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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 님의 서재입니다.

특임대 여신 취집 대신 조폭 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호들
작품등록일 :
2022.10.31 23:11
최근연재일 :
2022.12.22 00:01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3,971
추천수 :
106
글자수 :
188,464

작성
22.11.04 23:11
조회
274
추천
7
글자
22쪽

제4화 [수정]

DUMMY

뚜루루.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고 소생 씨가 집까지 데려다주고는 피곤했는지 오래간만에 푹 잘 자다가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 역시나 원사님 전화네.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받지 말아버릴까? 하아-’


“네, 원사님.”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아들었다.


“정애야, 소생이한테 이야기 전해 들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몸은 좀 괜찮고?”


“하하. 원사님, 별거 아닙니다. 매일같이 훈련하던 거 며칠 안 하니까 몸이 너무 뻐근하던 차였는데 간만에 몸 좀 풀었습니다.”


그냥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려고 했다.


‘이렇게 그냥 넘어가 주셨으면.......’


“정애야, 그래도 이제 전역하고는 더 건강하고 무리하지 말아야지.”


“아, 네. 그리고 소생 씨에게도 죄송하다고 전해주십시오. 아무래도 그런 꼴을 보이고 더 만나 뵙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소생 씨도 나의 그 엄청난? 모습을 봐버렸는데 옆에 오기도 싫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난 혼자였고, 그렇게 홀로 복수를 위해 새로운 조국을 위해 산화할 몸이었다.’


“아니다, 정애야. 소생이가 너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고 하는구나. 몰랐겠지만, 소생이도 어렸을 적부터 운동을 하던 친구였어. 절권도를 정말 오래도록 수련하고. 아무튼 그 집안 자체가 유명하지! 허허허.”


갑자기 즐거운 기억이 떠오르실 때마다 저렇게 푸근하게 웃으시는 원사님의 습관. 정말 어렵게 주선해 주셨을 맞선자리마저 면접과 더불어 완전히 망쳐버렸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죄송함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 같단 마음이 들었다.


“늘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죄송하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하는 마음만,”


“에헤이! 그런 말 하지 마라. 내가 예전부터 말했지 않니? 넌 내가 본 최고의 군인이자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이다. 내 친딸이나 마찬가지야.”


북에서 넘어오며 탈북하는 과정에서 차디찬 강물에 나를 지키다 총에 맞아 돌아가신 부모님을 여읜 후부터 나를 발견하고 특임대로 데려오신 그 이후 늘 해주시는 말.


‘늘 들어도 항상 눈물이 날 것 같은 원사님의 진심 어린 말씀.’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말 소생 씨가 그런 모습을 보고도 저를 괜찮아 했단 말씀이십니까? 제 강함을 동경하는 것은 아닐까요? 수많은 제 특임대 후배들처럼 말이죠.”


“어허. 남자가 여자를 맘에 들었다는 게 어디 강함을 봐서겠니? 그러지 말고 연락이 다시 올 테니 이번엔 정말 오붓한 시간 잘 가져보렴.”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대답은 했으나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체 날 왜 마음에 들어하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원사님의 얼굴도 곧 소생 씨와 함께 곧 뵈러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 지금 그 남자랑 같이 차를 타고 어디 갈 생각을 한 건가? 참, 나이가 드나? 진짜 이거 전역 후부터 나약해져서 그런지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드는군. 하아-’


이런 생각이 스치는 찰나,


귀신 같은 타이밍으로 바로 소생 씨의 전화가 들어왔다.


뚜루루.


“정애 씨,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전화를 받자 내 대답도 있기 전에 먼저 헐레벌떡 말을 시작하는 그였다.


