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서 강자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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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안증세가 발동한 강대운은 안구에 힘을 줬는데, 바람과 달리 양 손이 두 여인과 마주 잡혔다.
‘안 돼··· 뭔가 불길하다고!’
그리고 곧바로 지독한 고통이 찾아왔다.
‘으으윽··· 이, 이럴 순 없어···.’
정순한 음기를 지닌 두 여인에게 양손을 붙잡히자, 강대운의 전신 심맥이 급격히 수축하였다.
그와 함께 그의 정신은 현실과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
한편, 가만히 손자 상태를 살피던 문현은 때가 왔음을 알고 뒤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운아, 바로 시작하마.”
문현이 멸하지경을 펼쳐내자, 신비한 진기의 회오리가 주변일대를 감싸버렸다.
그런데 그 세기는 주변 수림의 나무를 뒤흔들 정도였다.
- 휘이이이이이
문현은 손자 등에 손을 얹고 심맥을 장악한 극한 음기을 몰아내려했다.
“흐음··· 생각보다 더 까다롭군.”
여자 음기에 노출된 강대운의 심맥은 수축하려 안달을 떨었고, 문현이 주입한 양기에 노출된 심맥은 팽창하려고 야단이었다.
“······.”
문현은 생각보다 음과 양의 조화를 맞추기 어려워지자, 식은땀을 흘려댔다.
‘허허, 진정 믿기지가 않는군. 팔천층에 해당하는 영기를 운용하는데도 내 통제를 벗어난단 말인가?’
문현은 극한 양의 기운을 발산해 강대운의 전신 심맥을 보호하듯이 감쌌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 손에서 새로 들어온 여성의 음기는 보호가 약한 부분을 수없이 공격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운이의 생명이 위험해 질지도 모른다.’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손자의 심맥을 보호하던 문현은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게 없으니, 바로 구천층을 운용해야겠어!’
그리고 펼쳐진 멸하신공 구천층의 위용은 정말 대단했다.
- 쉬시시식 쉬시시식
사위를 몰아치던 진기의 회오리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더니, 주변 자연 만물이 하늘로 둥실 떠오르는 기현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 위이이잉 이이잉
중력의 힘을 무시하게 된 여러 돌멩이와 흙 그리고 나뭇가지들은 공중으로 크게 떠올랐다.
하지만 문현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바닥에 가부좌를 튼 모습, 그대로였다.
‘옳지. 이제야 운이의 심맥이 조금 안정되는군.’
강대운 몸속에서 활기 치던 극한의 음기는 점차 문현의 통제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축과 이완이 멈추고 음과 양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자, 삼음에 해당되는 태음, 소음, 궐음과 삼양에 해당하는 태양, 소양, 양명이 타통되어 임독양맥(任督兩脈)이 이루어졌다.
‘됐다. 이제 운이의 임독양맥이 타통 되었으니, 고갈된 선천진기도 차츰 다시 모여들 것이다.’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킨 문현은 문득 손자의 몸에서 생기가 느껴지지 않음을 알았다.
‘뭐지? 어째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강대운의 신형은 곧 축 늘어져버렸다.
“으응?”
분명 강대운의 임독양맥은 타통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선천진기가 고갈 된 탓에 신체 장기들이 활동을 멈춰버린 것이었다.
문현은 자신의 멸하지경 속에서도 힘을 잃은 손자의 상태에 얼이 빠져버렸다.
‘운이 몸이 버텨내질 못하는 구나. 선천진기가 아예 남지 않은 건가?’
강대운은 이미 생을 마감한 시체와 같아서 문현이 정기 주입을 그만두면 바로 허물어질 터였다.
‘일을 너무 서두른 것인가?’
착잡한 표정의 문현은 망설임 없이 막대한 영력을 끌어 모았다.
‘세상 만물의 기운이 스며든 이 영기(靈氣)라면 운이의 생명을 조금 연장시켜 줄 수 있겠지.’
그렇게 손자 몸에 엄청난 영기를 불어넣은 문현은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임독양맥이 타통된 강대운의 심맥은 현재 큰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어서 문현의 이런 막대한 양의 영기를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란 점 말이다.
- 툭
결국 간신히 살아있던 강대운은 완전히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
그러자 그의 희미한 호흡과 작게 요동치던 심장도 활동을 멈춰버렸다.
‘설마, 이건···?’
문현은 눈앞에 앉은 손자가 죽었음을 알아차렸다.
‘마, 말도 안 된다!’
죽은 강대운의 심맥 속에서 엄청난 양의 영기가 돌아다녔는데, 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는 이미 죽었고, 심장과 내부장기가 활동을 멈추어 잠시 뒤면 차갑게 식어갈 것이다.
‘이대로는··· 이대로는 절대! 보낼 수 없다!’
