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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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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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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제12장) 추월과 백봉


“허 거참 곱기도 할세. 그런데 이 늙은이를 찾은 이유는 뭔고?”


“아시다시피 동창에서 추월언니와 공자님을 집요하게 쫓고 있어요. 그래서...”


백봉의 말을 방무천이 중간에서 끊었다.


“공자님이라면 3 황자를 말하는 것인가?”


백봉은 고개를 끄떡여 대답했다. 세상이 다 아는 일이기는 하나 일개 강호인으로서 고귀한 3 황자를 함부로 입에 담기는 어려웠다.


“백 비각주도 아시겠지만 무림에서 동창의 일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세.”


당연한 말이었고 충분히 예상한 대로였다. 그러나 고분고분 수긍하고 말 수는 없었다.


“그렇기는 하나 적어도 강호 무림인이 동창의 앞잡이로 나서는 것은 막아 주실 수 있지 않겠어요. 관과 무림이 상호 불가침이니 명분도 있구요.”


“무림맹 비각주라 그런지 말도 참 조리있게 잘하는 구만. 그 정도야 해볼 수 있지. 그런데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건 알지?”


방무천이 주귀라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일이었다. 그러나 백봉만 아는 비밀이 따로 있었다. 육십여 년만에 그가 총각딱지를 뗐다는 사실.


방무천은 그 사실을 부끄러워 하지는 않았으나 대놓고 알릴 일도 아니었다. 나이 육십에 딱지를 떼는 것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것이 희한했다. 육십년 간 여자없이 잘도 참아놓고 한 번 물꼬를 트고 나니 자꾸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밤에 잠자리에 들라치면 품에 안겼던 기녀의 야리야리한 속살과 살내음이 아랫도리를 뻐근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다 늙어 주책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한 갑자 동안 쌓은 내공이 죄라면 죄였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백봉을 만나게 되면 눈 딱 감고 다시 청을 넣어 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기녀를 안긴 것이 백봉이었으니 방무천으로서는 백봉이 중매인이나 다름 없었다. 중매인이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었다.


“알겠어요.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안 되는 건 아시죠? 허리끈을 풀고 마음 놓고 마시자면 기습을 받더라도 주변을 지켜줄 아군이 많아야 하지 않겠어요?”


방무천은 백봉의 말 중 특히 ‘허리끈을 풀고’에 방점을 두어 들었다. 무림맹 비각주가 말 한마디라도 허투루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세. 내가 고해고불 땡추랑 무당신검이나 화산 매화삼절 등 있는 대로 탈탈 모아 보겠네.”


“그럼 어디서 뵙게 될까요?”


돌아가는 기색만 살피던 추월이 무림 선배들의 지원을 기정사실화하며 만날 장소를 물었다. 눈이 부신 듯 실눈으로 추월을 쳐다보며 방무천이 제 가슴을 툭툭 쳤다.


“우리가 개방이고 내가 그 장로요. 개방은 못 찾는 게 없으니 살아 있기만 하면 만날게요.”


추월과 백봉은 방무천과 헤어져 천하제일인의 조사전이 있는 사비성으로 갔다.


가는 동안 몇 번 병사들의 검문이 있었으나, 남자가 없는 여자 둘이라 그런지 별 어려움 없이 지났다. 하긴 염려되는 쪽은 월후였다. 놈들의 목표물은 그였다.


사비성은 천여 년 전의 옛 왕조가 있던 고성이었다. 부소산을 감싸고 성의 양쪽 머리가 백마강을 향해 초승달 형태를 보여 반월성이라고도 했다.


낙화암은 부소산에 있는 거대한 바위 이름이었다. 바위 위에는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아래로는 까마득한 절벽이었다.


옛 왕조시대때 적국의 침입을 피해 삼천궁녀가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었다.


슬픈 전설이 있는 곳은 대개 절경을 이루는 명소이기도 했다. 놀잇배가 백마강을 한가로이 떠돌고, 백화정에서는 시인이 시를 읊었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잃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낙화암 그늘아래 울어나 보자』


추월과 백봉은 작은 배 한 척을 빌렸다. 낙화암 절벽에 조사전이 있다 하였으나, 얼핏 보기에는 깎아지른 절벽일 뿐이었다.


“왜 천하제일인 어른의 조사들께서는 이런 유원지에다 조사전을 세웠을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는 한갓진 절벽이었을지도 모르니까.”


하긴 그랬다. 어쨌든 추월과 백봉이 하루 동안 절벽 곳곳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를 못했다.


날이 저물어 둘은 낮에 구해둔 객점에 들어 목욕물을 시켰다.


추월에게 급한 것은 몸을 깨끗이 씻는 일이었다. 월후가 옆에 없다고 해도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 했다.


“언니가 먼저 씻어요. 나는 뒤에 씻을게.”


“그래. 같이 씻을까?”


“말도 안 돼. 언니, 요즘 너무 능글맞은 거 알아요?”


추월이 씻고 나서 백봉이 교대했다. 백봉이 목간을 하는 동안 추월은 기감을 펼쳐 주변을 살폈다. 이제 완연한 화경에 들어 그녀의 기파는 몇백 장 밖까지 범위를 넓혔다.


