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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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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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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65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5.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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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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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5장 내부의 적 (6)

DUMMY

준비를 잘하고 있으니 괜찮다.


어제 그 말을 칼뤽에게 들은 아레타는 도통 말을 머리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나,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생업을 포기하느니 대신전에서 하는 대비가 완전할 것을 믿고 기다린다.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옳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제길.”


차라리 놈들의 근거지를 알아서 이쪽에서 공격해 들어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아니니 답답함만 차올랐다.


똑똑


“누구십니까?”

“아레타 경, 대신관장님께서 청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



“출진 준비를 해주게.”


복잡한 마음을 잠시 넣어두고 대신관장 앞에 찾아간 아레타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예?”

“출진 준비를 해주어야 할 거 같네.”

“어디로 말입니까?”


잘못 들었나 싶어서 재차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처음 들은 것과 같았다.


“어디로 말입니까?”

“놈들이 마수들을 모으고 있는 장소.”

“......파악된 겁니까?”

“달빛 아래를 다니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더군.”


대신관장의 말에 아레타는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원하는 정보가 들어오긴 했는데, 하필이면 그게 리발을 통한 거라니 좀 껄끄러웠다.


“확실합니까?”

“확인했네. 장소만 알고 있으면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까.”

‘볼 수 있다?’


어딘가 걸리는 말이었다. 동시에 아레타의 머릿속에 저들이 찾는 조각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눈을 찾는다고 했다. 설마......’

“그리고 이걸 그대에게 맞길까 합니다.”


대신관장은 그리 말하더니 한쪽에 손짓했다. 그러자 한 신관이 다가와서 공손히 작은 보함을 내밀었다.


“그들이 찾는 ‘눈’입니다.”


마치 생각하는 걸 안다는 듯 내밀어진 물건에 아레타는 무어라 할 말을 쉬이 찾지 못하고 그대로 보함를 받았다. 그걸 받아들고 잠시 생각하던 아레타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왜 제게 이걸?”

“그대가 가지고 있는 게 가장 안전할 테니까요.”

“이곳에 두는 게 아니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알려주었습니다.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물건이라고 말입니다.”

“시간?”


그 말에 아직 만나지 못한 세 번째 수호자를 떠올린 아레타는 더욱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한 번이라고는 하지만 아레타도 그의 힘을 체험했으니 알고 있다. 그 예지는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지만 분명 가장 나은 상황, 방법을 일러준다.


그렇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라 아레타는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도 알지 못하나 분명 당신께 신의 가호가 있을 겁니다.”


대신관장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레타는 그곳에서 물러났다.



***



“그거라면 알고 있지. 대신관장에게는 대대로 이적이 깃들어.”

“이적이요?”


일단 물러나긴 했지만 답답함을 참지 못한 아레타는 마티언에게 가서 조심스럽게 물었고, 마티언은 그 기분을 안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더니 그가 아는 것을 늘어놓았다.


“모든 삿된 것을 간파하고 보고자 하는 것을 보게 하는 ‘눈’이 대신관장에게 대대로 전해지지. 우리 때도 그 눈에 몇 번이고 신세를 졌어. 자네는 듣지 못했나? 수호자 교육 중 기본 사항인데?”

“마하난 평원으로 가는 일이 급했던 터라 몇몇 교육을 생략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고 했지.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나을 테니 시간 나는 대로 추가 학습을 하는 게 어떤가?”

“지금 하신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러고 싶습니다만, 그런 시간이 있을까 싶군요.”

“출진이 이른가 보군. 언제인가?”


금세 사정을 이해한 마티언의 말에 아레타는 일자를 세어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늦어도 일주일 후에는 수도에서 나서야 할 거 같습니다.”



***



“대신관장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당장은 이게 최선입니다. 수호자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아레타가 나간 후 대신관장의 방을 찾은 클레하스는 답답함에 고개를 흔들었다.


