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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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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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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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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제13장) 칙령


“허허, 막중한 국방의 임무를 맡고있는 우리가 황실의 골육상쟁에 동원되다니 이런 딱한 일이 어디 있겠소.”


“그러게나 말이요. 그렇지 않아도 대서국에서 호시탐탐 우리 대동국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국경 근처 강아지도 아는 사실 아니오?”


“그나저나 3 황자는 어떤 인물이오? 아는 거라고는 일곱 살에 실종되었다가 천하제일인에게 거두어졌다는 말이 전부이니 말이오.”


“내가 듣기로는 여자보다 아름다운 청년이랍디다. 천하제일인의 무공을 이어 받아 일 검에 달을 가른다는 말도 있고...”


“귀비의 자식이니 미남일거야 당연할 것이고, 그 인품이나 이런 것은 아시는 분이 없소?”


다들 묵묵부답이었다. 하긴 이들은 3 황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말이오, 오랜 침묵을 깨고 문천일이 비밀 이야기를 하듯이 몸을 탁자 앞으로 바짝 내밀었다.


“천하에 용맹하기로 소문난 2 황자가 어찌 혈혈단신인 3 황자 하나를 처리하지 못하는지 궁금하지 않소? 살수며 흑도 방파들 수천 명을 동원했으나 보내는 족족 궤멸당했다고 하오. 이게 무슨 뜻이겠소?”


“그럼 3 황자가 하늘이 내린 천하신장이라도 된다는 게요? 그렇기만 하다면야 대서국 쯤이야 무어가 두렵겠소.”


누군가 말을 하고 나자 깜짝 놀란 듯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위험한 발언이었다. 행여라도 2 황자나 그 수족들의 귀에라도 들어가는 날이면 안위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서둘러 화제를 옮겨 갔다.


“대서국에서 말이요. 요즘 병사들 훈련이 실전을 방불케 한다고...”


* * *


추월과 월후는 낙화암 절벽의 노송에 걸터앉아 백마강과 그 주변을 훑어보고 있었다.


강물은 잔잔히 흐르고 그 위에는 화려한 놀잇배가 몇,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기생이 부르는 노랫가락이 사내들의 흥을 돋우었다. 흥에 겨운 남정네들이 술잔을 들면 기생이 시조를 읊조렸다.


-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쩌리


명월은 기생 황진이의 기명이었다. 벽계수는 왕실 종친 이종숙의 호였다.


이종숙은 황진이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황진이가 읊는 시조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다 말에서 떨어졌다는 일화가 있었다.


강변 모래사장을 지나 건너편 솔밭에는 더운 날에도 면사로 낯을 가린 복면인들이 언뜻언뜻 보였다.


어디선가 송골매에 쫓긴 듯 부산스레 날아온 비둘기가 노송 뒤로 날아들었다. 백봉이 비둘기를 잡아 다리에 묶인 서신을 풀었다.


“황상께서 칙령을 공포하셨다고 해요.”


“칙령, 무슨 칙령인데?”


추월이 백봉 곁으로 다가갔다. 백봉은 전서구 다리에 묶였던 서신을 추월에게 건네주었다.


“공자님, 이제 천하가 공자님의 적이 되었어요. 어떡하죠?”


추월은 반은 농담조로 월후에게 물었다. 본래는 뒤에 ‘어떡하죠 서방님’이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백봉이 옆에 있어 생략한 것이었다.


“큰누이 생각은 어때?”


추월은 월후를 여전히 공자님으로 호칭했지만, 월후는 추월을 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지위와 나이와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제일 무난한 쪽을 택했다.


그래서 어머니 같고 연인 같은 추월을 큰누이, 월후 보다 한 살 많은 백봉은 작은누이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타노도 백봉을 작은 아씨로 부르게 되었다.


추월도 그게 부담스럽지 않고 좋았다. 어차피 황후가 될 것도 아니었다. 월후 역시 황제가 될 욕심이 없었다.


세상이 좋아지면 어디 산천경개 좋은 곳에서 오두막 짓고 오순도순 살자 하였다.


추월은 백봉도 함께 데려갈 생각이었다. 언니와 동생이 한 지아비를 모시는 것은 흉이 아니었다. 할 수 있다면 타노에게도 짝을 지어줬으면 했지만, 아직은 그럴 형편이 안 되었다.


“어차피 천하가 적이었는데, 달라질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타노가 자못 기세좋게 나왔다. 그는 이번 부상에서 회복되면서 큰 이익을 본 터였다. 조사전에서 새로 무기도 얻었고 영약도 먹었다.


무기는 봉 비슷한 모양인데, 양쪽 끝이 둥글게 막혀 있어 얼핏 손오공이 썼다던 여의봉 같기도 했다. 만년한철로 만들어져 기병임은 분명했다.


타노는 무기를 얻은 데다 영약까지 먹어 자신감에 차 있었다. 두 개 있는 영약이 그에게 돌아간 것도 큰 복이었다.


추월과 월후는 이미 영약이 필요없는 경지에 가 있었다. 하늘이 낸다는 현경에 접어든 것이었다. 그 덕분에 조사전 영약 두 알은 타노와 백봉 차지였다.


