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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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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475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5.06 21:05
조회
58
추천
3
글자
12쪽

4장 시작의 땅(12)

DUMMY

“마수는 전문이 아닌데.”


마수들을 이용한 물량 공세가 주력이자 기본적인 전략이라는 걸 고려하면 토렌의 말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력인 것과 별도로 필요한 일들이 있는 법.


토렌은 필요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마수보다는 사기를 이용한 직접 공격에 더 몰두한 이다. 백색 교단에서 그에게 부여한 역할은 ‘청소부’.


거추장스러운 이들을 미리 치우거나 이렇게 주블랑처럼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이들을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마수는 시끄럽고 세밀한 통제가 불가능하기에 그리 적합한 선택이 아니었다. 따라서 토렌이 갈고 닦은 기술은 마수 소환이 아니라 사기로 사방을 잠식해 소리를 먹어 치우고 존재감을 감추는 ‘고요’와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는 ‘도구 작성’이었다.


그간 그는 이 두 가지를 이용해서 퀜달렌이 맡긴 일을 해냈다. 그러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여겼건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주블랑은 아무런 기색이 없었다.


저 위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이적에 대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데 이렇게 애먹이다니, 본의 아니나 미숙한 마수 소환의 힘이라도 빌려야 할 거 같았다.


‘이 이상 퀜달렌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항을 머리에 떠올린 그는 곧장 손을 움직여서 마수 소환을 시작했다.


그가 손짓하는 것에 맞춰서 지면에서 검은 연기가 일렁이며 무언가 형상을 이루려고 했다. 이윽고 형상을 갖춘 마수는 악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유용하지.’


여럿 유지하는 법은 익숙하지 않으니 강력하고 유용한 것들만 익히고 조종한다.


그에 따라 선택된 마수 가운데 하나가 이 악어 마수였다.


물면 그것이 강철이라도 분쇄하고 휘두르면 어지간한 사람은 그대로 날아간다.


대신 연비가 나빠서 다른 이들은 이걸 쓰느니 비슷한 강함을 보이는 뱀 마수를 더 선호했고, 토렌 역시 그쪽이 더 유용하고 협공에 편리하다는 건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토렌은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뱀의 이빨이나 회전 톱니로 죽이는 것보다 악어의 이빨에 찢기는 게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


‘너무 귀찮게 했어. 편히 보낼 수 없지.’

“가라.”



***



물도 없이 땅을 기는 속도라고는 믿기지 않게 빠르게 움직인 악어는 곧장 그 흉악한 턱을 벌리며 주블랑을 물려고 들었다. 그 모습에 주블랑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크게 거리를 벌렸다.


카각


“제길!”


기다렸다는 듯 달려드는 회전 톱니에 주블랑은 땅에 발이 닿자마자 바로 몸을 틀었다.


다행히도 피할 수는 있었으나 쉴 틈이 없었다. 곧장 몸을 돌려서 다시 턱을 벌리는 악어 마수가 보인 탓이었다.


“거기 신전 기사 양반! 시간 좀 끌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들린 낯선 목소리에 주블랑은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그가 보고 믿을 수 있나 걱정하던 이가 무슨 생각인지 자신을 공격하던 이에게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으, 응? 난 신전 기사가 아니, 위험해!”


누군지는 모른다. 불청객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대로 사람 목숨 하나가 허망하게 날아가는 걸 보고 싶지 않던 주블랑은 그를 만류했다.


그러나 그의 만류는 한 발짝, 아니 두 발짝은 늦었다.


새로이 생성된 회전 톱니가 그의 팔을 날리고 목을 절반쯤 베어냈으니 말이다.



***



“흥.”


간단하게 달려드는 자를 처리한 토렌은 아까운 시선으로 새로이 생성한 회전 톱니를 바라보았다.


이것도 함께 날리면 좋겠지만 둘을 함께 날려서 유연하게 공격할 정도로 장소가 넓지 못했다. 함부로 이것들을 날리다가는 서로가 간섭하며 사기만 낭비하게 될 게 뻔했다.


마수라면 재생하겠고, 톱니도 자잘한 손상은 알아서 재생한다. 허나 이런 식으로 부딪치는 건 낭비였고, 쓰지도 못할 새로운 톱니 역시 낭비였다.


‘아깝군.’


