기는 이리저리 휘날리면서 창의 그림에 여러 각도의 대각선을 추가했다. 꼬리를 길게 남기고 창 모서리에 멈춘 물방울은 흔들리는 정원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의 원안에 비친 회색빛 세상은, 동그랗게 몸을 말고 뭔가를 기다리듯 웅크리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점심 준비 끝나가니까.”

“고마워.”


갑자기 흔들리는 창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던 것 같지만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난 창을 잡듯이 머리를 기댔다. 움직임이 좀 덜해지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떨리는 건 내 머리였다. 바람은 내 머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세차게 창을 흔들었다.


난 과연 언제부터 하늘을 바라봤던 걸까.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하늘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구름이 있고, 태양이 있으며, 변화무쌍한 비와 바람과 눈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쭉 보면서 살아온 내가 지금도 자연에서 새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왜 계속 걸어가는 걸까.


‘죽지 않는다고?’

‘어.’

‘왜? 그렇게 오래 살아서 뭐 하려고 그러는 거야?’

‘좋잖아. 그리고 뭐랄까, 솔직히 진실에 다가가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나 짧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그저 바람처럼 살면서 세상과 자연을 향해 걸어가면, 언젠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여러 개의 빗물을 머금어 커진 방울 하나가 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동시에 내 눈에서도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 내려왔다. 슬픔. 그래. 이건 슬픔이다. 500년도 더 잊고 살았던, 잊으려고 했고 잊었다고 생각했던 슬픔이다.


“현하...”


비친 창을 통해 눈물을 본 휘미래가 조심스럽게 날 불렀다. 그러나 난 그냥 테이블에 엎드려버렸다. 간신히 500년을 느끼고 몸에 새겨 카타클리즘도, 이오타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다고 느꼈는데. 나의 마음과 눈물은 제멋대로 과거로 돌아가 버렸다.


떠오르는 기억은 잔인하게 세월의 끈을 찢어버린 것이다.


처음 정빈이를 보고 놀란 마음도 이제는 진정시켰다고 생각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내 착각이었다. 황철규 대장이 들려준 노래 한 곡에, 그 5분짜리 노래 한 곡에 카타클리즘은 어제의 일이 되고 말았다.


분노. 어떤 분노.

상실의 분노. 부조리에 대한 분노.

이러한 분노에 잔불이 남은 가슴은 다시금 시뻘건 속을 드러내며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하늘에 여전히 남아있는 이오타의 잔재. 그녀의 복제는 아직까지도 SSG의 중추로서 사용되고 있었다. 무엇이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한 답은 모호했고,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내 기억과 가치판단뿐이었다.


‘황철규 대장. 들어가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정빈이 말이야. 그 아이도 SSG의 중추였나?’

‘...!!’


어젯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나는 황철규 대장을 불러 세운 후 정빈이에 대해 물었다. 그는 내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물론 처음에는 SSG의 코어로 사용되기 위해 복제되었습니다만, 성장 단계에서 빼돌린 경우입니다.’

‘그런 것이 가능한가? 모함 SSG의 코어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생각했을 텐데.’

‘이오타는 뛰어난 사바소니언이기 이전에 최강의 탐파우 파일럿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 비밀에 접근에 접근할 수 있는 함대 사령관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단순히 SSG의 코어로 이용하는 것 외에도 탐파우 파일럿으로 이용하는 것 역시 전력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용도 전환은 그녀에 대한 반감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처음에는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이건 거의 금기에 대한 도전이었으니까요. 허나 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어쩌면 그녀는... 당신과 하늘을 잇는 유일한 끈이니까요.’

‘복제인데도?’

‘차후 그건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정빈이는 이오타의 피를 지녔고, 땅을 볼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땅으로 내려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지금처럼 말이죠. 물론 당신이 그녀를 보는 눈에서 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그 과거의 이오타를 그리워하고 있고, 지금 눈앞의 정빈이는 스카이피아의 소령 손정빈일 뿐이지 않습니까.’

‘... 맞아.’

‘그리고 정작 당신을 과거로 돌린 건, 제가 가장 효과가 없을 거라고 믿었던 이 뮤직 플레이어였죠.’


배는 매우 고픈 상태였다. 하지만 실상 숟가락을 들고 나니 식욕이 뚝 떨어졌다. 결국 깨작거리면서 겨우 밥 한 공기를 비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베란다로 나갔다. 여기는 평상시에는 별로 쓰지 않는, 창고에 가까운 공간이다. 허나 비가 오는 날이면 바다를 보면서 차를 마시는 곳으로 변한다. 난 의자 하나를 대충 털고 그곳에 몸을 기댔다. 이때 휘미래가 티가 든 잔 두 개를 가지고 다가왔다.


