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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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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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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5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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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백색의 가루31

DUMMY

진소화의 말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었다.


첫째, 화폐 도입은 잘 되어가고 있다.


둘째, 화폐 도입에 문제가 있다.


... 이게 뭔 개소리냐고?


간단한 일이다. 한국이 아무리 상업을 발전시킨다, 산업을 발전시킨다 어쩐다 했어도 아직은 농촌의 인구가 도시보다 많다.


그러니 당연히 ‘산골 촌락이나 낙후된 곳’에서 화폐가 그리 잘 쓰이고 있지 않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농촌 지역에서의 화폐 도입이 신통치 않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농촌은 미래의 농촌과는 다르게 돈을 쓴다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다. 그냥 땅 파먹고 살다가 세금 낼 때 되면 내고 가끔 근처 도시 들러서 옷이나 가구나 고기 등의 식량을 좀 사 오는 게 이들이 하는 경제활동의 전부다.


즉, 농촌에 사는 이들은 애당초 화폐를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는 계층이다.


결과적으로 인구 대비 화폐를 쓰는 사람은 적으나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경제인구 대비 화폐를 쓰는 사람은 많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 그래도 낙후 지역의 화폐 활성화에도 힘을 좀 쓰게나”


“아 참, 그 건에 대해서 전하께 허락을 구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말하게”


“전경련을 소집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전경련이 어디 소속인가? 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들은 관직을 가진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 소속이 아니었고 회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정의하자면 ‘지영의 부름에 초대받는 회원들’ 정도가 적당한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전경련을? 왜지? 나 역시 그들을 소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네. 그리고 그들의 특성상 무조건 오리라는 보장 또한 없어. 적어도 그들이 올 만한 적당한 이유가 필요하네”


통신 수단의 유무를 떠나 애초에 그들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것부터가 일이다. 그나마 국내라면 어찌 찾을 순 있다. 어지간히 도시로 갔을 테니 전국에 파발을 띄워서 출입기록을 다 뒤진 다음에 다시 파발을 띄워 마지막 출입기록이 있는 도시 인근과 도로를 뒤져버리면 되니까.


인력도 들고 시간도 들기는 하나 어쨌건 가능은 하다. 하지만 외국이라면? 출입국 기록을 뒤지고 외국까지 가야 하는 데 문제는 오고 가는 중에 엇갈리면 정말 답도 없었다. 까딱 잘못하면 달 단위의 시간이 걸릴 수 있기에 전경련은 미리 그 약속 시기를 대략적으로 잡은 뒤에 초대장을 한 달 반 전에 보내는 식이었다.


지영의 말에 진소화는 하나의 보고서를 추가로 내밀었다.


“흠... 과연, 일리가 있군. 하지만 이게 과연 돈이 될까?”


진소화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오일장 사업’이었다. 분명 오일장 등은 상설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있었던 시장의 형태다. 분명 효과야 있겠지. 하지만 그걸 농촌에서 한다는 건... 과연 이익이 될지 의문이었다.


“우선 화폐 제도 정착을 위해서라면 손해를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금을 돈으로 거둔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농촌의 경우에는 일 년에 많아 봐야 한두 번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농촌의 특성상 그 이상으로 세금을 거둘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재촉해봐야 쌀은 가을에나 나올 테니까요.”


“내 말은 기업들이 그것에 응하겠냐 이 말일세. 이걸 하려면 보조금을 도대체 얼마나 줘야 하는지...”


“시청이나 군청 인근에서 시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외발 수레가 발명된 이후로 보부상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전경련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면 이들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지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경련 대부분은 현대 사회의 대형 마트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라 유복 정육 같은 중소형 마트 같은 느낌의 기업들도 몇 있기는 했다.


‘인구 몇천 명사는 깡촌에 코스트ko 같은 거 있으면 이상하잖아... 그게 돈이 되겠냐고’


지금 필요한 건 이동성 좋은 편의점 같은 존재였지 대형 마트들이 아니었다.


“차라리 그게 낫겠군. 그리고 거기에 좀 더할 사업이 있는데... 그건 내 따로 진행하지.”


무슨 사업인지 궁금해하는 진소화를 내보낸 후 곧바로 왕립 중앙대 총장을 호출했다.