둘 다 지금은 화경 초입에 들어와 있었다. 현경이 둘에 화경이 둘인데, 이 정도 전력이면 천하에 두려울 게 없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군대가 본격적으로 공격하지 않는 한, 아니 설사 공격하더라도 최소한 몸은 빼낼 수 있을 터였다.


“천하가 적이라면, 차라리 황도로 가도록 하지.”


월후가 사인참사검을 어루만지며 결심한 듯이 말했다.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은 벽사용 검으로, 인년 인월 인일 인시에 만들어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조사전 기록에 따르면, 전전대 황제께서 적군에 쫓기실 때 조사께 구함을 받은 후 하사하신 검이었다.


그때 황제는 이 검을 가진 자는 그 죄명을 불문하고 한 번은 사면을 받는다는 명을 함께 내리셨다고 했다.


그야말로 월후에게 필요한 검이었다. 아마 천우비신장군이 조사전으로 가라고 한 것도 이 검을 염두에 둔 때문일 터였다.


“그래요. 이렇게 도망다니는 것보다는 무사답게 정면으로 부딪쳐봐요.”


월후가 말하고 추월이 동의하자 그렇게 결정되었다. 네 사람은 황도로 떠날 준비를 했다.


* * *


대동국 황도에는 한강이라는 커다란 강이 동서로 길게 흐르고 있었다.


그 한강을 경계로 강의 북쪽에 거대한 궁궐이 들어서 있고, 강의 남쪽에는 벼슬아치들과 백성들이 살았다.


광덕 33년 모월 모일 새벽, 며칠 전 억수같이 내린 소낙비 때문인지 한강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그 연무 같은 짙은 안개를 뚫고 두런거리는 말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강변의 새벽을 깨웠다.


“형님, 여름인데 오늘 새벽은 좀 쌀쌀하네요. 비가 많이 와서 그런가?”


“글쎄, 그래서 여름 안개가 이리 심한가? 며칠 전에는 누가 빗속에서 용오름을 보았다고 하더만.”


사내 두 명이 얘기를 나누며 강변으로 오고 있었다. 둘 다 물지게를 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물장수들인 모양이었다.


그들은 비가 내린 탓에 며칠 동안 강물을 긷지 못하다가 이제야 한강을 찾았다. 한강 위쪽은 물이 맑고 깨끗하여 물장수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시골에서야 모르겠으나 황도처럼 고루거각이 즐비하고 고관대작들이 거주하는 곳은 길조차 돌을 다듬어 깐 석도였다. 그러니 인공 연못 외에는 맑은 물이 귀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물장수가 생겨났고, 세월이 흐르면서 완연한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형님으로 불린 사내가 강변 풀섶 사이에 잡초 하나 없이 반들반들하게 다져진 땅을 따라 강변으로 내려갔다. 그 양옆으로는 잡초가 무성했으나 그곳은 사람들의 발길에 닳아 좁은 길이 나 있었다.


“팔봉 형님, 그런데 용오름은 바다에서나 보이는 것 아니오?”


“장삼 아우, 용오름이든 내림이든 우리야 말만 들었지 한 번 보지도 못했으니 어찌 알겠는가? 그냥 들은 말이니 전하는 걸세.”


장삼이 뒤에서 물동이를 건네자 팔봉은 그 물동이 밑바닥으로 강물을 몇 번 휘휘 저어 물 위에 뜬 부유물을 밀어낸 뒤 물동이에 물을 가득 채웠다.


“어여차. 물동이 받게.”


팔봉이 물이 가득 찬 물동이를 뒤로 넘기자 장삼이 받아서 땅에 내려놓고 다른 빈 물동이를 팔봉에게 건넸다.


한 사람이 물동이 두 개씩이니 모두 네 번 강물을 퍼담아야 했다. 마지막 네 번째 물동이에 물을 채우는데 강 한가운데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리더니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물보라가 사방으로 퍼졌다.


“아이쿠.”


물동이에 물을 떠다가 팔봉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 바람에 뒤에 서 있던 장삼도 같이 나동그라졌다.


“형님 도대체 저게 무엇이오?”


물안개가 자욱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퍼렇고 길다란 것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것 같았다.


“글쎄...”


두 눈을 꿈뻑이며 안력을 높여봐도 애매모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용오름인가?, 하고 장삼이 말하자 팔봉이 고개를 끄떡였다.


“용오름이 아니라 용 아닌가 승천하는 용?”


“용이 승천하면 근방이 물이 벌겋게 변한다는데...”


급히 강물을 보니 푸르스름하기도 하고 불그죽죽하기도 한 게 대강 벌겋게 보이기도 했다.


팔봉과 장삼이 한강 변에서 물 긷다가 용을 보았다는 소문은 금세 황도에 쫙 퍼졌다. 본시 그런 소문은 날개가 달리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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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호위무사 추월 제73화 에필로그(완결) +1 22.05.23 826 16 3쪽
72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대서국행 22.05.21 722 16 10쪽
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8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2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70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5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1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3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3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9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7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5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8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6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3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6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70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5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7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3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5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6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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