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158,986
추천수 :
2,578
글자수 :
1,482,298

작성
23.02.27 23:55
조회
244
추천
4
글자
11쪽

백색의 가루29

DUMMY

“자네, 신문 봤나?”


“아... 그 기사 말인가? 당연히 봤지”


“에잉, 하여간 요즘 것들은. 그 하나 못 지키나”


머리가 희끗희끗 해 보이는 남성은 혀를 끌끌 차면서 젊은것들을 욕했다.


지영이 봤다면 꼰대짓이라고 태클을 걸만한 짓이었지만 그 남성은 떳떳했다.


한국의 법 집행은 나름대로 공정한 편이었고 생활의 자유도 높다. 그리고 기본적인 교양이라고 알려진 것들은 정상인이라면 그냥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겨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부부간에 화목하고 노인은 공경하고, 자식은 사랑하고 형제자매랑은 투닥거리면서도 서로 의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 참, 모든 젊은이가 그러겠나. 미친놈이니 그런게지”


이 정도 대화면 굉장히 온건한 편이다.


실제로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면 당연한 말이기도 하고.


다만... 대부분 기성세대의 생각이 다 비슷했다는 게 문제다.


왜냐고?


다 농부였으니까.


한국이 최근 들어 산업을 키우고 상업을 장려하고는 있지만, 농업은 여전히 국가의 주요 산업이자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럼 지영이 오기 이전에는?


당연히 농사가 9할 이상일 정도로 농사만 죽어라 지었을 게 뻔했다.


정리하자면 현세대 한국의 기성세대는 전쟁을 피하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에서 농사만 짓던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지.


문제라면... 싸잡아 욕을 먹는다는 것.


현대에도 그렇지 않은가. 예를 들자면 한국 국가대표 모 선수가 잘못했다면 꼭 댓글에 ‘요즘 국대 개판이네 ㅋㅋㅋㅋ’ 같은 댓글이 하나둘은 무조건 달릴 것이다. 그것도 따봉 좀 많이 받고.


한국사회는 나름대로 급격하게 변했다. 그리고 급격한 변화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간의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존재다. 서로의 환경이 크게 차이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세대갈등의 주 원인 중 하나니까.


그럼에도 그냥저냥 무난하게 지내고 있었긴 했다. 지영이 적극적으로 알린 그 ‘교양’ 덕분이기도 했고 아무리 바뀌었다지만 세대간에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 인데


욕을 먹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많이 쳐먹으면 이야기가 참 달라진다.


인성이 비단결처럼 곱고 고와도 험하게 굴리는 까칠해지는 법.


...이런 혼란 속에


“... 이게 뭔데요?”


“월급.”


“아”


한국이 발행한 동전들은 생각보다는 무난하게 정착하고 있었다.







미처 처치를 못 하고 죽은 사람은 수백 명


처치 중 죽은 사람 역시 수백 명


사지 중 하나를 못 쓰게 되었지만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약 천 명 정도.


그리고 그 외에 고비를 넘기고 잘 살아있는 사람 많이.


의무조가 일본에 가서 이룬 성과였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정말 많은 경험을 쌓았다.


지원단이 일본과의 우호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것 외에도 의료 경험을 쌓게 한다는 목적은 충실하게 달성한 셈이었다.


“피곤한데 더 주무시지 않고”


배의 갑판에서 멍하니 열도 쪽을 바라보던 의무조장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잠이 영 안 와서 말이죠”


“그렇습니까? 하긴, 많은 일이 있었죠”


사실 이들 중에서도 왜 가나 싶은 인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충분한 급여를 바라보고 온 이들이 반 이상은 되었으니까. 현대와 같이 바닷길이 안전하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들은 목숨을 걸고 일본을 도우러 간 셈이었다.


“... 이젠 괜찮겠죠”


“지진이 난 것도 작년입니다. 괜찮겠죠, 아마”


“그랬으면 좋겠네요.”


침묵


그 이후로 둘은 잠시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강일우 단장이 뭐라 말을 꺼내기엔 의무조장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부담스러웠고 의무조장은 한숨만 푹푹 쉬었다.