“하하. 성격이 좀 급하신 편이 확실하신 것 같습니다. 전 끄떡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아, 너무 걱정이 돼서 그만......”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아! 혹시 오늘 시간 되시면 저희 병원으로 진료시간 끝날 때 즈음 맞춰서 한번 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무리 괜찮다고 하셔도 혹시 모르니 기본적인 진료라도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제는 경황이 없고 빨리 쉬셔야 할 거 같아서 그냥 댁에 모셔다만 드리고 돌아왔습니다만, 꼭 진료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다다.


‘와- 정말 말이 빠르다.’


속으로 약간 감탄을 하며 대답했다.


“하하. 숨 좀 쉬시며 말씀하세요. 방금 원사님 전화도 받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더 봬야 할 것 같더군요. 갈 테니깐 진정하시고 이제 일보고 계시죠. 아직 아침 9시입니다.”


시계를 슬쩍 바라보고 일과가 시작됨을 몸이 먼저 느끼고, 어제의 일은 저 멀리 기억의 저편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나는 가벼운 차림으로 동네를 구보하기 시작했다.


***


‘참, 나 백수였지? 운동 끝나고 나니 할 일이 없네.’


뭘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점심시간에 맞춰 무작정 소생 씨의 병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음, 너무 내가 오버하나? 아니, 뭐 그냥 할 일도 없는데 빨리 가서 한번 군의관한테 검진받고 오는 셈 치지 뭐.'


이미 볼꼴, 못 볼꼴 다 보여줬다는 생각에 세상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소생 씨의 병원은 생각보다 내가 있는 곳에서 가까웠다.


그냥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할 필요도 없었다. 뚜벅뚜벅 걸어가니 정확히 병원 점심시간으로 적혀있는 오후 1시에 도착하였다.


‘와, 병원이 꽤 잘되나 본데?’


점심시간인데도 병원이 사람들로 우글우글 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파를 헤치고 병원 카운터로 들어서니 보이는 익숙한 얼굴.


“어? 어제 그 기생오라비?”


조금 놀라 나도 모르게 머릿속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놀라는 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앗! 그렇게 찾았는데 이렇게 제 발로 와주시다니! 역시 우리는 인연인가 봅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카운터에 앉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간호사와 흰 의사 가운을 입은 김소생 씨의 색다른 모습을 난 번갈아 쳐다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아... 그게 이분이 다짜고짜 연락주시고 오시더니 정애 씨를 막무가내로 찾는 통에.......”


“막무가내라뇨! 처음엔 정중히 보답하려 물었는데 날 이상한 취급한 건 당신이지 않습니까! 제가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도움을 받았으니 당연히 은혜를 갚고 싶을 뿐이었던 건데!”


이제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딱 사이즈가 나왔다.


“아, 이제 알겠으니 남의 영업 방해하지 말고 나랑 나갑시다. 나한테 은혜 갚는다면서요!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 겁니까? 소아과에 애들은 없고 죄다 성인들만.”


“하하핫! 그거야 이 천만 배우 조미남이 여기 장장 3시간째 죽치고 있으니 팬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차라리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자를 푹 눌러썼을 때가 더 봐줄 만하군. 어떻게 저런 말을 자기 스스로 버젓이 해댈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들며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소생 씨, 식사하셔야 하죠? 그냥 일찌감치 진료 보고 가려고 시간이 남아 왔던 건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그냥 이분도 데리고 얼른 조용한 식당으로 자리를 좀 옮기시죠. 저 간호사분도 곤란하신 것 같은데.”


이제 살았다는 표정의 간호사.


“아... 네. 빨리 자릴 옮기시죠.”


소생 씨도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흰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고 후다닥 병원을 나섰다.


***


가까운 곳의 그래도 나름 프라이빗한 룸이 있는 일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팬들이 계속 따라오며 사진을 촬영하는 통에 여기까지 들어오는 것도 애를 먹었다.


‘아, 조금 짜증나는군.’


“제가 일단 한마디만 먼저 하죠! 여기 나름 비싼 식당인 것 같으니 여기 식사비 내시는 걸로 은혜는 갚은 셈 치시고!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하지 마시고 다시는 이런 식으로 절 찾지 마시죠!”


