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무사 추월 제73화 에필로그(완결)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제73화 에필로그
사비성은 천여 년 전의 옛 왕조가 있던 고성이었다. 부소산을 감싸고 성의 양쪽 머리가 백마강을 향해 초승달 형태를 보여 반월성이라고도 했다.
낙화암은 부소산에 있는 거대한 바위 이름이었다. 바위 위에는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아래로는 까마득한 절벽이었다.
옛 왕조시대때 적국의 침입을 피해 삼천궁녀가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었다.
낙화암 절벽 중턱 노송이 휘늘어진 그 뒤에 강호 천하제일인의 조사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사비성의 낙화암 절벽 중턱의 조사전 석실에서 천연동굴을 따라가면 부소산 반대편 8부 능선으로 통하게 되어 있었다.
그 8부 능선 아래 노송으로 둘러싸인 작은 분지가 있고 거기에 통나무집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도 천하에 오직 세 사람밖에 없었다.
그 세 사람이 모두 모여 있었다.
타노가 준비해온 오동나무 관에 추월과 백봉이 월후의 시신을 넣었다. 잘린 목과 몸뚱이를 정성껏 실로 꿰어 얼핏 겉으로는 표시가 잘 나지 않았다.
개들에게 물어뜯긴 부분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제 모습을 갖추도록 해서 수의를 입혔다. 수의는 추월과 백봉이 삼베를 사다가 한땀 한땀 직접 지은 것이었다.
입관이 끝나자 타노는 관을 들고 미리 파둔 구덩이로 가서 조심스레 내려놓고 흙으로 덮었다.
예전 천년탑에서 죽은 비무자의 시신을 많이 묻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손길이 익숙했다.
구덩이 위로 봉분을 올리고 잔디를 떠와 떼를 입혔다. 그리고 술을 한 잔 부었다.
“공자님, 내년 이맘때는 아들 데리고 올 수 있도록 저승에 가시면 힘 좀 써주시오.”
타노가 절하자 추월과 백봉도 같이 절을 했다. 추월과 백봉이 월후와 동침을 했으나 회임을 했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가 없었다.
타노는 그 책임을 술잔에 담아 무덤 위에 한 잔을 더 뿌렸다.
“ 취하겠어요. 가뜩이나 술도 약한 분인데...”
추월이 한마디 하자 타노가 냉큼 술 잔을 거두었다. 이제는 눈물도 말라 농담도 나왔다.
한참을 무덤가에 앉아 있다가 추월은 일어섰다. 추월이 일어서자 백봉도 타노도 일어나서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었다.
“수란아, 뱃속에 아기씨가 자라는 것 같아?”
“몰라. 언니는? 언니는 여러 번 해서 나보다 가능성이 더 많잖아.”
“얘는, 나도 실제로는 몇 번 안했어.”
투닥거리는 자매를 멀찍이서 뒤따르면서 문득 타노는 노랫가락을 읊기 시작했다.
- 내 가는 이 길이 어디에서 끝날꼬
알지도 못하면서 어쩌자고 가고 있나
아서라 마서라 가다가 아니 가면
그나마 당겨 받은 목숨값은 어찌 갚을꼬. 끝.
감사합니다. 창백한 얼굴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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