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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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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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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월후는 사인검을 헝겊으로 싸서 등에 메었다.


“가지.”


네 사람은 조사전을 떠나 황도로 향했다. 사비성에서 황도까지는 이천 리나 되는 먼 거리였다. 산천경개 구경삼아 건들건들 걷는다면 한 달은 넘게 걸리고, 잰걸음 걷기로 이름난 장돌뱅이 걸음이라도 열흘이 더 걸렸다.


지금의 추월이나 월후가 전력으로 달린다면 글쎄, 하루면 족할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리기 시합이 아니었다. 빨리 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선두는 여전히 타노였다. 그 뒤를 월후를 가운데 두고 추월과 백봉이 양쪽에 나란히 자리했다.


그림 같은 미남인 월후와 천하절색인 두 미녀가 나란히 걸으니 세상이 다 훤해지는 듯했다.


얼마 가지 않아 전서구가 푸드덕 날아오르는 게 보였다. 참으로 끈질긴 놈들이었다.


“아씨, 어떻게 할까요?”


타노가 옆구리에 찬 여의봉을 꺼내들며 물었다. 숨어서 살피다가 전서구를 날리는 놈들을 어찌할지 묻는 것이었다.


여의봉은 이번에 조사전에서 타노가 새로 얻은 무기였다. 생긴 모양이 여의봉 비슷하다고 해서 아예 여의봉으로 이름지었다.


“그냥 둬요. 조무래기들 몇 죽여 봐야 뭐하겠어요.”


추월이 바람에 날리는 머릿결을 쓸어 올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타노는 추월의 그 모습을 눈부신 듯이 실눈으로 보다가 여의봉을 도로 옆구리에 찼다.


추월과 월후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하긴 좁은 석실 옆 칸에서 일어난 일을 모를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날 이후 추월의 모습이나 태도가 조금 달라진 듯도 싶었다. 전에는 순결하고 청초한 말리꽃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완숙한 여자 냄새가 났다. 첫날밤을 치른 여자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아예 저희가 간다는 걸 사방에 알리는 게 어떻겠어요?”


백봉이 제안했다. 알린다고? 추월이 고개를 갸웃하자 월후가 백봉을 보며 말했다.


“작은누이가 무슨 생각이 있는 모양인데 설명해 봐..요.”


월후는 아직 존댓말을 하는데 서툴렀다. 설명해 보라고 했다고 뒤늦게 ‘요’자를 붙였다. 백봉이 제 잘못인 것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대동국의 백성이 대동국의 3 황자에게 존대말을 듣는 것이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저어, 공자님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래도 작은누이라...”


말을 하다가 보니 앞뒤가 맞지 않았다. 큰누이인 추월에게는 반말을 하는 때문이었다. 앞서가던 타노가 뒤를 돌아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큰 아씨처럼 첫날밤을 치르고 나면 저절로 해결이 될텐데 그러시네...”


못 들었을 리 없었지만 다들 타노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백봉이 서둘러 설명했다.


“어차피 우리가 가는 행선지가 뻔하니 놈들은 우리의 노선을 훤히 알 거예요. 그러니 아예 방방곡곡에 알려 우리와 동창, 2 황자와의 싸움을 세상에 알리는 거예요.”


“그렇겠네요. 2 황자가 동생을 죽이려 한다는 소문이 돌면 2 황자의 운신이 훨씬 좁아질 거라고 봐요.”


추월이 백봉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긴 아는 이들은 알고 있겠지만 대다수의 백성은 2 황자가 동창을 시켜 3 황자를 제거하려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어떻게 세상에 이를 알려야 할지요?”


타노가 혼자 고민을 하다가 처음 말을 꺼낸 백봉을 바라보았다. 개방이 있으면 좋은데..., 라며 백봉이 말을 흐리자 추월이 그 말을 받았다.


“마침 저기 오네. 그 주귀라는 노인네.”


“어디?”


백봉과 타노의 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월후가 뭐가 보이는지 아니면 들리는지 세 사람인걸, 했다.


잠시 후 정말 세 사람이 나타났다. 허풍노개 방무천과 고해고불, 무당신검이었다.


일행은 객점으로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점심 무렵이었다. 오랜만에 이것저것 푸짐하게 시켜 배를 채웠다.


방무천이 백봉에게 은근히 물었다. 추월은 아직 낯이 그리 익지 않았고, 월후는 그 신분을 알기에 말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이제 어디로들 가시는 건가?”


“황도로 가요.”


“황도? 범의 아가리로 걸어 들어가겠다는 거요?”


방무천이 놀라며 반문하자 추월이 배시시 웃으며 끼어들었다.


“범을 잡으려면 그 방법 말고 달리 있겠는지요?”


천하절색인 추월이 얼굴을 가까이하고 웃어주기까지 하자 방무천은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옳거니. 얼굴만 천하절색이 아니라 그 배포도 천하제일이오. 그런데 내가 뭐 도와줄 게 없겠소?”


방무천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자청하고 나섰다. 그는 육십 년 만에 총각딱지를 떼고 나자 여자를 보는 눈이 사뭇 달라졌다.


