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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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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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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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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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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장 시작의 땅(11)

DUMMY

“이거 우리가 할 일이 없군.”


홀로 사방을 날듯이 다니며 거암 마수를 상대하는 아레타를 보고 호붼은 감탄 반, 아쉬움 반을 담아서 중얼거렸다.


“이크.”


쿠궁


엄밀히 말하자면 할 일이 없지는 않다. 당장만 해도 두 번째 거암 마수가 쓰러지며 쏟아낸 낙석을 피하느리 바빴으니까.


하지만 그가 바라는 할 일은 이런 게 아니다. 이래서야 짐이라고 한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짐이긴 하지.’


이적을 공유한다고는 하나 근본적으로 발휘되는 힘이 다르다. 그가 아레타에게 강철의 이적을 받아서 공유받아도 할 수 있는 건 강철과 같은 경도에 잘 단련한 사내 두세 사람 분의 힘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지 않은가 싶겠지만 눈앞에서 작은 동산이라고 해도 좋을 거암 마수와 정면으로 힘을 겨루고 그런 거구가 말 그대로 돌주먹을 휘두르는데 피하지도 않는 아레타를 보면 호붼은 도무지 그렇게 여길 수가 없었다. 만약 이 광경을 직접 본다면 그 누구라도 그와 다르지 않고 말이 쏙들어갈거라 생각했다.


쉬이익


“호.”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을 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쉬워하던 호붼의 귀에 거슬리는 공기 핥는 소리가 들렸다.


“할 일이 생겼군.”


차캉


“강철 신전병대! 거창! 마수들을 상대한다!”


쓸 일이 없어서 멋쩍게 매고만 있었던 창을 쓸일이 생겼다는 점에 기뻐한 호붼은 곧 창을 들고 호령하며 달렸다.


목표는 방해를 위해 다가오는 교활한 마수, 뱀 마수들이었다.



***



“미친 놈들이 너무 많아!”

“본래 신전이라는 건 그런 놈들이다. 이제야 알았냐?”


테펠리움의 경악에 팔레삭은 심드렁하게 그렇게 말했다. 남들이, 특히 신전 기사를 비롯한 신전 사람들이 들으면 지금 누가 누구에게 그러냐고 핀잔을 줄 말이었으나 여기에는 둘 뿐이었다.


다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레타가 거암 마수를 휘하 신전병들이 뱀 마수 무리를 상대하는 중이었기에 그들이 더 우세하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거리이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 하잖아?”


거암 마수를 상대로 쉬이 날뛰는 아레타야 이미 마하난에서 겪었으니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결코 좋진 않지만,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 보았던 나이 든 신전병들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별거 없다 여긴 신전병들의 활약은 그때 이상이었다.


파칵


“다음!”

“뒤다!”


말과 하나 되어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도 그럴 수 있다.


여럿이 하나와 같은 호흡으로 움직이며 협공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한 번에, 그리고 통상적인 인간의 힘과 민첩성을 뛰어넘은 모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래서야 어느 쪽이 마수인지.”


못마땅한 얼굴로 투덜거리는 입과 달리 테펠리움의 손에 들린 비보는 이제 시작이라는 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한 놈도 잡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걸로 이기기 힘들 거라는 예상은 했다. 어디, 이것도 당해봐라.”


키이잉


테펠리움의 말에 응하듯 비보가 크게 진동하며 안쪽에 담긴 사기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서 아레타와 강철 신전병대가 있는 장소 부근에 변화가 일어났다.



***



“이걸로 끝, 으응?”


마지막 거암 마수의 핵을 감지하고 그대로 달려들던 아레타는 갑자기 눈 앞을 가리듯 뭉친 검은 연기 덩어리를 보고 살짝 당황했다.


어디까지나 살짝 말이다.


‘함께 분쇄하면 그만!’


이적이 담긴 자신의 공격은 저들에게 절대적이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은 아레타는 곧 철봉을 휘둘렀다.


터억


“감촉이!? 으읏!?”


터엉


솜덩이 같은 걸 치는 감각에 당황한 아레타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거암 마수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고 말았다.


“퉷, 퉷.”


질량 차이로 인해 가볍게 날려진 아레타는 입에 들어간 흙먼지를 뱉으며 자신을 막았던 걸 다시 살폈다.


“사기 덩어리, 그렇군.”



이 또한 배웠다. 그리고 그 궁극을 마하난 평원에 있는 라렉시안의 기억으로 보았다.


