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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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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472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5.17 21:25
조회
54
추천
3
글자
11쪽

5장 내부의 적 (2)

DUMMY

“아.”


멀찍이서 보이는 수도에 아레타는 여러 의미가 담긴 음성을 냈다. 그의 고향은 저곳이 아니라 베레스 마을이고, 거주했던 기간은 견습 기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마하난 평원을 시작으로 아비톨람을 거쳐 기나긴 여행길을 마치고 돌아오니 어쩐지 고향과 같은 그리움과 반가움이 들었다.


이런 아레타의 마음에 공감하듯 입을 연 이가 또 있었으니, 바로 아비톨람에서 그와 함께 움직인 마티언이었다.


“아, 정말 오랜만에 보는 수도로군. 아비톨람으로 떠난 게 마지막이었으니 한 오십 년은 지난 거 같은데.”


기분 좋게 말을 꺼낸 마티언은 그립다는 느낌을 가득 담아서 말을 이었다.


“오랜만에 왔으니 먹을 것 좀 좋은 걸로 먹어야겠어. 내가 자주 가던 빵집이나 술집이 아직 있으면 좋겠는데.”


오십 년은 적지 않은 세월이다. 가게 하나나 둘은 없어져도 기억하는 사람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긴 세월이지만 아레타는 구태여 그걸 지적하기 보다니 어울리는 방향으로 말을 받았다.


“좋은 곳이 있으면 저도 좀 알려주시죠. 수도에서 그리 오래 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 하긴, 외직들은 다들 그렇지. 걱정하지 말게, 내가 아는 것이 아직도 남아있고 통용된다면 아낌없이 알려줄 터이니.”


웃으며 그리 말한 마티언은 문득 생각난 듯 뒤를 보며 말을 덧붙였다.


“저자를 어떻게든 하고 나면 말이지.”


마티언이 본 시선의 끝에는 상반신을 묶어서 말에 태운 죄수, 자르달이 있었다.



***



수도 사방 출입구 가운데 하나.


그곳 위에 있는 망루에서는 가르섹 펠사가 후배 연수를 겸해 망을 보고 있었다.


“분위기는 심상치 않은데, 오늘 업무는 여전하군.”

“심상치 않다뇨? 평소대로이지 않습니까?”


뭐 대단한 일이 있냐는 듯 후배의 말에 가르섹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눈치 없는 말이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분위기는 펠사 기사단을 비롯한 신전 기사단들과 대신전의 분위기를 이름이었고, 오늘 업무에 대한 건 여전히 수도 바깥에 늘어선 이들을 보는 것을 말함이다.


다른 것들을 엮어서 현 상황이 심상치 않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모습, 그렇게 말하며 적당히 말을 이어가며 혹여 불상사가 갑자기 발생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일러줄 생각이었는데 이놈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하물며 이변이 발생하면 전에 수도에서 백색 교단이 날뛴 것처럼 전조도 없이 큰일이 터질지 모르건만, 이 녀석의 태도를 보면 영 미적지근한 게 정말로 적당히 하루하루가 끝날 줄 믿는 기색이었으니 영 답답했다.


‘견습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만.’


연수를 위해 데리고 온 견습이니 당연한 태도이자 반응일 수도 있으나, 여전히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그저 치안 유지에만 신경 쓰면 되던 때와 지금은 다르다. 그 차이를 알지 못하는 이들은 보통 험한 꼴을 당하기 마련이고, 눈앞에 있는 후배는 그 험한 꼴에서 살아나올 재주나 눈치가 부족해 보였다.


“어라, 기사들인가요?”

“기사들?”


고민하던 중 무슨 소린가 싶어서 고개를 드니 멀리서 말을 타고 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수도 부근에서 말을 타는 이들은 보통 그들 펠사 기사단을 비롯한 신전 기사단이 대부분이었으니 이해하지 못할 반응은 아니다.