“... 저는 말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한 마디를 꺼냈다.


“제가 잘난 줄 알았더랍니다.”


“...”


“헌데 자연 앞에서는 그리도 무력할 수가 없더군요.”


짙은 감정이 배어있는 목소리가 바다 한가운데에 조용히 묻혔다.


의무조장은 결코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경험 쌓고 오라고 보낸 지원단 의무조 중에서도 가장 경험이 많고 실력도 뛰어났으며 인성 또한 모난 구석이 없기에 의무조장으로 임명된 것이었다.


한국의 의료인력 중에 못해도 오십 번째 안쪽에 들만한 실력을 갖춘 이가 바로 그였다. 당연히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없었고 그 자신감에는 그럴만한 근거가 충분했다.


하지만 지진이라는 자연재해 앞에서 그가 경험한 실패는 이전까지와는 궤가 다른 것이었다.


평소에는 사람 셋 정도 죽을 상황이지만 일본에서는 수십 명이 죽는다.


평소에는 그래도 사는 사람이 죽는 사람보다 적었지만, 일본에서는 죽는 사람이 사는 사람보다 많았다.


평소에는 가벼운 처치만으로 어느 정도 호전되었던 사람들이 일본에서는 인력이, 일본의 여력이, 환자의 여력이 부족해 픽픽 죽어나간다.


부족한 인력, 미흡한 시설, 한국에 비해 부족한 환자들의 영양상태, 파괴된 기반, 바닥을 드러낸 식량과 오염된 식수까지.


그는 충분히 유능한 인간이었으나 그와 그가 이끄는 의무조의 힘으로는 저 모든 것을 극복하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그래도 우린 최선을 다했잖습니까”


“죽은 사람들 앞에서 그게 위안이 되지는 않더군요...”


순수한 봉사정신이 아닌 성과급과 이력을 쌓기 위해서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는 해도 그들은 의사였다.


사람을 고치고 살리는데 업을 둔 사람들.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이들은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인류애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이 합쳐지니 마음이 더 무거워진 것이지


“자, 한잔 하시죠”


강일우는 쓰게 웃으며 술병을 하나 내밀었다.


“술은 안 하신다 들었는데... 아니, 감사히 받지요”


강일우는 피식 웃으며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평소에는 그렇게도 쓴 술이지만 오늘은 어째 곡물의 향과 단맛만 날 뿐이었다.


“돌아가면...”


“?”


“지진에 대해서 조금 더 궁리해볼 생각입니다. 지진이 왔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법,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이후 대처를 어떻게 하면 더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말이죠”


술병을 바닥까지 비운 그는 다음 술병을 까고선 말을 이었다.


“바로 옆 나라 아닙니까. 우리나라도 저런 지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요. 마침 우리에겐 귀중한 경험도 있고요... 좀 도와주시렵니까?”


“얼마든지요.”


그렇게 한국 최초의 지진대책보고서가 작성되기 시작하였다.








27년형 수송선


최초로 배수량 백 톤을 넘긴 수송선이자 조금 더 범선에 가까워진 우리의 새로운 수송선... 이 될 예정이었다.


이미 짐작하고는 있지만 실패했다는 게 문제지.


“죄송합니다, 전하”


“괜찮소. 이건 그대의 잘못은 아니니...”


지영은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분명 결과만 보면 실패는 맞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노선 변경이었다.


27년형 수송선이 설계될 당시에는 항로 정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물론 일본과의 교류는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하고는 있었지만, 고작해야 일본과의 항로, 당나라와의 항로 단 두 개의 항로만을 가지고 있던 것이 전부인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북해도, 유구까지 항로를 넓혔고 더 많은 경험을 축적했으며 기존 함선의 문제점 또한 새롭게 부각되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새로 만들어질 27년형 수송선은 이 새로운 경험들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 형태였기에 아예 27년형 수송선의 설계를 뜯어고치는 한이 있더라도 이 경험들을 녹여내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속도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북해도나 유구를 직접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엄청난 양의 물자를 신속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군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병력을 최대한 신속하게 전개할 필요도 있었으니 기존의 수송선보다는 더 빠른 배가 필요했다.


