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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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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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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43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5.12 21:05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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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4장 시작의 땅(16)

DUMMY

뱀 마수를 타고 약속한 장소로 내달린 팔레삭은 무사히 도착해서 주변을 살폈다.


멀리서 아직은 분투하고 있는 그림자 마수를 확인한 그는 곧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곧장 테펠리움이 못마땅한 얼굴로 딴지를 걸었다.


“죽어라 내뺀 게 아주 자랑스럽나 보지?”

“목적은 달성했으니 훌륭하지. 아직 시간도 끌어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러워해도 될 거 같은데.”


덤덤한 말투였으나 테펠리움은 어쩐지 그 말이 자신을 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 기분을 확인할 새도 없다는 듯 그들의 눈앞에서 허공이 일렁이더니 검은 연기가 뭉치기 시작했다.


“퀜달렌님.”


검은 연기가 걷히자 곧 모습을 드러낸 퀜달렌을 향해 팔레삭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테펠리움 역시 그를 따라서 숙이긴 했으나 슬쩍 눈을 들어서 옆에 있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사람들이라고 하기 어려운 존재들을 보았다.


‘역겨워.’


숯덩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움직이는 그 모습에 테펠리움은 눈살을 찌푸렸다.


교단에서 하급은 저런 인생이다. 저렇게 소모되기 전에 재능을 드러내 보인 것은 좋았으나, 저번도 오늘도 그는 미끼로 이용당했다.


차이가 있다면 저번에는 몰랐고 이번에는 알았다는 것뿐이다.


‘저렇게 되기 전에......’

“테펠리움.”

“예, 예!”


내심 다른 속내를 꾸미던 그에게 퀜달렌의 부름이 들렸다. 그 목소리에 테펠리움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드니 퀜달렌이 무심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서, 설마......’

“일을 좀 해줘야겠다.”

“어떤 일을 이르심인지?”


다행이도 퀜달렌은 그의 속내를 꿰뚫어본 게 아닌 거 같았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퀜달렌에 테펠리움은 내심 안도했다.


“마수 군단이 필요하다.”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일, 그 일을 하라는 말은 아직은 그를 처분할 생각이 없다는 말과 같았기에 테펠리움은 한결 편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적당한 숫자라면 굳이 자신에게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걸 테펠리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고작 수십 개체, 팔레삭이 아니라 저기 있는 숯덩이들을 시켜도 한다.


그렇지만 굳이 그를 지명했다는 건 그 이상으로 방대한 숫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


“대신전이 있는 수도를 덮을 정도로 많이.”

“예, 알겠습, 예!?”


퀜달렌의 말에 테펠리움은 그러겠다고 순순히 대답하다가 그가 무어라 했는지 뒤늦게 깨닫고 기겁했다.


“사기라면 주겠다. 비보를 내밀어라.”


테펠리움의 놀람에도 개의치 않는 듯 말한 퀜달렌은 곧 검은 이빨을 내밀었다.


“오오, 그것이.....”


퀜달렌이 내민 것을 본 팔레삭은 곧 감격에 겨웠는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테펠리움은 그런 것보다 그 안에 넘실거리는 끝 모를 사기를 감지하고 탐심을 품었다.


‘이것이 태초의 비보?’


무엇인지 모르진 않았던 물체를 마주한 테렐리움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걸 느끼며 애써 침착하게 마하난의 비보를 꺼내 들었다.


우우웅


동질감을 품은 듯 공명하기 시작한 마하난의 비보에 곧 사기가 끝을 모르고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테펠리움은 확신했다.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사기를 담을 수 있는 마하난의 비보는 분명 강력하다. 그러나 그 강력함은 무한에 가까운, 아니 무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태초의 비보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것이 진정한 원본.’


문헌으로 읽은 적이 있다. 모든 비보는 태초의 비보를 모방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마하난의 비보를 손에 넣었을 때, 그는 그게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태초의 비보에 비하면 복제품은 복제품에 불과하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이윽고 마하난의 비보에 처음 그것을 얻었을 때에 비하자면 족히 세 배는 될 사기가 담겼으나 태초의 비보에서 느껴지는 사기는 여전히 줄지 않았다.


