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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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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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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부여성의 혈투


월후는 마음이 급했다. 얼핏 들리는 비명만으로도 추월의 어려움을 짐작했다. 그러나 몸을 뺄 여유가 없었다.


흑점 점주의 검은 빛살 같고 날카롭기 그지없는 데다가 변칙적이었다.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빈틈을 노리는 초절정급 살수들도 위협적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지금 상태의 추월이라면 절정고수 몇만 덤벼들어도 당해내기 버거울 터였다.


게다가 절로 올라갔던 수백 명이 넘는 놈들이 다시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승부를 봐야 했다. 월후는 무정파천검결을 암송하며 전신의 공력을 모조리 끌어 올렸다. 찬란한 무지갯빛이 월후의 몸을 감싸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회전하던 칠채서광이 백색으로 변하는 찰나, 월후는 묵장검으로 회오리를 만들어 그것으로 점주와 살수들을 쓸어갔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예감한 점주도 살수들과 연합하여 회오리 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펑 -


압축된 공기가 터지는 굉음과 함께 한 점에 모였던 칼들이 튕겨 나가고, 그 검들의 주인들은 검보다 더 빨리 튕겨 나갔다.


월후는 울컥 피를 토해냈다. 내장이 울렁거리고 기혈이 뒤틀렸다. 상대의 동태를 살폈다.


흑점 점주는 두 팔이 으스러진 채 쓰러져 있었고, 초절정고수 몇 명도 가슴이 패여 뒹굴고 있었다.


월후는 혼신의 힘을 짜내 추월에게 달려갔다. 그녀를 업으려 했으나 칼이 복부에 박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으려니 그의 팔 한쪽은 아직 뼈가 채 아물지 않고 있었다.


그때 타노가 몸을 날려 다가왔다. 그도 진작 추월의 상태를 알고 죽을힘을 다해 포위망을 뚫었던 것이었다.


“제가 아씨를 안고 가겠습니다.”


타노가 추월을 안아 들었다. 백봉이 걱정스레 추월의 손을 잡고 괜찮아요 언니? 하고 물었다. 괜찮을 리 없었으나 추월은 미소를 지으며 백봉의 손을 맞잡아 주었다.


“나를 따르라.”


월후는 묵장검을 치켜들고 앞장섰다. 그는 주로 후방에서 행동했지만, 지금은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백봉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무인이 된 이래 지금처럼 사람을 많이 죽인 적은 없었다. 적은 죽이고 죽여도 끝없이 밀려들었다.


추월은 문득 생각이 나서 어르신이 준 세 개의 비단주머니 중 마지막 주머니를 풀었다. 그 속에 든 종이쪽지를 보았다.


- 천우비신


종이쪽지에는 네 글자가 쓰여 있었으나 그 뜻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긴 아무리 신통방통한 계교라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야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시간이 흐를수록 월후의 검은 느려지고 기세는 떨어졌다. 타노의 철죽도 이전의 이 할 정도 수준이었다. 그중에서도 기량이 처지는 백봉은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수백 명이 에워싼 포위망이 삼 장으로 압축되었고, 초무심이 뒤에서 앞으로 나왔다. 이제 다 잡은 고기였다.


“추월과 공자님. 이제 그만 목을 내놓으셔야겠습니다. 아쉽겠지만, 목과 작별 인사를 하시지요.”


“네 이놈 -”


타노가 부들부들 떨리는 목청으로 꾸짖었으나 대세가 기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공자님, 목숨을 바쳐 지켜 드려야 마땅하나 천녀가 무능하여 그러지 못하게 되었어요. 이 불충은 죽어서라도 벌을 받겠어요.”


추월이 타노의 팔에 안긴 채 월후를 보며 처연히 말했다. 그리고는 백봉을 보며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수란아, 너는 무림맹 각주 신분이니 동창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죽이지는 못할 것이야. 그러니 꼭 살아 남아라. 그리고 내가 죽거든 관에 넣지 말고 산이나 들판에 버려 짐승 먹이가 되게 해다오. 호위무사로서 임무를 다하지 못했으니 땅에 묻힐 염치도 없구나.”


말을 하는 도중에도 추월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언니-”


추월의 손을 잡고 백봉도 펑펑 눈물을 쏟았다.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애절함이었다. 포위한 놈들 중에서도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아씨 -”


타노가 그대로 무릎을 꿇고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월후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허공을 응시했다. 심장이 찢어져 피를 흘리는 듯했다.


“마무리하라.”


초무심이 뒤로 빠지며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처음에는 주저하며 머뭇거리던 놈들이 와, 하고 외치며 덮쳐들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허공에서 두 명의 인영이 떨어져 내리더니 포위망 맨 앞에 나선 자들을 순식간에 베어 버렸다.


뒤이어 이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포위망 안으로 뛰어들며 놈들을 쓸어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등장한 흑의인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신위를 보였다. 검은색 옷의 가슴 부분에는 ‘천’이란 글자가 수 놓아져 있었다.


그냥 쓴 글자가 아니라 자수(刺繡)를 놓은 글자라는 것은 상당한 직위라는 뜻이기도 했다.


