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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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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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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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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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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18

DUMMY

가불기였다.


어느 장단에 맞춰도 멍청이거나 혹은 법을 무시하는 개새끼가 되는 길밖에는 없었다.


그 뒤로도 몇 가지의 질문과 대답이 계속해서 이어진 끝에 어느새 저녁 즈음이 되자 지영은 슬슬 회의를 종료해야겠다고 느꼈다.


어지간히 나올 질문은 다 나왔고 이 이상 해봐야 시간 끌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탓이었다.


“자자, 마지막으로 진소희 후보의 말을 듣고 이만 표결에 부치도록 하세나. 후보,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신중하게 하게. 시간은... 그래 대강 5분 주겠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진소화는 숨을 살짝 들이마시고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총리, 장·차관 여러분, 한국을 이끌어가시는 고위 관료 여러분. 여러분들께서는 아직도 ‘굳이 여성이 관직에 올라야 하냐’ 혹은 ‘여자 따위가 무슨 관직이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분명 이전까지의 나라는 그러했습니다. 남자가 바깥일을 하고 아내가 집안일을 돌보며 농사를 돌보면 되는 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며 더 빠르게 발전하고 확장하려는 웅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에 비해 인구가 적고 고구려에 비해 자원이 부족하며 저 당나라와 비교하면 그 어떠한 것도 앞서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추후, 우리가 이 모든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사람의 힘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남자들이 온 힘을 다하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으나 우리의 적은 천하에서 가장 많은 것을 가진 제국입니다.


먼 옛날, 여러분들의 어머니께서는 여러분을 품에 안으시고 너른 세상을 가르쳐 주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였을 것입니다. 모든 고민을 해결하고 세상의 포악함으로부터 지켜주셨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의 어머니들이 떨치고 일어나 한국을 지키고 수호하며 사랑하는 위대한 일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 위대한 일의 첫 시작이 바로 지금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저를 시작으로 용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들이 차례로 공장에, 도시에, 정부에 자신의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며 한국을 사랑할 것입니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 연약해 보일지 몰라도 보이지 않게 자신의 남편을, 한국을 든든하게 뒷받침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보이는 곳에서, 더 많이 그 짐을 지려 합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불안해 보일 수도, 이상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류의 모든 시작은 그러했습니다. 처음 불을 지필 때도, 처음 돌로 도구를 만들어 자신의 몸을 지켰을 때도, 처음 발을 맞추어 행진하며 저 높다란 석성에 의지해 나라를 지켰을 때도, 그 석성 안에서 자신의 손발을 대신할 더 정교한 기계들을 만들었을 때도, 모두 그 시작은 불안하고 이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지금의 한국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모두 같으며 이제 그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칠 때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모든 힘을 합쳐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아갑시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몇 명이 작게 박수를 쳤다.


“흠, 제법 웅변에도 소질이 있군?”


“그러게 말입니다. 가점을 받았으면 받았지 감점을 받지는 않겠군요.”


지영은 설차와 작게 이야기를 나눈 뒤 자신의 앞에 있던 투표함을 가리켰다.


“자, 이제 앞에 투표지에 투표를 한 뒤 투표함에 넣으면 되네. 개표는 내 직접 할 것이고 비밀투표이니 괜히 나 어디에 투표했다고 떠벌리지 말게나. 자, 그럼 한 사람씩 나와 투표하게나”


지영은 투표가 다 끝나고 투표함을 열어 표를 하나씩 펼치기 시작했다.


“반대”


그 말과 동시에 칠판에 분필로 반대에 한 획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찬성”


“반대”


“반대”


“찬성”


“... 흠, 이건 좀 의외구만”


지영은 칠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곳에는 찬성에 바를 정자 하나와 두 획이, 반대에 바를 정자에서 한 획이 모자랐다.


“정말 잘해봐야 육대 오 정도나 나올까 싶더니만 칠대 사라니.”


물론 이것과 별개로 국내의 많은 인구가 이해할지는 조금 의문이다. 아무리 주간신문에 금칠해 놔도 반대하는 인원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건 이들을 설득함으로써 적어도 대중을 안정시킬 최소한의 억제기는 확보했다.


“자, 이로써 여기 있는 진소화 후보는 이번 달 십 일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은행 총재로 일하게 되었네. 축하하네, 총재”


“감사합니다, 전하. 여러 관료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겠습니다.”


대충 분위기가 훈훈해지자 지영은 슬슬 준비했던 것을 꺼냈다.


“자자, 아직 회의는 끝나지 않았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거든. 서류를 뒤져봐야 소용없을걸세. 이건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니까”


여러 관료들의(진소화가 추가된) 시선이 지영에게 모이자 지영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하... 그리 원망스레 보지 말게나. 원래 새 총재에 관한 내용이 이리 길어질지 몰랐단 말이네. 물론 그걸 나쁘게 생각하는건 아니네만. 여튼, 이 일을 그저 육군과 해군에만 전할지 아니면 모든 부서에 전할지 잠시 고민하기는 했네만 모든 부서에 전하는 것이 옳다 생각했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전번에 내 고구려를 방문해 고구려의 분위기를 살피고 몇 가지 사항을 재확인 및 합의하며 고구려의 태왕을 만났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진소화마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관공서나 게시판에 붙어있는 신문만 읽어봐도 지영이 태왕을 만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사실 자체는 알고 있으리라.