비록 하룻밤이지만 여자를 알게 된 이후 여자의 향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어렴풋이 깨닫게 된 것 같았다.


이른바 늦도둑이 밤샌다는 말이 제격인 상황이었다. 아무튼 방무천은 주변에 천하에 둘도 보기 어려운 미인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아무튼 그 덕에 개방의 힘을 빌려 소문을 내는 일은 쉽게 풀렸다.


“우리가 배부르게 실컷 얻어먹었으니 밥값은 해야겠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하면 좋겠소?”


고해고불도 밥값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은근히 방무천에게 경쟁심을 느끼고 있었다. 방무천이 육십 년만에 총각 딱지를 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아직 순수 총각이었다. 열일곱 살에 짝사랑에 실패해서 불문에 귀의하였으나 파계승처럼 천하를 주유하며 자유롭게 살았다.


인생은 고해라 여겨 깨달음을 찾아 육십 년이 넘게 헤매었으되, 진리는 늘 멀리 있었다.


그런데 방무천이 기녀와 하룻밤을 자고 오더니 입에 침을 튀겨 가며 그 경험담을 자랑한 것이었다. 해탈이 바로 여자의 치마 속에 있더라, 는 것이었다.


고해고불은 목하 번뇌에 휩싸여 있었다. 진정 여인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면 해탈에 이를 것인가?


그런데 놀랍게도 고해고불은 치마 속을 들여다보는 것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치마 속에는 속곳이 있고 또 그 속에 야리꾸리한 헝겊 쪼가리가 있고, 그런 것들을 다 제거하고 나야 방무천이 말한 해탈에 도달한다는 것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각설하고, 비록 개인 자격이기는 하나 고해고불은 대소림사의 장로인 동시에 무림맹의 장로였다.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가 상당히 도움이 될 터였다. 무당신검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호 무림인들이 동창의 개가 되는 걸 막아 주셨으면 해요.”


추월이 희망사항을 말했다.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녀도 알았다. 그러나 칙령까지 공포된 지금 적어도 무림이 개입하는 것은 어떻게라도 차단해야 했다.


“염려는 붙들어 매시오. 적어도 정파에서는 그럴 일이 없도록 내가 힘써 보겠소.”


방무천이 툭 튀어나와서 선수를 치자 고해고불이 질 수 없다는 듯이 한마디 더 보탰다.


“사실 무림맹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엄정중립을 유지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소. 그런데도 우리가 이리 나서는 것은 순전히 천년... 여협의 부탁 때문이오.”


고해고불은 천년탑녀라 부르려다가 여협으로 급히 수정했다. 사실 추월과 고해고불은 그동안 거의 접촉이 없었다.


천년탑 붕괴 직전에 먼발치에서 잠깐 본 게 전부였다. 그런 만큼 호칭에 어려움이 있었다.


“선배님, 그냥 추월 질녀라고 부르세요.”


추월이 고해고불의 어려움을 들어주었다. 추월은 월후를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할 용의가 있었다.


“그래도 되겠소? 험험, 그럼 그럽시다. 내가 속세를 등진 지 오래니 가족이 없어 내내 아쉬웠는데. 그럼 내 편히 부르리다. 허허허”


사뭇 만족하는 고해고불이었다. 무당신검이 찬물을 끼얹듯 수염을 점잖게 쓸어내리며 무량수불, 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의 신분상 우리가 도우는 건 한계가 있소. 그 점을 알아주었으면 하오.”


“그럼요. 저희는 그저 선배님들이 옆에 계셔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돼요. 그렇죠? 백부님?”


험 험, 하고 고해고불이 헛기침을 하자 방무천이 자신을 보고 백부님이라고 한 건데 왜 헛물을 켜냐고 둘이 투닥거렸다.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는 게 허튼 소리는 아니었다.


일행은 이제 일곱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이 일곱이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행원들이 있었다.


개방에서는 장로의 전령이 항상 뒤따르게 마련이었고, 무림맹에서도 장로인 고해고불의 지시를 기다리는 수하가 근처에 상시 대기하고 있었다.


추월 일행은 이제 더는 숨어다니지 않았다. 칙령까지 공포된 마당에 피해 다니기만 하기보다는 정면 승부를 하기로 한 것이었다.


백 리를 걸어 해거름에 객점에 들어갔다.


저녁 식사 후에 다들 객실에서 여독을 푸는데 방무천이 슬그머니 나와 추월과 백봉 방문을 두드렸다. 추월과 백봉은 한방을 쓰고 있었다.


“그 저어, 백 비각주. 약속은 언제 지킬란가? 앞으로 싸움이 일어나면 시간도 없을 텐데 오늘 밤이 조용하고 좋은데 안 그런가?”


처녀에게 하기는 껄끄러운 말이었지만 이미 한 번 경험이 있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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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대서국행 22.05.21 722 16 10쪽
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8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2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70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5 17 10쪽
»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1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3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9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7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5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8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6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3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6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70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5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7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3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5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6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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