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하러 온 남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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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신이난 진상연은 앞에 앉은 낭궁연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나중에 나랑 밖에서 만날래?”
남궁연보는 안색을 심각히 굳혔다.
“그런 소리할 거면 나 이거 안 할거야.”
그러자 진상연의 동문 허무수가 비웃음을 지었다.
“이런 거라도 해야지, 아니면 그 얼굴 어따 써먹어?”
“······.”
아무 말도 못하는 남궁연보에게 진상연은 독설까지 퍼부었다.
“남궁세가는 돈만 많지, 다른 명문보다 무공이 너무 비천해. 연보야, 너 여윳돈 있으면 가서 대회 심사위원 좀 미리 매수해라. 아무래도 확실한 게 좋지 않겠어?”
동경 앞에 앉은 남궁연보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다시 한 번 그딴 소리하면 진짜 그만둔다?”
진상연은 이 같은 상대 반응을 즐기며 기분 나쁘게 히죽거렸다.
“남궁 소저, 진정하세요. 얼굴에 주름 생기겠어요.”
“키득 키득.”
“너, 진짜···.”
기분이 상한 남궁연보는 몸을 일으키려했는데, 어깨 위에 올려 진 진상연의 손이 이를 저지했다.
“가만히 있어. 뒈지기 싫으면.”
“······.”
위협적인 음성으로 변한 진상연은 진득한 살기마저 피워냈다.
“넌 그냥 밖에 나가서 대회 우승자가 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앞으로 시비도 걸지 않을 거니까··· 알았어?”
남궁연보는 그 강압적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냉랭하게 대꾸했다.
“대회 출전을 결심한 이상, 우승은 할 거야.”
“좋아.”
진상연은 바로 신형을 돌려 함께 온 동료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나가자. 곧 대회 시작 시간이야.”
“그래, 우린 편히 앉아서 구경이나 하자.”
“맞다! 밖에 예쁜 여자들 꽤 많더라? 어서 가자.”
“그럼 수고해라.”
- 드르르륵 탁
내실 문이 닫히자, 남궁연보는 미간을 찌푸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쳇, 하필 저런 녀석과 같은 조라니···.”
***
낙양의 중심부는 거대 상인들이 지은 화려한 전각들로 무척이나 빼곡했다.
그런데 이들은 마치 하나의 공간을 둘러싼 구조로 지어져 있어서 대회 무대로 쓰일 행사장에 구름과 같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어서와! 곧 대회가 시작될 거야.”
“간식 좀 사고.”
“그러다 늦는 다니까?”
“멍청아, 어차피 좋은 자리는 이미 다 뺏겼어.”
일 년에 한번 열리는 여장남자 대회는 구경하려는 사람이 워낙 많아 자리를 잡는 일도 쉽지 않았다.
- 쓰윽
엄청난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무대에 오른 진행자는 사방으로 정중한 포권을 취했다.
“저는 이번 대회 진행을 맡은 중진이라 합니다. 이곳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중진은 목소리에 공력을 담아 소리쳐서 그 소리가 멀리 전각의 사이사이까지 뻗어나갔다.
“자! 그럼 무림맹이 후원하고, 후지연이 주관하는 여장남자 대회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 와아아아아
진행자가 분위기를 달구자, 행사장을 감싼 수천 명의 군웅들이 큰 함성을 내질렀다.
“엄청 기대댄다!”
“난 작년에도 왔는데, 정말 재밌었어.”
“흐흐흐, 우린 이 자릴 차지하려고 새벽부터 내내 기다렸지.”
크게 흥분한 군웅의 맨 앞에는 검은 천막으로 드리워진 공간이 존재했는데, 이곳은 대회 심사를 맡은 네 명의 심사위원들이 머무는 장소였다.
“······.”
심사위원 중 한명인 서량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여장 남자라는 말도 생소한데, 심사까지 맡아야 하다니···.”
곁에 앉은 허공은 표정을 굳히며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회령님···.”
“자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네. 그보다 심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가?”
“순서가 되면 진행자가 설명을 해줄 것입니다.”
서량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돌연 자신이 앉은 좌석을 가리켰다.
“그런데 자리는 또 왜 이리 불편한 겐가? 내 체형에 맡게 큼직한 것을 갖다놔야지.”
