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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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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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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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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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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연줄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허공에서 연의 균형을 잡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남은 옷들을 길게 연결하여 연꼬리로 삼았다.


연이 뜨려면 맞바람이 있어야 했다. 산에서는 한낮에 평지에서 덥혀진 바람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산으로 몰려와, 산꼭대기에 서면 맞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놈들이 다시 몰려오는 기척을 느끼며 추월 일행은 산 정상 부근의 절벽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연을 들고 이동하는 것은 고수들에게도 쉽지 않아 빈 대나무 틀만 들고 가서 헝겊은 현장에서 붙이기로 했다.


눈으로 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었다. 한낮이 되니 맞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수백 명이 삼십여 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는 이미 추월 일행이 탄 연은 하늘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 뒤늦게 절벽까지 온 놈들은 허공에 대고 어지러이 화살과 비도를 날려 대었다.


맞바람을 받아 허공 까마득히 솟아오른 네 개의 연은 솔개처럼 허공을 선회하다가 천천히 멀어져 갔다.


“언니, 우리만 자꾸 딴 데로 날아가요. 어쩌죠?”


같은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는데도 추월이 탄 연은 월후의 연과 점점 멀어졌다.


사실 연을 타고 사람이 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풍향과 풍속, 탄 사람의 무게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성공적인 비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타노가 어르신에게 배웠다지만 연습을 해본 것도 아니었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 이 정도로 날아오른 것만도 성공이었다.


“공자님, 조사전으로 갈게요. 거기서 봬요.”


추월은 월후에게 전음을 보냈으나 거리가 멀고 바람이 세차서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일행은 추월과 백봉, 그리고 월후와 타노의 둘로 나뉘고 말았다. 그나마 둘씩 같이 하게 된 것만도 큰 다행이었다.


추월과 백봉은 비행고도가 점점 낮아지자 연을 버리고 눈앞에 보이는 강변 모래사장으로 뛰어내렸다. 강 주변에 인가는 보이지 않았다.


강을 끼고 좌측으로 휘어지며 방죽길이 이어졌고, 그 너머는 논이었다. 논에는 벼가 허리 높이까지 자라고 있었다.


“언니, 무턱대고 가기보다는 지원을 요청해야겠어요.”


“지원 요청? 좋기는 한데 우리를 도와줄 사람들이 있을까?”


환희루에서 시작된 동창과의 싸움으로 무림에는 소문이 났을 터였다. 그 이전에는 아는 이들만 아는 국지전 성격이었지만,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환희루 싸움 이후 거의 공개적인 전투가 되었다.


“개방의 허풍노개 방무천 선배라면 가능성이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안되더라도 개방의 정보는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분을 어떻게 찾지?”

여러 면에서 탁월한 추월이지만 강호 정세에는 어두웠다. 하긴 그녀가 천년탑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강호에 뛰어든 건 불과 한 달 정도였다.


“표식을 남기면 개방도가 찾아올 거예요.”


둘은 객점이나 주루를 찾아 나섰다. 월후 일행과 따로 떨어진 게 이럴 때는 도움이 되었다. 놈들은 이남이녀가 같이 다니거나 적어도 남녀가 동행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배를 할 터였다.


둘은 그리 크지 않은 마을에 들어서 객점을 찾았다. 백봉은 객점 근처 나무줄기에 개방도를 찾는 표식과 무림맹 비각요원을 찾는 암어를 남겼다.


“얼마나 기다려야 돼?”


“그건 대중없어요. 빠르면 한 시진 이내일 수도 있고, 며칠이 걸릴 수도 있어요.”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무림인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었다. 동창의 눈은 사방에 있었고 또 집요한 놈들이었다.


둘은 객점에 방을 얻어 방안에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그리고 혹 노숙할 경우를 대비해서 육포 같은 마른 음식도 주문했다.


연락이 올 동안 휴식을 위했다. 사실 그동안 너무 지쳐있었다. 추월은 목욕 생각이 간절했지만 참았다.


행여라도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아직 복부 상처도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백봉은 가볍게 코를 골고 있었다.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추월은 운기조식으로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기감을 펼쳐 주변의 동향을 살폈다.


밤이 되도록 아무런 일도 없이 지나갔다. 덕분에 둘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백봉이 표식을 남긴 것이 어찌 되었는지 나가본다고 해서 추월은 백봉을 따라 나갔다. 한시라도 혼자 행동을 해서는 아니 되었다.


무림맹 비각 요원이 백봉의 암어를 읽었다는 표식이 남겨져 있었다. 그러나 개방도에게 남긴 표식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백봉이 무림맹 비각 요원에게 개방의 허풍노개 방무천의 행방을 찾으라는 지시를 남기고 둘은 객점으로 돌아왔다.


낮에 충분히 쉬어서인지 추월은 잠이 오지 않았다. 백봉도 마찬가지인지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추월에게 물었다.