“서둘러 준비하겠습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테펠리움의 말에 퀜달렌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아비톨람 요새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정확히 요새가 아니라 그 아래, 그가 남겨두고 온 마수 기사가 있는 곳이었다.


이어서 손에 든 검은 이빨 한가운데 있는 둥근 홈을 본 그는 차가운 눈으로 다시 시선을 돌려서 그가 가야 할 곳을 바라보았다.


“나도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



“허억, 허억.”


마티언은 간신히 눕힌 수인을 보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런 게 있었다고?”


전에는 없었다. 그전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전이라면 잘 모른다.


스스슷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마티언은 그제야 정말로 이걸 제압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개대가리라고 비하하며 달려들긴 했으나 그 힘은 실로 놀라웠다.


불길을 내뿜으면 그대로 기민하게 피하고, 자신이 틈을 보이면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서 상처를 낸다. 그마저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대로 물러난다.


그렇게 수십 합을 반복하니 마티언의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으나 수인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설령 이적으로 치더라도 기존 마수와 달리 한 번에 죽지 않았다. 기껏 살을 내어주고 뼈를 깎는다는 심정으로 빈틈을 보여 유도하고 머리를 부수었건만 다시 재생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제길, 나이 든 몸에 이런 건 이제 힘들어.”


다행히 아주 타격이 없지는 않았는지 머리를 부순 후에는 기민함과 힘이 크게 줄었다. 덕분에 여러 차례 자잘한 공격도 잘 맞추었고, 이어서 합세한 감독관들의 도움도 있어서 마지막은 수월하게 놈의 머리를 부술 수 있었다.


그래도 무려 세 번이나 머리를 부숴야 했고, 몸통에 대한 공격은 그저 일반적인 공격을 대하듯 재생했다. 이적 없이 동물 마수를 상대할 때 정도로 급격한 재생은 아니나 분명히 재생하는 건 확실했다.


“이런 골치 아픈 것들이 앞으로 얼마나 나올 수 있는 거지?”


분명 이건 특수한 개체다. 그리고 그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았다.


이 방에 있던 모든 검은 연기를 소모해서 한 체, 마티언의 경험으로 보건대 이는 적은 양이 아니다.


‘그때 본 것에 비하자면 10분의 1도 되지 않아. 허나......’


반대로 말하면 저것 열이면 비등하다는 말.


마티언은 안색을 어둡게 하며 그들이 가지고 사라진 검은 이빨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마티언님,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니 눈에는 내 몸에 있는 상처가 안 보이냐. 젊은것들이 재깍재깍 달려와서 도울 것이지, 어디 그렇게 늦장이야.”


고심하던 마티언은 그를 걱정하는 주블랑의 말에 곧 핀잔을 던지며 몸을 돌렸다.


그의 말에 무안함과 송구함을 담은 얼굴로 고개를 숙인 주블랑을 보며 마티언은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수고했다. 이제 나가자.”

“나.....갑니까?”


나간다. 그 말에 주블랑은 오묘한 얼굴이 되었다. 그와 함께 있던 다른 감독관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정작 말을 꺼낸 이는 그게 무엇이 대수냐는 듯, 바로 걸음을 옮겼다.


“바깥에 한번 가본 적 없는 것처럼 굴지 말고 얼른들 따라와라.”



***



파사삭


“귀찮게스리.”


허공에서 더는 형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져가는 그림자 마수를 보며 아레타는 지친 얼굴로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촉수를 이용해 공격하는 건 솔직히 말해서 대수롭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숫자는 확실히 말해서 곤란 그 자체였다.


핵을 노리려고 해도 그 핵이 보이지 않는 상대였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싸움은 소모전이 되었고, 마침내 그림자 마수를 허공에 흩어버린 아레타는 그제야 그림자 마수가 어떤 마수였는지 깨달았다.


“설마 핵이 없는 군집체일 줄이야.”


촉수가 단말이며 본체, 본체라고 생각한 건 수많은 단말의 집합.


실로 군집형 마수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대였다.


“이걸 내가 대신전에서 배웠던가?”


