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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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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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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11.1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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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237화-심화(4)

DUMMY

"정현, 신정현. 유렐 아이스. 넌, 네 아버지와 대적할 수 있겠어?"


"......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여태까지 있던 일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거야.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전초전. 이제 곧 전면전이 일어나고 그렇게 되면 세계 각지에 숨을 죽이고 숨어 있던 조직들이 일제히 날개를 펴겠지."


오딘에게서 흘러나오던 현휘의 목소리가 잠시의 텀을 두고 정현에게 물음을 던졌다.


"내가 하려는 일은 네 아버지에게 방해가 될 거고, 네 아버지가 하려는 일은 내게 방해가 될 거야. 지금껏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도 나쁠 생각은 없지만 결국 각자의 하려는 일이 서로를 대척점에 세우게 될 거야. 그 때에 너는......"


네 아버지와 혹은 나와 싸울 수 있겠어?

그 잔혹한 물음에 정현이 얼어 붙었다.


"난......"


"예전부터 넌 정이 많았지. 하지만 그만큼 상처도 잘 받아. 그래서 친구를 쉽게 만들지 못했던 거야. 스스로가 상처를 입을 게 두려워서. 그런 너에게 내 물음이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는 잘 알아. 하지만 그래도 결정을 해야만 할 거야."


현휘의 목소리가 그치고 오딘이 한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네 아버지의 곁에서 싸울 것인지, 혹은 아버지와 마주보고 싸울 것인지."


"지금부터의 싸움은 지금까지처럼 어영부영한 태도로 괜찮을 만큼 만만한 것인 아닐 텐데. 너도 결정을 내려야 할 건데."


"......"


정현은 말 없이 눈을 질끈 감았다.


-드디어 올 게 왔군.


'녹스.'


-너도 알고 있겠지? 이건 내가 도와주고 말고 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건 어디까지나 네 입장을 정하고, 너의 방침을 정하는 일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네가 어두운 길에 헛디디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일 뿐. 목적지로 향하는 행로를 정하는 건 너의 몫이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말, 얼마나 멍청한 말인지는 알고 있겠지?


정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래, 맞다. 갑작스러운 선택을 강요받는 것은 익숙했다. 아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여태껏 용병으로 활동하면서 상황의 급변은 제법 많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이건 문제가 달랐다.


-아니, 하나도 다를 것 없다. 너는 언제나처럼 선택의 기로에 섰고, 언제나처럼 선택하면 그만이니까. 심리적으로 편한 선택을 하건, 승리할 확률이 높은 선택을 하건, 큰 그림을 위한 선택을 하건 모든 것은 너의 몫이다.


'하지만, 하지만......'


아버지, 그리고 스스로를 가두고 숨어 지내던 자신을 끌어내 준 한명뿐인 친구.

그 둘 중에 어떻게 단 한명을 선택할 수 있을까.

차라리 한쪽이 자신을 방치했거나, 이용했더라면 오히려 쉬운 선택이 되었겠지. 하지만 정현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 신적한이 일에만 미쳐 살면서도 그 시선은 언제나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언제나 반항하고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저 투정이었을 뿐이었다. 그가 보이지 않게 자신을 주시하고, 보호하고 있던 것은 그녀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선택하라는 거야......'


선택을 하게 된다면 둘 중 한명은 반드시 잃게 될 터였다.

친구를 선택한다면 아버지에게 검을 겨눠야만 할 것이고, 친구를 선택한다면 아버지와 함께 친구의 손에 최후를 맞이하게 될 터였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를 잘 알았다. 그가, 언제나 웃고만 다니던 사람 좋은 그가 사실은 안에 어떤 괴물을 키우고 있는지.

정말 우연한 기회에 목격했지만 똑똑히 기억한다.

그날, 현영에게 아주 작은, 따돌림의 기색이 보였다. 실제로 일어난 것도 아니었고, 그저 그렇게 하려는 아이들이 생긴 정도의 아주 작은 기색.

당번이었던 덕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것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정도로, 아직 싹조차 나지 않은 씨앗 정도의 기미였다.

그리고 그녀는 목격했다.

자신의 친구가 그 씨앗을 땅에서 끄집어 내 으깨고, 부수어 완전히 태워버리는 것을. 다시는 싹을 틔우지도, 씨앗이 생기지도 못하도록 하는 것을.

겨우, 겨우 13살의 나이에.

