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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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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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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58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5.0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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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장 시작의 땅(8)

DUMMY

테펠리움이 자신의 새로운 팔에 대한 감상을 말함과 동시에 새로이 저만의 꿍꿍이를 품기 조금 전.


아비톨람 지하 광산에서는 하루를 마친 이들의 담소가 오가는 중이었다.


“그 녀석은 어때?”

“일단 지켜보긴 하는데, 당장은 이상한 움직임이 없어.”

“그렇단 말이지.”


죄수들을 관리하는 감독관들 내에서 공식적인 서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사 사람이 모이면 은연중에 상하가 생기기 마련이었고, 이곳에서 상하는 보통 이곳에 오래 있는 순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다른 감독관에게 부탁과 같은 지시를 하고 보고 비슷한 걸 보는 사내, 주블랑은 확실히 말해서 감독관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높은 자리에 있었다.


‘과한 생각인가? 아니, 아직은 일러.’


자신의 의심한 바와 달리 조용한 상황이라는 말에 주블랑은 슬그머니 괜한 걱정이었던 걸로 치부하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바깥에 나갈 수는 없지만 그들도 귀가 있고, 전해주는 이들도 얼마나마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블랑을 비롯한 몇몇은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의구심이라도 있다면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옳았다.


“주블랑 감독관, 손님입니다.”

“또? 그녀석도 어지간히 부지런하군. 바쁜 몸이 뭐하러 자꾸 오나 몰라.”


알아들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 주블랑은 말과 달리 얼굴에 반기는 기색을 가득 보이며 걸음을 옮겼다.



***



“여어, 아비톨람 기사대장께서 여긴 어쩐 일인가?”

“기사대장은 무슨.”


곧장 위쪽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준비한 대기실로 들어간 주블랑은 바로 장난스레 인사를 던졌다. 이미 익숙한 말투에 기다리던 이, 제컬티안은 가벼이 대꾸하며 고개를 저었다.


“마티언님은 엄밀히 말하자면 아비톨람 기사대가 아니니까 네가 기사대장이 아닌가?”

“난 그저 부관 역할일 뿐이야. 정말 기사대장에 어울리는 놈이면 그런 말은 안 했겠지.”

“그런 말?”


뜬금없는 말에 주블랑은 흥미를 보이며 물었으나 안색을 흐린 제컬티안은 딱히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정도로 포기하기에는 주블랑의 호기심이 작지 않았다. 주블랑은 곧장 걸음을 옮겨서 제컬티안의 앞에 섰고, 제컬티안은 그걸 피해서 다시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반복하길 수차례, 항복을 선언한 것은 제컬티안이었다.


“......너희를 믿지 못한다고 말했어.”

“맥락이 너무 없는데. 조금 더 살을 붙여봐.”

“최근 연일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건 너도 알겠지.”

“물론이지.”


그 상대를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상황은 계속해서 듣고 있었던 주블랑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 반응에 더 설명할 필요 없겠다 싶었던 제컬티안은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사들이 곧 한계에 달할지도 몰라. 그래서 마티언님은 너희를 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셨지.”

“호오, 그런 또 과감한 방식이네.”


아비톨람 요새 내에서 자신들을 향한 평가나 시선이 어떤지 잘 알고 있는 주블랑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한번 미쳐서 날뛰었던 것들을 다시 쓰시려고 하다니, 그릇이 크시군. 아니면 지금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던가.’


다만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랬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자신을 찾는 제컬티안은 일과 후 자신을 찾았고, 위에서 이쪽으로 돌려지는 배급에도 문제는 없었다.


죄수들이 먹는 것의 질도 떨어지지 않았으나 힘들지언정 궁지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좀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에 전자에 추가 더 기울어졌다.


“내가 반대했다.”

“......응?”

“믿을 수 없다고,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고 말이지.”

“진심으로?”

“반은. 먼저 댄 이유는 여기에 있어야 할 사람도 필요하다는 이유였어.”