“몸은 어때?”

“이제 괜찮아.”

“자. 레몬 티.”

“어?!”

“요번에 배가 들어왔었어. 그래서 조금 사뒀지.”

“이거 고마운데.”

“별 말씀을.”


글라스를 기울여 티를 입에 집어넣었다. 레몬의 향과 맛이 입안 가득하게 울렸다. 비 내리는 날씨는 레몬같이 상큼함은 없지만, 그 뒤로 느껴지는 차의 중후한 맛과 비슷함을 풍겼다. 반면에 어제 맑은 날씨는 레몬맛과도 같았다. 서로 상반되는 두 날씨의 느낌. 난 의미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때 옆에서 휘미래가 나에게 물었다.


“결국 과거로 돌아가나?”

“어.”

“분노하기로 결심한 거야?”

“그건... 글쎄. 잘 모르겠는걸.”


비가 강해지면서 일순 시야가 막혔다. 강한 빗줄기는 멀리 있는 사물의 색을 희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검은 카펫처럼 울렁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멀리 추락한 모함의 옆에서 부서지는 파도는 자신이 또 다른 색을 가졌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원경은 마치 흑백사진 같았다. 그렇지만 베란다 가장자리에 난 풀들은 여전히 왕성한 녹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 둘 맺힌 물방울이 떨어질 때 마다, 풀잎은 살아있는 것 같이 꺾어짐과 돌아옴을 반복했다.


천둥이 쳤다. 바람이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이내 하늘을 떨게 만드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벼락이 구름 사이를 지나갔다. 번쩍이는 나뭇가지 같은 전격(電激)의 흐름은 검은 구름을 하얗게 빛낸 후 사라졌다.


“태풍이 오나?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휘미래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도 덩달아 고개를 들어 구름을 바라봤다. 수평선마저도 가득 메운 구름은 빠른 속력으로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럴 때만 하늘에는 입체감이 가득했다. 이건 구름이 많기에 가능한 것이다. 보통의 맑은 날은 저것이 구름의 옆면인지, 아랫면인지, 멀리 있는지, 가까이 있는지 애매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냥 아주 멀거나 가깝지 않은 이상 자세한 구분은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뚜렷한 명암 대비를 지닌 구름이 하늘을 가득 매우면 그 느낌은 달라졌다. 더군다나 잔뜩 내려온 구름이 뒤쪽의 산을 지나가면서 그 정상을 가려버리면, 하늘의 존재감은 더더욱 커졌다. 산은 하늘에서 내려온 하나의 발이 되어 대지를 밟고 서 있었다.


“묻고 싶은 게 있어.”

“어떤 거?”

“하늘은 어떻게 할 거야? 정말 황철규 대장 말대로 하늘을 전부 없애버리는 데에 협조할 거야?”

“어떻게 들었냐?”

“내 귀가 좀 밝긴 하지.”

“그런가. 뭐 솔직히 나도 그 방법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긴 해. 기억하는 존재를 모조리 날려버림으로써 잊어버리겠다는 생각은.”

“그러면?”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이곳을 지키는 일이야. 하늘을 전멸시키는 일은 그의 몫이고.”

“그러나 거기에 동조한 것도 사실이지.”


수 천 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내 생각도 조금씩 바뀐 모양이었다. 4000년 전과 같았다면 목숨을 걸고 반대했겠지만... 어쩐지 지금의 내가 그 사람을 닮아간 건 아닐까?


지금 인간의 삶은 마지막을 걷고 있다. 이것으로 고리도 완전히 끊어질 것이다. 그것을 지속시킬 존재가 사라지기에.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육과, 전쟁과, 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조금 가혹한 결말이 아닌가.


“뭘 그렇게 생각해?”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군.”

“당연하지.”


결국 인간의 그러한 죄의 고리는 인간의 생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고 말았다. 난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면서도 언젠가 끊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여긴 순간, 내 마음은 모순이 되고 말았다.


‘믿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다’

‘뭘 믿으란 말입니까?’


결국 멸종되는 다른 동물들같이 인간도 멸종된다는 사실을? 그러면서 그제야 고통과 죄의 고리를 끊는다는 사실을? 이무아라이트Imuarite의 주인이 나에게 한 말이 그림같이 떠올랐다. 그는 마지막 순간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놔둬라. 그대로 놔둬라. 지금 살아 있음을 보이는 것이 진실이니까. 그걸 바꾸려고 드는 건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인간의 삶이 고리라면, 그 고리가 인간의 진실이 될 터이니...’


