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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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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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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045

작성
22.04.2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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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제11장) 부여성의 혈투


환희루 2층 전망 좋은 방에 상이 들어왔다. 갖은 음식이 가득히 올려진 상이었다.


상석에는 월후와 추월이 앉고 맞은 편에 타노와 기철중이 자리했다.


치맛단을 사부작거리며 들어와 날아갈 듯이 큰절을 하는 기녀들을 추월이 손짓해서 내보냈다. 주루라고 해서 꼭 기녀를 옆에 앉혀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적어도 내 남자들이 그러는 꼴은 볼 수 없다는 것이 추월의 생각이었다.


오랜 도피 생활로 주린 배를 기름진 음식으로 잔뜩 채우고 난 뒤의 포만감은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추월과 월후는 계집종 각심이를 따라 별채에 나란히 붙은 방 두 개에 각각 들어갔다. 타노는 의제와 밀린 이야깃거리가 많을 터였다.


추월은 정말 오랜만에 목욕을 하고 나니 날아갈 것 같았다. 비로소 여자가 된 것 같았고 몸에서는 향기가 나는 듯싶었다.


피로도 풀 겸 일찌감치 침상에 누워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추추검을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었다.


밤새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 추월은 오히려 이상했다. 아침을 먹으며 타노가 그랬다.


“의제가 방주로 있는 흑룡방과 하천 건너 있는 적룡방이 영역 다툼 중인 모양입니다.”


대강 들어서 아는 내용이었다. 월후가 도울까 물었지만 타노는 아니라고 했다.


“제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두 분은 오랜만에 마음 편히 쉬십시오.”


하긴 기철중을 보니 절정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상대도 비슷할 것이었다. 그 정도면 타노에게 맡겨도 별 탈이 없을 터였다.


“공자님, 우리 뱃놀이나 가요.”


추월은 일전에 정자에서 내려다본 나룻배의 멋진 풍경을 떠올렸다. 그러나 막상 말해 놓고 보니 너무 팔자 좋은 소리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 하며 월후의 눈치를 보았다.


“그럴까?”


월후는 추월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워낙 오래 쫓기다 보니 안전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요. 오히려 뱃놀이하며 미행을 감시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죠.”


추월은 망설임 없이 못을 박았다. 갈수록 남자 다루는 솜씨가 능숙해지고 있었다.


추월과 월후가 호수에서 유선(遊船)을 타고 경치를 즐기는 동안 타노는 흑룡방주 기철중과 함께 적룡방으로 갔다.


적룡방에 도착하자마자 타노는 곧바로 현판부터 박살냈다. 그리고는 철각퇴법으로 대문 옆에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그 허리를 꺾어 버렸다.


낭인 시절 잔혹살귀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흑도를 다룰 줄 알았다. 건드리지 않으면 모르되, 일단 손을 댔으면 뿌리를 뽑아야 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냐?”


“멈춰라.”


적룡방 무사들이 소리치며 몰려나왔으나 타노의 기세에 눌려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어느 고인이시오?”


뒤늦게 소란을 듣고 나온 적룡방주 고길통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우선 묻기부터 했다.


“네가 고길통이냐?”


“그렇소만...”


“그러면 죽어 줘야겠다.”


타노의 철죽이 다짜고짜 고길통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엉겁결에 땅바닥으로 구르며 피한 고길통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타노는 여유를 주지 않았다.


파산각법으로 일어서려는 고길통의 옆구리를 걷어차고 그대로 반 바퀴 회전하면서 철죽으로 머리통을 내리쳤다.


퍽 -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일어서려던 고길통의 몸이 채 일어서지도 못하고 픽 쓰러졌다.


타노는 멈추지 않았다. 몰려 있는 적룡방 무사들 사이로 뛰어들어 몇 놈을 더 때려눕혔다.


“오늘로 적룡방은 흑룡방에 복속한다. 이의 있나?”


한 놈이 얼른 무릎을 꿇자 나머지도 따라서 우르르 칼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타노가 내 솜씨가 어떠냐는 듯이 기철중을 보고 씩 웃자, 기철중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형님이오.


소문은 금방 퍼졌다. 적어도 상산현의 기루나 객점, 도박장 등 위락시설에서는 흑룡방의 위세가 대단해졌다. 더불어 타노의 인기도 올라갔다.


기철중은 수십여 년 만에 만난 의형이 아직 혼자인 것을 알고는 어떻게든 여자를 붙여주려 했다. 타노가 한사코 마다하였으나 기어코 기녀를 타노의 방으로 억지로 밀어 넣었다.


“매향이옵니다.”


환희루 최고 기녀 넷 중에서 첫째였다. 무릇 남자들이란 미녀에게 약하게 마련이었다. 더구나 기녀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학습했거나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기도 했다.


천년탑에 있는 그 긴 세월 동안 여자를 모르고 살았던 타노가 저항하기에는 여인의 눈웃음과 손길과 체향(體香)이 너무 유혹적이었다.


타노는 돌아서서 옷고름을 푸는 매향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는 저고리를 어깨 아래로 내리고는 살짝 돌아보더니 치마를 발밑으로 흘러내렸다.