단호한 표정으로 더 단호하게 말했다.


움찔하며 조미남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 조용히 찾아뵙겠습니다.”


“아! 정말 사람 말 못 알아듣네. 이제 더 볼일 없는 거고, 보고 싶지도 않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제 경고를 무시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내 전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지 더 이상 움찔거리지도 않고 조용히 다소곳해지는 조미남이라는 천만 배우인지 하는 영화배우였다.


“사실 저 옆에 계신 의사분은 같이 안 왔으면 했습니다. 제가 정말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저 정말 이런 적 처음입니다. 세상 물정 너무 모르시는 것 같은데 저 검색 좀 해보세요. 검색 좀! 저 조미남, 천만 배우! 대한민국이 내로라하는 배우! 이런 제가 첫눈에 반한 여자란 말입니다, 최정애 씨는!”


‘이게 뭔 개소리야?’


정말 예상치도 못한 전개였다. 옆에선 식사 전 나온 따뜻한 녹차를 입에 머금고 있다 그대로 뿜어 버리는 김소생 씨였다.


푸웁!


“아이씨! 거기 의사 양반! 이거 비싼 옷인데 입에 있던 물 다 튀었어! 아이!”


내게 뜬금없는 고백을 한 건 금세 잊었는지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조미남이란 남자.


‘와- 정말 전역 후 민간인들이 사는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며 나도 말을 이어갔다.


“아! 지금 장난칩니까? 첫눈에 반했다고요? 하하. 뭐 정신이 좀 어떻게 되신 분 아니세요?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는 사채업자들한테 쫓기기나 하시고!”


“아, 아니, 그건 무슨 오해가 생겨서 그런 거였습니다. 아무튼 어제 도움 주셔서 감사한 건 둘째 치고, 전 정말 이런 세상 터프한 여자가 평생에 그리던 이상형이었단 말입니다.”


“그쯤 하시죠.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나가겠습니다. 정 그렇게 진심이라면 유명한 배우이시고 하니 전 국민 앞에서 한번 시원하게 까발려 보시죠. 어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당연히 헛소리로 치부했다. 그러나 묘하게 또 드는 나약해 빠진 이상한 생각들.


‘아, 정말 나 좀 괜찮게 생겨 먹었나? 아니면 저 사람이 뭘 잘못 먹었나?’


쨍그랑!


그 와중에 들리는 식당 밖의 소란. 조미남 씨를 보러 몰려든 팬들의 소리는 절대 아닌 것 같았다.


“여기 조미남 그 새끼 있지? 당장 나와 이 새끼야!”


“꺄악!”


여종업원의 비명 소리. 본능적으로 느껴지고 깨어나는 나의 전투 본능.


그 와중에 식탁 밑으로 기어 들어가고 있는 조미남이라는 사내.


@된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해대는 김소생 씨.


아! 정말 저 미남이란 새끼를 내가 먼저 직접 조져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찰나였다.


우리가 있던 룸의 문이 벌컥 열리며 보이는 익숙한 얼굴. 그리고 엄지손가락에 퉁퉁 깁스를 감고선 우리에게 따봉을 먹이는 듯한 포즈의 바로 어제 봤던 칼밥 좋아하던 놈이?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둘 다 같은 생각을 하는 듯 똑같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뚜루루.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고 소생 씨가 집까지 데려다주고는 피곤했는지 오래간만에 푹 잘 자다가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 역시나 원사님 전화네.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받지 말아버릴까? 하아-’


“네, 원사님.”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아들었다.


“정애야, 소생이한테 이야기 전해 들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몸은 좀 괜찮고?”


“하하. 원사님, 별거 아닙니다. 매일같이 훈련하던 거 며칠 안 하니까 몸이 너무 뻐근하던 차였는데 간만에 몸 좀 풀었습니다.”


그냥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려고 했다.


‘이렇게 그냥 넘어가 주셨으면.......’