기존의 27년형 수송선이 될 예정이었던 배는 느리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수송선과 특별히 다른 바 없는 속도를 가지고 있었고 유구를 중간기항지로 더 넓은 바다로 나가려는 욕심을 가진 한국에게 기존의 속도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속도일 수밖에 없었다.


무려 14년 만에 새로운 수송선을 가지게 될 줄 알았던 해군으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고 실제로도 조금이라도 좋으니 건조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것도 다 돈인지라 기각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시험용으로 세 척 정도는 이미 건조된 상태였고 그 덕에 신규 수송선은 조금 더 빠르게 건조될 예정이다.


해군에서 이러면 전투함의 건조는 더 늦어진다고 칭얼대기는 했지만 뭐 어쩔 수 있나. 그리고 전투함에는 신무기가 탑재될 예정이라 어차피 늦게 도입될 예정이니까.



“... 뭐야, 이건”


세상의 허망함이 담겨있는 한 마디에 문제의 물건을 든 연구원 한 명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거... 그거 용수철 아냐?”


“용수철이죠?”


“... 시발.”


“ㄱ, 그래도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묘한 살기가 느껴지자 그 연구원은 황급히 변명했다.


“읊어 보라”


“내구성이 개판입니다. 한... 몇십 번 정도가 한계일까요?”


“... 어디서 났는데?”


몇십 번 정도라면 자신들이 만드는 타자기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냥 열심히 고래 잡던 거나 계속 잡으면 그만이지.


“그... 세공사들 중에 금속에 탄력을 넣는 방법을 아는 장인분들이 몇 있습니다.”


“...허”


연구원의 그 말에 열심히 연구하던 연구원들의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세공사? 이번 일이랑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삽질만 하던 그들과는 다르게 이미 반쯤 정답에 접근한 사람들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삼국시대의 금속공예는 놀라운 부분이 있었다. 현대에는 박물관에서나 그 일부를 볼 수 있지만, 그 일부만 봐도 굉장히 섬세하고 화려하며 정교하다.


물론 그것이 대량생산이 되지도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쇠퇴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현 시점에서는 그 장인들과 명맥이 전혀 끊기지 않았다.


대량생산이야 뭐... 애초에 한국이 환장하고 달려드는 것이니 굳이 연구원들이 생각할 것도 없었고.


“협력 요청 보내봐.”


“예!”


정말 말도 안되는 타자기 제작에 매달려 있는 이들로서는 아무 손이나마 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작가의말

삼국시대 금속 세공 기술이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쓰는 세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3/6) +1 24.03.06 22 0 -
공지 휴재공지 +2 24.02.06 34 0 -
공지 리메이크본 연재에 대하여 23.08.19 211 0 -
공지 대충 지도랑 국기 모아놓는 그런 곳 v23.03.31 22.11.05 2,508 0 -
298 남북전쟁49 24.04.22 33 1 11쪽
297 남북전쟁48 24.04.19 37 1 11쪽
296 남북전쟁47 24.04.16 50 1 11쪽
295 남북전쟁46 24.04.12 44 1 11쪽
294 남북전쟁45 24.04.08 51 1 11쪽
293 남북전쟁44 24.04.03 48 1 11쪽
292 남북전쟁43 24.03.30 51 1 11쪽
291 남북전쟁42 +2 24.03.26 54 1 11쪽
290 공지사항 +4 24.03.06 76 1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72 1 11쪽
288 남북전쟁40 +2 24.02.25 78 2 11쪽
287 남북전쟁39 +2 24.02.21 80 2 11쪽
286 남북전쟁38 +2 24.02.18 71 2 12쪽
285 남북전쟁37 +2 24.02.15 75 2 11쪽
284 남북전쟁36 +2 24.02.11 74 2 11쪽
283 남북전쟁35 +2 24.02.04 88 2 11쪽
282 남북전쟁34 +2 24.01.31 82 2 11쪽
281 남북전쟁33 +2 24.01.29 83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7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2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6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89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5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7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4 2 11쪽
273 남북전쟁25 +2 24.01.01 91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