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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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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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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 추월 제56화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제11장) 부여성의 혈투


그때까지 가능한 한 몸 상태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했다. 생사가 달린 일이었다.


산새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백봉이 일어나 그 쪽으로 갔다가 잠시 후에 돌아왔다.


“비각 요원의 전문이에요. 놈들이 사오 마장 거리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해요.”


“인원은 얼마나 된대?”


“천여 명 된다는데, 절정고수급만 백여 명에 달할 거래요.”


추월은 가슴이 답답해 왔다. 그리고 백봉에게 미안했다. 떠나는 걸 공연히 붙잡아서 생목숨을 잃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언뜻 생겨났다. 그런 추월의 심기를 읽은 백봉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혹 중과부적이면 우리 걱정은 말고 언니가 공자님 모시고 가세요. 두 분 실력이면 충분히 몸은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


“너는?”


추월이 되물었다. 백봉은 잠시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는 무림맹에서 어떻게든 구해줄 거예요 그러니 염려하실 필요 없어요.”


“아니 될 말이요. 우리를 구하러 오신 분인데 어찌 그렇게 하겠소. 같이 싸웁시다.”.


월후가 비장하게 외치듯이 말했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같은 말이었다.


“그래요. 포위망을 뚫기도 쉽지 않을 거예요. 포위망 밖에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차라리 보이는 적을 상대하는 게 나아요.”


더는 의견을 내는 사람이 없었다. 적들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진식 밖에서 몇몇이 두런거리는 모습이 보이더니 삽시간에 수십 명으로 불어났다.


첩형관 초무심이 뒤에서 나오더니 진식으로 가려진 전방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추월, 공자님. 황제 폐하의 소환령을 받으셨지 않소? 소생을 따라 환궁하시지요.”


“무엄하게 황제 폐하를 입에 올리다니, 그건 폐하가 아니라 2 황자의 뜻이 아니오?”


추월이 분개하여 외쳤다. 허허허, 하고 웃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초무심의 카랑카랑한 목청이 다시 건너왔다.


“황상의 어지(御旨)는 문서로 전달되는 것. 받아보셨으니 아실 것 아니오?”


“긴말할 것 없다. 자신이 있으면 어서 들어서라.”


타노가 대노하여 소리쳤다. 감히 3 황자를 공자라 칭하다니 주리를 틀 놈이었다.


“진법을 믿고 있는 모양인데, 이쪽도 진법에 그리 문외한은 아니오. 한 시진 안에 돌파해 보이겠소.”


그것으로 말이 끊기고 초무심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 궁금했다.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을 터인데 그것을 알 수가 없었다.


기다림은 지루하고도 초조한 일이었다. 여름 해가 중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산속인데도 가만히 있어도 등허리에 땀이 찼다.


추월은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어디 나뭇잎에 앉아 있다가 바람에 날려왔는지 사마귀 한 마리가 앞발을 들고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딱 보니 당랑권법 자세였다. 아니, 사마귀가 팔을 벌려 수레를 막는다는 당랑거철(螳螂拒轍) 하는 중인가?


사마귀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것은 맹렬한 투기를 내뿜고 있었다. 설마 나와 싸우려고? 추월은 잠시라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전방이 소란해졌다. 진식이 펼쳐진 바깥에 어른거리는 머릿수가 늘더니 다시 멀찍이 물러섰다. 월후가 벌떡 일어서더니 모두 뒤로 물러나라는 손짓을 했다.


“화약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또 폭약을 설치한 모양이야.”


그렇구나!


일행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뒤이을 공격에 대비했다. 진법이 아무리 천고의 절진이라고 해도 폭약으로 터뜨리면 와해되기 마련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게 진법인데, 화약은 지형지물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쾅 콰광 쾅!


연이어 굉음과 함께 화약이 폭발하고 세찬 바람과 흙알갱이가 일어나 주변 일대가 난장판이 되었다. 잡목과 풀숲이 폭발에 휩쓸려 맨흙이 드러났다.


흙먼지가 가라앉자마자 각종 암기가 날아들었다. 화살과 비도, 표창 등이 섞여 있어 암기가 될만한 것들은 모두 특별한 겨냥도 없이 던지는 모양이었다.


어림짐작으로 던지는 것이라 추월 일행이 맞을 리는 없었으나 시선을 잡는 효과는 있었다.


와 -


암기 세례가 끝나자 함성소리와 함께 천여 명이 마치 군사 훈련하듯이 검과 도를 뽑아 들고 밀려들었다.


“무슨 뜻으로 저러지?”


“글쎄요. 개죽음을 당하려는 건 아닐 테고, 수란아 생각나는거 없어?”


월후가 고개를 갸웃하는 걸 받아 추월이 백봉에게 되물었다.


“저런 조무래기들은 수천 명이 와도 안 된다는 걸 알텐데... 설마?”


백봉은 생각난 게 있다는 듯이 등 뒤쪽에 있는 절을 돌아보았다. 절에는 무공을 모르는 수십 명의 여승들이 있었다.


좋지 않은 예감은 늘 맞았다. 천여 명은 추월 일행에게 덤벼들지 않고 옆으로 멀찍이 비켜서 절을 향해 곧장 치달았다.