그렇게 말한 제컬티안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 난 기사대장 같은 게 아니야. 간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말고 도로 앉아. 넌 당연한 판단을 한 거야.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그렇게 말하지. 확신도 있어. 하지만 너와 같은 기사들에게는 그게 얼마나 허황되게 들릴지 잘 알고 있다. 아주 잘 알고 있지.”


바로 자리를 떠나려는 제컬티안의 어깨를 붙잡고 멈춰 세운 후 억지로 자리에 앉힌 주블랑은 그렇게 말하더니 다음 말을 꺼내기 어려운 듯 입을 우물거렸다.


이내에 결심할 수 있었는지, 그는 어렵게 입을 열어서 말을 이었다.


“우리 모두 동료 한둘, 거기에 더해 난 아예 두 자릿수에 달하는 이들을 상대로 피를 본 병신 같은 놈이니까. 그러니까 넌-.”


틀리지 않았다. 이성적인 선택을 한 거다.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주블랑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주블랑?”

“......제컬티안, 지금 당장 나가는 게 좋겠다. 아무래도 위쪽에서 무언가 터진 거 같아.”

“뭐?”

“어서. 아비톨람은 기사대장이 필요해.”



***



“아하아함-. 졸립다. 쩝, 오늘 정도는 그냥 쉬고 싶었는데.”


그 피곤한 전투를 치르고도 불침번에 당첨되어 운이 나쁘다 여긴 케르뷜은 툴툴거렸다. 그래도 첫 순번이니 낫다는 소소한 행운을 곱씹으려던 찰나, 달빛을 가리던 구름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지면을 어렴풋이 비추었다.


동시에 케르뷜은 어두워서 잘 알아채지 못했던 형체 하나가 황야에 서 있는 걸 보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이윽고 그 형체가 사람의 형상이며, 그 크기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케르뷜은 입을 떡 벌렸다.


‘저, 저게 뭐야?’

“어, 으, 어어?”


어찌나 놀랐는지 입에서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지금 본 것이 허상이 아님을 알려주듯 달빛은 점점 더 강하게 형상을 비추었다.


이윽고 오밤중에 황야 선 사람, 아니 거인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인식한 케르뷜은 기겁하면서도 훈련대로 움직였다.


“비, 비상!”


뎅뎅뎅뎅뎅뎅뎅뎅


놀란 마음이 그대로 표출되었는지 종 치는 소리는 대단히 빠르게 강했다.


‘대체 뭐야? 저런 걸 상대할 수나 있나?’


종을 치면서도 여전히 걱정하며 힐끗 곁눈질한 순간, 케르뷜은 당혹스러운 사실을 하나 더 알아챘다.


형상은 하나가 아니었다. 적어도 셋, 거대한 형상이 요새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다급함에 그는 된소리를 연발하며 더 힘차게 종을 때렸다. 그러던 중 그는 한 가지 더 깨달았다.


“그림자가?”


이상은 요새 바깥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



후드득


“뭐, 뭐야!?”

“적이다! 요새 내부에 적이다!”

“제길, 당장 마티언님께 보고해!”

“제컬티안 경은 어디 계신가!”

“불을 피워! 적이 보이지 않는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여럿이 중구난방으로 외치는 가운데 다행스럽게도 적어도 하나는 잘 전달된 듯 곧 요새 내부에서 점점 더 많은 불이 켜졌다.


대낮에는 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야밤에 이리 밝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밝아진 순간, 그들은 요새 내부에 침입한 적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자? 아니, 흙인가?”


지면에서 그림자가 상식을 무시하듯 허공으로 솟더니 곧 각양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형상을 만든 그림자는 부족한 것을 채우듯 흙을 끌어모아 자신의 전신을 감쌌고, 금세 흙과 모래로 이루어진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


어설프게 보이나 그건 분명 사람의 모습이었다.


“적, 인가?”


평생을 살아도 이런 광경을 또 볼까 싶은 기이한 광경에 아비톨람 기사 가운데 한 사람이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한참 꾸물거리며 달려들 생각도 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보고 든 본능적인 거부감에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그러나 소망은 그저 소망에 그쳤다.


