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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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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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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제10장) 천라지망


살아남은 표두가 포권을 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영웅분들이 아니었으면 저희는 몰살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구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해가 동도인데 당연히 도와야지요. 그리 마음 쓰지 마시오.”


“아닙니다. 저희 표국에서 나중에 따로 인사를 올리겠습니다만, 우선 감사 표시로...”


표두가 말을 끊고 마차 덮개를 들추고 궤짝을 내렸다.


그때 추월은 무심코 마차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서녘으로 훨씬 기운 해가 마차에 긴 그림자를 드리워 그곳이 시원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추월에게 마차 밑에 엎드린 쟁자수가 눈에 띄었다. 쟁자수는 추월과 눈이 마주치자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더니 입을 소리 나지 않게 크게 벌렸다.


왜 그러냐고 전음으로 물었으나 쟁자수는 무공을 하지 못했다.


추월은 그의 입 모양을 따라 해보았다. 펑, 꽝, 와 같은 감탄사 발음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머리칼이 쭈뼛 섰다.


표두가 주는 궤짝을 타노가 사양하자, 그럼 이거라도, 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보자기에 싸인 길쭉한 물건을 월후에게 내밀었다.


월후가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손사래를 치는 순간, 보자기가 걷히며 긴 통이 나타났고 거기서 수많은 암기가 방출되었다.


만천화우(滿天花雨) -


하늘을 가득 채우는 꽃비처럼 독침을 허공 가득히 뿌려 도무지 피할 수 없게 하는 암기수법이었다.


암기가 쏘아지자 순식간에 주변 2장이 독침으로 뒤덮여 도저히 피할 길이 없어 보였다.


월후가 황급히 호신강기를 일으켰으나 늦어 보였다. 타노가 월후를 보호하려 몸을 던졌고, 그보다 조금 빨리 추월이 추추검을 떨쳐냈다.


무상검결, 회(廻) -


추추검이 풍차처럼 거세게 회전하며 돌개바람을 일으켜 독침들을 쓸어내고 월후의 앞을 철벽으로 방어했다.


그런 일련의 동작들과 거의 동시에 다섯 대의 마차가 연속으로 폭발했다.


쾅 콰과 꽝 -


그 폭발로 주변 오 장이 초토화되었다. 잠시 후 자욱한 폭연(爆煙)이 걷히자 처참한 광경이 드러났다. 표두와 표사들의 신체가 갈기갈기 찢어져 그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함께 죽자는 동귀어진(同歸於盡)을 노리다니, 지독한 놈들.”


타노가 부스스 몸을 일으키며 치를 떨었다. 그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쑥대머리 귀신형용이 따로 없었다. 전신은 상처투성이였고, 여기저기서 흐른 뻘건 피가 옷을 적셨다.


그보다 좀 낫기는 했으나 추월과 월후도 형편없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역시 살수들이었나?”


“제 목숨 내놓고 살행(殺行)에 나설 놈들은 살수 밖에 없을 거예요.”


형편없이 망가진 주변을 둘러보던 세 사람은 자리를 옮겨 대충 상처를 돌보았다. 그러나 현장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폭발 소리가 워낙 컸으니 들 일하던 농부들이나 누군가 몰려오면 귀찮아질 수 있었다.


타노가 말 두 마리를 끌고 왔다. 마차를 끌던 말들은 다 폭사하였고, 표두 둘이 타던 말들이 멀리 도망을 가서 풀을 뜯고 있는 걸 붙들어 온 것이었다.


타노와 추월이 말에 타고, 말을 타본 경험이 없는 월후는 추월의 뒤에 탔다. 추월이 월후를 돌아보며 꼭 잡아요, 하더니 신나는 듯이 말고삐를 잡고 말의 옆구리에 박차를 가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위기 끝에 말이 왔네요.”


“덕분에 편히 가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새옹지마입니다.”


이 상황에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적합한 지 여부는 차치하고 적어도 셋 중에는 그 말 쓰임의 잘잘못을 따질 사람은 없었다.


앞서 말을 타고 가던 추월이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길옆 도랑에 파리떼가 들끓고 있었다. 버려진 시체들 때문이었다. 윤 유월의 더운 날씨에 벌써 썩는 냄새가 풍겼다.


“천하표국의 표사와 쟁자수들인 모양이에요.”


청색의 복장으로 봐서 분명했다. 월후가 추월의 옆구리 옆으로 고개를 빼 들면서 탄식했다.


“그러고 보니 살수들이 천하표국의 표행을 장악하고 표사와 산적으로 위장한 거로군.”


“급히 처리하느라 시체는 멀리 치우지 못하고 여기 도랑에 버린 모양입니다.”


추월은 마차 밑에 숨어 있던 쟁자수를 생각했다. 재빨리 마차 밑으로 피해 용케 살아났으나 결국 화약 폭발로 죽었으니, 어쩌면 그는 자신에게 놈들의 정체를 알리려고 살아남았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섭리란 얼마나 교묘하게 안배되는 것인가?

