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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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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460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4.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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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추천
3
글자
12쪽

3장 노병의 찬가(12)

DUMMY

“당장 이걸, 아니지.”


아레타는 지금이라도 이걸 멈추라고 윽박지르다 말고 고개를 흔들었다. 멈추는 법이야 간단하다. 그저 달려가서 이적이 담긴 철봉으로 저 구슬을 내리치면 된다.


라렉시안 경과 같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들었으나 여유가 생기고 보니 기억 속에서 본 것보다 검은 연기 기둥이 주는 위압감과 불길함이 적었다.


이 점을 깨닫고 나니 이유 모를 확신이 생겼다.


“그냥 죽어라. 저걸 끝내는 건 알아서 하마.”

“자, 잠깐만!”


살짝 떨어져서 휘두를 공간이 생긴 철봉을 보며 테펠리움은 급히 아직 몸에 붙어있는 왼팔을 들었으나 아레타는 그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붕-


“누구냐!”


가볍게 테펠리움의 머리를 부술 예정이던 철봉이 허공을 갈랐다. 처음 보는 이가 테펠리움을 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쉬이익


그는 뱀 마수에 타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상대한 뱀 마수와 비슷하지만 한층 날카로운 생김새가 무언가 달라 보이는 뱀 마수였다.


“실례, 이 친구가 여기서 끝나기에는 제법 쓸만해서 말이야.”

“파, 팔레삭! 다, 당장 저놈을 죽여야 해!”

“죽여야 한다는 건 나도 동감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테펠리움은 팔레삭에게 곧 울분을 담아서 말했으나 팔레삭은 거절하고 서늘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눈에 테펠리움은 곧장 입을 다물었고, 팔레삭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아레타에게 눈길을 주었다.


“수호자라, 정말로 대단하군. 홀로 마수 군단을 막다니, 저번 대전으로 인해 이곳 사기가 상당 부분 소실해서 질이나 양 모두 충분치 않았다고 하나 참으로 대단해.”

“사기가 소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들은 적이......”

“당연히 없지. 어라, 당신은 알았나?”


냉랭하게 테펠리움에게 답한 후 오히려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레타를 본 팔레삭은 호기심 어린 얼굴이 되었다. 그 얼굴을 마주한 아레타는 인상을 쓰더니 철봉을 고쳐잡았다.


“백색 교단, 적이지. 적에게 정보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맞는 말이야. 다만 지적 호기심이라는 건 때때로 그런 구분을 초월하더라고.”

“난 안 그런데.”

“난 그래. 심지어 당신을 어디서 본 거 같아서 한참 생각하다가 이 녀석 팔이 날아가는 것도 몰랐지 뭐야.”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에 아레타는 물론이고 도움을 받은 테펠리움 역시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아레타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팔레삭은 웃으며 손을 뻗었다.


“일단 챙길 거 챙기고.”


팔레삭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연기 기둥을 내뿜던 수정 구슬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 그 모습에 놀란 아레타가 고개를 돌려 본래 있던 곳을 확인하니 그의 손에 들린 것이 진품이라는 듯 수정 구슬이 보이지 않았다.


검은 연기 기둥도 근원을 잃은 탓인지 지금까지 보이던 기세와 달리 곧 가늘어지더니 그대로 소멸했다.


“그래, 그래. 그래도 수확은 있었어. 당신이라는 존재를 알았고, 우리가 정면에서 싸우기에는 참 불리하다는 걸 알았지. 다만 상대할 방법이라고 하긴 그렇고 대처법은 알았어.”


그렇게 말한 팔레삭은 수정 구슬을 손에 들고 검은 연기에 감싸이게 하더니 어디론가 보내버렸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인상의 뱀 마수를 하나 더 소환하더니 테펠리움을 던지듯 태웠다.


“으윽.”

“이 녀석 덕에 말이야. 요는 싸울 필요가 없다는 거야.”


싸울 필요가 없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팔레삭과 테펠리움을 태운 뱀 마수들은 빠르게 분지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서라!”

“하하하, 잡아 보던가! 아, 대성전에서 본 것도 신기했어! 혹여 정말로 불사자와 싸운 경험이 있다면 나중에 들려달라고!”

“그냥 보낼 성싶으냐!”


곧장 곁눈질로 많이 소모하긴 했으나 아직 팔레삭과 테펠리움에게 드셋씩은 등에 꽂아줄 충분한 숫자의 비수가 남았음을 확인한 아레타는 곧장 비수를 뽑아서 던졌다.


끼끽!