“적이다!”

“위험해!”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던 기사를 향해 단박에 달려든 사람의 형체는 그것이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듯 양손을 망치로 바꾸고 달려들었다.


“하! 둔기로 날 상대하다니, 백 년은 이르다!”


부웅


달려든 존재의 망치 정도는 우습다는 듯 공격당한 기사는 그대로 등에 멘 전투 망치를 잡고 휘둘렀다.


그가 휘두른 전투 망치는 크기도 그렇지만 망치 양단에 톱날과 비슷한 걸 달아놓은 게 굉장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단순히 망치로 으깬다는 무식함에 더해서 확실하게 적을 죽음으로 몰아넣겠다는 강렬한 살의가 드러나는 그 망치는 그 의지를 확고히 하듯 그대로 사람 형상의 무언가를 분쇄했다.


퍼걱


“뭐야, 별거 아니잖아.”


푸스슥


“재생한다!”

“뭐!?”


동료의 경고에 피식거리던 기사는 곧장 자세를 고쳐잡으며 거리를 벌렸다. 동시에 그의 망치에서 기다렸다는 듯 불이 피어올랐다.


마티언의 이적이 그에게 전해졌다는 걸 느낀 기사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지만 굳이 기다려줄 의리 같은 건 없어!”


파각!


조금 전보다 더 쉽게, 그리고 더 크게 부숴진 상대를 보며 기사는 이번에야말로 끝이라고 여겼다.


“쳇, 기이하기만 하지 별거 아닌, 크윽!?”


떠엉


감각이 경고하는 것에 반사적으로 옆으로 세워진 전투 망치는 주인의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부지간에 한 것으로 인해 온전히 막지는 못했고, 볼썽사납게 바닥을 구른 기사는 조금 늦게 자신을 공격한 것의 정체를 알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어, 어째서?”


조금 전 그가 두 번이나, 그것도 한 번은 불의 이적이 담긴 망치로 내려쳤음에도 다시 재생하고 있는 뭔지 모를 것이 그 장본인이었다.


상반신은 아직 다 재생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흩어진 모습이나 어느새 양손에는 그가 든 것과 비슷하게 생긴 전투 망치를 들고 느릿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무슨 일인지, 무엇을 상대하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기사는 확실하게 하나는 깨달았다.


오늘, 그들은 최대의 위기를 겪을 거라는 걸 말이다.



***



“이건 무슨 마수지?”

“그림자 마수.”

“그림자 마수라고?”


처음 보는 마수라 여긴 팔레삭은 돌아온 대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림자 마수라면 그도 익히 아는 마수였다.


그러나 그가 아는 한 그건 이런 마수가 아니었다.


분명히 불의 수호자가 이적을 일으켰음에도 수차례 공격을 버티고 재차 재생하는 모습에 팔레삭은 감탄했다.


‘이 방면 실력 하나는 정말 일품이군.’

“어떻게 멀쩡하지?”


의문은 곧 입에서 형태가 되어서 테펠리움에게 전해졌다. 그러나 테펠리움은 바로 수법을 밝힐 생각은 없는 듯, 비릿하게 웃었다.


“한번 고민해봐라.”

“으음.”


이런 탐구나 고민을 싫어하진 않았기에 잠시 생각하던 팔레삭은 아쉽게도 그런 여유가 없음을 떠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기껏 소환한 거암 마수 셋은 그냥 놀릴 생각인가?”

“오, 물론 아니지. 이 녀석들은 이 녀석들대로 할 일이 있어.”


그렇게 말한 테펠리움은 곧 거짓이 아니라는 듯 거암 마수들을 움직였다.


천천히 요새를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한 마수들을 보며 테펠리움은 짙은 미소를 입가에 올리며 요새 어딘가에 있을 이를 향해 속으로 말했다.


‘자아, 어디 이번에도 막아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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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4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4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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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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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장 시작의 땅(6) 22.04.29 72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1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2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1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6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40 3장 노병의 찬가(13) 22.04.22 82 3 12쪽
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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