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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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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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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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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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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30

DUMMY

“아이고 죽겠다”


“고생하셨습니다, 여단장님”


진운은 눈 깜짝할 사이에 묶여 있던 갑옷을 풀어헤치고는 질린다는 눈빛으로 자신의 참모장을 쳐다보았다.


“안 힘드냐?”


“전 젊어서 괜찮습니다, 하핫!”


“야, 나도 불혹이야. 너랑 나이 비슷해...”


굳이 따지자면 진운이 나이가 몇 살 더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둘 다 마흔 초반이었다. 이 시대의 평균수명을 생각해도 아직은 한창 일할 나이고 젊은 나이다.


“에이, 그거야 여단장님께서 워낙에 열심히 하셔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첫 훈련인데 열심히 해야지”


신임 여단장으로서 여단 장병들과 친밀해지는 것부터 훈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뭐가 필요하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등등 야전 지휘관으로서 해야 할 것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 집단과 친해지고 잘 알게 되려면 역시 같이 고생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아니 근데 훈련을 뭔 북해도까지 가서 하냐”


“어... 일반 기병 대대는 북해도 안 갑니까?”


“안 가는데?”


기병여단의(궁기병 여단이었지만 군 편제 개편으로 인해 기병여단으로 변경되었다.) 훈련은 4개월은 북방 북해도에서, 8개월은 한반도에서 하는 게 표준이었다.


하지만 다른 기병 대대들은 다 여단에 배속된 형태였기 때문에 기병 대대만 똑 떼다가 북해도로 보내기가 굉장히 애매했기에 기병여단만 그런 식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물론 기병 병과 중사나 장교들은 모두 북방에 있는 기병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오지만 병사들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이건 지영의 명령으로 행해진 조치였는데 지영이 ‘기병은 유목 민족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게 최고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동유럽권의 폴란드의 훗사르, 헝가리 기병대 등이 강한 이유는 항상 유목민족과 투닥댔기 때문이었고 흉노, 요나라, 몽골 제국, 튀르크, 금나라, 청나라 등은 모두 기병을 주력으로 지역의 패권을, 혹은 세상의 패권을 잡은 유목민족의 나라들이었다.


유목민족의 모든 것을 배울 순 없지만, 일부라도 배운다면 기병 전력에 큰 힘이 될 게 뻔했다. 생각해보면 고구려의 개마무사도 결국엔 만주 초원에서 뛰놀던 놈들 아닌가.


여튼 험한 북방에서 고생하고 와서인지 진운은 말려지는 시레기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훈련 보고서는 언제까지 제출하면 되겠습니까?”


“기간 내로만 제출해”


“... 군단장님께서 기다리시지 않겠습니까?”


“...!”


진운은 그 말에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듯 자리에 반듯하게 착석했다. 그 광경을 참모장이 어이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진운은 얼굴에 철판을 깐 듯이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


“몸이 힘들다 하여 군무를 허술하게 할 수는 없는 법. 참모장은 속히 보고서를 제출하라”


“... 아, 예”


짜게 식은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진운은 시시덕댔다. 지금 이 나이에 기병여단장이면 어쩌면 군단장도 꿈은 아닐지도 몰랐다. 실제로 기병여단장은 중책 중의 중책이고 현재 1군단의 주력 여단 역시 기병여단이다. 즉, 여기서 군 생활 잘 해서 올라가면 은퇴하기 전에는 별 세 개 한번 달아보고 전역할지도 모른다... 이런 뜻이다.


... 그렇게 진운의 희망찬 군 생활 2부가 시작되었다.









“야, 이건 못 쓰겠다.”


세공사들을 갈궈 몇 개의 용수철을 만들어낸 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글 좀 쓰다 보면 몇백 번, 몇천 번 정도 두드리게 되는 타자기의 부품으로 쓰기에는 내구도가 영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정말 유감스럽게도 용수철만 문제가 아니었다.


용수철‘도’ 문제였다.


애초에 타자기라는 물건 자체가 더럽게 복잡한 물건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 수작업으로 뽑아서 달에 하나 두 개씩 관청에 비치되는 진자시계는 그야말로 선녀라고 부를 수준이었다.


그것도 정밀한 세공을 많이 하던 금속공예 장인들을 갈아넣다시피 해서 만들어낸 작품이었고 들인 돈에 비하면 신뢰성은 영 좋지 못했다.


하지만 타자기는?


지금 몇 년째 개발 중이지만 시제품은커녕 실패작만 만들고 있었다.


과기부에서는 타자기 개발청을 가리켜 ‘강철 화장실’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말 그대로 비싸디 비싼 최상급의 강철이 똥이 된다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최상급의 강철을 받아 한국에서 기계라면 누구보다 잘 다루는 이들이 매일같이 설계하고 제작하며 부수니 금속재료 공학의 수준이 높아지고는 있었다.


불행인 점은 저 다행인 점 하나를 제외하면 전부다.


“안 되면 포기해야지”


지영의 시원한 답에 과기부 장관은 굉장히 의외라는 시선으로 지영을 바라봤다. 일평생 철을 만져본 자신이 장담컨대 절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을 무려 몇 년간 끌고 온 것은 오로지 지영의 의지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무조건 개발청에 방문했고 회의도 같이 참여할 때도 있었으며 예산을 정말이지 아끼지 않고 주기도 했다.


“뭘 그리 의외라는 눈길로 보나? 이것도 엄연히 사업일세, 사업. 가능성 없고 돈 안 되는 건 쳐 내야지. 지금 이 사업에 얼마가 들어갔는지 아나?”