조합의 힘을 얻어 백색 교단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그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된 것은 좋았다.


그러나 이어서 그들이 은밀히 건넨 정보, 로앙 기사단의 이상한 동태에 대해서는 차라리는 모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핑계다. 그들 역시 로앙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그게 로앙 기사단 내부적인 문제라고 여겼을 뿐, 이렇게 대신전과 충돌할 각오로 이런저런 일을 벌였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저들이 회개하면 그게 최상이겠습니다만.”

“저도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만, 아시지 않습니까. 알톤은 제가 가는 길이 옳다고 믿으면 누가 목을 베어도 갈 겁니다.”

“후우.”


클레하스의 말에 대신관장은 밀려오는 답답함에 한숨을 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초대 로앙은 분명 가장 빛나고 고결한 자였건만.’


기록은 분명 그리 말하고 있건만, 그 후신인 로앙 기사단은 이제 대체 무얼 바라고 움직이는 이들인지 알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문득 대신관장의 머리에 세 번째 수호자, 팰론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각성한 걸 안 순간, 가장 먼저 요청했었다. 자신을 로앙에서 나오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때는 그저 로앙에 남아있으면 그들 특유의 자존심 높은 방식이 방해가 된다고 여겨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적 조합이 건넨 정보를 바탕으로 로앙을 의심 어린 시선으로 보니 이상한 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전례가 없는 일이야. 로앙을 향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선별일지도 모르지.


머리에 전에 프레이뮬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어쩌면 그가 한 말이 전부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대신관장은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어쩌다 이리되었던가.”


이유는 모르나, 믿을 수 없게 된 이들을 언제까지고 두고 볼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대신관장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한 번 정도 더 기회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당장 백색 교단을 상대하려는 와중에 누구든 손 하나가 절실했다.


“그들도 신전 기사라면 선은 지키겠죠. 이번 일이 끝난 후로 추궁을 미루겠습니다.”

“그것이 뜻이라면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진언하자면, 감시의 눈을 두는 게 좋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클레하스 신관장에게 맡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생각보다 조용한데.”


수도를 앞에 둔 신전 기사, 알톤 그레이엄 로앙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잠시 주변을 살핀 그는 곧 생각보다 수도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걸 쉬이 눈치챘다.


‘신입이 너무 많군.’


수호자들의 이야기에 홀렸건, 아니면 성전이라는 울림에 끌렸건 그만한 사람이 빠졌다는 건 빠진 만큼 필요한 곳이 있다는 말과 같았다.


만약 빠진 사람들보다 필요한 인원이 적었다면 돌려보내면 그만인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이리도 많은 신입이 온갖 기사단에서 보인다면 대신전에서 그리고 있는 그림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 게 득일까.’

“어서 오십쇼, 단장님!”


수도 성문을 지나 향후 움직임에 고민하던 알톤은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부재중 대신을 맡긴 페사알리를 비롯한 로앙 기사단 가운데 진정한 로앙, 내직 로앙 기사 수명이 그를 보고 있었다.


“아, 다녀왔다.”


가벼이 손을 들며 그리 말한 알톤은 그대로 말에서 내리더니 페사알리에게 다가가서 귀엣말을 건넸다.


“내 방에서 바로 보지.”

“알겠습니다.”



***



“우리 쪽에서 빠진 애들도 있다고?”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그렇게 빠질 거라면 결국 로앙이라는 이름을 지기에 부족한 것들이란 소리지.”


이제 막 로앙에 들어온 이들이 많이 빠져나갔기에 페사알리는 질책을 각오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의아하게도 알톤은 그 일에 개의치 않았다.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는데, 대신전에서 우리에게 이번 일에 협조 요청을 했나?”

“했습니다. 주요한 내용은 구역 방어 및 시민 대피입니다.”

“그래? 다른 곳은?”

“케텔과 프라놀은 직접 전투에 참여할 생각인 거 같습니다.”