“설마하니 정말로 상대할 일이 있을 줄이야.”


상대가 마수를 내보내는 것에 익숙해져서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상대할 리가 없다고, 그렇게 근거도 없이 생각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근거없는 일은 쉬이 깨지고 틀어진다.


‘약간 상쇄인가?’


한순간이지만 이적에 흐트러짐이 생긴 걸 느꼈다. 상극인 것들이 만나서 서로가 어그러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분명 조심스러워해야하고 주의해야 하는 현상이나 아레타는 곧 마음을 다잡았다.


‘기억에서 본 그 수준은 아니야.’


결국 이런 싸움은 양적인 싸움,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의 싸움이다.


듣기도 했고, 보기도 했으나 이제 직접 겪으로 그걸 확실히 체감했다. 그리고 동시에 아레타는 확신했다.


‘저들이 그리 찾는 그 야성이라면 모를까 저걸로는 우리 수호자들을 이길 수 없다.’


수호자마다 차별이 있고 아직 자신을 제외하고는 직접 만나본 게 하나뿐이니 속단은 이르지만 지금 당장은 아레타의 생각이 옳았다.


이는 곧 아레타가 이적을 키우며 나아가니 일그러지는 사기 덩어리가 입증했다.


“세 번째. 곧 끝내주마. 그리고 다음은 저쪽에 있을 것들이다.”



***



“제길, 이것도 안 통해?”

“당연한 거 아니냐.”


테펠리움은 기껏 시도한 비장의 수가 곧장 밀려나기 시작하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걸 보고 기가 질렸다. 헌데 팔레삭은 그럴 줄 알았다고 툭하니 말을 거니 절로 열이 받았다.


“니가 뭘 안다고!”

“마수의 사념, 원념을 이용해서 사용한 사기 방패잖아. 알지. 저 방법 역시 예전에 연구되었으나 수호자들을 상대로는 쓸모가 없어서 묻혔다. 우리가 괜히 마수로 물량 공세 펼치는 걸 주력으로 삼는 줄 알아? 다른 게 쓸모가 없어서야.”

“......제기랄.”


그러한 사정은 몰랐으나 이제 보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수도 사기도 강력한 힘이지만 수호자들 앞에서는 그저 화살을 쏘아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니, 화살은 쏘면 그대로 날아가 목표에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갈 터이니 오히려 종이호랑이와 같다고 하는 게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제법 훌륭했다. 목적은 달성했잖아? 한 녀석이라도 끌어내고 요새에 혼란을 초래한다. 퀜달렌님께서는 분명히 만족하실 거다.”

‘만족한다고? 하, 너나 그 노인은 그렇겠지.’


테펠리움은 절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신전을 넘는 게 아니다. 그 너머, 그들이 모시는 퀜달렌은 물론이고 그가 그렇게 찾는 위대한 야성도 발아래 두는 절대적인 지배자다.


“......마수 강화로 시간을 더 끌어보겠다.”

“좋은 수로군.”


짧게 한 말에 ‘미끼로서’라는 말이 빠져있었으나 테펠리움은 어렵지 않게 그 생략된 말을 알아들었다.


그러나 당장 할 수 있는 게 고작 팔레삭 하나 죽이고 자신도 양쪽에 쫓기게 되는 게 전부다. 어떤 사람들은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테펠리움은 절대로 그렇게 작은 걸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두고 보자.’



***



아비톨람 지하 작업장 복도.


“흡!”


카각


“제법이군.”


주블랑이 짦은 숨소리와 함께 몸을 피하자 날카로운 검은 톱니가 회전하며 그 힘으로 그가 있던 자리를 갈아버렸다. 암반을 그대로 갈아버리는 위력을 본 주블랑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사방을 살폈다.


‘적이 너무 많아.’


사실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바위 뒷쪽에 숨은 자르달을 포함해도 눈앞에 있는 적은 기껏해야 열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으니 바로 주블랑 자신은 하나라는 거였다.


‘저들을 믿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슬쩍 곁눈질로 살피니 상황을 살피며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한, 조금 대놓고 말하자면 도망갈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 둘이 보였다.


그들이 주블랑을 돕는다면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으나, 저들이 아군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제컬티안에게 들은 손님들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보니 아무래도 또 다른 불청객인 듯싶었다.


