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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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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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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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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제11장) 부여성의 혈투


헛!


놀란 일왕이 급히 적혈장을 거두어들이며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하여, 거꾸로 추월의 등을 노려 철각퇴법을 구사했다.


추월은 보지도 않고 등 뒤로 추추검을 넘겨 일왕의 퇴법을 받아낸 다음, 지체없이 월후를 공격 중인 이왕의 독조를 잘라갔다.


이왕이 황급히 독조를 거두며 몸을 돌리는 찰나, 월후의 묵장검이 이왕의 허리를 그어갔다. 그러나 이왕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몸을 돌리는 원심력을 담아 거둔 독조로 그대로 월후를 후렸다.


킥 키기킥 -


날카로운 금속성을 내며 묵장검과 독조가 부딪쳤다. 월후가 두 걸음 물러서고, 이왕은 주춤주춤 세 걸음이나 물러섰다.


“에잇 받아랏.”


이왕이 밀리는 걸 본 삼왕의 손과 퍼렇게 변색되기 시작했다. 음독수를 최고로 끌어 올리는 때문이었다.


일왕과 눈짓을 교환한 이왕도 독조에 내공을 모았다. 잠시 다섯 명의 시선이 가운데 한 점으로 수렴되더니 기합과 함께 각자 최고의 절기를 쏟아냈다.


우르릉 -


번쩍 -


추월과 월후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삼대마왕 역시 공중으로 솟구쳐 다섯 명이 오각형의 가운데 지점에서 충돌했다.


경천동지할 굉음과 함께 엄청난 강풍이 지면을 휩쓸고 갈대밭의 갈대까지 누이며 지나갔다.


먼 거리에서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던 살수와 낭인, 흑도들이 흙모래가 섞인 강풍을 피해 땅에 납작 엎드렸다.


드러난 결과는 참혹했다. 일왕은 한쪽 팔이 잘린데다 충돌의 충격으로 크게 내상까지 입고 쓰러졌다.


이왕은 다리가 무릎 근처에서 베어나갔고, 삼왕은 목이 날아가 머리통과 몸뚱이가 따로 뒹굴었다.


추월과 월후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추월의 옆구리가 적혈장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었고, 그녀는 추추검으로 땅을 짚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월후 역시 왼쪽 팔이 부러져 덜렁거렸다. 그는 옷을 찢어 부러진 팔을 허리에 붙들어 매었다.


추월은 남은 진기를 긁어모아 간신히 몸을 일으켜 월후 옆에 섰다. 그리고 선 채로 천상무상심법을 운용하여 조금이라도 내공을 회복하려 했다.


그러나 놈들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놈들이 일제히 포위망을 좁히고 들어왔다.


추월과 월후는 서로 마주 보았다. 참으로 오랫동안 버텨왔지만 이제 운이 다한 모양이었다.


월후가 내민 손을 추월이 잡았다. 아직은 따뜻한 체온이 감돌고 있으나 곧 차갑게 식을 손이었다.


월후는 눈을 감고 있었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인가? 추월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오너라.”


피가 철철 흐르는 옆구리를 도외시하고 남은 내공을 끌어모아 추추검에 실었다. 월후가 옆애 서서 묵장검을 치켜들었다.


“나 월후와 호위무사 추월, 천하제일인의 후예로서 그 위엄을 보여 주리라. 오너라.”


비록 피투성이의 신체였으나 둘의 전신에서 칼날같은 기세가 뿜어져 나갔다. 포위망을 좁혀오던 놈들이 주춤했다.


“겁먹지 마라. 이미 심각하게 부상을 입어 허울뿐인 종이호랑이다. 쳐라.”


주춤하던 무리가 다시 움직였다. 포위망이 삼 장까지 좁혀졌을 때 추추검과 묵장검이 동시에 동서남북 사방으로 검강을 뿌려냈다.


번쩍 -


찬란한 무지갯빛이 동이 터오는 여명을 받아 황홀하게 허공을 수놓았고, 앞장선 낭인과 살수들 몸이 허리가 잘려 힘없이 주저앉았다. 쓰러진 놈들 몸 위로 뒤늦게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추월은 옆구리를 잡고 휘청거렸다. 멈추는 듯했던 피가 다시 그녀의 손 틈새로 새어 나왔다.


진기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한쪽 무릎을 꿇었던 월후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더는 무리였다. 둘 다 검을 지팡이 삼아 짚고 겨우 버티고 있었다. 절망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찰나, 포위망의 한쪽을 허물며 청색 경장에 청색 복면을 한 무리가 나타났다.


그중 맨 선두에 선 거구의 청색 복면인의 신위는 놀라울 정도였다. 일 검에 십여 명의 낭인과 살수들이 목을 잃고 쓰러졌다.


“이쪽으로 따르시오.”


거구의 청색 복면인이 산으로 가는 길을 트자 추월과 월후는 그 뒤를 따라 포위망을 헤쳐나갔다.


“아씨, 공자님-”


타노가 전신에 피칠갑을 한 채 나타나 추월을 부축했다.


“타노-”


“아무 말씀 마세요. 지혈부터 해야겠습니다.”


당연히 월후의 역할이었으나, 그는 지금 한쪽 팔이 부러져 몸과 같이 매여 있었다.


타노는 겉옷을 길게 찢어 추월의 옆구리를 칭칭 동여매었다. 당장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였다.


