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461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4.29 19:05
조회
72
추천
3
글자
12쪽

4장 시작의 땅(6)

DUMMY

“음?”

“왜 그러나?”

“누가 쳐다본 거 같아서 말입니다.”


마티언의 물음에 대답한 아레타는 곧 자신을 보는 이가 있는지 찾는 듯 아래를 살폈다. 그러나 수많은 죄수가 노동하는 현장 속에서 그를 보는 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를 보는 이가 너무 많았기에 그가 서늘함을 느끼게 한 시선의 주인을 찾기가 어려웠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

“......그렇습니까?”


지금 그가 마티언을 따라서 걷는 곧 아래에 있는 이들은 모두 대신전에서 가장 죄질이 악하다 생각하여 이곳에 보낸 이들이다. 이렇다 보니 저 아래에는 신전 기사라는 것만으로 악의를 가질 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레타는 무언가 다르다는 감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유는 그도 모르나, 분명 무언가 다르다.


‘끄응.’


개운치 않은 감각에 아레타는 남몰래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었으나 속으로 낸 걸 알아챌 능력은 사람에게 없었다.


자연스레 아레타는 이 기이한 간극을 미처 해결하지 못하고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



얼마나 더 걸었을까, 죄수들이 노동하는 장소를 지나쳐서 아레타가 도착한 곳은 대신전의 구조와 닮은 장소라는 걸 증명하듯 이번에도 익숙한 장소였다.


“대신관장님의 방이군요.”

“그렇지. 당시 대신관장님이 쓰던 방이네.”

“당시? 언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글쎄, 정확히는 모르네. 첫 성전이 벌어지던 때를 이야기하는 거니 적어도 수백 년은 되겠지.”

“수백 년이요?”

“그렇네. 관심 있으면 나중에 대신전에서 찾아보게. 아직 기록이 남아있는 걸로 알고 있네.”


마티언의 말에 아레타는 눈 크기를 조금 크게 하며 주변을 살폈다. 말을 듣고 보니 세월이 느껴지는 부분이 곳곳에 보였다.


빛바랜 문양이라던가, 상당히 예전에 쓰이지 않게 된 표식이라던가 말이다.


‘어라?’


그러던 중 아레타는 그가 보는 문이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녹이 슬지 않았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겁니까?”

“없네. 그럴 필요가 없어. 여긴 슬지 않아.”


마티언은 그렇게 말하더니 천천히 손을 문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문에 검은 일렁임이 보이며 손길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건......”

“첫 성전. 그건 백색 교단이 처음으로 일어난 때라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여기가 그들의 기원이 깃든 곳, 그들의 시작의 땅이라네.”

“......대신전이요?”


도무지 믿기 힘든 말에 아레타는 두 눈을 끔벅이며 물었다. 그러나 마티언의 입에서 기대했던 말, 농담이라든가 거짓말이라던가 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 그렇기에 저놈들이 여길 오는 거야. 이걸 아는 건 아비톨람에 있는 이들뿐. 여기를 지키는 이들이 대대로 지켜오는 비밀이네. 대신전에도 아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몇몇 신관장과 대신관장님 정도가 다일세. 신관이나 신전 기사 정도라면 아는 이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걸.”


그렇게 말한 마티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문득 떠오르는 한 얼굴에 말을 덧붙였다.


“아, 그분은 아시고 있겠군.”

“그분?”

“프레이뮬 신관.”



***



“무엇인지 모르나 저런 건 없애버리는 게 가장 좋은 게 아닐까요.”


숙소로 돌아오니 호붼이 대뜸 그리 말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여지껏 봉인하는 것에 그쳤을 리가 없다.


“그러질 못하니 여직 남은 거겠죠. 설마하니 우리가 당장 생각한 걸 당시 분들이 떠올리지 못했을 거 같진 않습니다.”


아레타의 말에 호붼은 수긍하곤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를 본 아레타는 곧 고개를 돌려서 마티언의 말을 떠올렸다.


대대로 성전이 벌어지면 백색 교단은 이곳을 노렸으며, 그때마다 실패했다고 한다.


이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고 하는데, 그 기록에 비추어보면 지금처럼 끈질기게 노린 적이 없다고 하니 아무래도 이번에는 진심으로 저 시작의 방을 노리는 거 같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저들에게 넘어가서 좋을 게 없는 게 안에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겠죠. 저는 그래서 불안합니다.”

“뭐가 말입니까?”

