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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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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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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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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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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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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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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4장 시작의 땅(10)

DUMMY

까앙!


‘빌어먹을!’


날아드는 검을 쳐내며 케르뷜은 눈살을 찌푸렸다.


‘점점 빨라지고 정확해지고 있다.’


무언지 모를 존재, 대충 복제 마수라고 부르기로 한 그것은 한번 몸이 흩어질 때마다 자신을 더 제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빠르고 강하고 정확해진다.


‘대치가 최선인데.....제길!’


부우웅


허공을 가르는 묵직한 소리에 곁눈질로 날아오는 바위를 확인한 케르뷜 재빨리 몸을 날렸다.


쾅!


성벽에 맞은 바위는 그대로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들도 몰랐던 아비톨람 요새의 튼튼함에 감사하기도 잠시, 케르뷜은 곧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복제 마수를 보고 다시 몸을 굴렸다.


부우웅


검은 피했으나 이어서 다시 요새를 향해 날아드는 바위덩이를 눈으로 본 케르뷜은 쉴틈도 없이 몸을 움직였다.


“허억, 허억.”


콰득


이번에는 조금 운이 없었는지 성벽 위에 걸치듯 떨어진 바위가 요새 성곽 일부를 깎아냈다. 동시에 깎여 부서지는 성벽 돌무더기 사이로 형상이 일그러진 복제 마수가 보였다.


성벽을 노린 바위 투척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뭉개진 듯한 모습에 누가 보아도 이제 그 마수는 끝이었다. 그러나 케르뷜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더욱 경계하며 검을 바로잡았다.


그 경계심에 응하듯 무언가 길쭉한 검은 연기와 같은 게 쭈욱 올라오더니 그대로 케르뷜의 앞에서 형체를 이루었다.


캉!


“제길, 또냐!”



바위 투척에 휘말려서 마수가 뭉개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때, 그때라고 해봐야 바로 조금 전이지만 케르뷜은 진짜 죽을 뻔했다.


정말로 죽었거니 여기며 긴장을 푼 순간 재생하며 달려든 복제 마수의 검에 베인 어깨가 저릿하다. 베였다고 하기엔 그 살갗은 멀쩡했으나 그 물리적, 정신적 충격은 여전히 그를 누르고 있었다.


“또 빨라졌나.”


검을 막아내며 한층 더 정교하고 강해진 복제 마수를 보며 케르뷜은 조금씩 절망에 마음이 잠식되는 걸 느꼈다.


그동안 그들을 승리로 이끌었던 이적이, 불이 그들에게 승리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점은 실로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직은 그를 포함해서 누구 하나 죽지 않았으니까.


물론 그와 이 주변에 한정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케르뷜은 믿고 싶었다.


자신의 동료들은 그만큼 대단한 녀석들이라고.


그러나 만약 이런 식으로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달려들고, 죽어서 강해지고 하면 그때도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자문하면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해서 부정적인 방향의 대답 말고는 나오지 않았다.


“개문!”

“뭐?”


들려온 고함에 케르뷜은 크게 당황했다. 이 상황에서 문을 연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방책이었다.


‘설마 요새를 버릴 생각인가?’


그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케르뷜은 그렇게 하길 원치 않았다. 아무리 답이 없고 힘들다고 하더라도 이곳은 그들의 요새, 그들이 사는 집이다.


무엇보다도, 요새 안쪽에 있는 가족들은 어쩌란 말인가.


드드드득

그그긍


케르뷜이 생각할 시간 따위 없다는 듯 바깥문이 올라가며 안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악


동시에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낯설지만 아주 낯선 것은 아닌 느낌에 케르뷜은 다가오는 복제 마수를 몸으로 들이받아 밀어내곤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강철 신전병대, 출진!”


출진. 그 말에 케르뷜은 두 가지 의미에서 놀랐다.


하나는 저 멀리 보이는 거인들을 상대하러 나가는 용감한 혹은 정신 나간 이들이 있다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그들의 숫자는 십여 명에 불과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의 놀람 따위 개의치 않고 그들은 곧장 말을 달려서 요새 바깥에 있는 거인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



“우리만으로 충분할까요?”

“믿음을 가지세요. 당신들이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말을 달리고 곧장 제대로 된 초전이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생겼는지 호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물음에 아레타는 흔들림 없이 말하며 이적을 더욱 강하게 일으켰다.


‘느껴진다.’


멀리서는 잘 몰랐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검은 연기의 짙은 부분이 거암 마수들에게서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걸 하나 더 느낄 수 있었다.


‘지면에 이렇게 많다고? 아!’


