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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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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470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4.30 19:05
조회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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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4장 시작의 땅(7)

DUMMY

“괴물이라니, 나보다는 당신이 더 어울립니다.”


웃는 얼굴로 도로 앉은 아레타는 그렇게 말해준 후 렉스를 보았다.


“당신도 그렇고, 저 사람도 그렇고, 도적 주제에 의리가 있나 봅니다.”

“예?”


눈물을 찔끔 흘리며 감격하던 렉스는 아레타의 말에 바보같이 되물었으나 딱히 의미 없는 물음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예 다 팔아먹고 자기만 챙길 이가 아니라는 걸 아니 기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군요.”

“......당신, 성격 나쁘다는 이야기깨나 들었을 거 같은데.”

“필요하면 보이는 일면에 불과합니다. 이런 건 아마도 지금이 처음이 아닐까 싶고요.”

“허.”


리발이 혀를 내두르는 것과 반대로 아레타는 평온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수호자로서 약속하죠. 대신전에 당신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세운 공적을 인정하고, 선처를 요청하겠습니다.”

“보통 이럴 때는 화끈하게 안전 보장을 해주는 게 보통 아닌가?”

“신체적인 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죄에 대한 건 내 소관이 아닙니다.”


딱 잘라 하는 말에 리발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알려드리지. 대신 조합, 그리고 나와 렉스 녀석에게 백색 교단과 관련된 이적 행위 여부는 묻지 않는다.”

“거기에 적어도 신변 안전과 공과 여부에 따라 그대들에 대한 선처 요청이 더해집니다.”

“받아들이지.”


찰그락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 리발은 보란 듯 손을 들어 보이더니 씩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럼 이것부터 풀어주겠나? 저 자식이 이상한 짓하는 게 너무 신경 쓰여서.”

“형님!?”



***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전 괜찮은데요.”

“에라이.”


기대와 달리 리발과 렉스는 수갑을 풀지 못했다. 다만 창살이 있는 방에서 창살이 없는 방으로 옮겨지고 식사가 나왔을 뿐이다.


그걸 또 좋다고 받아먹고 있는 렉스를 보고 있자니 리발은 괜스레 부아가 치밀었으나, 그렇다고 기껏 받은 걸 엎을 정도로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맛있으면 형님도 드셔보라고 말을 해라 임마.”

“배부르신가 했죠.”

“......후우.”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유들거리는 렉스에게 당장이라도 한 방 먹여주고 싶었으나 괜한 짓으로 힘을 빼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심하던 리발은 고개를 흔들고 식사에 손을 댔다.


“여기요.”

“뭔데?”


자신에게 나온 음식 가운데 큼지막한 고기 한 덩이를 들어 건네는 모습에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으니 렉스가 답지 않게 초롱초롱하니 그렁그렁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형님이 절 그렇게 아껴주시는 줄 몰랐습니다.”

“아.”


그제야 이놈이 왜 그러는지 안 리발은 말없이 내민 고기를 받아 제 식사 위에 올렸다.


“네가 도와준 게 있으니까 그러는 거야.”

“그래도 감사합니다.”

“흰소리 말고 얼른 먹어. 아마도 내 생각이 맞다면-.”


똑똑


“-곧 그걸 시간이 없어질 테니까.”



***



“이 자입니다.”

“흐음, 누군가를 잡은 상태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헌데 어디서 본 적이 있는가? 어째 인상이 익숙하군.”


아레타와 함께 들어온 마티언은 리발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에 리발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난 신전에 아는 사람 없수다.”

“그런가.”


리발의 말에 마티언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딱히 친밀감이 들거나 하지 않는 걸 보니 개인적으로 가까운 건 확실히 아니었다.


“백색 교단에 대해 아는 게 있다고.”

“그렇소. 그냥 말할 생각이었는데, 저쪽 분이 같이 듣는 게 좋은 분이 있다고 하시길래 기다리는 중이었지.”

“과연.”


아레타를 가리키며 하는 말에 마티언은 고개를 주억이며 잠시 생각하더니 곧 물었다.


“대단한 이야기면 좋겠는데. 여기 이 친구는 물론이고, 나 역시 지금 매우 빠쁜 시기야.”