“죄수들이 바로 근처에 있지 않습니까.”

“!”


그제야 아레타는 자신이 놓쳤던 걸 기억하고는 입을 벌렸다. 확실히 그러했다. 그들의 위에 난 통로로 시작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있는 곳에서 그곳으로 향하는 길이 없을까?


‘아니, 없어도 상관없어.’


리발에게 들었던 정보, 죄수 중에 백색 교단의 손이 닿은 이가 있다.


그걸 생각하면 마수 하나로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거리였다.


“.....아무래도 미룰 일이 아닌 거 같군요.”


고작 하루, 이제 막 들어왔을 뿐인데 쉴 틈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레타는 쓴웃음이 가득 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의 휴식은 조금 더 미뤄야 할 거 같습니다.”



***



“어떻게 생각하나.”

“괜찮은 분이신 거 같습니다. 지하에 대한 의문도 크게 제시하지 않으시고 말입니다.”

“아, 그런 면도 있었나.”


마티언은 제컬티안의 대답에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는 처음에 거부감을 드러냈었지. 덕분에 네 아버지와 다툼도 제법 벌였어.”


아련한 얼굴로 옛 친우를 추억하던 마티언은 곧 씁쓸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벌써 5년은 더 지난 이야기군.”

“......”

“그만하면 아비톨람 기사 중에서는 행복하게 살다 갔다고 하겠지만, 넌 동의하지 않겠지.”

“......아비톨람 기사들은 그게 누구던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나도 동의한다. 허나 그를 위해서 본 목적을 잊으면 본말전도다.”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말에 제컬티안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감정으로만 대하며 살기엔 그는 너무 많이 알고 너무 오래 지냈다.


“그러고 보니 주블랑 녀석을 보지 못했는데, 어디에 있는 거냐?”

“최근 혈기가 또 올라와서 지금은 명상실에 있습니다.”

“또?”


명상실이라는 말에 마티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넌지시 제컬티안에게 말을 건넸다.


“차라리 녀석을 비롯해서 감독관을 모두 요새에서 싸우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말씀하시는 바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전투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들이 나서면 전력은 일시에 증가할지 모르나, 보급이나 정비를 도맡을 인원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셈입니다. 그리고......”


유수와 같이 말을 내던 제컬티안은 순간 멈칫거리며 주저하더니 곧 말을 이었다.


“......그들 모두가 우리와 같이 전투만으로 혈기를 모두 해소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래, 그랬지.”


제컬티안의 말에 동의한 마티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타까운 눈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해가 비치지 않는 아비톨람 지하 광산을, 그 안에서 죄수들을 감독하는 이들의 본래 맡았어야 할 일들을 생각하자면 참으로 안타까웠다.


“대체 이 끔찍함은 언제 끝나는가.”


아비톨람.


그 말이라 오늘따라 참으로 듣기 싫고 보기 싫었다.



***



차락

차락


“......뭐하냐?”

“놉니다.”

“뭐?”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뜬 리발은 렉스의 터무니없는 대답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그의 반응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듯 렉스는 여전히 손을 놀려서 쇠사슬 소리를 냈는데, 가만히 그가 하는 양을 보던 리발은 헛웃음을 흘렸다.


“허참, 무슨 쇠사슬로 실뜨기하는 놈이 다 있어?”


가능하긴 한가 의심스러운 놀이였다. 그러나 렉스는 보란 듯 들어 보일 뿐이었다.


“보십쇼, 육면체.”

“......씨발, 저게 어떻게 되는 거지?”

“간단합니다. 여기랑 여기를 잡고 이렇게. 그러면 짠!”

“......”


‘참 쉽죠’라는 말을 들은 기분에 리발의 얼굴이 대단히 오묘하게 변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그 일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 편히 좀 지냈습니까.”


창살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리발은 반색하며 몸을 돌렸다. 며칠은 이곳에 얌전히 있다가 저자가 오지 않으면, 혹은 말로만 듣던 곳에 끌려가기라도 하면 그전에 난동이라도 부려서 대화할 생각까지 하던 것에 비하자면 첫날 저녁에 상대가 왔다는 건 좋은 징조였다.


“잘 지내긴 했지. 누가 내 머리 부수는 일도 없고.”

“한 번 더 해줄까요?”


고저 없이 진짜로 그렇게 해주냐고 묻는 아레타의 물음에 리발은 할 말을 잃었다. 그 모습이 퍽이나 재미있었는지 렉스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게 보였다.