“정애야, 그래도 이제 전역하고는 더 건강하고 무리하지 말아야지.”


“아, 네. 그리고 소생 씨에게도 죄송하다고 전해주십시오. 아무래도 그런 꼴을 보이고 더 만나 뵙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소생 씨도 나의 그 엄청난? 모습을 봐버렸는데 옆에 오기도 싫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난 혼자였고, 그렇게 홀로 복수를 위해 새로운 조국을 위해 산화할 몸이었다.’


“아니다, 정애야. 소생이가 너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고 하는구나. 몰랐겠지만, 소생이도 어렸을 적부터 운동을 하던 친구였어. 절권도를 정말 오래도록 수련하고. 아무튼 그 집안 자체가 유명하지! 허허허.”


갑자기 즐거운 기억이 떠오르실 때마다 저렇게 푸근하게 웃으시는 원사님의 습관. 정말 어렵게 주선해 주셨을 맞선자리마저 면접과 더불어 완전히 망쳐버렸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죄송함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 같단 마음이 들었다.


“늘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죄송하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하는 마음만,”


“에헤이! 그런 말 하지 마라. 내가 예전부터 말했지 않니? 넌 내가 본 최고의 군인이자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이다. 내 친딸이나 마찬가지야.”


북에서 넘어오며 탈북하는 과정에서 차디찬 강물에 나를 지키다 총에 맞아 돌아가신 부모님을 여읜 후부터 나를 발견하고 특임대로 데려오신 그 이후 늘 해주시는 말.


‘늘 들어도 항상 눈물이 날 것 같은 원사님의 진심 어린 말씀.’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말 소생 씨가 그런 모습을 보고도 저를 괜찮아 했단 말씀이십니까? 제 강함을 동경하는 것은 아닐까요? 수많은 제 특임대 후배들처럼 말이죠.”


“어허. 남자가 여자를 맘에 들었다는 게 어디 강함을 봐서겠니? 그러지 말고 연락이 다시 올 테니 이번엔 정말 오붓한 시간 잘 가져보렴.”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대답은 했으나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체 날 왜 마음에 들어하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원사님의 얼굴도 곧 소생 씨와 함께 곧 뵈러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 지금 그 남자랑 같이 차를 타고 어디 갈 생각을 한 건가? 참, 나이가 드나? 진짜 이거 전역 후부터 나약해져서 그런지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드는군. 하아-’


이런 생각이 스치는 찰나,


귀신 같은 타이밍으로 바로 소생 씨의 전화가 들어왔다.


뚜루루.


“정애 씨,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전화를 받자 내 대답도 있기 전에 먼저 헐레벌떡 말을 시작하는 그였다.


“하하. 성격이 좀 급하신 편이 확실하신 것 같습니다. 전 끄떡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아, 너무 걱정이 돼서 그만......”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아! 혹시 오늘 시간 되시면 저희 병원으로 진료시간 끝날 때 즈음 맞춰서 한번 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무리 괜찮다고 하셔도 혹시 모르니 기본적인 진료라도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제는 경황이 없고 빨리 쉬셔야 할 거 같아서 그냥 댁에 모셔다만 드리고 돌아왔습니다만, 꼭 진료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다다.


‘와- 정말 말이 빠르다.’


속으로 약간 감탄을 하며 대답했다.


“하하. 숨 좀 쉬시며 말씀하세요. 방금 원사님 전화도 받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더 봬야 할 것 같더군요. 갈 테니깐 진정하시고 이제 일보고 계시죠. 아직 아침 9시입니다.”


시계를 슬쩍 바라보고 일과가 시작됨을 몸이 먼저 느끼고, 어제의 일은 저 멀리 기억의 저편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나는 가벼운 차림으로 동네를 구보하기 시작했다.


***


‘참, 나 백수였지? 운동 끝나고 나니 할 일이 없네.’