“언니, 3 황자 아니 공자님과는 어떤 사이예요?”


“왜? 공자님과 호위무사 관계지 뭐.”


“흐응, 정말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백봉이 보기에 둘의 관계는 참으로 묘했다. 겉으로는 분명 3 황자와 그 호위무사인데 느낌은 달랐다. 호위무사 그 이상의 뭐가 둘 사이에 있다는 심증이 있었다.


“하긴 내가 공자님을 젖 먹여 키웠으니...”


“젖을 먹여요?”


아니, 그건 아니고, 하고 추월은 얼른 정정했다. 어린 월후가 잘 때 추월의 젖가슴을 만지고 가끔 입에 물고 빨기도 했지만, 젖을 먹인 것은 아니었다. 젖이 나와야 먹이지.


젖은 아이를 낳아야 나오는 것이었다. 백봉이 추월의 가슴으로 손을 넣으면서 솔직히 말해봐요, 라고 어리광부리듯이 말했다.


추월과 백봉은 띠동갑이었다. 추월이 서른다섯, 백봉이 스물셋이었다. 백봉이 어리광부릴만한 나이 차이였다.


“왜 너도 젖 먹고 싶어?”


“흐응, 언니가 주면.”


백봉이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추월은 백봉을 꼭 껴안았다. 무려 십오 년 동안을 천년탑에 갇혀 살았다.


만나는 사람이래야 어르신과 월후, 타노가 다였다. 정말 어쩌다가 타노와 장터에 나가기는 했으나 필요한 물품만 사면 곧바로 돌아왔다.


그래서 추월은 늘 사람이 그리웠다.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며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눌 사람이 필요했다.


추월을 언니라고 부르는 백봉을 만났으나 생사를 오가는 전투 속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눌 여가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기니 친동기간보다 더 반갑고 사랑스러웠다.


“수란이, 내 동생 맞지?”


“응, 언니 동생 수란이 맞아.”


백봉 역시 오빠만 둘이었다. 열여섯에 무림맹에 들어간 이래 거친 남자 무인들 틈에서 여자임을 잊고 경쟁하며 살아왔다.


자연히 속옷도 같이 나눠 입을 여자 동기가 그리웠다. 추월을 보자마자 언니라고 부른 게 그런 속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난 것일지도 몰랐다.


둘은 험한 강호의 일은 잠시나마 까맣게 잊고 작고 소소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툭 툭 -


삼경이 지나 사경쯤, 창문에 작은 돌이 날아와 부딪쳤다.


추월과 백봉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날아갔다. 검은 인영이 둘을 보고 백여 장쯤 달리다가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멈춰섰다.


“개방의 사결제자입니다. 방무천 장로님의 전갈입니다. 내일 해가 중천일 때 뵙자고 하십니다. 장소는...”


뒷말을 전음으로 전한 개방 제자는 포권을 해보이고는 바로 사라졌다. 사결제자 치고는 훌륭한 경신술이었다. 전령에 특화된 제자 같았다.


생각보다는 빨리 연락이 닿았다. 역시 개방이라며 객점으로 돌아가다가 문득 추월이 백봉에게 눈짓을 했다.


어떤 복면인이 어깨에 자루를 메고 지붕을 타고 있었다. 동작이 날렵하고 가벼워 지붕에서 지붕으로 건너뛰는 데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도둑일까요?”


“아니야. 자루 속에서 미약하지만 여자의 신음이 들려. 납치가 틀림없어.”


백봉은 저 먼 거리의 자루 속에서 나는 신음까지 듣다니 언니의 내공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다.


추월과 백봉은 복면인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복면인의 신법은 대단해서 순식간에 마을을 벗어나 산 위로 올라갔다.


미리 봐 두었던 곳인지 복면 괴한은 지체 없이 골짜기 경사면에 나 있는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에 들어간 괴한은 어깨에 멘 자루를 바닥에 부렸다. 그리고 동굴 벽에 파인 홈에 촛불을 켜 놓았다.


분홍빛의 촛불이 동굴을 훤히 밝히자 괴한은 자루 주둥이를 풀었다. 자루 속에서 여자의 머리가 나타났다.


열여섯 일곱쯤 될까? 여인이라기보다는 소녀에 가까운 앳띤 얼굴이었다. 소녀는 자루 밖으로 나오자 숨부터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더니 비명을 질렀다. 아니, 지르려고 했으나 말이 나오지를 않자 몸부림을 쳤다.


말을 못하게 아혈이 짚힌 모양이었다. 소녀의 얼굴이 공포로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런데도 소녀의 아름다움은 조금도 가려지지 않고 있었다. 잠자다 납치를 당해서 그런지 얇은 속옷 차림이라 선정적으로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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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대서국행 22.05.21 721 16 10쪽
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7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0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69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4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3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7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7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5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5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69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4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6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2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4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5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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