“그리고 나는 우리 동맹의 안보정책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했네.”


“예?”


지영은 조용히 사혁을 쳐다보았다.


“아... 그, 죄송합니다, 전하. 너무 놀란지라...”


지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을 이었다. 자신이 사혁이라고 생각해도 충분히 놀라서 말을 끊을 만한 상황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들은 당을 공격하길 원해, 당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치욕을 씻기를 원하지. 하지만 우리는 절대 그걸 원치 않네. 지금이야 작은 차이지만 나중에는 큰 차이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 최악의 경우에는 고구려가 당을 선제공격 후 망한 다음에 당이 우리를 칠지도 모른다는 말일세. 뭐가 되었건 우리는 서북지방의 요새화를 강화하고 그곳에 더 강력한 군대를 배치해야 한다 생각하네. 만일의 경우에 우리의 힘으로도 침입자를 격퇴할 수 있도록”


사혁의 얼굴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흙빛이 되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보통 지영의 화법상 저 말은 반대로 말하자면 ‘고구려가 당을 선제공격해 당이 고구려를 침략하면 그 틈에 재빨리 서북의 정예군을 보내 우리가 만주 좀 먹어보자’라고 해석되는 탓이었다.


실제로 한국군은 방어훈련만큼이나 공격훈련을 하기도 했고 저 북방의 초원을 욕심내는 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않은가. 예전에 만주 한 움큼을 고구려로부터 할양받으려다가 저 연해도로 대체 받은 사실을 사혁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말이나 되나?


당을 상대하는 최고의 전략은 일본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무역로를 안정시키고 고구려와 힘을 합쳐 국내의 산업에 주는 타격을 최소화하며 고구려의 방어선에서 당을 격퇴하고 거기에 북방의 유목민까지 힘을 합치면 그게 최선의 전략이었다. 전문적인 훈련이나 교육을 받은 군인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생각만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읊을 전략이었다.


지영도, 사혁도, 당의 황제도, 고구려의 태왕도 모르지는 않을 터였다. 그러니 사혁으로서는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공격 전쟁을 준비하는 것인가?


공격 전쟁을 준비하려는 것이면 왜 육군의 투자는 줄이고 해군에 크게 투자하고 있지?


이미 신항로 정책은 시작된 것이 아니었나?


한국의 힘으로 신항로 정책과 북방 정벌 두 개가 동시에 가능한가?


아니면 수비를 굳히고 유동적으로 대처하려는 것일까?


“저들은 물러나지 않을 걸세. 자존심과 체면이 걸린 문제니까. 우리 역시 물러나지 않을 테고. 저들이 의견을 굽히지 않는 이상은 합의의 가능성은 없으니 우리로서는 철저히 준비해야지. 자세한 것은 육해군 장관이랑 이야기하고 알려줄 테니 우선은 그렇게들 알고 있게나. 아,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이네만”


지영은 찬찬히 사혁과 최명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들 계급이 각각 상급대장에... 소장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예, 맞습니다.”


“가만 생각하면 이상하지 않나? 그대들은 각기 육해군을 통솔해야 하네. 그게 상급대장이 되었건 아니면 나중에 나올 원수가 되었건. 그런데 그대들이 각기 상급대장에 소장의 계급장으로 그들을 제대로 통솔할 수 있나? 아무리 봐도 의전이 꼬일 것 같아서 하는 말이네만... 이미 장관이면 그 어떠한 육·해군보다 높지 않나, 굳이 계급이 필요한가?”


쉽게 말해 장관 노릇 계속하고 싶으면 군복은 이만 벗으라 이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장관직 맡은 이후로는 그저 장식품에 불과했던 계급이고 군복이었다. 굳이 유지해야 할 이유도 없었고 장관이라는 자리에 비하면 충분히 포기가 가능한 계급이었다.


지금이야 군의 규모가 작고 아직은 한국 육군과 해군이 창설된 지 초기라 상급대장이 많이 없을 뿐 나중에야 몇 명 정도는 나오리라. 그렇게 되면 지금의 상급대장 의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 뻔했다. 어쩌면 나중에는 차관급 예우를 받게 될지도 몰랐고.

“좋구려. 하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제안이기는 하지”


지영의 목소리에는 피곤함과 흐뭇함이 동시에 담겨있었다. 아침부터 시작되어 이제 아홉 시가 넘어가는 회의에 지친 것도 있고 지친 와중에 두 장관이 시원하게 자신의 제안을 승낙하니 기쁜 것도 있었다.


“오늘은 이쯤 합시다. 논할 만한 것은 다 논한 것 같으니 어지간히 큰일이 아니라면 새로 구성된 정부 구성원이 모두 도착하여 회의에 참여했을 때 말하도록 하시오.”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밝아졌다.


회의 결과야 어찌 되었건 우선 퇴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기뻤다.


지금 퇴근해도 집이 좀 멀다 싶으면 퇴근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잘 시간이 될 불행한 사람도 있었다.


지영도 그 마음을 아는지 손뼉을 두어번 치며 외쳤다.


“오늘 회의는 이걸로 끝이오! 자, 다 퇴근하시오!”


작가의말

퇴근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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