그날부터 그를 피했고, 일주일 후에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친 그 때에 현휘가 빙긋 웃어 보이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쉬이.'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고 한쪽 눈을 찡긋거리던 장난기 어린 얼굴. 하지만 그 눈은 분명히 경고하고 있었다.

잊어버려.

라고.

그랬던 그다. 그랬던 현휘다. 그가 나이를 먹고, 손에 쥔 구슬을 한번 깨뜨리고 다시금, 간신히 손에 쥐었다.

행운과 기적이 겹쳐 이루어 낸 일이었다. 거기에 그의 손에는 이제 하나의 구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손에는 크고작은 많은 구슬이 쥐어졌고, 다시 놓치고 말았다. 그것을 다시 잡으려는 것을 누군가 방해한다면 과연 그는 어떻게 할까?

13살의 소년은 성장해 23살의 남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13살의 괴물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간의 흐름에 풍화되어 사라졌을까?

아니, 아니다.

그날 본 괴물은 절대 그 정도로 말랑말랑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의 름을 따라서 좀더 포악해지고, 좀더 잔혹해졌겠지.

설사 십수년을 알고 지낸 자신이라고 해도, 그의 울타리 안에 있던 자신이라고 해도 한번 그를 대적한다면 그는 그저 최선을 다해 말살할 터였다.

자기 울타리 안의 양들을 위해서라면 밖의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현휘라는 목동의 존재였으니까.

일단 밖의 존재가 된다면 어디까지나 타인일 뿐인 것이 그의 기준이다.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정현의 양손이 얼굴을 움켜 쥐었다. 이 잔인한 선택에서 자신은 태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까?


'정말......너무하잖아.'


조금만, 정말 조금만 양보를 해 주었다면 안 되었던 것일까. 적어도 자신을 위해서 아주 약간의 양보만 해 줄 수도 없었던 것일까.

그랬더라면,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갈등하지 않아도 좋을 텐데.

그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이런 선택을 던져준 것을.

이런 선택을 던져준 채로 그는 여전히 나아가고 있을 터였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직 목적을 향해서 주저함 없이.

과연 그라면, 이런 선택을 던져준 그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뭐라고 자신에게 한마디를 뱉어줄까?

그 답을,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해.'


언제나 입에 달고 살던 말. 가끔씩. 아니, 이따금씩 자신이 헤맬때면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건네던 한 마디가 선연하다.

그렇다면


'난, 뭘 원하는 거지?'


-그런 것. 애초에 정해져 있던 게 아니었나?


'그래 맞아.'


이런 고민 자체가 멍청한 짓이겠지. 애초에 이런 선택에서 단 한가지 답을 찾는 것 자체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그러하듯 그녀 역시 울타리 안의 이들이 소중했고, 아무것도 잃고 싶어하지 않는 지독한 욕심쟁이니까.


"난, 둘 모두를 지키고, 둘 모두를 막겠어."


"엥?"


"현실은, 내가 직면한 상황은 바둑판이 아니야. 흑과 백의 이지선다는 커녕 흑이 흑인지, 백이 백인지도 확실하지 않아.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선택을 해? 문제만 있고, 선택지가 선명하지 않다면 결국 남은 건 하나지."


손톱에 파여진 손바닥에서 붉은 핏방울이 툭, 떨어져 내렸다.


"세번째 선택지, 흑과 백 그 어느쪽에도 들지 않는 제3세력.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그래. 언제나처럼. 그녀는 선택을 내렸다.

저쪽에서 그랬듯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나아갈 수 있었던 유렐이 그러했듯 그녀 역시 흑과 백 양측 어느곳에도 속하지 않고, 어느쪽에도 속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면 그만이다.

그래, 예컨데 용병같은.


"싸우려 한다면 가운데에 서고, 이기려 한다면 대적하고, 지려 한다면 지켜내고, 쓰러지려 한다면 일으켜 세우고, 올라서려 한다면 끌어내려 균형을 맞추겠어."


설사 그 끝에 둘 모두가, 어쩌면 자신까지도. 모두가 다치고 지쳐서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고 해도.


"적어도 어느 누군가가 홀로 최후를 맞이하고, 어느 누군가가 홓로 남겨지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오딘이 허탈한 감탄을 뱉었다.


"그거, 얼마나 정신나간 생간인지 자각하고 있는건지 묻고 싶은데?"