허나 오늘 외부로 나가서 행동하겠다고 한 이들이 이미 모두 나갔고, 아직 돌아올 때가 멀었다는 걸 고려하면 다소 안이한 판단이었다.


“검 들어라.”

“예?”

“기사단이 돌아오려면 멀었고, 다른 곳에서 올 예정인 이들은 없다. 그러니 경계하는 게 정석이다.”


가르섹의 말에 후배는 얼어붙은 얼굴로 허둥지둥 검을 잡았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검을 뽑지 못하고 그냥 널어뜨릴 뻔한 게 두 번이나 되었을 지경이었다.


‘이놈은 돌아가면 다시 교육이군.’


불합격 혹은 퇴단 처우가 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느슨해진 마음과 태도를 조이기 위한 적당한 징계는 필요해 보였다.


오늘 자 보고서 내용을 얼추 정한 가르섹은 수도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이들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멀리서 다가오는 이들이 있습니다! 말을 타고 있으니 모두 몸을 주의하시고, 오른쪽으로 붙어 서시길 바랍니다!”


가르섹의 말에 아래에 있던 기사들 역시 멀찍이서 다가오는 이들을 보고 각각 검을 들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안 사람들 역시 빠르게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윽고 한쪽이 텅 비워진 성문을 통해 나서는 이들이 보였는데, 그 앞에 선 이가 상당히 낯익었다.


“프라놀? 저 녀석이 오늘 비상대기조야?”


창을 들고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게 자세를 잡는 이들, 케텔 기사단의 가장 앞에 있는 건 그의 친우였다.


자세히 보니 무언가 열심히 말하는 게 보였는데, 나선 케텔 기사단 가운데 반절 가량이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평상시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저 친구도 고생이군.’


가만히 그 모스블 보던 가르섹은 곧 프라놀이 그와 같은 처지라는 걸 깨달았다.


그걸 안 순간, 가르섹은 멀리서 다가오는 이들이 적대적이지 않기를 기도했다. 만약 그렇다면 아직 여물지 못한 후배들이 헛되이 소모되어 버릴 수도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긴장감을 담아서 멀리 주시하던 중, 후배 녀석이 다급히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 저기요.”

“뭔데?”

“케텔 기사단이 전투 태세를 풀었습니다.”

“뭐?”


그 말에 도로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과연 케텔 기사단이 창을 내리고 안도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가장 앞에 있는 프라놀은 반가운 기색마저 보였기에 가르섹은 어리둥절했다.


케텔 기사단이 전반적으로 다른 기사단 소속보다 시력이 좋기에 적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무언가를 볼 수는 있다. 헌데 이렇게 예고 없이 나타나서 괜찮은 상대라니, 누군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윽고 가르섹 역시 알아볼 수 있는 거리까지 상대가 다가온 순간, 그는 피식 웃었다.


“이거 귀한 분이 오셨군.”



***



“프라놀 형제?”

“오랜만입니다, 아레타 경. 지금은 아레타 수호자님이라고 칭하는 편이 좋았을까요?”

“경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니 나도 마티언 경이면 충분하다.”


대화에 불쑥 끼어드는 마티언의 말에 프라놀은 잠시 당황하며 눈알을 굴렸다. 척 보아도 나이가 상당한 게, 여타 기사단장들을 까마득한 후배로 볼 이가 경으로 불러달라니 궁금함과 껄끄러움이 동시에 샘솟았다.


“마티언 경은 불의 수호자이십니다.”

“이런, 소개가 늦었군. 마티언 로앙, 전대 불의 수호자이자 다시금 전장에 복귀한 늙은이지.”

“시, 실례했습니다!”


아레타의 간략한 소개에 이어서 마티언의 제대로 된 자기소개에 프라놀은 크게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레타가 수호자로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와중에 대신전에서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들이 가장 힘을 쓴 부분은 수호자들을 위한 신전병대 편성이나 그다음으로 신경 쓴 부분이 바로 각 신전 기사단에게 저번 성전에 대한 걸 알려주는 것이었다.