거암 마수가 전신에 검은 연기를 퍼트리고 한군데에 짙은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이 약점이었듯, 아비톨람 요새에서 저들에게 향하는 길 아래, 지면에 이어져있는 검은 연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거암 마수들이 돌을 던지는 건너편, 무언가 강한 기색이 있었다.


백색 교단의 비보와 같은, 그러나 그것과 다른 무언가가 따로 있었다.


‘저거다. 저걸 치면 요새 내부의 적도 끝이야.’


마티언이 말했던 것이 저게 분명하다 확신한 아레타는 곧 철봉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말 옆구리를 찼다.


곧 그의 신호에 따라 말은 한층 더 속력을 올렸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거암 마수를 본 아레타는 곧 그의 머리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며 씩 웃었다.


“어림없다!”



곧장 말 등에 오른 후 허공으로 뛰어오른 아레타는 그대로 날아든 바위를 철봉으로 쳐냈다.


고작 철봉 하나, 사람 하나가 어찌하기에는 바위는 너무 컸기에 그 행동은 어리석어 보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벌어진 일은 상식과 정반대였다.


파각!


바위의 일부가 부스러진다 싶더니 그대로 날아온 방향으로 되돌아간 바위는 거암 마수에게 직격하고 그대로 지면으로 굴러내렸다. 곧 말 등에 착지한 아레타는 몸을 낮추며 상황을 살폈다.


‘거암 마수 셋, 사람 둘, 비보 하나, 뭔지 모를 덩어리 하나.’


이적이 강화한 힘과 감각이 그에게 모든 걸 알려주었다. 가장 우선할 건 뭔지 모를 덩어리, 요새에서 일어나는 일의 근원 되는 존재였다.


“바로 처리해주마!”



***



“저게 사람이냐! 막아!”

“전보다 더 강해진 거 같은데?”


거암 마수가 날린 바위를 역으로 돌려보내는 기예를 보고 기가 막힌 테펠리움은 지금껏 보이던 여유를 집어치우고 세 거암 마수를 모두 아레타가 있는 방향으로 보냈다.


반면 팔레삭은 본인 일이 아니라는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레타의 힘을 가늠하며 관찰하고 있었다.


‘이 새끼가.’


마하난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어깨에 환통이 느껴졌다. 그런 와중에 팔레삭이 저는 상관없다는 듯 구니 절로 열이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불만을 토한다고 해서 듣는 척도 하지 않을 게 분명했기에 테펠리움은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비보를 잡았다.


쿠구궁


“빌어먹을, 벌써 하나 당했어?”


미처 무언가 하기도 전에 세 거암 마수 가운데 하나가 더는 형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면으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테렐리움은 곧장 비보에서 힘을 끌어냈다.


“도와주랴? 전에도 시간 끌기에 실패했었지.”

“필요 없다!”


선심쓰듯 말하는 팔레삭에게 고함친 테펠리움은 곧장 이글거리는 눈으로 두 번째 거암 마수를 향해 몸을 날리는 아레타를 노려보았다.


“그때와는 다를 거다.”



***



“훌륭하군.”


거추장스러운 수호자 가운데 하나가 요새 바깥으로 나간 사실에 흡족함을 느낀 듯 퀜달렌은 만족감을 담아서 중얼거렸다.


“퀜달렌님, 녀석에게 지령을 내렸습니다. 곧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가.”


토렌의 말에 퀜달렌은 덤덤한 듯 말했으나 내심은 점차 벅차올라서 기다리기 힘들었다. 수백 년을 넘게 기다렸다. 그러고 고작 몇 분, 수십 분을 참지 못하겠느냐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기다렸기에 오히려 성취가 눈앞에 보이니 더는 참기 힘들었다.


‘곧, 이제 곧이다.’


퀜달렌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 추가된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



불빛이라고는 작은 창을 통해 복도 등불이나 간신히 들어오는 감방에서 슬그머니 눈을 뜬 자르달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다 자나?’


한순간 같이 끌려온 부하들 가운데 믿을 만한 이 몇몇을 깨워서 함께 할까 싶었지만 자르달은 그 생각을 곧장 머리에서 털어냈다.


‘잘 되면 내 탓, 안 되도 내 탓이지.’


만약을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간 자르달은 주머니에서 검은 철사를 하나 꺼냈다.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철사를 문 잠금쇠에 끼워 넣으니 철사가 몇 번 떨린다 싶더니 곧 조용히 잠금장치가 열렸다.


‘아무도 없겠지?’


눈알을 굴리며 복도를 살핀 자르달은 몸이 나갈 수 있을 정도로만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바깥으로 나온 그는 재빨리 좌우를 살피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문을 닫았다.


“휴.”


쉬싯


그에게 독촉하듯 뱀 혓바닥이 허공을 핥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자르달은 안색을 굳히더니 곧 걸음을 옮겼다.