존재를 믿어라. 그리고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본질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걸 믿어라.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고, 네가 바라보아야 할 광경이며, 기억해야 할 모습이다.


이 말에 나는 외쳤다. 지금까지 바라본 세상에서 느낀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 이미 내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하나의 목소리를 향해.


‘하지만 결국 인간의 본질은 바르게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아니다. 그들은...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 걸음의 그때까지도. 끝까지 걸어가는 그때까지도.

노력이야 말로 인간의 본질이니까.


“...!!”


설령 지금 마지막 걸음을 내닫는다고 해도, 변해가고자 하는 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인간은 노력할 것이다. 지금은 불완전하지만 언젠가 완전해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네가 나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그렇지만... 그렇지만!!’


난 네가 계속해서 인간을 믿어주길 바란다. 그가 하지 못했던 일을 말이야. 그리고 그 믿음을 가지고 걸어가는 인간의 마지막 발자국을 바라 보거라.


서로를 믿지 않는 인간들을 위해서... 그들을 믿어 주어라.





“들어갈까? 바람이 세지고 있어.”


생각에서 날 깨우는 휘미래의 부름이었다. 나는 떠올랐던 외침의 조각들을 지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들어가지.”


잠잠해지리라 믿었던 바람은 더더욱 거세졌다. 창틀의 흔들림이 강해지고, 풀들이 바람에 거친 잠을 잤다. 더구나 심한 비까지 몰아치면서 상황은 악화되어갔다. 이런 주변 환경의 변화에 다른 사람들은 걱정했지만, 정작 집주인인 휘미래는 느긋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밖으로 나간 후에 덧창문을 닫았을 뿐이었다.


“괜찮아. 이 정도로는 상관없어.”

“하지만 바람이 센데요? 더군다나 해안가의 높은 언덕이잖아요.”

“걱정 하지 말라니까. 여기서 한 두 해 산 것도 아니고. 아마 무너질 녀석이라면 지금쯤 있지도 않았을 거야.”


물론 난 이유를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이 집은 내가 지은 것이니 말이다. 물론 내가 지었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는 정빈이를 향해서 말했다.


“괜찮아. 이거, 하늘의 수송선을 개조한 거야.”

“네?!”

“겉보기에는 보통 나무로 된 집 같지만... 프레임은 수송선이야. 추락해서 버려진 걸 골라서 땅에 파묻은 후에 개조했지. 한 60년 정도 되었군.”

“......”

“뭐 나름대로 운치 있는 모양이지? 내가 이쪽으로는 감각이 별로 없어서 영 시답잖긴 하지만 말이야. 하하.”


날은 천천히 어두워졌다. 보이지 않는 해의 떨어짐과 두꺼운 구름은 차가운 느낌을 흠뻑 던졌다. 알게 모르게. 알아챘을 때는 늦을 정도로 주변의 사물들이 모습을 감췄다. 가끔 구름의 사이로 희미한 주황색의 광선이 지나가지만, 이건 눈으로 볼 수 없었다. 그저 피부로 스쳐 지나가는 미세한 색온도의 변화를 감지할 따름이다.


색감이 진한 풍경이 계속되었다. 아마 이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어둠이 주변을 감쌀 것이다. 이미 거실 안의 전등은 켜져 있다.


의자에 앉아 덧창문의 틈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다가오는 구름의 위압감과 그 거친 모습을 눈에 담은 후 차를 입에 넣었다. 벌써 이걸로 세 잔째다. 이제 레몬 맛에 질릴 만도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


“현하님.”

“응?”


옆에 다가온 정빈이가 의자를 당겨 내 옆 가까이에 앉았다. 보통 이렇게 말을 걸면서 붙을 때는 다 이유가 있는데... 보통 그 이유란 거의 다음과 같았다.


“옛날이야기 해 주세요.”


이오타와 비교해서 확실히 다른 점이다. 옛날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점. 하지만 지금은 사색 중. 말이 길어지면 귀찮기에 대충 둘러대기로 결심했다.


“어떤 거?”

“사람이 하늘에 간 까닭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까닭? 그건 잘 몰라.”

“그럼 사람이 하늘로 간 후 바로 전투가 일어났나요?”

“그건 아닐 걸. 전설에 따르면...”