가만히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생각나는 게 없었다. 아레타는 몰랐지만 그림자 마수는 지난 대전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마수였다. 그러니 그가 배운 기억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그걸 알 리가 없는 아레타는 자신이 잊어서 괜한 고생을 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알았으면 내가 지하로 갔을 텐데.”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상대인 줄 알았으면 면으로 다수를 상대하는 데 유리한 마티언이 오는 게 나았다, 그렇게 생각하던 아레타의 귀에 호붼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그도 상당히 고생한 듯 갑옷이 상당히 더러워진 상태였다.


마수들의 흔적이야 소멸해서 남지 않지만 이리저리 말을 타고 뛰어다니며 묻은 흙과 먼지는 별도였던 모양이었다.


“마수들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본래는 이곳을 정리하는 즉시 안쪽으로 도우러 갈 생각이었으나 조금 전까지 강렬하게 느껴지던 불꽃의 이적이 어느 순간 그 맹렬함을 보이지 않았다.


혹여 최악이라 할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았다.


‘그러면 알 수 있다고 했으니.’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고 아직 경험한 적도 없다. 하지만 대신전에서 배우길 수호자들은 그 가운데 누군가 죽으면 바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각성하는 이가 있으면 그도 느낄 수 있다고 들었다. 전자는 느끼지 않는 게 좋았으나 후자는 아직 알지 못한다는 게 참 아쉬웠다.


아직 수호자는 둘, 그게 전부라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마티언이 각성했을 때 알았다면 좋겠지만, 그는 예외적인 경우라 모른다.


사실상 각성은 그가 먼저 했고, 아레타가 각성함으로 인해 이적을 도로 다루게 된 것이니까.


“하아.”

‘이대로는 곤란해.’


그들은 강하나 분명히 한계는 있다. 무엇보다도, 마티언은 여기에 묶인 몸이라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 장소에서 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벌이면 감당하기 어렵다.


“더 많이 필요해.”

“그렇지요. 이번 일로 신전병대 완전 편성이 급하다는 건 저도 생각했습니다.”


아레타의 중얼거림에 호붼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았다. 아레타는 수호자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한 말이나 손이 더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그의 말도 틀리진 않았기에 딱히 수정하진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일 역시 중요했다. 마수가 많으면 그 홀로 막긴 힘들다. 이번에는 저들이 자신을 상대하는 일을 피하지 않았고, 저번에는 은퇴한 이들이라고 하나 수많은 신전병이 있었기에 괜찮았다.


하지만 자신이 여러 곳에 있을 수 없다는 약점은 여러 지역이 아니라 한 전장 내부에서도 충분히 통용되는 약점이었다.


“대신전에서 모든 일을 마쳤길 바라야......어라?”


피잉


호붼의 말에 긍정하며 말을 이으려던 찰나, 아레타는 그의 귓가를 맴도는 파공성을 들었다.


무엇인지 모르나 마치 바람이 세차게 지나간 거 같은 그 소리에 아레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서 바람이 온 곳을 찾았다.


“......수도?”


이유는 모르지만 알 거 같았다. 누군지 모르나 수도에서 자신에게 바람을 보냈다.


그리고 바람을 보낸 자는 그와 같은 이였다.


“설마 이게 그거?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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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5장 내부의 적 (7) 22.05.26 60 3 13쪽
65 5장 내부의 적 (6) 22.05.24 52 3 11쪽
64 5장 내부의 적 (5) 22.05.23 53 3 12쪽
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7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4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4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2 3 11쪽
59 4장 시작의 땅(18) 22.05.14 54 4 13쪽
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0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2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4 4 12쪽
53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8 3 12쪽
52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3 4 12쪽
51 4장 시작의 땅(10) 22.05.03 65 3 13쪽
50 4장 시작의 땅(9) 22.05.02 86 3 12쪽
49 4장 시작의 땅(8) 22.05.01 62 3 11쪽
48 4장 시작의 땅(7) 22.04.30 62 3 12쪽
47 4장 시작의 땅(6) 22.04.29 72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4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1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2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1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6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40 3장 노병의 찬가(13) 22.04.22 82 3 12쪽
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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