“뱃속의 벌레에 대한 이야기니 당연히 중요한 이야기지.”

“뱃속의 벌레라.”


사자도 뱃속의 벌레는 어쩌지 못한다. 심하면 맹수라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존재에 대한 언급에 마티언은 바로 짐작을 입에 담았다.


“죄수인가.”

“......그렇소.”

“어, 어떻게 압니까?”


리발은 잠시 대답이 늦었을 뿐 침착하게 대답했으나 렉스는 곧장 밑천이 털렸다는 생각에 기겁하며 물었다. 이 바보 같은 동생의 말에 리발은 머리가 아파지는 걸 느끼며 고개를 흔들었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이건 이 대화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간단하지. 아레타 이 친구라면 모르겠지만 이곳 아비톨람 기사들은 특별해. 그들은 절대 백색 교단과 손을 잡을 수 없는 이들이라네. 그러니 대상은 오직 죄수들에게 한정되지.”

“기사들의 가족은?”

“아비톨람 기사는 요새에 있는 모두를 이르는 말이네. 그래서 신전 기사라는 명칭도 사용치 않지.”

“그렇습니까?”


모르던 사실이 들려오자 아레타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에 마티언은 깜빡했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잘 모르겠군. 여기에 신전 기사라고 할 수 있는 건 나 하나, 아니 자네도 있으니 둘이군.”

“예?”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아레타는 두 눈을 끔벅였다. 신전 기사가 둘 뿐이라니, 요새에 즐비한 이들은 생각하면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곳 아비톨람 기사들은 신전 기사가 아니라 사실상 대를 이어 전해오는 신전병 집단에 가깝지.”

“뭐가 다릅니까?”

“다르지. 신전 기사는 기사단이나 임무 선택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처럼 거주지 이전 자유는 물론이고 원한다면 언제든 일을 그만둘 수 있지 않나.”

“......이들은 그럴 수 없군요.”


아레타는 마티언이 하고자 하는 말을 짚어내고는 안색을 흐렸다. 동시에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여기에 있는 이들은 기사이긴 하나 신전 기사는 아니란 이야기였고, 사실상 지위를 보장할 뿐 영원히 이곳에 묶인 신전병이다.


어쩌면 그보다 사정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아비톨람 아래에 있는 그 ‘시작의 방’이 사라지기라도 하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의무에 묶여있을 테니 말이다.


‘마하난에 있는 사람들도 은퇴를 했건만.’


이미 은퇴하고 마을을 꾸리고 가정을 꾸리고 여생을 살다가 그 얼마 남지 않는 여생을 들여 자신을 도와준 이들을 떠올리니 더욱 입맛이 썼다.


“화제를 돌리지. 그래, 어떤 놈이지?”

“말씀드리기 전에 하나. 죽일 거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

“......자르달이라고, 전에 나와 같이 그 옆에 계신 분을 습격하고 잡힌 녀석이 있소. 그 부하들과 함께 이곳으로 왔지.”

“자르달, 자르달이라.”

“그들입니까.”


리발에게 이름을 듣고 마티언은 그 이름을 잊지 않겠다는 듯 되뇌었고, 아레타는 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어떻게 알았나?”

“날카로우시군. 뭐, 그치들이 도움을 요청해서지.”

“그런데 배신한다고?”

“조합의 의지, 라는 말로 넘기진 않겠수. 그놈들을 살릴 방법이 내가 볼 때는 이거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호오.”

“그런 말은 지금 처음 듣습니다만.”


아레타는 자신이 간과했던 점을 깨닫고 불쾌한 얼굴을 했지만 리발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지금 처음 하지. 거래의 기본은 가장 중요한 걸 확보하고 그다음 여분을, 덜 중요한 걸 추가로 얻는 거야.”

“상인들이 하는 소리하고는 다르군요.”

“제길, 이득 보려고 하는 짓이랑 살려고 하는 짓이 같겠어?”



***



“이런 늦은 시각까지 자네도 고생이 많군.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으니 감사하지.”

“아닙니다.”