지영은 앞에 놓인 ‘타자기 개발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흔들며 말했다.


“못 해도 백미 오십만 석은 들어갔네. 이번에 새로이 도입한 화폐의 가치로 따지면 대략 오천만 원이야, 오천만 원. 이번 년부터 총리급 관료가 연봉으로 이만 오천 원을 받잖나. 단순 계산으로 총리 이천 명분 연봉을 쓴 것일세. 부담이 안 될 수는 없어”


한 부서에 들어가는 예산도 아니고 무려 한 부서 휘하의 개발청 하나에 쓴 돈이 저 정도다 보니 한국에서도 부담을 느낄 만했다.


“그리고 이토록 강경하게 사업 폐지를 주장하니...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마지막 줄에는 ‘타자기 개발이 완성된다면 거대한 이익이 있을 것은 분명하나 현 기술로는 타자기 개발사업을 속행하여 성과를 거두는 것에 대한 가능성이 없음. 이 이상 진행한다 하여도 뚜렷한 결과를 보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들어 사업의 폐지를 강력히 촉구함’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외에도 기타 문장들을 보면 평소보다 화가 쌓여있는 보고서임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사업은 이만 중단하고 개발청 인력들은 원래대로 배치하게나. 언젠가 기술이 되는 날 다시 손대면 그만이니 이전까지의 연구 자료들은 잘 정리해 놓고”


한국은 현재 수행하지 못한 사업의 자료들을 ‘개발 중단 사업’으로 분류하고 정리해 놨는데 이 타자기 개발사업 역시 그 개발 중단 사업에 속하게 되었다.


참고로 그 개발 중단 사업 목록에는 ‘무인도를 이용한 박쥐 양식 사업 계획서’, ‘자전거 개발사업’, ‘한강 대교 건설사업’ 등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는 사업 계획서나 폐지된 사업들이 한가득이었다.


그... 나마 성공한 것인 바로 자전거 개발사업.


물론, 자전거를 만들었다는 소리는 아니다. 자전거는 고급 기술이니까. 다만 한계에 부딪히고 부딪히다 보니 킥보드 비스무리한 형상의 물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지영이 그 킥보드 비스무리한 걸 보다가 우연히 생각해낸 아프리카 콩고에서 쓰던 물건을 조합하다 보니 나름의 운송 수단 겸 이동 수단이 만들어지긴 했다.


고무가 있을 리 없어 험한 산길을 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개발된 산길이나 대로에서는 백 킬로 정도의 짐도 무난하게 실어나를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본인도 올라탈 수 있어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자주 이용하고는 했다. 혹은 도시에서 적당한 양의 짐을 빠르게 옮겨야 할 때 써먹던지.


물론 수레를 이용한다면 당연하게도 더 많은 양의 짐을 실어나르긴 하겠으나... 낙타나 우마가 먹어치우는 곡물의 양도 장난이 아닌지라 아무나 쓸 수는 없어 이 ‘외발 탑승 수레’라는 기괴한 명칭의 콩고산 이동 수단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더 보고할 것이 없다면 나가도 좋소. 안타깝게도 선약이 있는지라.”


그 말에 과기부 장관 유현철이 나가서 누구인지 보니 현재 가장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 한은 총재 진소화였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장관님”


유현철은 관리자라기보다는 장인이나 연구원에 가까웠기에(그렇다고 관리를 아예 못한다는 건 아니다. 짬밥이 있는데) 매일 아침에 열리는 국무회의에는 참석하는 날이 드물었고 2주에 한 번이나 할까 말까 한 정기회의에나 고개를 들이밀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생각보다 만날 날이 없었다.


“음, 오랜만이오. 총재. 전하를 뵈러 오셨소?”


“예, 화폐 도입 건으로 보고드릴 것이 있는지라”


“그렇군...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속히 들어가시오.”


“예, 장관님.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짧게 대화를 나누고는 그대로 갈 길을 갔다. 애초에 두 사람은 서로 얽힌 것이 없으니 만나서 이야기할 거리도 없던 탓이었다.


“그래, 화폐의 도입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예, 전하. 다행스럽게도 기업가들이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 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애당초 한국의 기업가들은 친정부적인 성향을 띄고 있었다. 지영이 상업에 관심을 두고 기른 탓이었고 나름대로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단체까지 만들어주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기업가들이 돈 한두 푼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에 있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고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볍고 부피가 작으며 보관이 용이한 동전의 도입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신용이라면 근 삼십 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한국 정부가 돈을 빌리고 착실하게 갚는 것으로 증명하기도 했고 자신들이 봐도 돈 떼먹힐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산골 촌락이나 낙후된 지역에서는 화폐가 그리 잘 쓰이고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야 그럴 수 있지. 화폐가 조금 더 정착하면 알아서 따라올 것이다. 그들도 모든 물건을 만들어 쓰지 않는 이상은 도시로 올 것이 분명하고 도시에서 화폐로만 거래한다면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겠지. 외국과는 어떻게... 잘 되어가나?”


“예, 다행히 법이라 하니 그럭저럭 받아들이고는 있답니다. 다만 이것저것 절차가 추가되어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상인들도 있습니다. 그 수가 적지는 않으니 앞으로도 신중하고도 꾸준히 대처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진소화는 한참 동안 떠들었다. 현재 물가며 위폐 방지 대책, 화폐 정착을 가속화하기 위한 정책 등등... 그야말로 ‘나 열심히 일했어요’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작가의말

진짜 저 무인도 박쥐 양식 사업은 제가 생각해놓고 영...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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