최근 들어 추월은 가끔 자연의 섭리나 질서에 대해 생각하고는 했다.


자신이 무림맹에 들어가게 된 일이나 궁궐에 3 황자의 호위무사로 발탁된 것, 그리고 천하제일인 어르신과 만남 등 이 모든 것에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어떤 거대한 힘, 섭리 같은 것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추월의 상념을 깬 것은 그녀가 탄 말이었다. 말은 시체들이 보기만 해도 역겹다는 듯이 발굽으로 땅바닥을 긁으며 크게 히힝거렸다.


워워 – 하고 타노가 추월이 탄 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머리를 나란히 했다.


“묻어줄 여유는 없겠고, 가다가 누구 만나면 관아에 신고해 달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놈들은 우리 행선지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추살자가 있으니 끊임없이 쫓고 있겠지.”


사실 월후는 이미 추살자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길을 가면서도 수시로 기감을 넓혀 전후방을 살피는데, 지속적으로 비슷한 기파를 지닌 무인의 존재가 포착되었던 것이다.


“숨어 있다가 추살자를 제거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또 다른 추살자를 보낼 텐데, 공연한 시간 낭비 말고 얼른 이 자리를 뜨지.”


시간 낭비보다는 불필요한 살인은 가급적 하고 싶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무인의 길을 가고는 있으나 월후는 이 나라 대동국의 황자였다. 그에게 백성은 죽임의 대상이 아니라 다스림의 대상이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고 했다. 두 필의 말은 어서 자리를 뜨고 싶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야말로 질풍같이 오십 리쯤을 달리더니 서서히 속도를 늦추었다.


“이렇게 가면 부여성에 금방 도착하겠어요.”


“도중에 함정이나 기습이 없으면 그렇겠지만...”


월후는 뒷말을 채 잇지 못했다. 추월이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말 위에서 상반신을 돌려 그의 입을 막았다. 말이 씨가 된다잖아요. 그래 놓고는 스스로도 무안한지 낯을 붉혔다.


“이랴 -”


못 본 척 먼 산에다 눈길을 주고 타노가 달려 나갔다. 월후가 뒤에서 추월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이랴, 하고 장난을 쳤고, 추월은 어머, 하고 놀라는 척을 하더니 곧 이랴, 하고 말을 몰았다.


이백리는 왔을까? 말들은 지쳤고 날도 차츰 어두워지고 있었다. 저기 멀리 저녁놀이 거의 지워진 빈 하늘에, 이름 모를 새 떼가 해질녘의 화려한 군무(群舞)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룻밤 쉴 자리를 찾아 봐야겠습니다.”


“어디 상여집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상여(喪輿)집은 상여와 장례에 쓰이는 용구들을 보관하는 곳으로 보통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었다.


그러나 초여름의 시골에서, 더구나 인가와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서 빈집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세 사람은 냇가 모래밭으로 갔다. 풀숲 같은 곳보다는 차라리 깨끗하고 뱀 같은 게 나올 가능성도 적었다.


모래밭은 아직 땡볕의 열기가 채 식지 않고 있어 앉아 있기에 좋았다. 말들을 풀어 놓아 풀을 뜯게 하고, 냇가 주변의 왕버들을 통째로 잘라다가 모닥불부터 피웠다.


월후는 불을 피우는 게 아직 서툴렀다. 생나무라 연기만 나고 불이 잘 안 붙자 그는 천상무상심법을 운용하여 내공으로 나뭇가지를 바짝 말리고는 삼매진화로 불을 붙였다.


타노가 냇가를 돌아다니다가 오백 근은 됨직한 널찍한 돌을 주워와서 밥상으로 삼았다.


추월은 왕버들 작은 가지를 골라 솜씨 좋게 젓가락을 다듬어냈다. 화경급 고수 둘과 초절정고수 하나면 안 되는 것이 없었다.


마치 야외 나들이라도 나온 것처럼 떠들썩하게 늦은 저녁밥을 지어먹고는 각자 하늘을 보고 누웠다.


타노는 부싯돌을 쳐 연초에 불을 붙였다. 아직 삼매진화를 일으키기에는 시기상조인 모양이었다. 그는 양쪽 뺨이 오목해지도록 연기를 빨아들여 후 – 하고 뱉어냈다.


이렇게 짝귀를 찾아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잘하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헤어지고 못 만난 지 수십 년도 넘었다. 그 애첩과는 여전히 같이 사는지 아이는 생겼는지 아는 것이 전무했다.


무슨 조그만 흑도 방파의 방주가 되었다는 말을 풍문으로 얼핏 들었으나, 그 또한 십여 년 전이었다. 만나면 첫 마디를 어떻게 풀어갈까. 타노의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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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0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69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4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3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7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8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6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5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69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4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6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2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5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6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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