이런 한둘 더 생성했다고 바로 바닥을 드러내 보일 정도로 적은 사기를 보유하고 있진 않으나 그렇다고 적은 양도 아니기에 이렇게 하게 만든 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대가를 치르게 해주었으나 고작 그런 자의 목숨 하나로는 아깝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토렌의 귓가에 경고성이 들렸다.


“토렌, 놈이 아직 움직인다!”

“!?”

“여. 너도 한번 나도 한번이라는 말, 어떻게 생각해?”


어느새 다가온 적, 그건 그가 조금 전에 팔과 목 절반을 베어낸 이였다. 한쪽 어깨가 아예 사라진 그 모습은 백색 교단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가 보기에도 드물 정도로 처참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존재는 그 이상으로 드물었다.


‘팔이 날아가고, 목이 반절 잘렸다. 어떻게 살아-.’


서걱


“참고로 난 매우 좋다고 생각해.”



***



‘빌어먹을.’


목이, 어깨가 이상한 느낌에 리발은 속으로 된 소리를 내뱉었다.


고통은 없다. 고통으로 정신을 잃는 걸 방지하기 위해 전에 먹은 것보다 더 강하고 빠른 약을 먹었다.


그러나 고통이 그를 괴롭히지 않아도 다른 감각이 그를 현실을 일러주며 괴롭혔다.


가령 시력은 사라진 톱니와 달리 그대로 남아 있는 악어 마수를 보여주며 끝난 게 아님을 알려 주었다. 더불어서 지금 단검으로 목을 베어낸 자와 같은 힘을 가졌을 게 뻔한 이들이 이쪽을 보는 게 보였다.


여기에 평형감각 역시 그에게 이상함과 괴로움을 선사했다.


흔들리는 몸과 한쪽이 가벼운 기분, 자신의 팔이 몸통과 작별했다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여기에 목을 통해 느껴지는 시원함, 말 그대로 바람이 드나들며 느껴지는 시원함은 절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크륵.”


목이 잘린 덕인가 말도 잘 나오지 않는 걸 느낀 리발은 한쪽 손으로 목을 감쌌다.


팔을 주워야 하나 싶었지만 어딘가 이상할 정도로 잠잠한 저들을 보고 있으면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줍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만한 손상이면 곧 그의 몸이 자각하고 스스로 재생을 시작한다.


슈우욱


그의 생각에 맞추어서 움직이듯 땅에 떨어진 팔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재는 곧 그의 팔을 향해 오는 것처럼 보이더니 빠르게 그의 팔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끄아악!’


강하게, 기괴하게 보여서 우세를 얻는다.


그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써온 방식이다. 그걸 위해서 그는 재생하는 고통을 이겨냈다. 아무리 약으로 고통을 제거해도 이런 방식의 재생은 그에게 어디서 오는 건지 모를 고통을 항상 선사했다.


‘티 안 났겠지?’



***



“어디서 본 거 같은 얼굴인데,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

“글쎄,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는데.”

“그런가.”


미묘한 얼굴로 리발을 바라보던 퀜달렌은 곧 손을 들었다.


“살면서 그대 같은 사람을 두 번이나 보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군.”

“뭐? 두 번?”


퀜달렌의 말에 리발은 경악하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아직도 느껴지던 고통을 잊을 정도로 놀랐으나 퀜달렌은 더 말할 생각이 없던 모양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야. 토렌은 더 큰 일을 할 녀석이었는데 말이지.”


쉬리릭


허공에서 무언가 나타가 기묘한 소리를 낸다 싶더니 곧 리발의 사지를 묶었다.


“어엇!?”


갑자기 나타나서 리발의 사지를 묶은 건 검은 줄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묶은 상태로 꿈틀거리는 게 어쩌면 생명체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길, 난 이런 취미 없어!”

“걱정하지 말게. 나도 없으니.”


우웅


퀜달렌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다시 손을 움직였고, 다시 허공에서 또 다른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창과 같은 검은색 물체를 본 순간 리발은 할 말을 잃었다.


“방금 안 봤어? 이런 걸로 안 죽어.”

“알 고있네. 죽일 생각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게. 아직은 무리거든.”

“어?”


푸칵


그대로 리발을 관통한 검은 창은 그대로 여세를 몰아 벽에 박혔다. 그리고는 역할을 마저 하겠다는 듯 변하기 시작하더니 곧 돌이 되었다.


졸지에 돌창에 꽃혀서 벽에 박히게 된 리발은 재생하려고 하는 감각을 느끼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커헉!”