뭘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점심시간에 맞춰 무작정 소생 씨의 병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음, 너무 내가 오버하나? 아니, 뭐 그냥 할 일도 없는데 빨리 가서 한번 군의관한테 검진받고 오는 셈 치지 뭐.'


이미 볼꼴, 못 볼꼴 다 보여줬다는 생각에 세상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소생 씨의 병원은 생각보다 내가 있는 곳에서 가까웠다.


그냥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할 필요도 없었다. 뚜벅뚜벅 걸어가니 정확히 병원 점심시간으로 적혀있는 오후 1시에 도착하였다.


‘와, 병원이 꽤 잘되나 본데?’


점심시간인데도 병원이 사람들로 우글우글 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파를 헤치고 병원 카운터로 들어서니 보이는 익숙한 얼굴.


“어? 어제 그 기생오라비?”


조금 놀라 나도 모르게 머릿속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놀라는 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앗! 그렇게 찾았는데 이렇게 제 발로 와주시다니! 역시 우리는 인연인가 봅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카운터에 앉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간호사와 흰 의사 가운을 입은 김소생 씨의 색다른 모습을 난 번갈아 쳐다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아... 그게 이분이 다짜고짜 연락주시고 오시더니 정애 씨를 막무가내로 찾는 통에.......”


“막무가내라뇨! 처음엔 정중히 보답하려 물었는데 날 이상한 취급한 건 당신이지 않습니까! 제가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도움을 받았으니 당연히 은혜를 갚고 싶을 뿐이었던 건데!”


이제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딱 사이즈가 나왔다.


“아, 이제 알겠으니 남의 영업 방해하지 말고 나랑 나갑시다. 나한테 은혜 갚는다면서요!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 겁니까? 소아과에 애들은 없고 죄다 성인들만.”


“하하핫! 그거야 이 천만 배우 조미남이 여기 장장 3시간째 죽치고 있으니 팬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차라리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자를 푹 눌러썼을 때가 더 봐줄 만하군. 어떻게 저런 말을 자기 스스로 버젓이 해댈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들며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소생 씨, 식사하셔야 하죠? 그냥 일찌감치 진료 보고 가려고 시간이 남아 왔던 건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그냥 이분도 데리고 얼른 조용한 식당으로 자리를 좀 옮기시죠. 저 간호사분도 곤란하신 것 같은데.”


이제 살았다는 표정의 간호사.


“아... 네. 빨리 자릴 옮기시죠.”


소생 씨도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흰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고 후다닥 병원을 나섰다.


***


가까운 곳의 그래도 나름 프라이빗한 룸이 있는 일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팬들이 계속 따라오며 사진을 촬영하는 통에 여기까지 들어오는 것도 애를 먹었다.


‘아, 조금 짜증나는군.’


“제가 일단 한마디만 먼저 하죠! 여기 나름 비싼 식당인 것 같으니 여기 식사비 내시는 걸로 은혜는 갚은 셈 치시고!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하지 마시고 다시는 이런 식으로 절 찾지 마시죠!”


단호한 표정으로 더 단호하게 말했다.


움찔하며 조미남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 조용히 찾아뵙겠습니다.”


“아! 정말 사람 말 못 알아듣네. 이제 더 볼일 없는 거고, 보고 싶지도 않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제 경고를 무시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내 전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지 더 이상 움찔거리지도 않고 조용히 다소곳해지는 조미남이라는 천만 배우인지 하는 영화배우였다.


“사실 저 옆에 계신 의사분은 같이 안 왔으면 했습니다. 제가 정말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저 정말 이런 적 처음입니다. 세상 물정 너무 모르시는 것 같은데 저 검색 좀 해보세요. 검색 좀! 저 조미남, 천만 배우! 대한민국이 내로라하는 배우! 이런 제가 첫눈에 반한 여자란 말입니다, 최정애 씨는!”


‘이게 뭔 개소리야?’


