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창백한얼굴 님의 서재입니다.

호위무사 추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창백한얼굴
작품등록일 :
2022.03.24 16:00
최근연재일 :
2022.05.23 12:15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77,832
추천수 :
1,631
글자수 :
303,045

작성
22.05.10 13:14
조회
718
추천
16
글자
10쪽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무협소설보다는, '소설무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입니다.




DUMMY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백봉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추월이 백봉의 내부를 살펴보니 완연한 초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당장 깨워 함께 기뻐하고 싶었으나, 백봉의 몸을 안은 채로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행여라도 방해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었다.


“언니, 우리 아직 안 죽었어요?”


“죽긴 왜 죽어.”


추월은 어리둥절해 하는 백봉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백봉의 등에서 채 떨어져 나가지 못한 죽은 피부가 매미껍질처럼 손끝에 잡혔다.


“다시 씻어야겠다.”


추월은 백봉과 한몸이 되어 앉은 자세 그대로 허공을 날아 지하수 연못 한가운데 풍덩 떨어져 내렸다.


풍덩, 꼬르륵 -


윽, 물 마셨다, 라고 하면서 백봉이 물 위로 떠올랐다. 추월이 물장구를 치며 장난을 걸었다. 둘이는 한참을 어린아이들처럼 놀았다.


추월이 티 하나 없이 깨끗한 백봉의 얼굴을 만지면서 말했다.


“이렇게 예쁜 내 동생, 남 주기 아까우니 우리 공자님께 맡아 달라고 부탁해야겠네.”


“아이, 몰라 언니.”


“왜 싫어?”


“누가 싫다고 했어요?”


사뭇 토라진 척하는 백봉이 너무 귀여워 추월은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 백봉이 월후와는 너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언니가 중매할게. 셋이서 행복하게 살자.”


“그럼 언니도?”


백봉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추월이 그런 백봉의 뺨을 꼬집었다.


“요 앙큼한 것아. 그럼 니 혼자 모시려고 했어?”


다시 발가벗은 처자들의 물장난이 시작되었다. 본시 여자가 남자보다 알몸을 보이는 것을 더 부끄럽게 생각하는 듯하지만, 일단 보이고 나면 훨씬 먼저 데면데면해지는 것도 여자였다.


둘은 지하수 연못 밖으로 나와 석실로 갔다. 여전히 발가벗은 채였다. 추월도 백봉도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긴 둘밖에 없는 곳이었다.


더구나 만년공청석유를 먹은 이후 일심일체 천상무상심법을 같이 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거의 일심일체를 이루었다. 내 몸이 네 몸 같고 네 몸이 내 몸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언니, 만년공청석유가 어떻게 지금까지 남아 있었을까요?”


“천우비신장군이 그래서 조사전으로 가라고 하신 게 아니었을까?”


추월도 알 수 없었다. 조사님들도 만년공청석유를 마시고 남은 것일 수도 있고, 후인을 위해 남겨둔 것일 수도 있었다.


마치 어머니가 가장 맛있는 음식을 자식을 위해 남겨두듯이.


더구나 만년공청석유의 효능이 아무리 신비롭더라도 그 효능이 마신 양에 비례하지는 않을 터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한 양 이상을 먹을 경우 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조사전에 무엇이 있는지 더 찾아보고 싶었으나 둘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월후와 타노가 올 때까지 조금이라도 더 무공을 다듬어야 했다.


며칠 동안 추월과 백봉은 일심일체 천상무상심법을 통해 내공을 정순하게 다듬고 진기의 운용 능력을 길렀다.


또한 백봉은 추월에게 전수받은 무상검결을 제 것으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곧 생사를 건 혈전이 벌어질 것이고, 여기서 얼마나 갈고 닦았는지가 곧 목숨과 직결될 것이었다.


추월의 검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빛살처럼 빠르고 예리하던 검이 점점 느려지고 무거워졌다. 동작도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둔해졌다.


옆에서 하수가 봐도 검로가 훤히 읽힐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착시현상 때문이었다.


추월의 검은 이미 사람의 시각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한계를 거의 벗어나 있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매우 느리게 보이는 것이었다.


적들이 추월의 검을 제 눈에 보이는 데로 대응하면 본인도 모르는 새 목이 달아날 터였다.


