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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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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045

작성
22.05.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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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제15장) 천하의 주인


권력이란 비정한 것이었다. 태자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태자가 괜찮다고 해도 태자를 모시는 신하들은 또 생각이 다를 터였다.


“빠른 시일 내에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월후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차피 권력에는 관심이 없었다. 추월과도 일이 정리되면 어디 산속에 초막이라도 짓고 은거하여 오순도순 살자고 했었다.


“내 말은 지금 떠나달라는 뜻일세.”


“지금 당장을 말하는 것입니까?”


태자는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는 팔을 들어 태자의 명을 내렸다.


“3황자가 떠나신다. 홍예문까지 정중히 모시어라.”


홍예문은 대궐의 정문이었다. 어느새 금오위 군사들이 홍예문까지 가는 길에 이 열로 길게 도열해 있었다.


“아우님, 어머니 걱정은 마시게. 황후께서 승하하셔서 나는 친모가 없지 않은가. 내 어머니처럼 모시겠네.”


추월이 추추검을 빼 들려는 것을 월후는 말렸다. 새롭게 골육생쟁을 벌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월후 스스로도 물러날 때라고 생각했다.


월후는 귀비전을 향해서 큰절을 올렸다. 만수무강 하소서. 어머니는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서만 있는 분인지도 몰랐다. 현실에서는 추월이 존재했다. 그는 그것으로 족했다.


추월과 타노도 따라서 절했다.


홍예문을 막 나서려는데 소식을 들은 백봉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언니, 나를 두고 가면 어떡해.”


추월과 백봉은 조사전에서 둘이 같이 월후를 지아비로 삼고 살기로 약속했었다.


사비성의 낙화암 절벽 중턱의 조사전 석실에서 천연동굴을 따라가면 부소산 반대편 8부 능선으로 통하게 되어 있었다.


그 8부 능선 아래 노송으로 둘러싸인 작은 분지가 있고 거기에 통나무집을 짓기로 했다.


현경의 고수 둘과 화경 고수 둘이니 작은 집을 짓는 것 정도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 가지를 쳐내고 대패질 대신 검으로 다듬어냈다.


땅을 다지는 것도 천 근짜리 평평한 바위 몇 개를 들어 이리저리 굴리면 끝이었다. 인부로 치면 천 명은 동원한 셈이었다.


일반인이라면 이런 깊은 산 중턱에 사는 게 어렵겠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장터까지 가는데 백 리도 넘는 거리지만, 그들은 등짐을 한 보따리 지고도 반 시진이면 왕복할 수 있었다.


방은 세 칸을 들이고 음식을 만들 정지도 하나였다. 추월과 월후가 한방을 쓰고 타노와 백봉이 각각 방 하나를 쓰기로 했다.


그 덕에 추월과 월후는 적어도 일행 네 명 중에서는 공식적인 부부로 인정이 되었다.


밤에 백봉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얼굴만 벌겋게 달아올랐다. 통나무로 지은 집이라 옆방에서 소곤거리는 소리도 다 들렸다.


공식적인 부부가 되어서인지 추월과 월후는 대놓고 부부관계를 가자는 모양이었다. 사부작사부작 옷 벗는 소리부터 서로 몸을 만지는 비밀스런 몸동작까지 다 연상이 될 정도였다.


추월과 월후는 소리를 감출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긴 현경과 화경의 고수들이었다. 백 장 밖의개미가 기어가는 소리까지 들을 판인데 아무리 조심한들 그 소리가 감추어질 리 없었다.


추월은 굳이 음파를 막는 방어막을 칠 생각은 하지않고 있었다. 부부가 같이 자는 게 뭐 어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옆방의 백봉이 잠을 못 이룰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긴 이번이 겨우 두 번째 관계였다. 조사전에서 월후가 크게 부상을 입었을 때 일심일체 천상무상심법을 같이 운용한 뒤 처음으로 몸을 섞었다.


그때는 부부관계라기보다는 성스러운 의식 같은 절차였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공명하면서 육체관계라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이번이 사실상 첫날 밤인 셈이었다. 아무래도 남자가 서둘고 여자가 소극적이게 마련이지만 추월과 월후는 달랐다.


추월은 저도 이제 겨우 두 번째이면서 마치 천하의 요녀처럼 월후를 지배하고 제가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했다.


월후가 현경에 들지 않았더라면 진작 코피를 쏟고 복상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긴 하룻밤에 십 년 치를 다 해도 아쉬웠다. 추월과 월후는 서로가 아예 한 몸이 되려는 것처럼 서로의몸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만큼 둘은 절실했다.


다음날 아침, 월후는 핼쑥해진 얼굴로 나타났고 추월은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종종걸음을 걸었다.


“아씨, 이제 열 달 후에는 아이를 안아 보겠습니다.”


타노가 흰소리를 다 늘어놓을 정도였다. 타노는 추월이 월후와 합방하자 한편으로 서운한 감이 없지 않았다. 늘 마음속 깊이 품고 있던 아씨였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 같기도 했다. 어차피 달라질 것은 없었다. 추월 아씨는 항상 그의 마음속에 그 혼자만의 아씨로 남아 있을 것이었다.