이제 가서 한 가지 일만 더하면 그의 일은 끝이다. 그 일을 하기에 적당한 장소도 눈여겨보았으니 가서 간단한 일만 하면 된다.


“간다.”


나직이 중얼거린 자르달은 각오를 다지며 조심스럽게, 매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이미 늦은 시간, 감독관도 대다수 잠들어 순찰도 가장 적은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혹시 모를 일이니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제발, 신이시여.’


긴장을 풀기 위해, 성공을 위해 자르달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헌데 그 대상이 그가 평상시 찾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고, 당장 그 대적자들을 도우려는 그가 찾기에는 어딘가 부적절하게 느껴지는 신이라는 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저기만 돌면 돼.’


복도를 조심스럽게 돌아 모퉁이를 본 순간, 자르달은 순간 안심했다. 그러나 모퉁이를 돌자마자 보인 사람의 얼굴에 자르달은 그게 누군지 확인하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으, 으아악!”

“우왁!?”

“으헉!?”


글렀다,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뒤로 움직여서 전투 태세를 취하려던 순간, 자르달은 그와 마주친 이들이 감독관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뿐 아니라, 상당히 눈에 익은 이들이라는 것 역시 알았다. 그러나 왜 여기에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자르달은 바보 같은 태도로 멍하니 물었다.


“리발?”

“자르달?”


상대 역시 자르달을 알아보았는지 목소리를 낮추며 확인하듯 물었다. 그에 자르달은 자신이, 그리고 눈앞에 있는 망할 놈이 저지른 일을 깨닫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젠장.”


삐이익-


“거기 누구냐!”


바로 호각을 불며 달려오는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자르달은 그게 감독관, 그것도 자신을 못마땅하게 보던 주블랑이라는 감독관의 목소리라는 걸 알고 바로 발을 움직였다.


“비켜!”

“어엇?”

“혀, 형님?”


리발을 제치니 렉스가 그를 도우려는 듯 손을 내밀며 옆으로 움직였다. 덕분에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길이 훤히 뚫리자 자르달은 앞뒤 따지지 않고 달렸다.


“거기 서! 아니, 당신들은 또 누구야?”


불행 중 다행으로 주블랑 감독관은 그를 쫓다 말고 리발과 렉스에 관심을 가진 듯 했다.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곧 눈여겨보았던 장소, 광산 작업장 공터로 향한 그는 곧장 검은 철사로 땅에 원을 그렸다.


“빨리, 빨리, 빨리!”


원을 그릴 때까지는 그래도 나았지만 거기에 더해서 미리 전해 들은 문구와 문양을 새기려는 손이 덜덜 떨렸다.


이윽고 자르달이 마지막 문양을 새기자 사람 서넛은 충분히 들어갈 원이 곧 생명을 얻은 듯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제가 할 일을 다 했다는 걸 안 자르달은 부리나케 달려서 근처 바위에 숨었다.



***



“죄수! 당장, 이게 무슨?”


리발과 렉스라는 이들을 보고 당황하긴 했으나 수갑이나 그런 게 없었던지라 제컬티안에게 들었던 손님들이라 여긴 주블랑은 그들을 뒤로하고 곧 자르달을 쫓았다.


성이 난 목소리로 자르달을 찾아 한달음에 달려온 그는 일렁이며 생명력을 보이는 검은 원을 발견하고 당황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나 심상치 않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곧 그 심상치 않음은 그 정체를 드러냈다.


“아, 드디어. 수고가 많았다.”


검은 원이 일렁이며 위로 솟는다 싶더니 다시 내려온 자리에는 사람 여럿이 있었다. 그 가운데 나이 지긋한 이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바위에 숨은 자르달을 향해 치하하고는 곧 주변을 보더니 씩 웃으며 주블랑을 보았다.


“흐, 이거 귀찮은 게 하나 있군. 미안하지만 상대해줄 여유가 없어서 말이야. 토렌, 알아서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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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5장 내부의 적 (7) 22.05.26 61 3 13쪽
65 5장 내부의 적 (6) 22.05.24 53 3 11쪽
64 5장 내부의 적 (5) 22.05.23 53 3 12쪽
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8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5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5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59 4장 시작의 땅(18) 22.05.14 54 4 13쪽
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1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5 4 12쪽
53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8 3 12쪽
52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4 4 12쪽
» 4장 시작의 땅(10) 22.05.03 66 3 13쪽
50 4장 시작의 땅(9) 22.05.02 87 3 12쪽
49 4장 시작의 땅(8) 22.05.01 63 3 11쪽
48 4장 시작의 땅(7) 22.04.30 63 3 12쪽
47 4장 시작의 땅(6) 22.04.29 73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2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3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2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7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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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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