추월은 기감을 최대한 펼쳐 백마강 주변을 살폈다. 그녀의 기감 범위는 놀랄만큼 늘어나 있었다. 수백여 장에 불과하던 기감이 사방 오 리까지 확대되었다.


매일같이 노송 위에 앉아 주변을 살피던 추월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빛이 되어 날아갔다. 익숙한 기감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것이었다.


추월은 강물 위 까마득히 높은 허공에서 천룡번신의 수법으로 몸을 뒤집은 뒤, 강물 위쪽 부소산 기슭으로 점이 되어 날아갔다.


“백봉, 부소산 쪽이야.”


추월의 전음을 받고 비로소 백봉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그녀는 지체없이 추월의 뒤를 쫓았다.


타노는 월후를 어깨에 메고 달리고 있었다. 진작에 내공은 바닥나고 전신은 상처투성이였지만 그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공자님을 살려야 한다. 오로지 그 일념 하나로 그는 버티고 있었다. 바람의 영향인지 서로가 탄 연이 멀어져 아씨와 헤어진지 열흘째, 수도 없는 기습과 공격에 시달렸다.


동창의 포위망은 치밀하고도 촘촘했다.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밀려들었다. 지친 월후와 타노에게 일격을 가한 건 대서국의 용병들이었다.


동창이 어쩌자고 적국의 용병을 부른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대동국 백성이 아닌 자들의 공격을 받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죽어도 아씨를 만나고 죽어야 된다는 일편단심이 아니었다면 진작 죽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한쪽 팔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크게 부상을 입었고, 다리도 종아리 살점이 반은 베어져 나갔다. 피를 많이 흘려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그래도 타노는 월후보다는 나았다. 월후는 복부와 옆구리가 찔려 내장이 거의 드러날 지경이었다. 거기다가 독에 당해 전신이 푸르딩딩하게 썩어가고 있었다.


타노는 의식도 없이 그냥 본능적으로 발을 떼다가 잡목에 발이 걸려 휘청하더니 그대로 나뒹굴었다. 그러나 어깨에 메고 있는 월후만은 놓치지 않았다.


아씨를 만나야 한다.


일어나려 애를 쓰다가 몇 번이나 실패하면서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려고 입술을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그의 입이 온통 피에 젖어 있었다.


적들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친 발자국 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들려 왔다.


타노는 마지막 기력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혼자 서지 못하고 나무에 반쯤은 기대고 섰다. 그러나 기개만은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오너라. 이 잔혹살귀의 무서움을 보여 주리라.”


그러나 그의 손에는 그의 독문무기인 철죽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있었다고 해도 들 수조차 없었을 것이었다.


한쪽 팔은 월후의 몸을 붙들고 있고, 다른 팔은 뼈가 드러난 채 덜렁거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타노는 무인이었다. 육십 년을 넘게 강호인으로 살아왔으되, 무인답게 죽어야 했다.


가장 앞선 놈들이 서로 먼저 공을 세우려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다섯 개의 검이 한꺼번에 타노의 전신을 노리고 덮쳐들었다.


아씨 먼저 갑니다, 하고 그는 눈을 감으려다 도로 눈을 번쩍 떴다.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노 - ‘”


삼백 장도 넘는 거리에서 들려온다 여겼는데, 순식간에 섬광이 번쩍이더니 칼을 뻗은 놈들 다섯 명의 목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타노는 추월이 눈에 들어오자 바로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타노, 공자님 -”


추월은 타노와 월후의 맥을 짚어 보는 즉시 양쪽 어깨에 한 사람씩을 메고 도약했다. 까마득히 솟은 허공에서 추월은 백봉에게 뒤를 부탁했다.


“백봉, 뒤를 맡아. 적어도 근방 십 리까지는 처리해야 해.”


조사전으로 돌아온 추월은 지체 없이 타노의 외상 지혈을 하고 긴급조치를 취한 뒤, 수혈을 짚어 잠들게 했다. 백봉이 돌아오면 나머지 조치를 할 터였다.


추월은 월후를 안고 다른 석실로 갔다. 둘이 함께 일심일체 천상무상심법을 운용하려 했으나 월후가 정신을 잃고 있어 곤란했다.


할 수 없이 월후의 몸을 석실 벽에 기대어 앉힌 후 월후의 손과 깍지를 끼었다. 그리고 일심일체 천상무상심법을 일으켜 장심을 통해 월후의 몸으로 내기를 흘려보냈다.