수도에 상주하는 신전 기사단의 동향을 먼저 언급한 페사알리는 곧이서 다른 기사단에 대한 동향을 입에 담았다.


“다른 곳들 역시 속속 기사들을 파견하겠다 연락했습니다. 다만 락번은 움직이지 않을 거 같습니다.”

“다들 여전하군.”


페사알리의 보고를 들은 알톤은 곰곰히 무언갈 생각하듯 두 눈을 감았다. 한쪽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고민하던 그는 곧 눈을 뜨더니 마뜩잖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돌아오자마자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이거 시기가 영 별로군. 설마하니 이런 장애가 생길 줄이야.”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린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이제 결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 그러면......”


알톤의 말에 담긴 속뜻을 이해한 페사알리는 감격에 찬 나머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러건 말건 창가 너머 대신전을 본 알톤은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굳이 우리 전력을 깎아 먹을 필요는 없지. 이번까지는 어울려준다고 여기게.”

“알겠습니다. 그러면 언제 움직이시겠습니까?”

“백색 교단 놈들을 전부 처리한 후에. 아, 그리고 하나 더.”

“?”


덤덤히 이야기하던 중 알톤은 몸을 돌려 진중한 얼굴로 페사알리를 보았다. 그에 페사알리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그 입을 주목했고, 곧 알톤의 입에 열리더니 엄청난 말을 내뱉었다.


“폐기 실험체 보관소에서 하나가 사라졌다. 흔적을 보니 수십 년 전에 빼돌려진 거 같은데, 추적해봐.”

“수, 수십 년 전에 말입니까?”

“그래. 아마도 저번 성전 당시 분실한 거 같은데, 그럴 리가 없겠지만 여직 남아서 돌아다니고 있으면 곤란해.”


알톤의 말에 페사알리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해결책을 생각함과 동시에 선진에 대한 원망을 품었다.


수십 년 전에 그랬다는 말은 다시 말해 그들이 아닌 그들의 선배들이 벌인 실수라는 말이었다.


그걸 이제라도 알고 수습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런 터무니없는 뒤처리를 남겨서 원망해야 할지 알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내에 페사알리의 마음은 후자로 기울었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지금 당장 제게 미치는 악영향의 이유가 무엇이건 그런 게 있다면 부정하고 욕하는 법이니까.


“곧 처리하겠습니다.”

“나도 이번에나 간신히 알아챈 일이다. 그만큼 방치되어서 관리 외에 있던 폐기 실험체 추적이 쉬운 일일 리가 없어. 처리하는 게 최선이긴 하나, 여의치 않으면 가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무리하지 말고, 이쪽과 연관이 없는 걸로 보이게 하는 데 주력하게.”

“예, 알겠습니다.”


페사알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리고 방을 나갔다. 그가 나간 후 알톤은 벽에 걸린 로앙 기사단의 상징, 철봉이 교차된 깃발을 보았다. 오래도록 그들을 가려준 상징이나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쓸 필요가 없는 상징을 보며 그는 비릿하게 웃었다.


“이제 곧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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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5장 내부의 적 (7) 22.05.26 60 3 13쪽
» 5장 내부의 적 (6) 22.05.24 53 3 11쪽
64 5장 내부의 적 (5) 22.05.23 53 3 12쪽
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8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4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4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59 4장 시작의 땅(18) 22.05.14 54 4 13쪽
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1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5 4 12쪽
53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8 3 12쪽
52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4 4 12쪽
51 4장 시작의 땅(10) 22.05.03 65 3 13쪽
50 4장 시작의 땅(9) 22.05.02 86 3 12쪽
49 4장 시작의 땅(8) 22.05.01 63 3 11쪽
48 4장 시작의 땅(7) 22.04.30 62 3 12쪽
47 4장 시작의 땅(6) 22.04.29 73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2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3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1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6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40 3장 노병의 찬가(13) 22.04.22 82 3 12쪽
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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