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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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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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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제10장) 천라지망


월후는 팔베개하고 누워 달을 쳐다보았다. 천년탑을 떠나온 뒤 오랜만에 바라보는 달이었다. 그 속에는 늘 어머니가 있었다.


그러나 떠올리는 얼굴이 어머니의 모습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일곱 살 그때 각인된 기억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추상화되고 관념화되어 갔다.


결국 그에게 있어 궁궐에 있는 어머니는 관념 속의 어머니이고, 그의 곁에 실재로서 존재하는 어머니는 추월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어머니의 얼굴을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 적어도 그가 궁궐에 돌아가 다시 어머니를 만날 때까지는.


어머니, 그리고 추월. 그는 입속에서 두 이름을 번갈아 되뇌었다. 추월에 대한 그의 양가감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어머니 같은 추월, 연인 같은 추월, 호위무사와 황자, 그래 태생부터 비련을 안고 있는 슬픈 관계가 아닌가?


추월은 모로 누워 월후의 옆모습을 보고 있었다. 언제나 같은 얼굴 같은 달빛인데도 천년탑에서 보는 그와 지금의 그는 어딘지 달랐다.


같은 점이 있다면 그가 지금도 여전히 어머니를 그리고 있을 것이란 점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바늘로 꼭꼭 찌르는 듯했다. 아니 아프다기보다는 시렸다. 그의 어머니보다 더 오래 그의 어머니로 살아왔으되, 아직 그의 속에 그녀의 자리는 비좁았다.


휴우– 한숨을 내쉬려다 꿀꺽 삼켜버렸다. 그녀가 아는 그 반만큼이라도 들켜서는 아니 되는 속마음이었다.


어디까지나 그녀는 그의 호위무사였다. 선을 넘어서는 아니 된다. 스스로에게 타이르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마치 연(鳶)줄에 매인 가오리연 같았다. 그도 그녀도 그 연줄을 끊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하늘에는 사금파리 조각처럼 별이 박혀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 신비롭게 빛나는 별이었지만, 별에는 아무런 비밀도 없었다. 비밀은 그녀의 속에 있었다.


냇물 흐르는 소리가 작아진다 했더니 어디선가 풀벌레가 울고 있었다. 풀벌레는 입으로 우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낸다고 했다.


날개에 무늬처럼 갈라진 시맥이 한쪽 날개는 현악기의 현(絃)처럼 생겼고, 다른 날개는 현악기를 켜는 활처럼 생겨 그 현과 활을 부딪쳐 암컷을 찾는다고 했다.


때 이르게 우는 풀벌레가 있듯이 때늦도록 잠 못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달빛이 가득한 냇가 모래밭에서 세 사람은 이리저리 뒤척이며 각자의 상념에 빠져 밤을 잊고 있었다.


푸르륵, 히히히 힝 -


간간이 말들조차 선잠에서 깨어 달을 보고 울었다.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제11장) 부여성의 혈투


무림맹주의 집무실에서는 한창 무림맹 장로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상 보고드린 바와 같이, 천년탑 포격은 단오절에 동창이 3 황자를 지우기 위해 살수와 흑도 단체 그리고 낭인들을 총동원하여 공격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으로 판단됩니다.”


보고를 마친 백봉은 자리에 앉았다. 보고한 외에 그녀가 아는 정보가 좀 더 있었지만 혼자만 알고 있기로 했다.


동창은 그날 3 황자와 군웅들, 그리고 자신들이 고용한 살수들까지 모조리 죽이려 했음이 분명했다. 아마 그것으로 3 황자의 죽음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고자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사실을 발설하는 것이 무림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황실과 무림은 불간섭이 원칙인데, 공연히 무림을 들쑤셔 황실과 원수지간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녀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무리 무리수라도 그렇지 어떻게 일개 지방군이 천년탑을 포격할 수가 있나. 안 그런가요?”


고해고불은 아직 위지휘사 문천일을 만나 수모를 겪은 일을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포사격 훈련이었다니까요 뭐.”


위지휘사를 만나러 갈 때 동행하지 않은 군사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매우 복잡한 두뇌를 가진 그가 이리 단순하게 말할 때는 이유가 있었다.


지방군대까지 동원하여 천년탑에 대포사격을 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그는 동창의 속셈을 간파했던 것이었다.


“자, 그러면 우리 맹은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소?”


맹주가 좌석 등받이에 한껏 기대었던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맹주와 눈이 마주친 무당신검이 남의 일처럼 한 마디 툭 던졌다.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소? 황자들 간에 골육상쟁으로 빚어진 일인데...”


“그러게 말이요. 괘씸하긴 한데 우리 맹에서 쌍지팡이 짚고 나설 일은 아닐 듯싶소.”


대충 그리 매조지 되나 싶었는데, 백봉의 눈치를 살피던 방무천이 나섰다.


“그러면 동창에 협력한 방파나 낭인들은 어찌하겠소? 그냥 두실 참이요? 그들은 이미 동창의 칼이 되어 관과 무림 간의 불가침 원칙을 어겼지 않소?”


“그냥 두지 않으면 또 어찌하겠소? 설마 그 많은 수를 다 잡아 족칠 생각이오?”