“문예대 학생들 중에 끼 있는 학생들 있나?”


“...예?”


“끼 있고 체력 좋은 학생들이 있는지 물었네만. 교수도 몇 있으면 좋고”


“아, 물론 있습니다. 문예대에 그런 학생들이나 교수들이 없으면 섭섭하죠”


언뜻 자부심마저 느껴지는 총장의 답에 지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섭섭하지. 가야금, 거문고 장인에 재담꾼에... 그 사람들 끌어모으느라 정보성이 개같이 굴렀는데’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기어이 설립된 문화예술대학은 나름대로 그 소임을 다하고 있긴 했다. 사실 설립될 때만 하더라도 문화예술 분야에 깊은 뜻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갈 필요가 없는 대학 정도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상류층도 문화예술 분야는 덤 내지는 약간의 교양을 위해 익힌다는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영은 문화의 힘이라는 걸 아주 똑똑히 알고 있었고 경기장에 공연을 위한 시간을 배정하고 몇 번 정도 공연을 열어 각 부 관료들을 이끌고 관람까지 갈 만큼 관심을 보이니 점차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에서는 야시장 같은 곳에서 공연이 열리며 나름 생업을 보장해 주고 있었다.


“그럼... 그런 이들로 한 일고여덟 정도 선발해서 보내 주겠나? 아니지, 한 열다섯 명 정도 추려서 보내주게. 그럼 내 알아서 필요하다 싶은 아이들을 선발해 갈 테니”


감히 누구 말이라고 거절하겠는가. 총장은 그저 허리를 깊이 숙이며 알겠다는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보부상 몇과 여덟 명으로 이루어진 공연단이 합류해 ‘미르 행상단’이 창설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외발 탑승 수레가 있었기 때문에 짐을 지고 가는 것보다는 더 많은 짐을 실어나를 수 있었고 걷는 것보다는 더 멀리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에 상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듯싶었다.


미르 행상단은 행상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지영도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까다롭게 인원을 선정했다. 고작해야 화폐 도입과 농촌의 상업 활성화를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신문을 배달하는 신문 배달부가 합류해 글과 세상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글과 세상을 알려줄 것이고 여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공연단이 싸구려 술이나마 한잔하며 웃고 떠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정부에 우호적인 인식을 심어놓는 건 덤이고.


그리고 관료로서는 얻을 수 없던 세세한 정보까지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한다 해도 관료의 앞에서는 하지 못할 이야기도 있는 법이니까.


지금이야 다 합쳐도 몇십 명 정도 되는 규모이지만 나중에는 규모가 더욱 커져 몇백, 혹은 천에 달하는 인원도 운용 예정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작해야 몇십 명으로는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 불가능했다.







“형님”


“...”


“형님은 똑똑한 분 아니셨소?”


사혁의 얼굴은 이미 불콰하니 술기운이 잔뜩 올라와 보였다. 설차가 그만 마시라고 하는 듯 술병을 빼앗으려 했지만, 술에 절여졌어도 무장은 무장이라는 것인지 손을 쉽게 쳐냈다.


“왜 굳이 애 욕받이를 시키려는 거요?”


“애가 똑똑하니 어디 가서...”


“아, 백이 똑똑한 거 알지! 아는데! 굳이 지금 해야 했느냐 이 말이오!”


끄윽- 사혁은 작게 트림을 하고선 안주를 아무렇게나 집어먹었다. 그리고선 다시 술을 위장에 때려 박고 다시 안주로 달래고...


“이놈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갑디다. 설명해 보시오, 형님. 그 똑똑하고 귀여운 손녀딸을 세상에 그리 내팽개친 이유가 뭐요?”


“야 인마!”


쾅!


안주 몇 접시가 엎어졌지만 사혁은 지지 않고 설차를 노려보았다.


“솔직히! 형님 가고 나면 가문에 뭐가 있는데! 어디 관료가 있소? 아니면 세상이 알아주는 거부라도 있소? 그저 남는 건 약간의 돈과 공작가라는 명예뿐인데 그깟 것으로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오?”


평소라면 어지간히 하고 멈췄으련만 술기운과 함께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모를 목소리가 계속 터져 나왔다.


