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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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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468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5.02 21:05
조회
86
추천
3
글자
12쪽

4장 시작의 땅(9)

DUMMY

“이, 이게 대체!?”


급히 지상으로 올라온 제컬티안이 가장 먼저 목격한 건 무엇인지 정체 모를 존재들에게 습격당하고 있는 아비톨람 기사들이었다.


까앙

카각


“빌어먹을, 이거 왜 안 죽어!”

“이 새끼는 왜 또 나랑 같은 창으로 지랄이야!”


당황도 잠시, 곧 육각 첨단이 달린 철봉을 빼어든 제컬티안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몇 가지 깨달았다.


하나, 생각보다 많은 수가 요새에 들어온 건 아니다.


얼추 눈으로 보기에 아비톨람 기사들과 같은 수, 혹은 그보다 못한 숫자인 거 같았다.


눈으로 대충 이 부근만 살폈기에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으나 멀리 보이는 이들은 물론이고 성벽 위쪽에서도 소동이 있을지언정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요새 내부에서 나타난 적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을 뿐, 분명 적은 그들보다 많지 않다.


‘쓰러뜨리기만 하면 이쪽이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 하나라도 그렇게 하면 돼.’


푸스슥


깨달은 사실을 바탕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기다렸다는 듯 제컬티안 바로 근처에서 형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형상을 갖춘 존재는 곧 그에게 육각 첨단이 달린 철봉을 내밀었다.


‘역시 그런가.’


그가 깨달은 다른 사실 하나, 그들이 상대하는 이들은 모두 같은 무기를 들고 있다.


“복사인가? 아니면 도플갱어? 어느 쪽이든 곤란하군.”


말은 곤란하다고 했으나 그 내심은 전혀 그렇지 않고 자신감이 넘쳤다. 제컬티안은 몸에 깃드는 불꽃의 이적을 느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금방 정리해주마.”



***



“빌어먹을.”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도 잠시, 제컬티안은 금세 자신이 한 말이 턱도 없는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죽지 않아.’


마티언 보좌 및 지휘관이라는 직함이 있으니 전장에서 직접 적을 상대할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역시 활을 쏘기도 해보았을 정도로 이적과 마수에 대한 경험이 있기는 했다. 헌데 지금 벌어지는 건 그간 경험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었다.


터엉


“제길, 이래서야......”


이쪽이 먼저 지치고 쓰러진다.


차마 입으로 내지 못한 말을 억지로 삼킨 그는 곧 고개를 돌려서 마티언이 있을 곳으로 생각되는 곳을 보았다.


생각보다 힘든 상황을 깨닫고 무의식중에 본 것이었는데, 이는 큰 실수였다.


쐐액


“이런!”


빠르게 다가오는 철봉 첨단의 날카로움을 보며 제컬티안은 선택해야했다.


막던가, 피하든가.


‘피하기에는 늦었어!’


지능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따라 하다 우연히 얻어걸린 건지는 모르나 적의 무기는 그의 복부를 향하고 있었다.


머리에 비하면 그리 치명적이지 않을지도 모르나, 다른 점에서 불리한 점이 있었다.


바로 면적이라는 불리함이.


머리라면 반사신경으로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로 모르나, 몸은 면적이 너무 넓다. 몸을 틀어서 피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이제 그는 두 번째 선택을 해야했다.


어디로 맞을지, 혹은 어디로 막을지.


빠르게 돌아간 그의 머리는 곧 대답을 도출해냈다.


사람과 사람의 대전, 혹은 적에게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면 모를까 상대는 그런 궤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다면 장기전을 생각해야 한다.


‘팔 하나, 아니면 허리.’


한쪽 손으로 허리부터 복부를 감싸고 최대한 몸을 틀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철봉을 휘둘러서 다가오는 날붙이를 비껴나가게 하려고 시도했다.


까앙!

그득


“큽!”


팔이 긁혔다고 느끼며 고통이 그에게 시도가 온전히 성공하지 못했음을 알렸다. 그러나 귀는 그에게 무언가 다른 걸 알렸다. 살갗이 잘리거나 찣기는 소리가 아니라 가죽 갑옷에 긁힌 것과 비슷한 소리에 제컬티안은 저도 모르게 고통이 느껴지는 팔을 보았다.


“멀쩡해? 아, 강철의 이적!”



***



“이적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레타는 자신에게 이적을 나눠 받은 이들과 연결이 어중간한 걸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렇겠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마티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저었다. 그들의 앞에서 형상이 되려던 존재들이 일거에 잿더미가 되며 스러졌다. 그러나 이내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형상이 생성되려하자 마티언은 미간을 찌푸리며 걸음에 속도를 더했다.


