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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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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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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045

작성
22.05.01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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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제11장) 부여성의 혈투


“숙부님,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가문의 비급은 되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준수한 용모의 청년, 남궁휘의 말에 남궁철우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옳다, 라고 혼잣말처럼 뇌인 그가 검을 들어 추월 일행을 가리켰다.


“말은 끝났소. 환희루로 돌아가시오.”


“돌아가면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오.”


저쪽 골목에서 기골이 장대한 무인이 걸어 나오면서 마침표를 찍듯이 말을 얹었다. 낭인왕으로 불리는 파산권 진무강이었다. 그의 뒤에서 삼십여 명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하죠?”


추월은 월후에게 고개를 돌렸다. 월후는 잠시 망설이다가 환희루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정파 무인들까지 죽일 수는 없지 않나?”


두려운 게 아니라 죽이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월후는 이들이 전부라면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골목 저 골목 그늘에 숨은 자는 훨씬 많아 보였다. 뭔가 좋은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요. 여러분의 조언을 받아들이도록 하겠어요. 하지만 오늘 밤뿐이에요.”


추월과 타노는 월후를 따라 환희루 별채로 돌아왔다. 잠시 후 루주가 타노의 의제 기철중을 데리고 들어왔다.


“형님,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입니까?”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기철중이 얼굴을 타노에게 바짝 들이대고 물었다.


“그건 지금 말하기 곤란하니 나중에 말해줌세. 그건 그렇고 바깥 사정이 어떤가?”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도대체 어떤 인력이 얼마나 많은 동원되었고,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었는지 알아야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잖아도 난데없이 각지의 무인들이 몰려들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좀 알아봤습니다.”


기철중은 종이쪽지를 꺼내 적은 내용을 읽었다. 부하들이 조사한 내용을 보고받은 모양이었다.


환희루 주변에 220명이 훨씬 넘는 무인들이 포진하고 있음. 그중 초절정고수급만 10명 정도로 추정


현재 살수로 여겨지는 흑, 청, 적색 복장의 복면인 약 100여 명이 환희루를 멀리서 포위 중


그 바깥에 사도련의 장로 혈풍마권 황산성과 수하 50여 명, 남궁 세가의 뇌전추풍검 남궁철우와 그의 조카 무림삼룡 중 첫째인 남궁휘 그리고 제왕검대 20여 명, 전대 거마인 유령대제와 음양여후, 낭인왕 파산권 진무강 등 30여 명, 북검문 문주와 제자 20여 명 등


한편 주변 십 리에 천라지망이 펼쳐져 있음. 동원된 인원은 약 1,000명 정도임.


다행히 화경급 고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 정도의 고수는, 종적을 찾을 수도 없는 은거기인을 제외하면, 천하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공자님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에요.”


추월은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평함을 가장했다. 월후가 한술 더 떴다.


“내 목 값으로는 그만하면 되었다 쳐도 월후와 타노의 몫이 없잖아.”


“그러니 말이에요. 아무래도 환관들이니 배포가 적은 모양이에요.”


추월과 월후가 농담조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기철중은 저 혼자 애가 탔다. 그러나 둘의 신분을 잘 모르니 뭐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의형인 타노의 태도로 보아 윗전은 분명했다.


“형님, 어쩌실 작정이오?”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들어왔나? 필시 출입을 엄중히 금하고 있을텐데.”


기철중의 말에 대답 대신 타노는 되물었다. 그 뜻을 몰라 잠시 멍해 있던 기철중이,


“그야 여기 토박이들만 아는 샛길이 있소만...”


말해 놓고 나니 뭔가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그럼 형님 그 길로? 말보다는 눈짓으로 물었고, 타노는 고갯짓으로 답했다.


갑자기 뭔가 실마리가 잡히는 분위기였다. 다섯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모여 앉아 탈출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밤새 아무 탈이 없이 지나갔다. 루주가 아침밥을 방으로 가져와서 다섯이 모여서 먹었다. 행여 기습이 있을까 싶어 서둘러 상을 물렸으나, 놈들은 공격해 오지도 않고 멀찍이서 포위만 한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정오 무렵, 갑자기 바깥이 떠들썩해졌다. 창문 밖으로 동정을 살피던 타노가 누구지? 하고 혼잣말을 했다.


“왜 누가 왔소?”


궁금한 것은 못 참지, 라고 중얼거리며 기철중이 창문으로 다가갔다. 타노가 월후를 돌아보며 말했다.


“공자님을 찾는 것 같습니다.”


바깥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야, 라고 하는 것 같았다. 추월과 월후가 서로 마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이번에는 좀 더 크고 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야, 이리 나오너라. 얼굴 좀 보자.”