강대운에게 추궁과열(推宮過穴)을 시전하던 문현의 안광에서 돌연 무시무시한 현기(玄機)가 터져 나왔다.
-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이와 함께 그의 전신에서 형용키 힘든 무형의 기운이 피어나왔는데, 이는 방금까지 공중으로 떠올린 주변 사물을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 트드드드드드
그리고 산악지대 전체가 울부짖는 기괴한 소리가 발생하고 곧바로 천지가 무너지듯 땅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 콰과과과과 콰과과과과
곧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문현의 신체에서 찬란한 빛이 발산되더니, 그 주변으로 엄청난 양의 영기가 모여들어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수백 개의 구름 덩어리를 생성해내었다.
- 위이이이이이이잉
이 자욱한 구름 속에 들어온 강대운은 그를 맞잡고 있던 두 여인과 함께 공중으로 떠오르며 강맹한 빛을 발산하는 문현의 품에 안기었다.
‘운아, 넌 꼭 살아야 한다. 이 세상과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문현은 거대한 합택 산맥 전체 영기를 끌어 모은 뒤, 멸하지경을 펼쳐 천공(天空)의 세계(世界)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공간은 세상 만물의 이치와 경계를 뒤흔드는 장소여서 현계라고는 할 수 없었다.
- 팟 팟 팟
두 눈에 핏발이 선 문현은 손가락에 응축된 영기로 강대운의 전신 혈맥과 신체 장기를 보호했다.
그리고는 거의 일백갑자에 달하는 공력으로 상대 전신에 큰 충격을 가했다.
- 콰콰쾅 콰콰쾅
천공의 세계에서 벌어진 이 큰 충격은 실로 엄청나서 만약 현세에서 이를 행했다면 산의 십분지 일이 증발했을 것이다.
- 콰콰쾅 콰콰쾅
무지막지한 공력이 자신의 전신 기경팔맥을 뒤흔들자, 죽은 강대운의 몸속에서 별안간 작은 생기가 피어올랐다.
- 핏
문현은 그 작은 변화에 크게 안도했다.
‘다행히 효과는 있구나···.’
그렇게 약 일다경의 시간이 지나자, 창백해진 강대운의 안색이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알아차린 문현은 그제야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휴우, 하마터면 내 손으로 운이를 죽일 뻔 했구나. 대처가 늦었다면 분명 그리 됐겠지.’
본연의 목적을 이룬 문현은 조심히 영기를 흩어트려서 공중으로 떠오른 모두의 신형을 바닥으로 안착시켰다.
“흐음···.”
그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놀랍게도 그의 이마와 전신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군.”
문현은 무공수위가 출신입화지경에 올라있어서 이런 위기를 맞닥뜨릴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이 녀석 몸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몸뚱이였다.”
그는 다리가 아픈 노인처럼 잠시 두터운 고목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운이를 고치는 일은 백 명의 절정고수를 일시에 상대하는 일보다 더 어려웠다. 게다가··· 무리하게 천공세계를 연 탓에 나까지 내상을 입고 말았어.’
문현이 만들어낸 천공세계는 득도를 이룬 도사들의 가는 세계였다.
그리고 이는 큰 깨달음을 얻은 자만이 생성이 가능한데, 문현은 손자를 위해 막대한 영기로 그 세계의 문을 잠시 연 상황이었다.
‘비록 난 큰 내상을 입었지만··· 운이는 천공의 빛을 직통으로 받은 탓에 큰 진전을 이루었다. 거기다 생사지경(生死之境)까지 겪어서 단번에 칠천층의 경지에 이르렀어.’
문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왼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주물락 거렸다.
‘나는 사십년이 걸렸는데, 운이는 단 하루아침에 이 모든 걸 이루었구나.’
잠시 휴식을 취한 문현은 손자 몸에서 두 여인을 떼어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허허, 이 두 여인도 천공의 빛에 잠시 노출되어 심맥이 크게 확장되었군? 앞으로 어떤 수련을 하든 큰 성취를 이루겠어.’
정윤과 도교교는 천공 세계의 문이 열렸을 때, 그 빛을 살짝 받은 상태였다.
“피곤하지만, 오늘 할 일은··· 오늘 마쳐야겠지.”
문현이 납치한 두 여인을 돌려놓기 위해 떠나가자, 난장판이 된 공터 중앙에는 강대운만이 앉아있게 되었다.
“······.”
그런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강대운의 전신에서는 문현의 그것과 같은 신비한 기운이 계속 발산되어 나오고 있었다.
***
“사람이 두 개의 인생을 살수 있다면··· 전 지금 두 번째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깨어난 강대운은 전과 달라진 자신의 몸 상태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저를 둘러싼 수풀과 나무, 맑은 하늘의 기운과 차가운 공기 그리고 바닥에 펼쳐진 흙의 정기까지···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다는 거 아세요?”
