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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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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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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5.2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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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대서국행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제16장) 대서국행


대서국 황도는 찌는 듯이 더웠다.


월후의 마음속이 답답한 때문만은 아니었다. 팔월의 태양은 익을 대로 익어 보기만 해도 뜨거웠다.


그러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커다란 분지를 이루고 있는 성도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생동감이 넘쳐 흘렀다.


전쟁을 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 연신 열과 오를 맞춰 행진하는 군사들이 눈에 띄었고, 이따금 보이는 대장간에서는 쉴새없이 무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며칠간 궁궐 주위를 배회하면서 월후는 주변 상황과 지형을 파악했다. 황제의 침소에 잠입한 뒤 살아나올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자칫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황제의 얼굴도 알아두어야 했다. 다행히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서국에서는 궁궐과 관청 같은 큰 건물 벽에는 황제의 초상을 그려놓고 있었다.


초승달이 슬프게 뜬 밤, 월후는 궁궐 담장을 넘었다. 한 마리 비조가 되어 순식간에 지나가는 그를 눈치채는 보초병은 없었다.


황제는 황후가 아닌 희빈의 처소에 있었다. 황제가 희빈을 총애하여 그녀의 처소에 자주 거동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희미한 촛불이 켜져 있었다. 황제의 침실에는 만약을 대비하여 항상 초가 밝혀져 있었다. 보통 때는 마흔 여덟 개의 황초를 밝히고 취침 시에는 마흔네 개를 끄고 네 개만 남겼다.


침소가 워낙 넓어 네 개의 촛불만으로는 방안이 어둠만 약간 가시는 정도였다. 그러나 월후는 침소 안을 훤히 볼 수 있었다.


절세미인이라고 소문난 희빈은 이제 스물을 갓 넘겨 보였다. 아들을 낳았다는데도 몸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월후는 그 옆에 큰 대자로 누워 자는 황제의 목에 검을 들이대었다. 섬득한 칼날의 기운에 황제가 눈을 떴다.


“누구냐?”


그러나 황제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가히 대서국의 황제다웠다. 손을 들어 칼날을 밀어 내면서 황제는 한 번 더 재우쳐 물었다.


“누구기에 감히 여기까지 들어왔느냐?”


“대서국 황제 폐하께 감히 청할 것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소. 무례를 용서하시오.”


월후는 검을 거두었다. 칼로 겁박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 순간 천정에서 빛살 같은 검이 월후에게 떨어져 내려왔다. 월후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손을 뻗어 검을 잡아갔다.


“핫 -”


찔러가는 검에 급히 내공을 더 싣는 소리였다. 상대는 월후가 맨손으로 검을 잡아 오리라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다가 뒤늦게 십성의 내공을 실었다.


그러나 검날이 이미 월후의 두 손바닥 사이에 낀 상태였다. 월후는 검을 두 동강으로 부러뜨렸다. 그리고는 목을 찔러오는 상대의 손을 후려쳤다.


비밀호위가 나가떨어졌다. 손목이 부러져 한 달간은 요양해야 할 터였다.


뒤늦게 황제의 호위들이 들이닥쳤다. 호위들이 월후를 둘러쌌지만 월후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이를 본 황제가 호위들을 물렸다.


“본 황제의 침소까지 들어오다니 자네는 누군가? 분명 무명소졸은 아닐 터.”


“그저 이름없는 대동국의 낭인무사일 뿐입니다.”


“믿기 어렵지만, 그대가 원하는 게 무언가?”


“평화를 원하오.”


“평화라. 우리 대서국은 오랫동안 대동국을 정벌할 준비를 해왔는데, 그걸 포기하란 말인가?”

“그래 주시기를 바라고 여기 온 것이오.”


“평화를 사려면 대가가 필요한 법. 그대는 무얼 내놓겠는가?”


“가진 게 이 목밖에 없으니 목을 드리겠소.”


“일개 무명 낭인의 목을 가져다가 어디 쓴단 말인가? 목을 걸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목이라야 흥정이 되지 않겠나?”


“어떤 목을 원하시오?”


“우리는 대동국 정벌을 오래 준비했지. 그만큼 많은 첩자들이 가 있고. 얼마 전 흥미있는 보고가 들어왔다네. 대동국 2 황자를 실각시키고 새로 현 실권을 장악한 3 황자가 사라졌다는 게야. 그 흔적을 따라가다가 우리 대서국 근처에서 행적을 놓쳤다더군. 어떤가? 3 황자의 목 정도면 흥미가 있는데?”


월후는 망설였다. 그러나 그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어차피 목을 건 도박이었다.


“나는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대동국의 일개 낭인이오. 그러나 비공식적이라면, 그게 보장이 된다면 나는 대동국의 3 황자요.”


비록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대동국의 3 황자가 대서국에서 목이 잘리는 수모를 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설혹 목이 잘리더라도 월후가 3 황자라는 사실은 자신과 대서국 황제만 알고 있어야 했다. 대서국 황제는 그 정도는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억울하지는 않나? 대동국의 황제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마다하고 남의 나라에서 죽는다는 게.”