“아, 충성스럽기에 귀여운 녀석들이지. 다음에 보자고.”


그러나 비수들은 갑자기 끼어든 원숭이 마수들에게 박혀서 제 목적을 다하지 못했다. 그 잠깐 동안 분지 위에 도달한 그는 아레타를 보며 들릴지 모를 인사를 남기고 떠나려고 했으나 여기에도 그를 방해하는 이들이 있었다.


“마수에 탄 놈? 백색 교단 놈이다!”

“신전병, 놈을 잡아!”

“이런이런, 늙은이들은 가서 손자 재롱이나 보라고. 괜히 얼마 남지 않은 목숨 이런 곳에 버리지 말고.”


골치 아프다는 듯 손가락으로 머리를 짚은 팔레삭이었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표정을 뒷받침하듯, 팔레삭과 테펠리움을 태운 뱀 마수들은 꼬리를 휘둘러서 신전병들을 한번에 물러나게 했다.


“으억!”

“무슨 힘이 이리 세?”

“겁먹지 마!”

“우리는 지금 이적이, 수호자님과 함께 한다!”

“으음, 밀어내는 건 쉽지만 상처 하나 없음인가. 정말이지 귀찮은 상대야.”


곧장 일어나서 달려드는 신전병들을 보며 분석한 팔레삭은 고개를 한차례 흔들었다.


“하지만 포위망에 구멍이 너무 커.”


팔레삭의 말에 두 사람을 태운 뱀 마수들은 곧장 빠르게 움직였다. 빠르게 지면을 기어 그래도 신전병들을 지나친 뱀 마수들은 그대로 평원을 질주했고, 이내에 그 모습은 점이 되어 사라졌다.


아래쪽에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보던 아레타는 반응을 보고 글렀음을 알고 고개를 흔들었다.


“끝이 이러면 찜찜한데.”


부우우-


“나팔 소리?”


불평도 잠시, 아레타는 분지 위쪽에서 들려오는 나팔 소리에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곧장 몸을 돌리고 분지 위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곧 마하난 평원이다! 이 산길만 넘으면 보일 거야!”


선두에서 말을 달리는 이, 호붼의 말에 지친 얼굴로 말을 모는 동료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급히 모여서 무리해서 행군했기에 말도 사람도 이제 한계에 가까웠으나 그들이 맡은 임무의 막중함을 생각하면 약한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말들도 지친 게 역력하게 보임에도 발을 멈추지 않았고, 곧 마하난 평원이 보이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마하난 평원을 눈앞에 둔 호붼은 삽시간에 안색을 굳히게 되었다.


“저건!? 제길, 설마 늦었나?”


멀리서도 보이는 검은 연기 기둥. 그걸 보고 호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렇게 서둘렀건만 늦었다니,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수호자께선, 아레타 경은?’


늦었다는 사실과 함께 든 생각은 먼저 이곳으로 향한 아레타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대로 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한번 물러나서 대신전에 연락해야 할 것인가 고심하는 호붼은 마하난 평원 초입에 있는 농부들을 발견했다.


무슨 일인지 멍하니 그가 본 것을 보는 그들의 반응에서 호붼은 늦었으나 아주 늦은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막 시작된 걸지도 몰라.’


만약 수호자인 아레타가 죽고 마하난 평원이 백색 교단의 손에 들어갔다면 저렇게 한가로이 바라볼 자는 없다. 보통은 그러기 전에 다 죽거나 도망치기 마련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호붼은 곧 그의 뒤에서 불안한 얼굴로 서로를 보며 쑥덕거리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안타깝지만 한숨 돌릴 틈도 없는 거 같다! 당장 저곳까지 달린다!”


막 시작되었다면 그들의 합류는 큰 도움이 되리니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품고 호붼은 다른 이들과 함께 말을 달렸다.



***



“제길, 이러고 있느니 나도 가보겠어요!”


초조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을 입구를 서성이던 이발트가 그리 외치자 옆에서 비슷하게 안절부절못하던 데걸이 기겁하며 그를 말렸다.


“너 제정신이냐! 네가 말했잖냐! 그곳에는 이상하고 위험한 것들이 가득하다고!”

“그러니까 가야죠! 할아버지들만 보내고 젊은 내가 뒤에서 보고만 있다니, 무언가 잘못되었어요!”

“트,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은데......아니,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요!”

“할아버지들은 그나마 갑옷에 창을 가져갔지만, 넌 기껏해야 긴 삽이나 하나 있을 뿐이잖냐!”