청색 복면인들은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추월과 월후를 에워싸고도 체계가 흐트러지지 않고 산으로 이동했다.


선두에 섰던 거구의 청색 복면인이 이제는 맨 뒤에서 추격자들을 막았다. 가히 일당백이었다. 그의 무시무시한 신위에 수백 명이 전진을 못하고 가로막혔다.


추월은 앞에서 이끄는 청색 복면인이 낯설지 않았다. 허리선이나 체구가 아무래도 여자였다. 복면을 한 것으로 보아 신분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게 분명해 전음으로 불렀다.


- 수란아, 설수란이지.


- 네, 언니. 시간이 없으니 우선 가요.


반가웠다. 백봉이 왔다면 선두에 섰던 무인은 무림맹주일 터였다. 어르신이 준 2번째 비단주머니는 무림맹주를 가르킨 것이라고 추월은 단박에 이해했다.


하긴 그가 아니면 이 엄중한 포위망을 어찌 돌파할 수 있었으랴.


산의 7부 능선에 산사가 있었다. 여승들이 머무는 비구니절이었다. 절 뒤쪽으로는 깎아지르는 절벽이라 수비에 용이해 보였다.


추월 일행이 산사로 들어서자 청색 복면인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그들의 역할인 모양이었다.


“맹주님”


추월은 마지막으로 떠나는 거구의 청색 복면인을 불렀다. 그가 돌아보자 큰절을 했다. 그는 말리는 손짓을 하려다가 그만두고 탁하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잘못 알아본 모양이오. 아무튼 내 역할은 여기까지요. 놈들이 곧 들이닥칠 거요. 그럼 이만.”


거구의 청색 복면인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천하제일인에 거의 버금가는 경신술이었다.


- 반갑구나 녹수야. 많이 강해졌구나. 몇 년 후엔 제2의 천하제일인으로 성장하겠다. 부디 살아서 다시 보자.


전음을 받은 추월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맹주님, 뵙고 싶었어요. 뺨으로 흘러넘치는 눈물을 훔치며 추월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추월은 떠나려는 백봉을 붙들었다. 월후를 지키려면 한 사람이 아쉬웠다. 더구나 백봉도 좋든 싫든 2 황자와의 싸움에 연관되어 있었다.


동이 트고 있었다. 먼동이 희끄무레 밝아오기 시작했다. 산사는 여전히 고요했다. 그리 큰 절이 아니어서 비구니 삼십여 명이 조용히 수행하는 곳이었다.


추월은 대강 상처 부위를 수습한 뒤 본전 불당 앞 석탑을 돌며 기원을 올렸다. 달밤이 아니면 어떤가? 탑돌이를 하는 마음은 한 가지일 것이었다.


월후는 그런 추월을 지켜보며 다친 팔을 추스르고 있었다. 천상무상심법을 암송하며 조금이라도 기력을 회복하고자 했다.


“타노는 어디 있어요?”


탑돌이를 끝낸 추월이 월후 곁으로 오며 물었다. 월후가 고갯짓으로 타노의 행방을 알렸다.


타노는 절 뒤편 대나무 숲에 있었다. 백봉과 함께 어른 팔뚝보다 굵은 대나무를 밑동에서 잘라내고 있었다.


백봉이 검을 그어 대나무를 자르면 타노가 그것을 숲 밖으로 꺼내 가지를 치고 다듬어 장대를 만들었다.


“타노 대나무는 뭣하시게요?”


추월이 타노를 도와 같이 대나무 가지를 치며 물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쓸데없는 일을 하지는 않을 타노였다.


“절 바깥으로 진식을 펴볼까 해서요.”


타노는 천년탑을 관리하면서 진식 운용도 같이 했다. 그러니 진법에도 일가견이 있을 터였다.


기대에 찬 추월의 시선을 받자 타노는 낯빛을 붉혔다. 추월을 기쁘게 할 수 있어 내심 흐뭇했으나 너무 큰 기대를 할까 두려웠다.


“제 재주가 부족하여 어르신에게 배운 바를 흉내내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잠시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요.”


“그게 어디에요. 부상을 회복할 시간만 벌어도 그건 모두 할배의 공이에요.”


모두가 힘을 합쳐 타노가 가리키는 곳에 대나무를 박았다. 보통 사람이 하려면 하루종일 걸릴 일이었으나, 내공이 있는 무림인에게는 단순한 작업이었다. 특히 추월과 월후는 그냥 한 손으로 대나무를 땅에 심듯이 세 뼘도 넘게 꽂아버렸다.


진식을 펼치고 나자 비구니들이 아침밥을 내왔다. 남자들이 있어 절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폐를 끼치게 되었어요.”


추월이 대표해서 인사를 했다. 주지 비구니가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면서,


“절을 찾아오신 분들께 아침 공양을 드리는 것도 수행이지요.”.


참으로 곱게 늙어가는 비구니였다. 눈가며 입 주위에 잔주름이 몇 잡혀 있으나, 그것이 고운 바탕을 가리기보다는 오히려 수행자의 연륜을 보여주고 있었다.


넷이서 둥그렇게 원 바깥을 보고 앉아 기력 회복에 집중했다. 머지않아 놈들이 들이닥칠 것이고 다시 혈투가 벌어질 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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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7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0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69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4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3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7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8 18 9쪽
»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6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5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69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4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6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2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4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5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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