겸양하며 고개를 숙인 아레타는 문득 아직 자신이 이곳에 온 지 만 하루가 채 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비톨람 황야 진입에 리발과 렉스를 잡고 요새로 입성.


여기까지가 오전 중에 그가 겪은 일이다.


이후 요새에서 마티언과 인사하고 여러 가지를 들은 후 저녁 습격에 공동으로 대처. 이후 첫 번째 대신전에 대한 걸 듣고 방문한 것에 이어서 리발과 거래 및 그에 대한 심문까지.


시간을 확인하진 않았지만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는 건 확실하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은 하루가 일주일 같은 농도였네.’


용케도 이런 쉴 틈도 없는 일정을 잘도 소화하고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서 이러고도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는 몸 상태에 놀람이 들었다.


‘뭔가 나, 인간에서 조금 멀어진 기분인데.’


누군가 알았다면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냐고 할 정도로 싱거운 감상이었다.


이런 아레타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티언은 일 이야기를 계속 꺼냈다.


“진심으로 시작의 방을 노리는 건 확실하군. 일단 바로 조치하지.”


타당한 말에 아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레타는 급격히 다가오는 기분 나쁨을 느끼며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마티언 경!”

“나도 느끼고 있네. 아무래도 늦지 않았다에 불과했던 모양이야.”


요새 바깥쪽에서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규모로 거대한 검은 연기의 기색이 느껴졌다.


‘아니, 느낀 적이 있다. 이건 설마......’

“마하난 분지?”

“지금 뭐라고 했나?”


저번 성전의 종착지. 그 지명의 언급되자 마티언은 안색을 싹 바꾸며 물었다. 무서울 정도로 서늘함이 느껴지는 얼굴에 아레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마하난 분지에서 본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건......그래, 그렇군. 자네가 본 것과 비슷한 감각이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마하난 분지에서 벌어진 일을 듣고 얼추 짐작하긴 했는데, 정말 다행이군. 희생이 쓸모없지 않았다는 말이니.”


좋게 말한 마티언은 그렇게 말하며 예전 다른 동료들과 함께 마주했던 것보다 훨씬 약한 기색에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준비하게. 이게 내가 말한 그 공세 같으니.”


가슴을 펴고 어깨에 힘을 준 마티언은 수십 먹은 노인이라고 생각기 힘든 당당함과 기운이 담긴 자세로 꼿꼿이 허리를 피며 말을 덧붙였다.


“우리 역시 전장에 서야 할 때가 왔어.”



***



“새로운 팔의 감촉은 어떻지?”

“훌륭해. 놀라워.”

‘쳇, 아무래도 일렀던 모양이군.’


아레타에게 뜯겨졌던 오른팔에 대신하여 붙은 거 같은 검은 팔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한 테펠리움은 퀜달렌의 능력에 놀랐다.


비보를 손에 넣고 마하난 평원에 있는 사기를 얻었을 때, 테펠리움은 모든 걸 얻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별 이상한 놈에게 당한 후 이곳에 와서 잃어버린 자신의 팔을 대신할 것을 만들어준 퀜달렌의 힘을 보니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뼈저리게 알았다.


“퀜달렌님의 은혜에 감사해라.”

“물론이지.”


팔레삭의 말에 바로 대답하긴 했으나 내심으로는 입맛이 썼다. 그러나 그걸 티내기에는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러했다.


‘아낌없이 내게 다시 이걸 맡겼다. 더 대단한 무언갈 얻으러 왔다는 말이겠지.’


그 대단한 게 무엇인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테펠리움은 잘 몰랐다.


하지만 잠자코 숙이고 따르다 보면 이윽고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걸 안 순간, 그는 팔레삭은 물론이고 퀜달렌 역시 지금과 다른 기분으로 마주할 자신이 있었다.


“시작해.”

“아, 좋지. 밤, 밤이라는 환경은 또 다른 마수가 날뛰기 좋은 시간이거든.”


검은 팔과 사람의 팔, 양손을 움직여서 비보를 움켜쥔 테펠리움은 그 안에 가득 넘치는 사기를 느끼며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자,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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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8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5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4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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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1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5 4 12쪽
53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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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시작의 땅(7) 22.04.30 6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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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2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3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1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7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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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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