데걸의 만류에 이발트는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가죽 겉옷에 창 대용으로 쓰라고 준 긴 삽. 그를 포함해서 영주에게 고용되었던 이들의 장비였다.


장비라고 말하기도 참 부끄러운, 그런 애매한 것들을 차고 위험한 곳으로 간다니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말을 꺼내며 말린 데걸은 물론이고 이발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 그래도!”


조금 전 자신이 한 말을 잊은 것처럼 항변하는 이발트의 말에 데걸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데걸 너머로 어느새 소란을 듣고 모인 마을 사람들, 특히 그의 어머니가 대단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고 있는 걸 마주 보니 더는 말할 힘이 나지 않았다.


“조, 조심해! 누가 온다!”

“말이잖아?”


어깨를 축 늘어뜨린 이발트의 귀에 들린 말에 그는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을을 향해 달려오는 말 탄 사람 여럿이 보였고, 그들이 굳은 얼굴로 손짓하는 게 보였다.


“이발트, 피해라!”

“저 갑옷, 할아버지들하고 같은데? 이봐요!”


데걸의 당기는 손을 뿌리친 이발트는 곧장 마을 중앙에 난 대로에 가서 그들을 막고 양손을 들고 흔들었다.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에 그의 부모는 물론이고 마을 사람 모두 너나 할 거 없이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말을 타고 이발트를 무시하고 지나치지 않았다.


“워, 워, 워! 거기서 비키십쇼. 급히 가야 합니다.”

“그래 보이는 거 아는데, 나도 데려가 줘요!”

“예?”


이발트의 말에 선두에 있는 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으나, 이내에 그럴 때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고 말을 길옆으로 몰았다.


자신을 두고 그저 피해 갈 생각이라는 걸 안 이발트는 곧장 다시 몸을 움직여 가로막고는 소리를 높였다.


“우리 할아버지들이 당신과 같은 갑옷을 입고 저곳으로 갔습니다! 나도 같이 가게 해줘요!”

“같은 갑옷?”

“호붼!”


선두에 있던 이가 잠시 흥미를 보인 순간, 다른 이가 다급히 그를 불렀다.


부름에 고개를 든 선두, 호붼은 사그라들어가는 검은 연기 기둥을 보며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끝난 건가? 결과는 어떻게 된 거지?”


늦은 걸까, 아니면 필요가 없던 걸까.


호붼은 그들의 노고가 헛되이 끝날지언정 후자이길 진심으로 기도하며 이발트를 보았다.


전자라면 데려가는 건 어리석은 일이나, 후자라면 크게 상관없었다.


‘아니, 최악을 가정하면 마하난 평원 그 자체가 위험하겠군. 차라리.....’


전자라면 여기에 있든 어디에 있든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무언가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 청년을 살려서 함께 귀환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한 호붼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마하난 평원 그리고 마하난 분지에 대해 아나?”

“아, 알고 있습니다.”

“좋아.”


적어도 상황파악에 더해 길잡이 역할 정도는 되겠다 싶었던 호붼은 이발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타시오. 당신의 할아버지들, 그분들을 뵙길 기도하지.”

“......물론이지.”


호붼의 말 뒤에 숨겨진 속뜻,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라는 말에 이발트는 딱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에 올랐다.


이발트를 태운 직후 다른 사람들을, 마을 사람들을 둘러본 호붼은 그들이 걱정하는 시선을 보낼 뿐 막아서거나 함께할 의도는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그 순간, 한 사람이 나서서 외쳤다.


“나도 같이 가겠소!”

“저, 저도요! 아버님도, 아들도 가는데 우리만 남아서 뭘 하겠어요.”


가족이라는 말에 호붼은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에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기다리시오. 이 사람은 안내역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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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5장 내부의 적 (7) 22.05.26 60 3 13쪽
65 5장 내부의 적 (6) 22.05.24 52 3 11쪽
64 5장 내부의 적 (5) 22.05.23 53 3 12쪽
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8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4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4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59 4장 시작의 땅(18) 22.05.14 54 4 13쪽
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0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5 4 12쪽
53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8 3 12쪽
52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4 4 12쪽
51 4장 시작의 땅(10) 22.05.03 65 3 13쪽
50 4장 시작의 땅(9) 22.05.02 86 3 12쪽
49 4장 시작의 땅(8) 22.05.01 63 3 11쪽
48 4장 시작의 땅(7) 22.04.30 62 3 12쪽
47 4장 시작의 땅(6) 22.04.29 72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1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3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1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6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40 3장 노병의 찬가(13) 22.04.22 82 3 12쪽
»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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