“억울하오. 그러나 어쩌겠소? 하늘이 나를 황제로 보았다면 귀비의 몸에서 태어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지나치게 숙명론이 아닌가?”


“그것 말고는 달리 스스로를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했소.”


월후의 진심이었다. 그는 이것이 그가 갈 길이라고 믿었다. 이 길을 걷지 않으면 태자와 또 골육상쟁을 벌여야 했다. 그것의 힘듦보다는 그 과정에서 애꿎게 죽어 나갈 목숨을 차마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월후 자신의 경우만 하더라도, 비록 살아남기 위해서였다지만 얼마나 많은 목숨이 죽어 나갔던가?


“안타깝군. 죽이고 싶지 않은 인재야. 만약 그대가 대동국 황제가 되었더라면 나는 밤마다 잠을 설쳐야 했을 게야. 그러나 역설적으로 적국에 인재가 많은 건 우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니... 여봐라.”


대서국 황제의 호위무사들이 순식간에 들어와 부복했다. 황제는 단호한 어조로 명령했다.


“자객이 침입했다. 제압하라. 다만, 날이 밝으면 효수할 터이니 사로잡도록.”


월후는 순순히 사로잡혔다. 대서국 황제 정도의 인물이면 헛된 말을 하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대서국 황제는 호위들에게 명령을 덧붙였다.


“그리고 호위대장은 자객이 침소에 들도록 막지 못했다. 참형으로 다스려라.”


날이 밝자마자 대서국 황도 내에 소문이 퍼졌다.


- 대동국 자객이 황제의 처소에 침입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황제께 사로잡혔다.


- 호위대장은 황제의 침소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책임으로 참형에 처하게 되었다.


여름 끝물의 정오, 태양이 머리 위에서 쇳물을 들이붓는 듯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가을을 부르는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둥 둥 둥 -


커다란 북소리와 함께 달구지 위에 나무 창살에 갇힌 죄인이 대서국 황도 광장에 나타났다.


“죽여라. 황제를 시해하려 하다니 죽여라.”


“돌로 쳐 죽여라. 목을 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방에서 모여든 대서국 백성들이 나무 창살에 갇힌 월후를 향해 돌을 던졌다. 금세 월후의 전신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월후는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수도 없었다. 몸에는 태산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는 무공을 갖추었으나, 그는 죽어야 했다. 그가 죽어야 대동국 백성들이 전쟁의 참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망나니의 칼날을 기다렸다.


그의 감은 눈 속에 추월의 모습이 떠올랐다. 추월, 내 사랑 추월. 먼저 가는 나를 용서하오. 마침내 감은 눈 속에서 후두둑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죄인을 끌어내라.”


병사들이 동아줄로 결박당한 월후를 나무 창살에서 끌어내어 광장 한가운데 무릎을 꿇렸다. 처형하라. 죽여라, 하는 함성이 점점 고조되었다.


망나니가 칼춤을 추었다. 커다란 칼날을 번뜩이며 춤을 추다가 술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칼날에다 푸, 하고 뿌려냈다.


술 방울이 허공에 튀면서 햇빛을 받아 망나니 주변에 둥그런 무지개를 그려냈다. 역설적이지만 참으로아름다운 무지개였다.


그 무지개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망나니는 커다란 칼을 머리 위에까지 치켜들었다가 아래로 힘껏 내려쳤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귀천 / 천상병


월후는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했다.


대서국 사형 집행인은 죽은 월후의 목을 대나무 장대 끝에 꿰어 성문에 효수하였다.


효수된 월후의 머리통에 성문 안팎을 오고 가는 행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돌을 던지고 침을 뱉었다. 까마귀들이 몰려와 눈과 코를 쪼아도 아무도 쫓지 않았다.


월후의 몸뚱이는 아무렇게나 들판에 버려졌다. 떠돌이 개들과 짐승들이 와서 물어뜯다가 버려둔 몸뚱이는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다.


성문에 높이 효수되었던 머리통도 어느 날 같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까마귀나 다른 날짐승들이 먹어 치웠으려니 했다.


소문이 돈 한 참 뒤에야 성문 병사가 와서 빈 장대를 거두어 갔다.


대동국은 황제 즉위식으로 떠들썩했다.


마침 대서국에서 전쟁을 하지 않기로 하고 황제의 아우를 평화사절로 대동국 황제 즉위식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즉위식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태자는 황제 즉위에 앞서 황실 금고를 열어 백성들에게 쌀과 보리쌀을 나누어 주었다. 추월과 월후가 텅빈 황실 금고를 조사전의 재물로 새로 채운 것이었다.


3 황자는 심산유곡에 은거하였고, 3 황자의 친모 귀비는 대비로 높여 새로운 황제가 친어머니처럼 모신다 하였다.


백성들은 새 황제의 은혜와 덕을 칭송했다.


“만세 -”


“새 황제 폐하 만세 -”


만세 소리가 대동국 방방곡곡에 퍼져 집집마다 웃음이 그칠 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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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호위무사 추월 제73화 에필로그(완결) +1 22.05.23 824 16 3쪽
»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대서국행 22.05.21 721 16 10쪽
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6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0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69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4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2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6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6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7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5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5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69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4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6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2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6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4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5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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