“아무래도 이거, 본체가 아닌 거 같은데.”

“본체가 아니다? 아니, 그보다 그렇겠다뇨?”

“이적에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하고 멀쩡할 마수는 없어. 저들이 그리 찾는 그 존재라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지금은 그대가 직접 이적을 뿌리고 있지 않나. 내가 중계한 것도 아니고, 장소도 소 예배당이 아니니 당연히 제대로 전해질 리가 없지.”


무언가 묻고 싶은 단어가 여럿 나왔다. 그러나 질문을 한번에 하기에는 머리가 복잡했던 탓인지 아레타는 가장 마지막에 들은 걸 우선해서 물었다.


“소 예배당?”

“그대와 내가 있던 그 방. 혹시 내 방인 줄 알았나? 미안하지만 난 거기서 안 자.”


마티언의 말에 아레타는 그가 이적을 중계해서 나누기 위해 찾아갔던 장소를 떠올렸다. 지금 생각하니 확실히 책상과 의자 몇몇을 제외하고는 개인 물품이나 침구라고 할 게 하나도 없었다.


쿠우웅


“투석기?”


속히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요새 성곽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굉음과 함께 흔들리는 요새 벽을 보며 마티언은 곤란한 얼굴로 말을 읊조렸다. 그러나 이내에 성벽에 오른 그는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거암 마수.”

“세 체, 귀찮은 적이 늘었군요.”

“그렇지. 헌데......”


아레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가늘게 뜬 마티언은 곧 무언갈 깨달은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기로군.”

“저기? 적이 있는 곳 말입니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 분신 마수의 실체가 저곳에 있다는 말이네. 아니지, 실체가 아니라 본체라고 해야 맞겠군. 이렇게 보니 확실히 알겠어.”


마티언의 말에 아레타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으나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경험은 물론이고 이적을 제대로 나누고 있는 이들의 숫자 차이가 상당하다.


이미 아레타가 마하난 평원에서 경험했듯 수호자 본인의 강함과 별개로 감지력은 이런 면에서 차이가 크다.


“헌데 문제가 있군.”

“문제요?”

“둘 다 나가면 쉽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거지.”


정확하게 상황을 꿰뚫는 말이었다. 백색 교단이 순수하게 힘으로 이 요새를 함락하고 시작의 방에 들어간다니, 바보 같은 말이다.


“나누지. 한 사람은 안쪽, 한 사람은 바깥족.”


타당한 제안이자 그럴듯한 말이었으나 아레타는 멀찍이서 다시 돌을 던질 준비를 하는 거암 마수를 보며 걱정을 내비쳤다.


“허나 나누면 두 이적을 함께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생길 겁니다.”


이적의 범위는 굉장히 넓다. 그러나 저 멀리 간 후에도 여전히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묻는다면 아리송했다.


“잘 모르는군.”

“예?”

“스스로를 믿게. 이적은 언제든 그 믿음에 응하지. 그러니 정하게. 어디로 가겠나? 바깥? 안? 후배에게 선택권을 양보하지.”

“어, 그러니까......”


이게 좋은 일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고심하던 아레타는 이윽고 고민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


“바깥으로 가겠습니다.”

“좋아. 정문을 열지. 자네 휘하 친구들과 함께 가게.”

“괜찮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문은 이미 의미가 없어. 우리라도 편하게 하는 게 낫지. 서두르게. 굳이 벽 타지 말고.”

“알겠습니다.”


이제 더 말은 필요 없다. 이제 필요한 건 오직 행동 뿐.


아레타는 곧 고개를 돌려서 잠자코 이곳까지 동행한 호붼을 돌아보았다. 말은 없었으나 그 눈에 담긴 열망을 보니 무슨 심정인지 묻지 않아도 알 거 같았다.


“호붼 대장, 신전병들을 요새 정문으로 소집하세요. 우리는 나가서 적을 토벌합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말씀하십쇼.”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크흠, 알겠습니다.”


호붼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곧 몸을 움직였다. 이어서 아레타와 마티언 역시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무운을, 선배님.”

“흐, 그런 건 자네가 더 필요할 거야. 내 말은 결국 십 수명으로 적 본체를 치라는 소리니까.”

“그렇습니까? 전 대단히 큰 미끼를 무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레타가 덤덤하게 그리 말하니 마티언은 가만히 그를 보다가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허, 제법이군. 죽지 말게.”