가을바람에 낙엽 날리듯 포위망을 허물어뜨린 흑의인들은 남은 무리들을 주살하기 시작했다.


“3 황자님, 늦지 않아 다행입니다. 천우비신 3령 영주입니다. 성명을 밝히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3 영주는 포권을 하며 가볍게 허리를 굽혔다.


“천우비신이 무엇이며 어디 소속인가?”


월후가 물었다. 추월과 타노를 보아도 금시초문인 듯했다. 백봉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제 폐하의 비밀 호위입니다. 여기는 3령과 5령이 출동하였습니다. 저는 5령 영주입니다.”


5 영주가 반쯤 허리를 굽히며 부연 설명을 했다.


“여기 온 것은 폐하의 어명인가?”


“아닙니다. 천우비신장군님의 명입니다. 천우비신장군님은 서거하신 천하제일인 어르신의 사제입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천우비신이라는 황제의 비밀 호위가 있다는 말도 놀라웠고, 그 호위대의 장군이 천하제일인의 사제라는 점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그동안 천하제일인의 사문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비밀에 싸여 있었는데, 이제 그 일단이 드러난 것이었다.


추월과 월후조차 모르고 있었다. 비로소 추월은 어르신의 금낭 속 마지막 종이쪽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추월은 가슴이 뭉클했다. 어르신은 월후의 안전을 위해 이토록 치밀하게 안배해 놓으셨던 것이었다.


“장군님의 명을 전달하겠습니다. 공자님과 호위는 가능한 신속하게 조사전으로 가라는 명입니다.”


“조사전은 어딘가?”


“사비성 낙화암 절벽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비성은 이곳 부여성에서 동쪽으로 천여 리 떨어져 있었다.


놈들에 대한 소탕이 끝나고 흑의인들이 돌아오자 3 영주와 5 영주는 그들을 이끌고 떠났다. 3 영주는 떠나기 전에 월후에게 황궁 비전의 영단 두 알을 남겼다.


월후는 한 알은 추월에게 먹이고 남은 한 알은 자신과 타노가 나누어 먹었다. 백봉은 무림맹에도 영약이 있다며 한사코 사양했다.


황궁 비전의 영약은 과연 그 효능이 신비스러울 정도였다. 추월의 복부 상처가 하루만에 거의 아물었고, 월후의 부러진 팔뼈도 탈 없이 잘 붙었다. 타노도 내공이 삼십 년은 늘어났다


놈들의 동향이 궁금했는데 무림맹 비각 요원의 전서구가 백봉에게 날아들었다.


“놈들이 다시 세를 불려 산 아래에 집결하고 있다고 해요.”


“그럼 머지않아 여기는 다시 포위되겠네. 그렇게 되기 전에 무슨 방안을 찾아야겠어요.”


추월의 말에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절 뒤에 있는 대나무를 많이 베어야겠습니다.”


참묵하고 있던 타노의 말에 모두가 기대에 차서 타노를 보았다. 무언가 방안이 있으니 나섰을 게 분명했다.


“제가 연을 잘 만듭니다. 크게 만들면 사람도 탈 수 있구요. 마침 연 만드는 데는 대나무가 최곱니다.”


“그러고 보니 무림맹 서고에서 날틀에 관한 걸 읽은 적이 있어요.”


백봉이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춘추전국시대에 노나라에 공수반이라는 전설적인 장인이 있었다. 그는 승풍조익이라는 날틀을 제작했는데, 사람이 타고 하늘을 날았다고 했다.


또한 동쪽의 선진국에서는 거의 천년쯤 전에 하늘에서 별이 떨어져 군사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자 커다란 연에 불을 붙여 하늘로 날려, 떨어진 별이 도로 하늘로 올라갔다고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전설상의 날틀까지는 아니고, 어르신 말씀이 큰 연으로 바람을 잘 타면 수십 리에서 수백 리도 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면 바람을 잘 받는 높은 곳 절벽 같은 데가 있어야겠어요.”


추월은 상황 판단이 정확하고 신속했지만 지리에는 밝지 못했다. 백봉이 아, 하고 말했다.


“여기서 십 리쯤 가면 산 정상 부근에 절벽이 있어요. 깎아지른 듯해서 바람도 제법 세게 불 거예요.”


방향이 정해지자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크고 굵은 대나무를 밑동에서부터 잘라 연을 만들었다.


사람이 타기 위해서 네모의 방패 모양으로 테두리를 만들고 칡넝쿨로 단단히 엮었다. 그리고 다시 대각선으로 네모 가운데 대나무를 가로질러 튼튼하게 보강했다.


연이 바람을 타도록 붙일 헝겊은 많았다. 안 된 일이지만 죽은 여승들과 놈들의 시체에서 옷을 벗겨 연에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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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호위무사 추월 제73화 에필로그(완결) +1 22.05.23 826 16 3쪽
72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대서국행 22.05.21 722 16 10쪽
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8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2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7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70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5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7 19 9쪽
62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3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7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7 15 9쪽
»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5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8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6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3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6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70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5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7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3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7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5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6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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