"잘 알고 있어."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기는 지난하고, 너무나 손쉽게도 배드엔딩을 맞이하고야 말 성공할 확률은 바닥을 치는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럼에도 정현은 이런 답 외에는 내놓지 못했다. 아니, 내려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이것이 최선이었고, 이것이 최고였으니까.

그런 그녀를 보며 오딘은 미간을 좁혔다.


"정말, 멍청할 정도로 이기적인데."


정말이지 지독할 정도로 이기적이었다.

순전히 스스로의 내키는 대로의 선택에, 모두를 지키기는 커녕 모두를 끝장으로 몰고 들어갈지도 모르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비난활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부러웠다.

자신은 아마도 저런 선택은 영영 할 수 없을 테니까.


"정말 짜증나는데."


입술을 비죽 내밀면서 오딘이 허리춤에 매고 있던 주머니를 쭉 내밀었다.


"받아야 하는데."


"......뭔데, 그게?"


"자기가 똑똑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어떤 멍청한 작자가 그린 큰 그림인데."


"......?"


"아, 좀!"


정현이 멍청하게 서 있자 오딘이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구기면서 주머니를 정현의 손에 쥐여줬다.


"빨리 받아야 하는데! 내 팔 내구도가 떨어지는데!"


"아니......"


이미 줬잖아.

뒷말을 삼킨 정현이 손에 쥐여진 주머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작은 검은색의 주머니. 이걸 건네준 사람의 취향을 설명이라도 해 주는 것처럼 밤하늘의 색을 닮은 그런 주머니였다.

하지만 갑자기 주머니는 왜 준 걸까?


"어?"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려는 것처럼 주머니의 반쯤 조여진 주둥이의 안쪽에서 반사광이 번뜩였다.


"핸드폰?"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구식의, LED패널을 쓰는 정전기터치식의 스마트폰이었다. 이제는 박물관이나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물건.


"이런걸 갑자기 왜?"


의문을 표하는 정현에게 오딘이 뚱한 얼굴로 말을 건냈다.


"얼굴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실망하는 거 같은데."


저게 어떤 물건인데. 오딘이 불퉁하게 중얼거리면서 정현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의 전원을 켰다.

전원이 들어가면서 부팅이되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정현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광학패널이 발명되고 실용화 된 것이 벌써 10년. 그녀에게 스마트폰이라는 건 한손에 잡히는 크기의 막대기 형태나 아기 주먹만한 주사위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어색한 얼굴을 하면 내가 상처 받는데."


"아, 어......미안."


"미안하면 좀 더 자세하게 보는 게 좋은데. 이건 이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 물건인데. 그렇게 실망할 정도로 나쁜 물건도 아닌데."


"어, 어......음?"


정현의 목소리에 놀라움이라는 감정이 깃들었다.


-OPNE THE VALHALL


대문자로 적힌 글자의 위로 로고인 듯 보이는 검고 하얀 한쌍의 날개 문양 아래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전원이 꺼져 있을 때에는 몰랐지만 전원이 켜진 지금 스마트폰에서는 미미하지만 마력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그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 명백하게 어떤 패턴을 그리면서.


"이건......"


-하, 그 녀석. 엄청난 걸 만들어 냈군 그래.


인류의 과학이 만들어낸 회로와 프로그램 언어의 사이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그것은 명백한 오컬트.

오딘이 뿌듯하게 웃으면서 어깨를 쭉 폈다.


"잔뜩 감탄해도 좋은데. 그게 바로 내가 이룩한 건데. 이 세상에는 없었던, 기적과도 같은 물건인데. 그게 바로"


마도공학(魔道工學)

지구에, 그리고 아스하일에 걸쳐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개념의 학문이 등장했다.


작가의말

으어, 학교 다니면서 글쓰기가 왤케 힘이 드냐......교수님 미워요. 과제 싫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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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261화-World Unite(2) 19.04.04 213 2 14쪽
262 260-World Unite 19.04.04 206 3 13쪽
261 259화-결전(決戰) 19.04.04 195 3 13쪽
260 258화-재림(Parusia)(4) 19.04.04 19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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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250화-once upon a time(2) 19.03.28 207 4 12쪽
251 249화-once upon a time 19.03.27 194 4 12쪽
250 248화-목동의 인도 19.03.25 198 4 11쪽
249 247화-마왕성의 손님(2) 19.03.24 190 3 13쪽
248 246화-마왕성의 손님 19.03.23 183 2 14쪽
247 245화-천국의 문 19.03.22 180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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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39화-오월동주(吳越同舟) +4 18.11.07 22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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