“넌 뭐가 좋다고 웃어 임마.”

“켁!”


손으로 뒤통수를 치니 곧장 고개가 돌아간 렉스는 손을 올린 탓에 제 수갑에 목이 걸려서 한참 켁켁거렸다. 그 모습에 기분이 풀린 리발은 곧 아레타를 보면서 물었다.


“여기까지 오신 걸 보니 일단 내 말을 더 들어볼 생각이 들으셨나보군.”

“마음에 들진 않으나, 그렇습니다. 누굽니까?”

“말해주는 건 쉽지. 다만 약조 하나만 해줘야겠어.”

“약조? 무슨 약조?”


바로 대답하는 대신 조건을 내미니 슬며시 부아가 치민 아레타의 말에 쌀쌀함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런 걸로 기죽고 말을 돌릴 정도로 리발은 순탄히 살아오지 않았다.


“대단한 건 아니야. 본래 조합의 의뢰는 저들을 살려서 오라는 거였거든?”

“그런데?”

“근데 이게 겉으로 한 내용이라는 말이지.”

“겉으로? 그럼 본뜻은 뭡니까?”


아레타의 물음에 곁에 동반한 호붼은 물론이고 렉스 역시 의아함 가득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당연한 일이다. 이 일은 그와 스틸롱, 두 사람만의 비밀 의뢰니까.


“간단해. 도적 조합은 저들과 별개인 걸 드러내는 거지.”

“흥미롭군요.”


아레타는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진정으로 흥미가 생긴 듯 그 앞에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창살을 사이에 두고 대화할 준비가 된 아레타는 곧 리발에게 가장 알고 싶은 걸 물었다.


“그러면 조합에 대한 안전만 보장하면 그자들에 대해 상세히 말할 수 있습니까?”

“어허, 어디서 약게 굴어. 신전 기사 양반, 통 크게 조합은 물론이고 나와 여기 이 친구에 대한 것도 보장해줘야지.”

“흐음.”


딱히 그들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아니었던 아레타는 그 말에 자신의 말에 헛점이 있다는 걸 깨닫고 턱을 쓰다듬었다.


‘이게 뭐 눈에 뭐만 보인다, 그런 건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긴 했지만 위해를 가할 생각도 없었던 아레타는 이들이 이런 일을 많이 해봤건, 아니면 그런 걸 많이 겪어봤던 자신과는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


‘재밌네.’


어쩌면 이런 사고방식이 신전에도 필요할지 모른다.


옛 격언에도 그렇듯, 뱀의 길은 뱀이 안다.


그런 면에서 이들은 다른 쪽으로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군요. 당신은 좋은 대화 상대 같습니다.”

“어? 그, 그래?”


생각지 못한 칭찬에 리발은 당황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아레타의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고, 이어진 말은 리발은 물론이고 가만히 듣고만 있던 렉스도 놀라게 했다.


“하나만 대답하면 나도 대답하겠습니다. 만약 내가 한 사람만, 극단적으로 말해서 저 친구를 희생하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 겁니까?”

“......뭐!?”

“에엑!?”

“시간이 필요합니까? 그렇다면 잠시 자리를 비켜드리죠.”


아레타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 모습에 리발은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외쳤다.


“대답은 정해져 있지. 거절한다. 그러니 개소리 말고 꺼져, 이 괴물 자식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5장 내부의 적 (9) 22.05.30 49 3 12쪽
67 5장 내부의 적 (8) 22.05.27 52 3 12쪽
66 5장 내부의 적 (7) 22.05.26 60 3 13쪽
65 5장 내부의 적 (6) 22.05.24 52 3 11쪽
64 5장 내부의 적 (5) 22.05.23 53 3 12쪽
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8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4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4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59 4장 시작의 땅(18) 22.05.14 54 4 13쪽
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0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5 4 12쪽
53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8 3 12쪽
52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4 4 12쪽
51 4장 시작의 땅(10) 22.05.03 65 3 13쪽
50 4장 시작의 땅(9) 22.05.02 86 3 12쪽
49 4장 시작의 땅(8) 22.05.01 63 3 11쪽
48 4장 시작의 땅(7) 22.04.30 62 3 12쪽
» 4장 시작의 땅(6) 22.04.29 73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1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3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1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6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40 3장 노병의 찬가(13) 22.04.22 82 3 12쪽
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7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