소름이 확 돋았다. 설마? 추월과 월후는 마주 보았다. 월후의 본명을 알고 있는 사람은 황실 사람 외에는 없었다.


월후는 1층으로 내려갔다. 추월이 따르고 타노와 기철중이 호위하듯 뒤따랐다.


환희루 출입구 문 앞에 서서 월후는 호화로운 마차와 그 앞에 선 준수하고 용맹해 보이는 삼십 대 후반의 중년인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가 월후를 보고 몇 걸음 다가와 삼 장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나를 알아보겠느냐?”


월후는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의 태도로 봐서는 자신이 알고 있어야 했지만, 기억은 모호하고 흐릿했다. 2 황자예요, 라는 추월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기억을 소환해 냈다.


“이제 생각이 났느냐? 신동이라고 소문이 났었지만 아무래도 일곱 살 신동으로 그쳤나 보구나. 형님을 못 알아보다니. 좀 섭섭하구나.”


“너무 뜻밖이어서 놀란 것 뿐입니다.”


월후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2 황자에 대한 일곱 살의 기억은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두려움이었다. 어머니의 감정이 그대로 일곱 살 자신에게 전이된 것이었다.


이제는 두려워해서는 아니 되었다. 자신은 천하제일인의 후예였다. 그리고 여기는 황궁이 아니라 강호였다.


“그런데 이 먼 곳까지 어인 일이시오?”


월후는 가슴을 폈다. 말투마저 달라졌다. 2 황자의 눈꼬리가 확 올라갔다.


“비록 배다른 형제지만, 마지막 작별 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천하를 발아래 굽어보는 형님이 저를 그리 두려워할 줄은 몰랐소.”


“두려워? 누가? 네가?”


갑자기 2 황자는 크게 웃어 젖혔다. 그러다가 웃음을 뚝 그치고 월후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천하제일인의 무공을 물려받았다더니 많이 컸구나. 그러나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는 법이지. 너는 오늘 죽는다. 그러나 네 어미는 그냥 두겠다. 물론 내가 즉위한 뒤에는 궐 밖으로 내쳐지겠지만, 그 뒤는 네가 짐작하거라.”


“내가 살아 있는 한 형님 뜻대로 되지만은 않을 것이요.”


“일단 오늘 살아남아야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리고 참고로 알려주마. 폐하께서 네게 궁으로 와서 폐하를 알현(謁見)하라는 소환명령을 내리셨다. 물론 애석하게도 너는 그 명령에 따르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2 황자는 황제의 조서(詔書)를 월후에게 휙 던졌다. 월후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았다.


조서란 황제의 명령을 일반에게 알리기 위해 적은 문서였다. 황제가 있는 궁궐을 향해 삼배하고 무릎을 꿇고 앉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어차피 황제가 아닌 2 황자에게서 나온 명령이었다.


추월은 돌아서 가려는 2 황자의 등에 대고 한마디 던졌다. 월후의 호위무사로서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아우를 해쳐서 얻은 권좌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2 황자는 몸을 돌려 추월을 보고는 잠깐 눈을 찡그렸다. 무언가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떡였다.


“그대가 호위무사 추월이로군. 생각해 보라. 동생 하나 죽여 천하 만백성을 편케 한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내가 그 동생이라면 기쁘게 죽을 것이다.”


궤변이었다. 추월을 가로막고 월후가 다시 나섰다.


“그러나 형님은 백성을 편하게 할 성군이 되리라는 믿음을 보여주지 못했소.”


“아우는 형을 잘못 알고 있군, 나는 성군이 되려는 게 아니야. 나는 우리 대동국을 아무도 넘보지 못할 강한 나라로 만들 것이야. 지금 서대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않나? 백성은 성군보다 강력한 군주를 원하지. 부림을 받지 않으면 자유를 느끼는 게 아니라 불안해하지. 백성은 늘 누군가 지배해 주기를 바라거든.”


“그런 형님의 욕심이 얼마나 많은 목숨을 빼앗고 있는지는 아시오?”


지금까지만 해도 수많은 살수와 낭인 등 동창에 고용된 용병 무인들이 죽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죽을 것이었다.


“살수나 낭인, 흑도 놈들은 어차피 나라와 백성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니, 너와 함께 죽어 없어진다면 일거양득(一擧兩得) 아닌가?”


2 황자는 나름의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평민이라면 그렇구나, 하고 넘길 테지만 그는 황자였다. 그리고 실권을 쥐고 있어 권좌에 누구보다 근접해 있었다.


“나는 애초에 권좌에 욕심이 없소. 그런데 한사코 죽이려 드는 이유가 무엇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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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7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1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70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5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3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7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8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6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6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70 20 9쪽
»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5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6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3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5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6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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