“가실 날도 얼마 안 남은 양반이!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 ...후우... 잘 생각하시오, 형님. 형님 가면 그 아이 지켜줄 사람 없소. 나는 계속 육군부에 있을 거고 당연히 그 아이를 못 보는 날이 더 많을 거요. 이만 뜻을 거두시오. 아직 시간은 있소.”


“... 애가 바라잖나”


사혁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쾅쾅 두들겼다. 분명, 자신이 떠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양반이 아닌데. 도대체 왜 저러는지 궁금해 돌아버릴 것 같았다.


“내 나름대로 생각이 좀 있네”


“그럼 들려라도 주시오! 그 생각이 당최 뭐요? 이 동생에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도 있소?”


“... 아직은 말 못 하네. 하지만 그런 게 있어.”


술기운이 가득함에도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저 얼굴, 저 얼굴이다. 세상 오만 똥 쇠심줄은 다 씹어먹고 다니는지 고집을 절대 꺾지 않을 저 얼굴.


“... 내 하나만 말 하겠소만... 전하를 믿고 계신 건 아니리라 믿소.”


“말을... 조심하게.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네”


사혁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냉수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기고는 작게 말했다.


“... 물론 전하께선 성군이시지만... 아시잖소? 전하께서 제일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뭐요?”


“......”


분명, 지영은 나쁘지 않은 군주가 맞다. 아니, 오히려 훌륭한 축에 속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 한국의 성세는 지영이 밑그림을 그린 게 맞으니까.


하지만 그 성세, 그 질서는 애초에 십만 명이라는 죽음 위에 쌓아 올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내무부 총리쯤 앉아있다 보면 가끔은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알게 되는 법이었다.


한국의 번영과 혁신, 그 밑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걸.


그리고 지영은 나날히 정치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신민들을 끌어내는 능력이야... 뭐, 이미 입증이 된 수준이고.


마지막으로 지영은 잘라낼 때 잘라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 그저 달려나갔을 뿐이다.


그리하여 국가에 충성하고 헌신하며 내 친우이자 유능한 신하였던 고 설 공작의 손녀로서 부끄럽지 않게 이름을 떨치고 싶었을 뿐이다.


그 이전에!


그녀는 세상을 밝게 보던 열 몇 살 소녀였을 뿐이오! 바로 그대들의 손을 꼭 부여잡고 가끔은 같이 잠을 자자고 떼쓰는 어리광쟁이 소녀! 그 소녀를 누가 감히 죽음으로 몰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소!


이게 그토록 원하던 결과인가?


오래된 구습을 위하여 꿈꾸던 한 명의 소녀를 덧없이 보내야 했는가?


자신들의 딸뻘, 손녀뻘 되는 어린 소녀의 여린 가슴에 대못을 박으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들으시오, 그리고 보시오!


그들을 막지 않는다면 우리의 딸, 손녀가 겪을 시련이오!


그들을 막지 않는다면 우리의 딸, 손녀가 겪을 아픔이오!


그들을 막지 않는다면!


...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공작가에 맴돈 슬픔이 우리의 미래요.


난 그런 미래를 나와 한국 신민들에게 허락하고자 할 생각이 추호도 없소!


그러니 나와 함께합시다!


집에서 반짝이는 딸과 아내의 눈빛 앞에서도 스스로 떳떳할 수 있도록!

믿음직한 남편과 믿음직하게 바라보는 딸의 눈빛을 자랑스러이 여길 수 있도록!’


“...!”


설차는 불현듯 떠오른 장면을 힘차게 고개를 휘저어 떼놓았다.


“... 그럴 일 없다. 그 정도로 잔혹하신 분은 아니야. 그리고...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 너무 걱정 말거라”


설차는 쓰게 웃으며 자신을 걱정하는 사혁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에이, 내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노쇼!”


쓰담쓰담


“노쇼...”


만질만질


“노쇼오...”


“... 걱정 말거라. 나도 정치판에서 굴러먹은 지 몇십 년이야. 전하보다 무려 십 년, 십오 년을 더 굴러먹었어. 이 나라에서 나보다 더 굴러먹은 놈은 없다”


작가의말

사실... 저 연설은 실제로 계획하고 있던 전개였는데...
저렇게 전개하면 주인공이 너무 쓰레기가 될 것 같은지라 폐기하고 설차의 상상으로 슬쩍... 헤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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