“형님!”

“멍청아, 그냥 도망가!”


입가를 타고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렉스에게 고함친 리발은 곧장 퀜달렌을 노려보았다.


“아, 경험이란 어느 순간에도 도움이 되니 참으로 훌륭하단 말이지.”


조금 전 두 번째라는 말에 이어서 경험이라는 말에 리발은 퀜달렌을 주시했다. 무어라도 말해야 한다. 물어봐야 한다.


그러나 막상 입을 열자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인가 의아하게 여기던 리발은 곧 이유를 알았다.


가슴에 꽂힌 돌창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전신을 향해 퍼지고 있었고, 그 퍼짐과 동시에 사방에 돌가시를 내서 그를 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시 가운데 하나는 어느새 그의 목을 뚫어서 바람 소리 하나 나기 힘들게 된 상태였다.


‘제길, 약효가 너무 강했어.’


정신이 팔리다 보니 그저 푹 찌르는 느낌 정도로는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이래서야 아무리 재생하고 죽지 않는다고 해도 쓸모가 없다.


‘다행이군.’


하다못해 렉스라도 살려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니 이미 렉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도우려고 들었던 자도 마찬가지였다.


그쪽은 조금 아니꼬운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렉스가 살아서 도망쳤으니 언제든 저들이 떠난 후 자신을 구해주러 올 수도 있다.


‘얼마나 걸리려나.’


짧은 시간은 아닐 거라 여긴 리발은 무어라 말이라도 하기 위해 퀜달렌을 노려 보았다. 그러나 이미 전신이 돌덩이에 묶인 셈이 된 리발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나, 그의 얼굴을 돌이 덮어서 시야를 가리기 전까지 퀜달렌을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카득



***



“토렌의 시신을 챙겨라.”


이미 죽은 이의 시신이 무엇에 도움이 되겠는가 의문이 들긴 하겠지만 아무도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그저 퀜달렌의 말에 따라서 잠자코 목이 잘린 토렌의 시신을 조심스럽게 챙길 뿐이었다.


“불사자 하나 때문에 일이 좀 틀어졌군. 어쩔 수 없지.”


퀜달렌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젓더니 곧 손을 들어 통로 한쪽으로 내밀었다. 손을 아래서 위로 움직이니 그 움직임에 따라서 지면에서 돌이 날카로운 창과 같이 자라서 통로를 막았다.


“자르달.”

“예, 예!”


퀜달렌의 부름에 자르달은 자존심이나 체면 같은 건 죄다 잊고 재빨리 다가가서 엎드렸다.


‘잘못하면 죽는다. 아니, 그것보다 더 험한 꼴이 될 수도 있어.’


자르달은 식은땀을 흘리며 힐끗 돌에 갇힌, 보기에 따라서는 돌이 되어버린 리발을 보며 두려움을 품었다.


리발이라면 아마도 죽지 않았을 거 같았다. 하지만 그게 더 무섭게 느껴졌다. 자칫하면 그도 같은 꼴이 될지 모른다 하니 도무지 고개를 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겁낼 거 없다. 맡긴 일을 잘해준 녀석에게 험한 일은 하지 않아. 다만 한 가지, 이곳에서 저들이 경원하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말해주어야겠다.”


퀜달렌의 말에 자르달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그에 맞는 장소가 있는지 생각했다. 그의 머리는 그 간절한 마음에 응하듯 곧 악연으로 얽혔던 이가 높은 이로 보이는 이와 함께 찾아와서 어딘가에 들렸던 걸 기억해냈다.


“모르나?”

“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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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5장 내부의 적 (7) 22.05.26 61 3 13쪽
65 5장 내부의 적 (6) 22.05.24 53 3 11쪽
64 5장 내부의 적 (5) 22.05.23 53 3 12쪽
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8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5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5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59 4장 시작의 땅(18) 22.05.14 55 4 13쪽
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1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5 4 12쪽
»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9 3 12쪽
52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4 4 12쪽
51 4장 시작의 땅(10) 22.05.03 66 3 13쪽
50 4장 시작의 땅(9) 22.05.02 87 3 12쪽
49 4장 시작의 땅(8) 22.05.01 63 3 11쪽
48 4장 시작의 땅(7) 22.04.30 63 3 12쪽
47 4장 시작의 땅(6) 22.04.29 73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2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3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2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7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40 3장 노병의 찬가(13) 22.04.22 82 3 12쪽
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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