추월과 월후는 산 아래를 굽어보는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저 멀리 산 아래 세상을 하염없이 내려다 보았다.


한여름의 더위가 산 위에까지 몰려오고 있었다. 구름을 벗어난 태양이 쇳소리라도 낼 것 같은 햇볕을 땅에다 퍼붓고 있었다.


곧 그들이 앉은 바위까지 햇볕이 닿을 듯했다. 추월은 엉덩이를 그늘로 좀 더 옮겨갔다.


“정말 가셔야 해요?”


추월은 시선을 산 아래로 그대로 둔 채 목소리만 월후에게 보냈다. 월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언제 가요?”


“내일 새벽에.”


추월은 깜짝 놀랐다. 월후가 떠날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장 내일이라니. 그러나 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붙잡지 못하는 스스로가 바보 같았다.


월후는 전쟁은 피하고자 했다. 전쟁이 나면 이기든 지든 수많은 백성과 군사들이 죽을 터였다. 더구나 서대국은 오래전부터 전쟁 준비를 해왔었다.


이제 새 황제를 맞이하는 대동국으로서는 힘든 전쟁이 될 게 뻔했다. 그러니 태자도 월후에게 몸소 부탁한 게 아니겠는가?


“저도 같이 가겠어요.”


안되는 줄 알면서도 추월은 고집을 부려보았다. 월후는 혈혈단신으로 서대국 황제를 만나 담판을 짓는다고 했다.


차라리 서대국 황제의 목을 베는 일이라면 같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일 서대국의 황제를 죽이고 나면 전쟁은 더욱 커질 터였다.


황제를 잃은 서대국은 복수를 하겠다고 어느 한쪽 나라가 망할 때까지 결판을 내려고 할 것이었다.


그러기에 서대국 황제와 단둘이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지만, 그러나 아무런 대가도 없이 서대국 황제가 응할 리가 없었다. 어쩌면 목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대가의 엄중함을 월후도 알고 추월도 알고 있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 그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안아 줘요.”


추월은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월후는 추월을 포옹했다. 추월이 월후의 등에 팔을 돌려 더 힘껏 껴안았다. 이제 겨우 손톱만큼의 행복을 찾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조차도 날아가 버리려 하고 있었다. 추월은 월후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 밤에 추월은 자신 대신에 백봉을 월후가 있는 방에 들여보냈다. 백봉을 초야도 치르지 않은 청상과부로 만들 수는 없었다.


추월은 초옥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언젠가 보았던 별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별들이 무엇인가를 하소연하듯이 반짝이는 것은 할 말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할 말이 많은 것은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아꼈다.


대장부에게는 대장부의 길이 있었다. 그 길을 아녀자가 막는 것은 그를 졸장부로 만드는 것이었다.


백봉에게 미안했다. 공연히 백봉을 붙잡아 생사 고비를 넘게 하고는, 이제 다시 청상과부로 만들게 생겼다. 청상과부는 추월, 그녀 하나로 족했다.


그러나 백봉의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평생을 언니와 함께 하겠다는 그 뜻은 너무나 완고했다. 게다가 추월 역시 월후가 없는 세상에서 백봉조차 없이는 외로워서 혼자 살 자신이 없었다.


밤이 깊어가도 추월은 잠이 들 수가 없었다. 잠 못 드는 것은 추월만이 아니었다. 타노의 방에서도 밤새도록 간간이 헛기침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여름이라도 산속의 새벽은 서늘했다.


추월은 밤새 정성껏 마련한 보퉁이를 월후의 어깨에 걸어주었다. 서대국까지 간단한 의복과 마른 식량을 넣은 것이었다.


보퉁이를 주고 나니 더는 줄 것이 없었다. 한참 동안 마주 보다가 추월은 돌아섰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다. 치맛자락을 뒤집어 들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월후는 추월과 백봉과 타노를 그의 눈 속에 새겨넣을 듯이 차례차례로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제가 모시게 해주십시오.”


타노가 길을 막고 나섰지만 월후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나 대신 지켜야 할 분이 계시지 않은가. 두 분을 잘 부탁하오.”


처음으로 월후는 타노에게 반 공대를 했다. 마지막 인사인 때문이었다. 그 뜻을 꺾을 수 없음을 알고 타노는 물러섰다. 대신 그는 떠나는 월후의 등에 대고 절을 했다.


한 번 절을 하고 나서 머뭇거리다가 타노는 두 번째 절을 했다. 한 번 하는 절은 산 사람에게 하는 것이고, 두 번 하는 절은 죽은 이에게 하는 것이었다.


추월과 백봉은 월후의 뒤를 몇 발짝 따르다가 쓰러지듯이 주저앉았다. 어깨를 심하게 들먹이느라 마지막 인사도 못 하고 말았다.


멀리 동녘이 번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월후는 해가 떠오르는 반대쪽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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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7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0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69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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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2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6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7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5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5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69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4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6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2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6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4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5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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