이 불만에 대한 대처는 곁에 앉은 다른 두 심사위원이 담당했다.
“회령님, 정말 죄송합니다. 다른 일을 준비하다 보니,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새 의자를 준비시키겠습니다.”
불만 접수를 받은 두 심사위원 중 한명은 삼십대 중반의 남자였고, 다른 한명은 비슷한 연배의 여인이었다.
“진희야, 어서 나가서 수하에게 이를 지시하도록 해.”
순박한 인상의 소진희는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그녀가 급히 신형을 일으키자, 서량은 커다란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대회가 이미 시작됐으니, 그냥 앉아 있거라.”
무림맹의 홍보부 소속인 곽정과 소진희는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면목이 없습니다.”
“다음번엔··· 꼭 편안한 교의를 준비하겠습니다.”
한편 심사위원의 안색을 살펴본 진행자는 고개를 돌려 사방으로 둘러앉은 군웅에게 소리쳤다.
“하하하, 여러분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이제부터 천하를 호령할 무림인의 여장 모습과 일반인 참여자를 만나게 될 겁니다.”
대회장을 둘러싼 수천 명의 군웅들은 열정적인 환호로 자신의 마음가짐을 표현했다.
- 와아아아아
“어서 시작해라!”
“새벽부터 기다렸다!”
“미인을 들여라! 어서!”
환호성에 파묻힌 진행자는 무대 뒤에 대기 중인 참가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손을 크게 휘저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대회 참가자는 총 스무 명, 후기지수연합회 소속 입회생 열 명과 일반인 참가자 열 명 입니다. 모두 준비를 마친 것 같으니, 첫 번째 참가자부터 나오겠습니다.”
- 스르륵
첫 번째 참가자는 조신한 걸음걸이로 무대석에 올라 대중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 장난 아니게 예쁘잖아? 저 사람이 정말 남자야?”
맨 처음 무대에 오른 이는 안휘성(安徽省)의 절세 미남이라 불리는 남궁연보였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참가 번호 일 번 남궁연보입니다.”
남궁연보는 양 볼과 눈썹을 화려하게 치장했는데, 그 자태와 미모가 여느 아낙네의 그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이야···.”
“끝내준다.”
무대석을 둘러싼 구경꾼들은 첫 번째 참가자부터 너무 강력한 우승 후보자가 나와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남자가 저렇게 예쁘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그러게. 내 마누라보다 훨씬 예쁜데?”
“지금 자네 마누라를 언급할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
“저 정도 미모면··· 낙양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크게 흥분한 구경꾼들처럼 심사위원석에서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저번 대회 우승자보다도 미모가 훨씬 뛰어나네요. 과연 미남자의 표본, 남궁연보에요.”
네 명의 심사위원 중 유일하게 여자인 소진희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가 저보다도 훨씬 예뻐서 마음이 좋지만은 않네요.”
그녀 옆에 앉은 곽정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첫 번째 참가자부터 너무 강력한 우승후보가 나왔어. 이러면 뒤에 참가자 반응이 영 시원찮을 텐데···.”
“흐음, 입장순서는 제비뽑기로 정한 것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
홍보부 소속인 두 사람은 우승자를 가리는 일보다 대회 흥행에 더 관심이 많았다.
“흐음.”
한차례 침음성을 내뱉은 서량은 팔짱까지 끼며 첫 번째 참가자를 응시했다.
“잘 꾸몄군.”
허공은 살짝 놀란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봐도 웬만한 여자보다는 훨씬 예쁜 것 같습니다.”
진행자는 일차 심사를 진행하려고 심사위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작년에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차는 네 명의 심사위원이 맡아 주시겠습니다. 대회 취지에 맞게 여장을 잘했다고 생각하시면 손을 들어 표시 해주십시오. 만약 두분 이상이 손을 드시면 그 참가자는 합격입니다.”
- 쓰윽
심사 결과는 당연하게도 만장일치 합격이었다.
“역시 합격이 나왔군요. 자, 그럼··· 바로 다음 참가자를 만나보시겠습니다.”