“전설이요?”


깜짝 놀란 정빈이의 말에 순간 아차 싶었다.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아니, 그러니까. 나도 잘 몰라.”

“전설, 전설 얘기 해 주세요!!”


정빈이의 닦달에 난처함이 저절로 표정에 묻어나왔다. 그런데 이 전설이라는 단어에 반응한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었다. 어디서 듣고 왔는지 황철규 대장을 비롯하여 휘미래에 나린이까지 달려온 것. 생각해 보니 땅과 하늘이 구분된 후의 일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 이전의 모습이 궁금한 건 당연할 터.


“으...”

“현하, 나한테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단 말이야?”


내 혼자만의 시간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마침내 포기한 나는 손바닥을 저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의자에 앉혔다.


“대신 길지는 않아. 그 이전의 모습은 이미 기억 속에서 흐려졌으니까... 사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하늘에서 싸움을 시작하고 있었어.”

“[정신이 들었다]는 건 어떤 말씀이죠?”

“음... 몰라. 잠? 어쨌든 그런 이미지였지.”


나린이의 질문에 대충 대답을 하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워낙에 오래된 기억이기에 내용 하나하나를 떠올리는 데만 해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어느 정도 되었다고 여긴 나는, 왼손 검지로 좌중의 시선을 집중시킨 다음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자, 시작한다.”


전해오는 전설이 있었다. 한 부류의 인간들이 누군가의 부름으로 하늘로 갔다는 게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들은 돌아왔다. 땅의 인간들이 지니지 못했던 엄청난 기술을 이끌고서.


그들은 선택받은, 우월한 자신들이야말로 땅의 인간들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 땅의 인간들 역시 하늘의 모습에 압도되어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하늘의 신민(新民)들은 너그러웠다. 그들은 땅의 인간들을 가만히 놔 둔 채, 하늘에서 그저 바라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하늘에 머물기로 한 그들은 ‘하늘’이라 불리며 땅에 있어서는 신봉의 대상이 되었다. 높은 곳, 거대한 강철의 성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하늘. 그 이후 땅의 인간들은 전쟁을 멈추고 하늘만을 바라다보며 살아갔다.


“전쟁이 멈췄다는 말은 하늘이 어느 선까지는 땅의 분쟁에 개입했다는 말이지. 뭐 마냥 바라만 본 건 아니라는 거야.”

“그래서 땅의 분쟁이 끝난 건가요?”

“하늘의 등장으로 땅은 정치, 종교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지. 다르게 생각하면 그 둘이 합쳐졌다는 얘기도 되고. 아주 눈에 보이는, 신에 가깝게 형상화된 존재들이 둥둥 떠다닌다... 이거 정말 괜찮은 심벌이지 않아? 그런 심벌 아래에서 땅은 합쳐진 거야. 물론 그 당시에 통용되던 모든 종교를 통합하지는 못했더라도, 적어도 정치에 대해서는 단일화된 일치를 이끌어낼 수 있었어. 그래서 땅의 분쟁이 멈춘 것이고.”

“그렇군요...”


나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게 통합된 과정은 오래가지 못해.”


그러다가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는 일이 생겼다. 두 색으로 나뉜 하늘은 서로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푸른색과 흰색. 어쩌면 둘 다 하늘을 이루는 색임에도 그들은 자신의 색만이 진정한 하늘이라고 주장했다.


“푸른색과 흰색... 스카이피아와 천우회군요.”

“그렇지. 나린이가 이해가 빠르군.”


그러는 와중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미 신격화된 그들이 옛날 땅과 같이 ‘난잡한 싸움’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전투의 룰을 정했다.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땅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2. 결과에 무조건 승복한다.


“지금이야 꽤 구체적이고 많은 룰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렇지 않나? 황철규 대장.”

“맞습니다.”


이렇게 룰을 정한 전투를 통해 땅의 주도권을 정하기로 결정했다. 첫 전투가 일어난 이후, 싸움은 계속되었다. 한쪽이 이기는 경우는 영원히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만큼 쌍방의 힘은 우월을 가리기 힘들었다.


“여기까지가 카타클리즘 이전까지 구전되던 전설이지. 사실 전설이라기보다는 역사를 응축해 놓은 거라고나 할까.”


하늘은 오랜 세월동안 전투를 해왔다. 땅의 지배권을 위한 싸움을. 하지만 일시적으로 다른 한쪽의 세력을 밀어낸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직접적인 지배를 한 적은 없었다. 그저, 그저 내려다 볼 뿐이었다. 하늘의 신민은 땅만을 위했다. 땅을 위해 싸우고, 그렇게 싸우면서도 땅에 해가 없도록 했다.