막으려 해도 그 숫자가 너무 많았다. 몰려 있으면 모르겠으되,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어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뒤에 처진 백여 명의 절정고수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초절정고수와 화경에 이른 새로운 고수까지 보강되어 있었다.


“살막과 흑점 등 살수단체 막주와 점주가 포함되어 있어요.”


백봉이 화경급 고수를 지목하며 추월과 월후에게 알렸다. 그들은 둘이 맡으라는 뜻이었다. 타노와 백봉은 절정급 무사들에게는 살성 노릇을 할 수 있으나 화경급 고수에게는 먹이였다.


힘든 싸움이었다. 더구나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부지깽이라도 나서야 할 판이었다.


타노와 백봉을 가운데로 서게 하고 양 끝에 추월과 월후가 일렬로 나란히 섰다. 최대한 뒤쪽 절로 빠져 나가는 놈들을 막을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수많은 놈들이 절로 짓쳐 들어갔고, 뒤이어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숨이 끊어질 때의 단말마의 비명이 아니라 겁에 질려 자지러지는 외마디 소리였다. 강호 물을 제법 먹은 지금, 추월은 그 비명의 의미를 짐작하고 치를 떨었으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놈들은 닥치는 대로 여승을 덮치고 있었다. 음심을 품은 사내는 수백 명인데 여승은 수십에 불과했다.


본당 앞에는 대여섯 명의 사내가 비구니 하나를 둘러싸고 승복을 찢어내고 있었다. 네 놈이 각기 팔다리를 하나씩 붙들고 한 놈이 올라타니 비구니가 저항할 방도는 없었다.


마당 석불 앞에서도 그 뒤에서도 비구니들에 대한 유린이 이어졌다. 공양간이라고 비켜 갈 수 없었다. 절 곳곳에서 여승들의 비명과 사내들의 음담패설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져나갔다.


여승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추월과 월후의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타노와 백봉도 비슷했다. 어쩌면 놈들이 그런 점을 노린 것인지도 몰랐다.


추월은 살막주와 초절정급 살수 셋 그리고 하천가 갈대밭 앞에서 살아남은 초절정고수들과 상대하고 있었다.


특히 화경급 살막주는 정말 까다로운 상대였다. 맞서 싸우지 않고 현란한 분신술과 잠형술을 이용해 기습을 가하니 한시도 방심할 수 없어 기력 소모가 극심했다.


방금 기습적으로 땅에서 솟구치며 발바닥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검을 피한 뒤, 추월은 곧바로 회수되는 검을 뒤쫓았다. 그리고 검 손잡이 부분의 다섯 치 되는 지점에 추추검을 뿌렸다.


스걱, 하고 살을 베는 소리와 함께 추추검 끝에서 피가 튀었다. 베었다 싶은 순간, 핏방울 뒤에서 비도가 날아왔다. 세 개, 여섯 개, 열두 개, 도합 스물네 개의 비도가 시차를 두고 쏘아져 왔다. 피할 방향도 시간까지 고려한 공격이었다.


추월은 피하는 것보다는 맞받아치기로 했다. 무상심결의 회자결을 써서 추추검을 바람개비처럼 돌려 비도를 튕겨내며 최고로 허공 높이 솟구쳤다.


무상심결, 분, 참 -


더는 오를 수 없는 포물선의 최고점에서 몸을 뒤집어 빗살처럼 떨어져 내리며 신형을 여러 개로 나누었다.


둘에서 넷으로, 넷에서 여덟으로 추월의 분신이 생겨나 살막주에게 셋이 그리고 나머지 다섯 명에게 각각 하나의 분신이 추추검을 그어냈다.


챙 챙 챙 -


검과 검이 부딪치며 금속성을 쏟아냈고, 추월은 지면 근처에서 빙글 회전하며 착지했다. 그녀의 팔에서 피가 주르르 옷을 타고 흘러내렸다.


윽, 컥 -


목이 잘린 두 명이 쓰러지고 세 명이 무릎을 꿇고 앉아 피를 토했다. 해치웠구나 싶은 순간, 살막주가 꿇어앉은 세 명의 틈 사이에서 신검합일이 되어 쏘아져 왔다.


추월이 마주 보고 몸을 날렸다.


윽 -


헉 -


두 마디의 신음성이 동시에 둘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추월의 추추검이 살막주의 심정을 꿰뚫은 대신 살막주의 검이 추월의 복부에 깊이 박혔다.


추월은 살막주의 심장에 박힌 추추검을 뽑아 그의 목을 날렸다. 피가 왈칵 쏟아질까 염려되어 그녀의 복부에 꽂힌 살막주의 검은 뽑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추월의 모습은 처절하기 그지없었다. 이전에 다친 팔의 상처도 아물지 않았는데, 복부에는 칼이 꽂힌 채 피를 철철 흘리고 있으니 보기에도 끔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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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호위무사 추월 제73화 에필로그(완결) +1 22.05.23 824 16 3쪽
72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대서국행 22.05.21 721 16 10쪽
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7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0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69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4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3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7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8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5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5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69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4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6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2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4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5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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