분홍색 촛불 아래 드러난 알몸을 가릴 듯 보여줄 듯 하면서 등부터 침상으로 올라와 타노의 몸에 착 감겨들었다.


육십이 넘은 나이지만 타노의 신체는 힘 있고 탄력이 있었다. 매향은 처음에 노인이라 별로 내키지 않았고 결국 등 떠밀려 시중을 들게 되었으나, 그의 상반신 근육을 본 순간 몸이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몸은 남자의 정력 세기만큼 기량을 발휘하도록 잘 설계된 기계 같았다. 기계는 아는 기교를 총동원하여 타노를 절정으로 몰아갔다.


타노는 나른한 가운데서도 흐뭇한 기분을 만끽했다. 습관적으로 쌈지를 끌러 철죽의 담배통에 연초를 재웠다.


흐드러져 있던 매향이 곱고 매끄러운 손으로 타노의 가슴을 부드럽게 쓸며 살짝 눈을 흘겼다.


“노인 맞아요?”


“얼굴만. 몸은 청춘이지.”


저절로 농담이 나왔다. 타노는 연초 연기를 매향을 향해 후- 뿜었다. 매향이 도리질하며 타노의 품으로 파고들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요즘 환희루 주변에 낯선 사람들이 많이 보여요. 무사님이 인기가 있어 그러나?”


“으응, 낯선 사람? 언제부터?”


정신이 번쩍 든 타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매향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같이 상체를 세웠다.


“왜요? 제가 뭘 잘못 말했어요?”


벌써 타노는 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창 쪽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얼핏 보기로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다.


기감을 높여 평상시와는 다른 별다른 움직임을 찾았다. 너무 방심했구나. 타노는 추월과 월후의 방으로 달렸다.


추월과 월후는 이미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있었다. 타노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추월이 말했다.


“숫자가 너무 많아요. 언제 이렇게 몰려들었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포위되기 전에 빠져나가야겠어.”


월후는 창 옆에 붙어서서 시선을 창밖으로 둔 채였다.


“아씨, 제가 딴짓에 빠져있어 미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타노는 면목이 없었다. 이렇게 될 동안 한심하게도 기녀와 뒹굴고 있었다니.


“아니에요. 사실 우리가 한곳에서 너무 오래 머물렀어요. 진작 떠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떠나지.”


월후가 묵장검을 챙겨 들자, 둘은 짐을 나누어지고 떠날 채비를 했다.


별채에서 나와 뒤꼍으로 돌아갔다. 뒤안에는 쪽문이 있었다.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걸쇠가 걸려 있었다.


타노는 걸쇠를 풀고 잠시 밖의 기척을 살폈다. 괜찮다 싶어 한 걸음 내딛자 바로 비수가 날아왔다. 철죽으로 한 개를 쳐내자 곧이어 수십 개가 날아들었다.


추월이 호신강기를 넓게 펼쳐 막아냈고, 월후가 호신강기에 막혀 튕겨 나가는 비수를 흡자결로 당겼다가 밀어냈다.


으윽, 윽 윽!


비수가 던져진 곳에서 콩 볶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셋은 달빛을 피해 그늘진 담을 끼고 돌았다. 적들은 나타나지 않고 어둠 속에서 암기만 날렸다. 그러나 암기는 고수들에게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셋이 옆집 담을 넘어가려 했을 때 강력한 저항이 생겨났다. 예닐곱 개의 서늘한 검기가 담 너머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중 세 개는 검강이었다.


“이곳 밖으로는 못 나간다.”


준수한 용모의 청년이 담 그늘 밖으로 나오자 여러 명이 같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기도를 뿌렸다.


“정기가 어린 기파로 보아 사파(邪派) 무리는 아닌 듯한데, 우리 앞길을 막는 연유를 물어도 될까요?”


정파 인물이 동창의 사주를 받고 살행에 나선 것은 뜻밖이었다. 추월이 보기에 광명정대한 기운으로 볼 때 이들은 사파나 흑도 무리가 아니었다. 살수는 더욱 아니었다.


“사연이야 누구에게나 있는 것 아니겠소? 우리가 여기 온 것은 그대들의 발길을 묶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오. 그러니 다시 환희루로 돌아 가시오.”


“동창의 요청인가요?”


추월이 재차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노인이 대신 대답했다.


“그건 말할 수 없네. 다만, 우리도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란 것만은 알아두시게.”


“혹시...”


타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노인을 보고 확인하듯 물었다.


“혹 남궁 세가 가주의 아우인 뇌전추풍검 남궁철우 대협이 아니시오?”


“본래 그 이름이긴 하나 오늘은 아니오. 오늘은 그저 부끄러운 용병일 뿐이오.”


남궁철우는 진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낯빛이 붉어지다 못해 목까지 벌게져 있었다.


하긴 남궁 세가가 어떤 곳인가? 강호 오대 세가의 수좌로 수백 년간 정의와 협의를 행사해온 가문이었다. 그런데 동창의 수족으로 나서다니. 그 자괴감이야 짐작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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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7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8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6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6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70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5 19 9쪽
»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7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3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5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6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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