땅은 그들에게 돌아갈 영원한 안식처였으며.

땅은 그들에게 있어 영원한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걷지 못했던, 하늘만을 헤맸던 그들에게 땅은 반드시 깨끗하게 지켜야 하는 성지(聖地) 그 자체였다.


“여기부터 [코어Core]에 대한 전설이 나오기 시작한 거야. 사실 하늘조차 그렇게 길게 전투를 할 수는 없었어. 그렇기에 뭔가 신앙이 필요했지. 그런 신앙의 요건이 [성스러운 땅]과 그것을 증명해 줄 [코어Core]였던 거야.”


땅에 있는 것.

코어. 진실. 모든 것의 근본.

그것은 땅에 묻혀 있고 그렇기에 땅은 성스러웠다.


“문제는 이러한 신앙 덕택에 하늘이 가지는 실질적인 땅의 영향력이 사라졌다는 거지.”


따라서 그들은 땅을 섣부르게 지배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너무나도 강한 힘으로 인하여 땅이 상처 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지니고 있었기에.


“괴리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군요.”

“맞아. 하늘은 하늘에만 있고, 땅도 하늘의 전투에서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했으니까.”


땅은 그 스스로, 혼자서도 행복해 보였다. 그곳에 손을 댄다는 건 오염과도 같았다.


“일종의 소심한 정치인이라고나 할까? 매번 내놓는 공약은 그게 그거고, 민중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상처 입을 일은 절대 하지 않는, 몸 사리기 공무원의 대표적인 모습.”

“네?”

“그릇된 정치의 속성이다. A든 B든 누가 무얼 하든 상관없다는. 또 국민들 역시 관심이 없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결국 그것은 하늘의 전투를 방관하는 결과를 낳았어. 누가 이기든 궁극적으로 바뀌는 건 없으니까. 그저 깃발을 바꿔 달 뿐이야.”


그렇지만 성스러운 땅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었다. 코어가 존재하는 땅, 진실이 부르고 있는 땅, 언젠가 돌아갈 안식처로서의 땅을 위해서. 점차 전투는 숙명이 되었고 존재의 의미가 되었다.


“하늘의 망상이었을는지도 몰라. 땅에 진실 따위는 없었는데.”

“잠깐만요. 하늘이 그렇게 땅을 성스럽게 여겼다면, 어떻게 AWO에 대해서는 그토록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거죠? 분명 저번에 말씀하셨을 때는 AWO는 금방 붕괴되었다고 하셨잖아요.”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정빈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의도적으로 피했던 이 질문을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짧게 끊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진짜 사연을 말하자면 긴 이야기야.”

“......”

“절대적인 것에 기대는 하늘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땅의 인간 역시 하늘에 그런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내가 생각해도 진짜 돌려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빈이이의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뒤이어 나온 말은 정확히 정곡을 찔렀다.


“땅 스스로가 하늘에 넘긴 건가요?”

“!!”

“그렇죠? 땅은 변화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또 하늘을 거역할 수는 없었기에.”

“......”

“그랬군요. 이제는 알겠어요. 땅이든 하늘이든 둘 다 인간이 사는 곳이었군요.”

“그건 맞는 말이야. 근본이 변하는 일은 없지. 여하튼 계속 하도록 할까.”


그러다 변화가 생겼다. 땅이, 영원히 평화로우리라고 여겼던 땅이 하늘을 향한 것이다. 하늘이 피를 흘려 도달해야 할 궁극의 이상향인 땅이, 하늘과 마찬가지로 피를 흘리고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전투를 중지하라고 했다.

싸우는 건 나쁘다고 했다.

생명은 소중하다고 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가 과연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물음들에 하늘은 대답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지니고 있었던 믿음을 담아서.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그러자 땅의 사람 일부가 되물었다.


‘그냥 내려오면 되지 않는가?’


하늘은 당황했다.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믿음이 깨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쉽사리 그들의 믿음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곧 땅의 사람 일부를 불온한 무리로 보았다. 성스러운 땅을 오염시키는. 그리고 땅 스스로가 이런 불온한 무리들을 정화할 능력이 없다고 여긴 순간.


대변혁Cataclysm은 시작되었다.


“앗.”

“엇.”

“이런.”

“전기가 나가다니.”