그런데 남궁연보의 여장은 정말 치명적일 정도로 아름답고 우월해서 다음으로 나온 참가자들은 줄줄이 관중들의 야유를 받으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아하, 이번에 나온 다섯 번째 참가자도 아쉽게 탈락했습니다. 보통 일차 심사는 많은 분들이 합격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자, 다음 참가자를 소개합니다.”
- 쓰르륵
다소곳한 분홍색 저고리를 입은 참가자는 사뿐한 걸음걸이로 무대 위에 올라섰다.
“······.”
그는 긴 머리를 뒤로 묶어냈는데, 한눈에 봐도 대단한 미인처럼 보였다.
“저는 여섯 번째 참가자, 강대운입니다. 흠흠, 그런데 앞선 분들이 계속 탈락해서 마음이 조금 불안하네요.”
그는 말과 달리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위를 둘러보았다.
“이리 꾸미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러니 일차 정도는 통과하고 싶군요.”
이른 아침부터 정윤과 도교교에게 크게 시달린 강대운은 여장에 들인 노력을 대충 날리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일찍 탈락하면 조원들도 크게 실망할거야. 에휴··· 난 이런 일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
강대운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진행자와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이 모습이 심사위원과 구경꾼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저리 여유로운 참가자는 또 처음이네요.”
순박한 인상의 소진희는 적극적으로 이번 참가자에 대한 호감을 나타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긴장하지 않았어요. 마치 전부터 이런 행사에 참여한 사람처럼··· 저만 그리 보이나요?”
곽정은 괜히 앉은 자세를 고치며 헛기침을 몇 번 토해냈다.
“쿨럭, 쿨럭. 흠흠··· 그래, 저 친구 나이에 맞지 않게 꽤 여유로운 모습이야.”
“맞아요. 거기다 너무 매력 있어요. 그가 남자로 돌아가면 한 번 만나러 가야겠어요.”
- 웅성웅성
무대석을 두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심상치 않은 소란까지 일어났다.
“첫 번째 참가자와 비견될 정도로 상큼한 매력을 지닌 여자야.”
“난 저 여자한테서 눈도 못 떼겠어. 새침하는 행동들도 내 마음에 꼭 들고.”
“이봐? 모두 정신 차리려! 여자처럼 보이는 저 사람··· 남자야, 남자!”
뜨거워진 주변 분위기가 말해주듯 강대운의 심사 결과는 만장일치 합격이었다.
이후 많은 참가자들이 합격과 탈락의 문턱에 넘나들고, 드디어 마지막 참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하하, 저게 대체 뭐지?”
“정말 웃기게 생긴 여자로군.”
“키키키, 아마 내가 여장을 해도 저거보단 예쁠 거야.”
마지막 참가자로 나온 당무진은 여장을 하긴 했는데, 미인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는 우스꽝스러운 하연 분칠에 자욱한 눈썹과 콧수염을 붙이고 있어서 사실 여자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호호호, 감히 장담하건데 저보다 예쁜 여자는 아마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 이렇게 예쁘게 콧수염 따고 다니는 여자··· 본적 있으세요?”
웃음을 유발하는 당무진의 행동에 구경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배를 잡고 뒤집어졌다.
“하하하, 남자 중에도 수염을 따는 이가 없는데··· 정말 웃기는 놈이군.”
“난 저 사람 왠지 마음에 들어. 끝까지 응원할거야.”
“나도 나도!”
색다른 반응을 일으킨 당무진의 등장은 홍보부 소속의 곽정과 소진희를 작게 흥분시켰다.
“아주 멋진데? 수염 많은 아주머니로 인기를 얻다니.”
“그러게요. 분명 예쁘장한 여인은 아닌데, 다른 참가자와 확연히 달라서 더 애정이 가요.”
“······.”
“······.”
이 두 사람과 달리 고리타분한 성격의 서량과 허공은 냉랭한 눈빛만을 머금었다.
“얼굴이 무척 두꺼운 녀석이군. 저런 모습으로 만인 앞에 나올 생각을 하다니···.”
“저보고 저리하라 하면, 차라리 칼을 맞고 죽겠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네.”
- 작가의말
정말 정말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주말은 연재를 쉬어야 할것 같습니다.
글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에서 1일 1연재가 제겐 벅차네요 ㅠㅠ
(연참을 드려도 모자랄 판에...)
이 부분이 확정되면 공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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