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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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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045

작성
22.05.1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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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제13장) 칙령


물장수 팔봉과 장삼의 입에서 시작되어 대갓댁, 상점, 주루, 객점 등 물을 사서 쓰는 곳으로 옮겨가더니 삽시간에 황도 뒷골목에 어슬렁거리는 강아지도 알 정도가 되었다.


한강물이 붉게 물들었으니 세상이 바뀌어 새로운 황제가 등극할 거라는 소문이 더해지고, 병약한 황제가 양위한다는 풍문까지 더해졌다.


관에서 진상조사를 나갔다는 말이 돌더니 저녁 무렵에는 방이 붙었다. 신속하기 짝이 없는 조치였다.


- 용이 승천한 흔적은 있으나 사실 확인은 불가. 강물이 붉은 빛을 띠었으나 지금은 본래 색을 되찾아 역시 확인 불가.


- 향후 이와 관련한 유언비어를 유포한자들은 참형으로 다스릴 것임.


물장수 팔봉은 저녁을 먹자마자 집을 나왔다. 전갈이 왔다. 십 리의 반이나 되는 오 리를 걸어 토지묘까지 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금방 오겠지.


그는 흐뭇했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가 찾아와 물장수 팔봉이냐고 묻고는 대뜸 평생 벌 돈을 한 번에 벌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일은 간단했다. 물 길으러 갔다가 안개 낀 새벽 강에서 용을 보면 되는 일이었다. 어려울 것도 없었고 또 예전에 친구들 간에 비슷한 농담을 하기도 했다. 진짜니 가짜니 내기도 했던 기억이 있었다.


멀리 어떤 사내가 어두워진 길을 따라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왔구나. 약간 긴장되는 몸을 풀기 위해 팔봉은 목을 이리저리 돌렸다.


한 몫 받으면 황도를 뜰 생각이었다. 어디 가도 그 돈이면 한평생 떵떵거리며 살리라.


사내가 가까워졌다. 얼굴이 보일 정도의 거리였다. 그런데 어두워서 그런지 얼굴이 없었다. 다시 보니 얼굴이 없는 게 아니라 복면을 쓰고 있었다.


웬 복면이지?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여 도망을 가야 하나, 생각하는 순간 팔봉의 목이 땅으로 툭 떨어졌다. 그의 몸뚱이는 그 뒤에 천천히 쓰러졌다.


팔봉은, 그의 머리통은 자신의 몸뚱이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믿기 어려웠다.


팔봉이 눈을 뜬 채로 죽자 어디선가 소달구지가 나타나 팔봉의 시신을 달구지에 싣고 거적대기를 덮었다.


이랴, 소리와 함께 달구지는 덜컹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참 후에 토지묘 앞에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인영은 사방을 둘러보더니 경신술을 펼쳐 날 듯이 달려갔다.


토지묘를 떠난 인영은 궁궐내 내시부로 곧장 들어갔다. 잠시 후 2 조장 백호 이장호는 첩형관 초무심에게 보고했다.


“작전 완료되었다는 보고입니다..”


“뒤처리도 말끔히 해야 할 것이야. 성스러운 조짐은 준비되었겠지?”


성스러운 조짐은 기린을 말함이었다. 이 나라에서는 기린이 없었다. 없는 기린이 갑자기 나타나니 얼마나 성스러운 조짐이겠는가.


“궁궐 내 2 황자전 앞 동산 근처에서 발견되도록 새벽에 풀었습니다.”


“첫 발견자가 중요해.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는 인물로 잘 섭외하고, 나는 이 길로 병필태감을 만나 금오위 차출을 요청할테니, 동창 중 정예요원 오십 명을 차출해 놓도록.”


첩형관 초무심은 병필태감과 함께 금오위장군 박항서를 찾아갔다.


금오위는 황도의 치안과 경찰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었다. 금오위장군 휘하 7,00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초무심은 금오위장군이 인솔하는 금오위 오백 명과 함께 2 황자를 배알했다.


“어허, 좀 서두르지 않고. 지금 일각이 향후 십 년보다 중요하단 걸 모르는가?”


2 황자는 일단 엄한 꾸지람을 한 뒤 붉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앞장을 섰다.


“폐하께로 가자.”


붉은 옷은 황제의 색이었다. 2 황자가 입은 옷에 용 그림만 그려 넣으면 황제의 복식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그것을 문제 삼고 나설 배짱있는 인물은 없었다. 얼마 전 꼬장꼬장한 한림원 학사가, 태자 책봉도 아니 받은 2 황자가 붉은 복식을 하는 것은 상례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후였다.


2 황자가 앞서고 그 뒤를 금오위장군과 초무심이 따르고 또 그 뒤를 오백 명의 금오위가 좇으니 그 행렬이 수십 장에 달했다.


“폐하, 오늘 새벽 한강물이 붉게 물들고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 하옵니다. 소자의 생각으로는 우매한 백성들이 잘못 보고 소문이 난 것으로 생각되오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고 하옵니다.”


“민심이 어떻게 요동을 친다는 말이냐?”


2 황자의 말에 황제는 되물었다. 황제가 되묻는다는 것은 그 말을 불신한다는 뜻과 진배 없었다. 황공하여 당장 오체투지할 일이었다.


그러나 2 황자는 태연자약했다. 본래 용맹스럽기도 했거니와 이미 권력이 십 중 팔, 구는 그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새 황제가 등극할 조짐이라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용상을 원하느냐?”