여러 사람의 불평대로 갑자기 집의 모든 전기가 나가버렸다. 아무래도 방금 분 큰 바람 때문인 것 같은데. 순간 나는 이 집을 지을 당시 전기는 자급하도록 한 것을 기억해냈다. 주변이 바다이므로 수소는 무한하니까.


“이거, 원래 동력로로 돌리는 거 아니었어?”

“처음에는 그랬는데. 외부 전기를 거부하면 의심할 거 아냐. 그래서 바꿔 달았지.”

“동력로는 아예 정지시킨 거야?”

“어.”

“난감하군.”

“괜찮아. 촛불 가져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빛이라고는 없는 어둠인데도 휘미래는 능숙하게 집안을 가로질러갔다. 능력자인 사람들에게야 이런 환경은 별 것 아니겠지만, 일반인에게는 좀 힘들 텐데.(솔직히 집이 원룸 타입이 아니고 이리저리 꺾여 있어서 더 그렇다)


하나의 초가 켜지자 나머지도 금방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타들어가는 촛불은 전기와는 다른 차분함을 가져왔다. 휘미래가 당황하지 않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어때? 분위기 살지?”

“괜찮기는 한데 좀 불편하군요.”

“이거 켜주는 것만 해도 고맙게 여겨요!”

“네, 네.”


황철규 대장의 대답에 돌아오는 매몰찬 휘미래의 말. 역시 빚진 게 많아서 그런가. 꽁지를 마는 대장 뒤에서 내가 클클 웃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투덜거렸다.


“너 오고 나서 되는 일이 없다니까.”

“미안해.”

“미안하다면 다 되냐? 나중에 둘 앞으로 청구서 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그리고 정빈아, 나린아. 나 따라 와라. 슬슬 저녁시간이구만.”

“네.”

“예.”

“저도 갑니까?”

“당연하죠! 대장도 따라와요.”


그러고 보니 상당한 시간이 흘러 있었다. 시계를 보니 6시가 다 되어 갔다. 난 의도하지는 않은 이 브레이크 타임에 만족하면서 등을 기댔다. 그렇게 우르르 사람이 빠지자 거실에는 나 혼자만이 남았다.


“후.”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가만히 있는 눈을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촛불이 미치지 못해 확실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난 그곳의 형태를 상상할 수 있었다. 당연히 내가 설명하면서 봐왔던 곳이니까. 사람의 눈에 시선을 집중하기 힘들었던 나는 이런 경우(남 앞에서 말한다든가 하는) 종종 풍경의 포인트에 눈을 맞추곤 했다.


그러나 다가온 어둠은 그곳을 차지하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밤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빛이 사라진 순간,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밤을 보기 위해서는 다가가야 한다. 정적의 밤은 조심스럽게 내 주변을 머물 따름이니까. 그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가가야 한다.


“읏챠.”


등을 박차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촛불이 은은히 비치고 있는 어둑한 거실의 모서리를 따라 창문으로 향했다. 밖에는 여전히 격동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한 장 나무판 뒤의 이곳은 어떤 설렘과 정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벽에 가져갔다. 손바닥 전체를 밀착 시킨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감각은 손과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마치 잡음과도 같은 빗방울의 느낌이 머리를 감쌌다. 그러나 시끄러운 잡음이라고 여겼던 그것은 이내 어떤 음악으로 변했다.


밤과, 그리고 비를 향해 다가선 나의 감각에 흐르는 음악. 어둡다는 색, 아니, 밤의 어두움 자체가 선사하는 선율. 그리고 그 위에 올라선 거친 땀과 같은 빗방울들의 향연. 몰아치는 폭풍조차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된다.


보이지도 않고 소리조차 한 겹 너머서 들리건만, 나의 손과 이곳에서 나온 감각은 너무나도 명확한 음악을 듣고 있다.


부드럽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하며. 격하게 휘날리기도 하는 음악. 그 존재 자체가 진실로 다가오는 자연의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 알아차리지 못하는 인간들을 아쉽게 여기듯, 조용히 지나가기만 하는 랩소디.


지성이라는 눈에 얽매여 자신만을 바라보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인간들은 듣지 못하는 진실의 노래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노래는 내 마음을 녹여버리고 있었다. 나는 한참동안, 저녁에 나올 때까지 눈을 감고서 가만히 있었다. 정빈이가 다가와 깨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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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항상 건강하시길.


From PlasmaKNight.(I.N)

Written By PlasmaKNight.(I.N)


이상, 제 4의 기사 플라즈마 나이트였습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일반 (gon)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8-0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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