일반인과 무림인은 몸에서 발산하는 기파가 달랐다. 특히 절정 이상의 고수들은 숨소리와 발소리에 잘 훈련되고 절제된 느낌이 실려 있었다.


그 기파를 감추려고 해도 자신보다 고수의 기감을 속이기는 매우 어려웠다. 당금 천하에서 추월의 기감을 벗어날 수 있는 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추월은 월후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몹시 걱정이 되었지만,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음 날도 새벽부터 배를 띄워 낙화암 절벽을 살폈으나 정오가 되도록 소득이 없었다.


방법을 바꿨다. 눈대중으로 절벽을 세로로 네 등분, 가로로 사등분해서 모두 열여섯 개의 부분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한 개씩 꼼꼼히 살펴나갔다. 다른 데보다 툭 튀어나온 부분이라든가 사각진 곳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러다가 사흘째 되는 날, 백봉이 특이한 곳을 발견했다.


“언니, 저기 소나무 있는 곳 뒤에 뭐가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몇 번 눈길이 스쳐 지나간 곳이었다. 절벽 위 약간 튀어나온 바위 위에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노송이 한그루 강물쪽으로 비스듬히 휘어져 있고, 그 위에 학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앞쪽에서 보아서는 이상한 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도 백봉이 그 뒤에 뭐가 있을 것 같다고 한 것은 다른 데서는 발견한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배를 가까이 대고 살펴보다가 추월이 백봉의 검을 빌렸다.


“밑에서는 아무것도 안 보이니 헛일 삼더라도 올라가 봐야겠어.”


“혹시 모르니 나는 밑에서 배를 지키고 있을게요.”


추월은 배 위에서 일학충천의 신법으로 절벽 위로 몸을 날렸다. 십오 장을 솟구친 뒤에 절벽을 차고 십여 장을 더 날아올랐다.


솟구치는 힘이 다했을 때 절벽에 백봉의 검을 박아 넣고는 그 검을 밟고 다시 십오 장을 치솟았다.


마지막으로 추추검을 절벽에 박아넣고 그것을 딛고 노송까지 사뿐히 날아올랐다. 그야말로 하늘나라의 선녀가 날개옷을 입고 날아가는 듯, 가히 신기에 가까운 경신술이었다.


추월은 노송 뒤로 돌아갔다. 밑에서 보기와는 달리 뒷공간이 제법 넓었다. 추월은 바닥에 무슨 기관장치가 있나 싶어 쿵쿵 굴러 보다가 절벽에 두 개의 손바닥 자국이 있는 것을 보았다.


딱 키 높이 정도였다. 추월이 여자인 점을 고려하면 남자의 경우 눈높이 정도가 될 것 같았다.


추월은 절벽에 파인 손바닥 자국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었다. 밀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천상무상심법을 운용하여 내공을 최대로 모아 밀었다.


기기기 깅 -


석벽이 마찰되는 소리와 함께 절벽이 문이 열리듯, 문 크기만큼의 절벽이 갈라지면서 사람이 들어갈 틈을 만들어 냈다.


사방을 돌로 다듬은 석실이었다. 마치 천년탑 지하 석실과 흡사한 구조였다. 석실 옆으로는 천연동굴로 연결되어 있었다.


천년탑 지하 석실보다는 훨씬 크고 오래된 동굴 같았다. 동굴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사방이 오십여 장은 됨직한 넓은 공간이 있었다.


공간의 반은 지하수 물길이었고 물길이 고여 생긴 연못이 있었다.


인공이 가미된 것으로 보아 조사전이 분명했다. 내부를 더 탐색하기 전에 추월은 백봉을 불렀다.


“어머!”


추월이 내려준 밧줄을 타고 올라온 백봉은 탄성부터 내질렀다. 석실은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뽀얗게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당장 사람이 머물더라도 하등 지장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가 잘 구비되어 있었다.


석실은 가운데 커다란 방 외에 돌벽돌로 칸막이가 된 석실이 여러 개 있었다. 그중 맨 안쪽 석실에 조사님들의 위패가 놓여 있었다.


추월은 조사님들의 위패에 구배를 올렸다.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고 어르신에게 들은 바도 전혀 없었지만, 어르신의 사제라는 천우비신장군의 말이었다.


가장 윗자리에 모셔진 위패에는 무애검조 신위라고 쓰여 있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명호였다.


조사님들의 위패 옆에는 작은 서가가 있고, 거기에는 500여 년 전의 무공비급과 보검이 놓여 있었다.


추월은 떨리는 손길로 보검을 뽑아 들었다가 약간 실망하고 말았다. 천하제일인 어르신의 조사분이 쓰던 검이라기엔 너무 부족했다.


보검이라기보다는 그냥 괜찮은 검 수준이었다. 비급 내용을 훑어보고는 역시 좀 실망하였다. 500여 년 전 조사님이 익힌 바급이 어르신의 천상무상심법보다 나은 점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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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8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2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70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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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3 19 9쪽
»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9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7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5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8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6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3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6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70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5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7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3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5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6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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