“물론입니다. 선배님도요.”



***



“뭔가 심상치 않은데요.”

“흐음.”


창에 바짝 붙어서 바깥을 살피던 렉스의 말에 리발은 턱을 쓰다듬었다.


‘좀 늦었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바깥이지만 소란스러움은 충분히 두 사람에게 무언가 벌어졌음을 알기엔 충분했다. 동시에 이 소란스러움 속에서 자르달이, 아니면 그에게 제안했다는 그 ‘백색 교단의 노인’이 움직일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 리발을 고민하는 점은 하나, 여기서 움직이는 게 조합의 의뢰를 달성하는 데 맞아들어가는 일인가 하는 점이었다.


수상한 녀석들에서 한번 믿어는 본다로 바뀐 게 조금 전이다. 그런데 괜히 움직여서 더 평가가 낮아지면 기껏 합의한 내용이 무산될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고 보는 것도 어쩐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에이.”

“그냥 넘겨요?”


모르겠다는 듯 몸을 침상에 누이는 리발을 본 렉스는 별생각 없이 그리 물었다. 그에 리발은 귀찮다는 듯 아예 고개도 돌리며 대답했다.


“그게 낫지 않겠냐?”

“저야 모르죠. 형님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에휴.”


렉스의 말에 리발은 한숨을 내쉬며 도로 몸을 일으켰다. 무작정 자신에게 모든 판단을 맡기는 건 아니지만 종종 이렇게 하는 말이 참 감정을 건드린다.


“공적으로는 괜찮은데, 사적으로는 아니다. 그러면 어쩔 건데?”

“공적으로? 사적으로?”

“뭘 딱히 안해도 의뢰는 끝이야. 저-.”


조금 전에 보았던 아레타와 마티언을 칭하려다가 그들의 직책이 뭔지 잘 모른다는 걸 깨달은 리발은 머리를 벅벅 긁고 대충 말을 붙였다.


“-높은 사람들에게 대답은 받았잖냐. 다른 곳이라면 모르겠는데, 신전 소속 놈들이 허언은 안 하지. 아예 말을 돌리거나 하지 않으면 몰라도 말하면 지켜.”

“그건 저도 압니다만.”

“그러니 조합이 내민 의뢰 최저한은 달성했다. 조합에는 문제없어. 이제 남은 건 자르달 놈을 살리려고 움직여볼지, 아니면 그냥 버릴지지.”

“버리는 거야 알겠는데, 위험을 무릎쓰며 살리려고 들 이유가 있나요?”

“그렇지? 그래서 그냥 모른 척 하려고. 자, 이걸로 이야기는 끝. 다 끝날 때까지 쉬자.”


반색하며 저 혼자 결론을 내린 리발은 곧장 누워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이어서 들린 말에 그는 곧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저,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요.”

“뭔데.”

“만약 자르달이 하는 일이 치명적이면 어떻게 됩니까?”

“......제길.”


억지로 눈을 돌리고 있던 가능성을 렉스가 언급하니 더 눈을 돌릴 수 없게 된 그는 손을 들었다.


“야.”

“네?”

“풀 수 있지?”

“그거야 뭐.”


철그럭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렉스는 곧장 제 손에 있던 쇠사슬 수갑을 풀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편해진 손으로 리발에게 다가간 렉스는 곧 그의 수갑도 풀어주고 물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이리저리 푼 리발은 품에서 고이 숨겨둔 육포를 꺼내어 질겅질겅 씹어 삼키고 말을 이었다.


“늦기 전에 가서 확인해야지.”


작가의말

연재 일시를 변경합니다.

본래 매일 연재를 목표로 달려왔지만 힘이 부쳐서 그러기 힘들 거 같습니다.


화/목/금/토/일 5일 연재로 변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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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5장 내부의 적 (6) 22.05.24 53 3 11쪽
64 5장 내부의 적 (5) 22.05.23 53 3 12쪽
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8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5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4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59 4장 시작의 땅(18) 22.05.14 54 4 13쪽
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1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5 4 12쪽
53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8 3 12쪽
52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4 4 12쪽
51 4장 시작의 땅(10) 22.05.03 65 3 13쪽
» 4장 시작의 땅(9) 22.05.02 87 3 12쪽
49 4장 시작의 땅(8) 22.05.01 63 3 11쪽
48 4장 시작의 땅(7) 22.04.30 62 3 12쪽
47 4장 시작의 땅(6) 22.04.29 73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2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3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1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7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40 3장 노병의 찬가(13) 22.04.22 82 3 12쪽
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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