황제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기운이 없었으나, 그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문무백관들이 석고대죄해야 할 터였다.


“소자가 아니라 백성이 원하고 있나이다.”


“짐의 수명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골육상쟁의 불상사를 보고 싶지는 않구나. 물러가라.”


쿨럭, 하고 황제는 기침을 했다.


“소자를 태자로 책봉해주소서. 그러면 형제들의 다툼은 없을 것이옵니다. 폐하”


2 황자는 물러가지 않고 버텼다. 그런 2 황자를 지켜보던 황제가 허공을 보며 손짓을 했다.


“천우비신장군 있는가?”


황제의 말과 거의 동시에 허공에서 그림자 하나가 뚝 떨어져 내렸다. 검은색 복장에 가슴에는 ‘천’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저들을 물리라.”


황제가 천우비신장군에게 명하자, 그는 2 황자에게 가볍게 읍을 하고 나서 말했다.


“폐하의 어명이십니다. 2 황자께서는 물러나십시오.”


“그대는 누구인가?”


2 황자는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져 내리자 몹시 놀랐다. 천우비신장군이라는 말도 금시초문이었다. 하긴 황제의 비밀호위인 천우비신은 그 성격상 황제와 태자만 아는 극비사항이었다.


현재 대동국에는 태자가 존재하지 않아 결국 황제 외에는 아는 이가 없었다.


천우(千牛)는 왕을 경호하는데 사용하는 칼을 말했다. 또 비신(備身)은 신변경호를 뜻했다. 그래서 천우비신은 천우도를 가지고 왕을 호위하는 군사를 일컬었다.


“대답하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다시 한번 황제 폐하의 명을 전합니다. 물러나시지요.”


“허면 2 황자인 나를 베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2 황자는 자못 언성을 높였으나 천우비신장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는 오직 폐하의 명만 받들 뿐, 폐하의 명에 거역하면 설사 태자라 하더라도...”


뒷말을 흐리며 천우비신장군은 검을 뽑아 들었다. 검기만으로도 주변 삼 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2 황자는 금오위장군과 초무심을 돌아보았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 담긴 시선이었다. 초무심은 금오위장군을 보았다.


금오위장군이 기세 좋게 검을 뽑으려 하는 순간, 눈앞이 번쩍하더니 천우비신장군의 검끝이 그의 목에 닿아 있었다.


“오늘은 이만 가자.”


2 황자는 돌아섰다. 황제에게 경호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예상 밖으로 강했다. 어떻게 저런 고수가 있다는 걸 몰랐을까. 그는 생각이 많아졌다.


2 황자가 물러가자 황제는 천우비신장군을 가까이 불러 물었다.


“1 황자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


“와병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약함은 알고 있었으나 기세마저 부족하구나.”


황제는 탄식을 내 뱉았다. 천우비신장군이 그의 죄이기라도 한 듯 몸을 읍조렸다. 황제가 다시 물었다.


“3 황자는 어디 있느냐?”


“동창의 집요한 추적에도 불구하고 살아계십니다.”


“얼마나 살아있을 것 같은가?”


“천우신조가 없이는 올여름을 넘기기 어려울 듯하옵니다.”

황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회한에 잠긴 표정이었다. 3 황자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긴 어릴 때 잠깐 본 게 전부였다.


귀비도 떠올렸다. 대단한 미색이었다. 그러나 며칠 성은을 내리고는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귀비로 들인 것도 성은을 내린 것도 모두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


귀비가 궁중 권력투쟁의 희생물이듯 그 아들 3 황자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짐이 부덕한 탓이로다. 황제는 탄식했다.


“천우비신장군, 수하들을 데리고 떠나라. 가서 3 황자를 보필하라.”


“폐하. 신은 폐하의 수족이옵니다. 폐하라 하더라도 제 수족을 자를 수는 없는 법이옵니다. 대신 수하 절반을 보내겠나이다. 능히 천 명을 감당할 것이옵니다.”


천우비신장군은 황제에게 길게 부복했다.


해가 채 떠오르기도 전인 새벽, 성 동쪽문을 지키던 초병이 보초장에게 보고했다.


“좀 전에 어마어마하게 목이 긴 커다란 동물이 2 황자전 쪽으로 가는 걸 보았습니다.”


보초장은 초병을 나무랐다.


“세상에 어마어마하게 목이 긴 동물이 어디 있단 말이냐? 보초를 서랬더니 필경 꾸벅꾸벅 졸다가 꿈을 꾼 게로구나.”


잠시 후 서쪽 문을 지키던 보초도 똑같은 보고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이 궁내에 쫙 퍼졌다.


소문뿐이 아니었다. 실제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동물이 긴 목을 건들거리며 천천히 걷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키가 워낙 커서 궁궐 내 곳곳에서 쉽게 보였다.


“기린이다.”


누가 외치자, 소문은 금세 동물에서 기린으로 바뀌었다. 2 황자전 앞 동산에서 기린이 나와 궁궐을 한 바퀴 빙 돈 다음 밖으로 나갔다는 소문이 궐 밖으로까지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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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호위무사 추월 제73화 에필로그(완결) +1 22.05.23 824 16 3쪽
72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대서국행 22.05.21 720 16 10쪽
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6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0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6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69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4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6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8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2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6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6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7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5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5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69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4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6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2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6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4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5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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