화산파의 장로 매화삼절 중 일절 분광검이 현실을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불퉁스럽게 말하자, 아 말이 그렇다는 말이오. 말이, 하며 방무천이 물러섰다.


애초에 그는 백봉에게 얻어먹은 것이 있어 체면치레로 한마디 던진 것일 뿐이었다.


맹주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장로회의란 게 항상 그랬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래서 특별한 결론도 없이 더 두고 보자 정도에서 마무리되고는 했다.


천년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천하제일인과 한 약속이었다. 그분을 언젠가 한 번은 도와주기로 하고 100초 한정 비무를 했었다.


그래 30초 만에 패했지. 참 대단하신 분이었어. 천년탑이 붕괴되었다면 3 황자는 쫒기고 있겠지. 그 아이도 함께 있겠지. 추월이랬나? 녹수라고 부른 기억이 나는데. 참 고운 아이였지.


동창에 쫓기고 있으니 곧 다시 만날 날이 올 것이다. 위기에 처한 3 황자가 머지않아 성문에 청색 깃발을 내걸 테니까.


“그럼 그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협력한 것으로 정리합시다. 그리고 우리 맹은 동창과 3 황자간의 문제에 엄정중립을 취하는 걸로. 어떠십니까?”


맹주가 아무런 말이 없자 군사가 결과를 정리했고, 다들 수긍하는 기색이라 그렇게 무림맹 장로회의는 끝이 났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서는 와중에 맹주는 백봉에게 잠시 남으라고 일렀다.


“설 비각주, 추월과 3 황자가 어디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신속히 파악해 보고하도록. 비각 인력을 총동원해.”


“총동원입니까?”


백봉은 의아해서 되물었다. 본인도 당연히 상황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추월 언니가 위기에 처해 가뜩이나 조바심이 나는 터였다.


그러나 방금 엄정중립 결론이 난 일에 맹주가 직접 총동원 지시를 한 것은 뜻밖이었다.


“예의 주시하고 있다가 3 황자 일행이 있는 지역 성문에 청색 깃발이 내걸리면 즉각 개입하도록. 청룡대와 동행할 것. 신분 노출은 금지. 알겠나?”


맹주는 의문을 제기할 여지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한 후 호위대장을 불렀다.


“호위대장, 즉시 추월과 3 황자 일행을 찾아. 그 위치와 상황을 긴급 보고하도록.”


아, 그리고... 맹주는 물러나는 호위대장을 다시 불러세웠다.


“복면을 하고 가. 내 것도 하나 준비해 놓고.”


* * *


부여성(城)은 대동국 남쪽에 있었다. 강과 호수가 많고 자연히 너른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어 들판 어디에서도 지평선을 볼 수 있었다.


논에서는 벼와 보리를 삼모작으로 재배하고, 평지의 큰 밭에서는 밀을 심었다. 좀 비탈지거나 작은 밭에서는 무와 배추를 생산하고, 논두렁이나 밭이랑 같은 빈자리마다 콩, 옥수수를 키우니 먹거리가 풍부했다.


자연히 사람이 모이고 물자 이동이 빈번하여 교통요지가 되었다.


일거리를 찾아 드는 낭인과 뜨내기들도 많았다.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 떠돌아다니는 남자들이 많으면, 결국 찾는 것이 술과 여자였다. 객점과 주루와 도박장이 번창했다.


부여성의 서쪽이 상산현(縣)이었다. 그 상산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남쪽은 주택가였고, 북쪽은 상가였다. 그 상가를 다시 반으로 갈라 동으로는 상점과 점포, 장터가 있고, 서편으로는 위락시설이 밀집해 있었다.


위락(慰樂)하면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이니 그중 으뜸은 환희루였다. 3층 건물에 기녀가 서른, 손님 받는 방이 20개나 되는 호화 주루(酒樓) 겸 기루(妓樓)였다.


기녀들이 하나같이 절색의 미녀로 소문이 자자했다.


술값도 비쌌다. 하룻밤 놀려면 적어도 은자 몇십 냥이 필요했는데, 보통 사람들이 그 돈을 모으려면 몇 달 심지어 몇 년은 쎄가 빠지게 일해야 했다.


그러기에 환희루를 출입했다는 영광을 뽐내려는 남정네들은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포목점 포씨도 어물전 어씨도, 백 리나 떨어진 산속에서 벌목하는 벌씨, 심지어 대가리도 채 여물지 않은 점소이조차 환희루에 가려고 돈을 모은다고 했다.


환희루 앞에서 대낮부터 싸움이 벌어졌다. 보통 키에 준수한 용모를 가진 청년과 떡 벌어진 체구에 각진 얼굴을 한 청년이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삽시간에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두 사람을 빙 둘러 에워싸고 가운데를 비워두어 판을 만들었다.


강호에서는 싸움은 말리는 게 아니라 지켜보면서 공정한 대결인가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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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호위무사 추월 제73화 에필로그(완결) +1 22.05.23 824 16 3쪽
72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대서국행 22.05.21 721 16 10쪽
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7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0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69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4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3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6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7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5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5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69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4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6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2 19 9쪽
»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4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5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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