정말 예상치도 못한 전개였다. 옆에선 식사 전 나온 따뜻한 녹차를 입에 머금고 있다 그대로 뿜어 버리는 김소생 씨였다.


푸웁!


“아이씨! 거기 의사 양반! 이거 비싼 옷인데 입에 있던 물 다 튀었어! 아이!”


내게 뜬금없는 고백을 한 건 금세 잊었는지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조미남이란 남자.


‘와- 정말 전역 후 민간인들이 사는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며 나도 말을 이어갔다.


“아! 지금 장난칩니까? 첫눈에 반했다고요? 하하. 뭐 정신이 좀 어떻게 되신 분 아니세요?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는 사채업자들한테 쫓기기나 하시고!”


“아, 아니, 그건 무슨 오해가 생겨서 그런 거였습니다. 아무튼 어제 도움 주셔서 감사한 건 둘째 치고, 전 정말 이런 세상 터프한 여자가 평생에 그리던 이상형이었단 말입니다.”


“그쯤 하시죠.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나가겠습니다. 정 그렇게 진심이라면 유명한 배우이시고 하니 전 국민 앞에서 한번 시원하게 까발려 보시죠. 어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당연히 헛소리로 치부했다. 그러나 묘하게 또 드는 나약해 빠진 이상한 생각들.


‘아, 정말 나 좀 괜찮게 생겨 먹었나? 아니면 저 사람이 뭘 잘못 먹었나?’


쨍그랑!


그 와중에 들리는 식당 밖의 소란. 조미남 씨를 보러 몰려든 팬들의 소리는 절대 아닌 것 같았다.


“여기 조미남 그 새끼 있지? 당장 나와 이 새끼야!”


“꺄악!”


여종업원의 비명 소리. 본능적으로 느껴지고 깨어나는 나의 전투 본능.


그 와중에 식탁 밑으로 기어 들어가고 있는 조미남이라는 사내.


@된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해대는 김소생 씨.


아! 정말 저 미남이란 새끼를 내가 먼저 직접 조져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찰나였다.


우리가 있던 룸의 문이 벌컥 열리며 보이는 익숙한 얼굴. 그리고 엄지손가락에 퉁퉁 깁스를 감고선 우리에게 따봉을 먹이는 듯한 포즈의 바로 어제 봤던 칼밥 좋아하던 놈이?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둘 다 같은 생각을 하는 듯 똑같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작가의말

 글쓰기가 재미있지만, 얼마나 또 어려운것인지 새삼 느끼는 중입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 잊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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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제36화 22.12.15 38 1 10쪽
35 제35화 22.12.14 38 1 9쪽
34 제34화 22.12.12 42 1 11쪽
33 제33화 22.12.08 45 1 11쪽
32 제32화 22.12.08 45 2 11쪽
31 제31화 22.12.07 50 2 10쪽
30 제30화 22.12.05 46 2 10쪽
29 제29화 22.12.04 47 1 11쪽
28 제28화 22.12.03 54 2 10쪽
27 제27화 22.12.02 52 2 10쪽
26 제26화 22.12.01 49 1 10쪽
25 제25화 22.11.29 51 1 10쪽
24 제24화 22.11.28 54 1 11쪽
23 제23화 22.11.26 56 1 12쪽
22 제22화 22.11.25 64 1 10쪽
21 제21화 22.11.24 67 1 11쪽
20 제20화 22.11.23 70 3 11쪽
19 제19화 22.11.22 67 3 10쪽
18 제18화 22.11.21 68 3 10쪽
17 제17화 22.11.20 62 3 10쪽
16 제16화 22.11.18 71 3 10쪽
15 제15화 22.11.17 88 3 11쪽
14 제14화 22.11.16 90 3 10쪽
13 제13화 22.11.15 96 2 12쪽
12 제12화 22.11.14 95 3 11쪽
11 제11화 22.11.12 101 4 11쪽
10 제10화 +1 22.11.11 11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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