“······?”
손자의 난감한 질문에 문현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당연히 알고 있지. 흠흠, 운이 너 하루아침에 큰 성취를 이루더니··· 아주 신이 났구나?”
“헤헤, 이거 진짜 하늘을 나는 기분이에요.”
능청스런 미소를 내보인 강대운은 무심코 크게 발을 굴렀는데, 보란 듯이 그의 신형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아앗?”
무려 오장 높이까지 하늘로 떠오른 강대운은 자세를 겨우 바로잡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 타탓
“우와! 할아버지, 지금 저 보셨어요? 제가 굉장히 높게 뛰었어요!”
문현은 흥분한 손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운아, 넌 아직 자연의 영기를 다룰 줄 모른단다. 이제부터 하나씩 그 운용법을 알려줄 테니, 차분히 따라오거라.”
“물론이죠. 그리고 할아버지의 검술도 알려주세요.”
“그래, 이미 그것도 준비해 뒀다.”
“이야···.”
힘이 넘치는 손자를 마주보던 문현은 신형을 돌려 주변 수림지대를 가리켰다.
“저 수림지대를 보거라.”
“······?”
강대운은 무심코 그곳을 바라보았는데, 전과 달리 그 모습이 매우 기괴했다.
“어라? 할아버지··· 근데 왜 저 나무들이 다 말라비틀어져 있는 거죠?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생기발랄한 고목이었잖아요?”
“그래, 잘 보았구나.”
머리를 뒤로 묶은 문현은 담담한 걸음으로 기괴하게 변한 수림지대로 다가갔다.
- 터벅 터벅
“내가 창안한 멸하신공은 스승님이 남기신 태청존의심의결의 묘용을 이용한 무공절학이다. 그 때문에 멸하신공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심의결에 대해 알아야한다.”
강대운은 그 뒤를 따르며 진중한 음성을 토해냈다.
“말씀하십시오.”
목표한 지점에 다다른 문현은 장엄한 모습으로 태산같이 멈춰 섰다.
“세상을 뒤덮은 자연의 영기가 곧 멸하신공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이 엄청난 기운들 말이군요···.”
이제야 자연 만상의 기운을 느끼게 된 강대운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할아버지가 천하를 제패하신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아요.”
문현은 작게 입 꼬리를 끌어 올렸다.
“바로 보았다. 그리고 과거 날 공격한 그들은···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질렀지.”
“실수라면···?”
그날의 일을 떠올린 문현은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만약 그들이 시장이나 연무장 같은 수림이 없는 장소에서 날 공격했다면··· 난 그토록 강한 역량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예?”
강대운은 그 설명이 이해되지 않아 고개를 내저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후후후, 그럼 이제부터 내가 설명을 해주마.”
“제자 경청하겠습니다!”
“흠흠··· 세상은 다섯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있는데, 이는 각 물(水),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라 할 것이다.”
색 바란 백의를 걸친 문현은 진정 도인과 같은 모습으로 손자를 바라보았다.
“우리 태청존의심의결의 오의를 깨닫게 되면 이 원소의 기운을 몸에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각기 특정 원소 하나와 완전히 동화되곤 한단다.”
문현은 생기 잃은 수림지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나 같은 경우는 나무의 기운과 동하였다. 그래서 수림이 우거진 산에서는 내공력이 하늘에 닿을 만큼 고강해 지지. 그리고 이 주변 나무가 모두 시들어 버린 이유는 내가 그들의 기운을 모두 흡수하여 네 몸을 고치는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나무와 동하셨다고요? 그리고 절 고치기 위해 그 힘을···.”
강대운은 슬쩍 고개를 돌려보았는데, 얼핏 보아도 눈에 닿는 모든 수림지대가 바짝 메말라있었다.
“그러면 저는 할아버지의 영기를 받았으니··· 저 또한 나무의 기운과 동하여진 건가요?”
자그마한 눈매의 문현은 나지막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다. 운이, 너는··· 다른 기운과 동하였다.”
- 작가의말
안녕하시죠?
함께해 주시는 독자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ㅠ ㅠ
이제 다음 화면 125화로 5권을 마치게 됩니다.
미천한 글이기에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유료를 미뤄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무료로 해도 새로운 독자분들이 늘지는 않네요.
흠흠~~그래서 125화까지는 무료로 가고, 126화 6권부터 유료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현재 유료 계약 진행 중인데, 생각과 달리 시기가 맞지 않네요.
그리하여 아무래도 내일까지 연재를 하고, 유료 전향된 이후 연참으로 글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공지에는 조금 더 정돈된 글로 내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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