‘어떻게 들어온 건지 모르지만, 이번에 제컬티안 놈이 내려오면 한 소리 해야겠어.’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생각을 품으며 주블랑은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았다.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아무래도 좋았다. 하다못해 광산이 갑자기 흔들려서 저들이 균형이라도 잃으면 뒤로 물러날 수 있다.


‘아니, 그보다 이 자식들은 이 소동이 났는데 왜 아무도 안 와?’

“고요하지 않나.”


속으로 이곳에 콧빼기도 보이지 않는 동료 감독관들을 떠올리며 투덜거리던 찰나, 그의 눈앞에서 검은 회전 톱날을 날리던 토렌이 입을 열었다.


“고요? 이런 소란이 있는데?”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지. 그야말로 고요. 정확히 저들의 너머까지가 내 ‘고요’의 거리다.”

“뭐?”



***



“형님.”

“뭔데.”

“우리 큰일 난 거 같은데요.”

“나도 알아 임마. 나도 눈치라는 게 있거든?”

“눈치가 아니라 귀만 있어도 알 일이 아닙니까?”

“듣기도 전에 알았다고! 넌 눈치 좀 키워라!”

성질 건드리는 렉스의 말에 리발은 결국 벌컥 화를 내었다. 어찌나 화를 냈는지 저도 모르게 모퉁이에서 몸을 들어내서 렉스와 거리를 둘 정도였다. 그러나 이내에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리발은 재빨리 다시 몸을 숨겼다.


“어떻게 하죠.”

“선택지가 몇 개 있지.”

“오, 몇 개씩이나 있어요?”

“당연히 있지.”


리발의 말에 렉스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그를 보았다. 얼른 대답해달라는 시선에 리발은 한번 그를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주블랑과 토렌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무리에게 주며 입을 열었다.


“방법 하나, 도망간다. 방법 둘, 항복한다.”

“......도망은 아까 시도했는데 실패했고, 항복할까요?”

“쟤들이 우리를 살려줄까?”

“자르달이 저기에 있는 걸 보면 아닐 거 같은데요.”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들이 받은 의뢰 내용 가운데 하나는 가능하면 자르달의 신변도 보호라는 조항이 있으나 이래서야 그런 조항은 무의미하다. 사정을 잘 모르는 자르달에게 있어서 자신들은 그때 저들만 내뺀 얌생이들이라고 해도 좋다.


그런 상황에서 항복? 자르달이 자신들을 좋게 보고 있지 않은데 썩 좋은 판단은 아니다. 거기에 자르달이 저들에게 그만한 발언권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저 새끼, 저 혼자만 어떻게 하겠다고 혼자 있는 거 같은데.’


자르달이 생각하는 바를 금세 짚어낸 리발은 고심했다.


도망은 이미 시도했지만 불가능하다. 항복은 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이러면 그가 고를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에이씨. 저 자식이 부하들하고 같이 들고일어나지 않은 게 다행인가?”

“그랬으면 여기 아비톨람 사람으로 보이는 저분 같은 분이 더 많이, 더 확실하게 무장하고 있을 테니 그쪽이 더 좋아 보이는 건 제 착각일까요?”

“......”


렉스의 말에 리발은 잠시 입을 닫고 그 상황을 머리에 그려보았다. 어떨지 확실하게 판단을 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이거 하나는 확실해 보였다.


‘우리가 몸을 빼기에는 그게 더 나았겠네. 의미 없는 일이지만.’


그러나 일어나지 않은 가정은 따져도 무의미하다. 당연한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린 리발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아그작


“으, 이건 먹을 때마다 진짜 싫어.”

“혀, 형님?”

“방법 셋. 일단 싸우고 기회를 바서 내뺀다.”


리발은 그렇게 말하더니 약효가 몸에 도는 걸 느끼며 목을 좌우로 꺾으로 준비했다. 이윽고 그가 가장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상태임을 확인한 리발은 곧 발을 굴렀다.


“렉스, 알아서 몸 사려라!”

“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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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7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4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4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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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0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4 4 12쪽
53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8 3 12쪽
»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4 4 12쪽
51 4장 시작의 땅(10) 22.05.03 65 3 13쪽
50 4장 시작의 땅(9) 22.05.02 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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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장 시작의 땅(7) 22.04.30 62 3 12쪽
47 4장 시작의 땅(6) 22.04.29 72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1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2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1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6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40 3장 노병의 찬가(13) 22.04.22 82 3 12쪽
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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