그러나 월후의 몸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추월은 자신의 음기를 끊임없이 월후에게 보내 그의 양기를 자극했다.


끈질기게 월후의 양기를 일으키려 애쓴 끝에 드디어 월후의 양기가 조금씩 꿈틀거리며 살아났다. 추월의 음기와 월후의 양기가 만나 뱀이 교미를 하듯이 또아리를 틀며 하나가 되었다.


하나가 된 음양의 기운이 추월의 몸에서 진기를 가져다가 월후의 상처를 치유하고 몸속에 퍼진 독을 몰아냈다.


얼마가 지나자 월후가 정신을 차렸다. 곧 상황을 깨달은 그는 자신도 천상무상심법을 일으켜 추월과 교감을 했다.


추월은 드디어 어르신이 그녀의 상단전에 안배한 비밀을 해제했다. 천하제일인 어르신이 임종 전에 마지막으로 추월의 상단전에 봉인해둔 내공이 월후의 몸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처음에는 무명실처럼 아주 가늘게 시작되어 점차 굵어지더니 마침내 거센 물길이 되어 노도처럼 월후에게 밀려 들어갔다.


그 막대한 내공에 월후의 몸이 잠시 휘청하다가 바로잡혔다. 추월이 월후에게 가는 음기를 늘렸다.


화경 후반에 이른 추월의 엄청난 음기가 어르신의 양기를 붙들어 균형을 이루었다.


추월의 백회혈이 열리면서 그녀의 정수리로 자연의 기운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기운을 월후와 나누었다.


둘은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내보냈다 하며 서서히 자연과 동화되어갔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내부를 관조했다.


그들의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텅 빈 공허가 있었다. 그 빈 공동에 자연의 기운이 밀물처럼 들어와다가 썰물처럼 쓸려나가고는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호위무사 추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호위무사 추월] 오늘부터 매일 연재합니다(총73화 예정) +2 22.05.05 209 0 -
공지 호위무사 추월을 쓰면서 22.04.11 1,116 0 -
73 호위무사 추월 제73화 에필로그(완결) +1 22.05.23 824 16 3쪽
72 호위무사 추월 제72화 대서국행 22.05.21 720 16 10쪽
71 호위무사 추월 제71화 천하의 주인 22.05.19 706 16 10쪽
70 호위무사 추월 제70화 천하의 주인 22.05.18 670 17 10쪽
69 호위무사 추월 제69화 황도행 22.05.17 676 17 9쪽
68 호위무사 추월 제68화 황도행 22.05.16 669 18 9쪽
67 [호위무사 추월] 제67화 황도행 22.05.15 664 17 10쪽
66 호위무사 추월 제66화 황도행 22.05.14 660 16 9쪽
65 호위무사 추월 제65화 22.05.13 690 17 10쪽
64 호위무사 추월 제64화 칙령 22.05.12 702 18 9쪽
63 호위무사 추월 제63화 칙령 22.05.11 736 19 9쪽
» 호위무사 추월 제62화 22.05.10 719 16 10쪽
61 [호위무사 추월] 제61화 22.05.09 752 19 9쪽
60 호위무사 추월 제60화 추월과 백봉 22.05.08 768 17 9쪽
59 호위무사 추월 제59화 추월과 백봉 22.05.07 746 17 9쪽
58 호위무사 추월 제58화 추월과 백봉 22.05.07 736 15 9쪽
57 호위무사 추월 제57화 22.05.06 734 17 9쪽
56 호위무사 추월 제56화 22.05.06 717 18 9쪽
55 호위무사 추월 제55화 22.05.05 725 20 9쪽
54 [호위무사 추월] 제54화 22.05.05 712 16 9쪽
53 호위무사 추월 제53화 부여성의 혈투 22.05.04 745 18 9쪽
52 호위무사 추월 제52화 22.05.02 769 20 9쪽
51 [호위무사 추월] 제51화 22.05.01 784 19 9쪽
50 [호위무사 추월] 제50화 부여성의 혈투 22.04.29 806 22 10쪽
49 호위무사 추월 제49화 부여성의 혈투 22.04.27 832 19 9쪽
48 호위무사 추월 제48화 부여성의 혈투 22.04.25 896 18 10쪽
47 호위무사 추월 제47화 +3 22.04.24 834 21 9쪽
46 호위무사 추월 제46화 22.04.22 875 18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