무지로 인해 저번 대성전 참사가 발생했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덕분에 신전 기사나 신관들은 저번 성전에 대해 대략적인 것들을 알았고, 백색 교단의 위험성을 알았다.


거기에 더해 신전 기사들은 당시 활약한 이들에 대한 것을 배우며 각각 크건 작건 동경심을 품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프라놀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곧 그의 눈에는 어울리지 않게 초롱초롱한 동경심이 깃들었다.


“야,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안으로 들여! 멍청아!”


그런 프라놀의 산통을 다 깨듯 위쪽에서 고함이 들렸다. 상기된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짜증 가득한 얼굴로 바뀐 프라놀은 고개를 돌려서 친하지만 때때로 웬수 같은 놈, 가르섹을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가르섹 형제님도 이곳에? 두 분이 이런 곳에 함께 근무라니, 별일이군요.”

“별일, 이라.”


아레타의 반가운 기색이 담긴 말을 듣고 곱씹은 프라놀은 쓰게 웃으며 그에게 그간 벌어진 일 가운데 하나를 알려주었다.


“그 별일이 아레타 경 덕분에 생긴 일이랍니다.”

“예?”



***



“활약이 알려지며 신전병대 입대를 희망하는 신전 기사가 늘고 있다고요?”


대신전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주겠다는 명목으로 함께한 프라놀의 말을 듣고 사정을 파악한 아레타는 이게 좋아할 일인지 아닌지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성전에 대한 걸 알고 그 활약이 전해지며 다른 사람들이 그를 높이 보아주는 건 분명 좋은 일이나, 젊은 신전 기사들이 기사단을 박차고 나와서 신전병대에 입대하는 건 그리 좋은 일로 보이지 않았다.


“신전병대는 임시 조직에 불과합니다만.”

“그걸 알려주면 열에 넷 정도는 고민하고 포기하긴 합니다.”


바꿔말하면 여섯은 여전히 지원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젊은 층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열에 여섯이다. 전체로 보아도 열에 두셋은 될 터이니 당연히 어느 신전 기사단이건 일시적으로 인력 부족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하, 세월이 지나도 기사들 마음과 머리에 있는 건 똑같구만그래.”


아레타로서는 도무지 이해못할 일이었으나, 마티언은 또 다른 거 같았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당시 단장들이 골머리를 싸맸지. 우리는 엄연히 나가서 싸워야 하는 게 전부이나, 신전 기사단은 맡은 바 임무가 여전히 있으니까 말이야.”


그리운 얼굴로 그리 말한 마티언은 씩 웃더니 슬쩍 말을 보탰다.


“사실 난 그때 살짝 수호자들을 원망하기도 했었네. 난 각성이 상당히 늦어서 말이지. 빠진 이들 자리를 매우느라 고민인 신전 기사였거든.”

“로앙 외직이시지 않았습니까?”

“수도에서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나?”


로앙 외직은 보통 작은 신전에서 적은 숫자로 일한다. 백 명에서 이십이 사라지는 것보다 열 명에서 둘이 사라지는 게 훨씬 크게 체감됨을 알고 있던 아레타는 애매하게 웃었다.


“저기, 말씀 중 죄송합니다.”

“무슨 일입니까?”

“저희는 이만 여기서 빠지는 게.....”


불안한 얼굴로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 건 다름 아닌 리발이었다. 그를 따르는 사람인 렉스 역시 간절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게 정말 빠지고 싶은 거 같았다.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성문에서야 이미 안면이 있는 가르섹이 멀리 망루에 있었기에 별다른 잡음이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앞으로 그리 쉬이 넘어가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소란을 피하기 위해 잠시 떨어지는 것이 옳겠지만, 아레타는 그게 그리 좋은 생각 같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조금 더 함께 어울려주어야겠습니다.”

“......”

“조, 조금 더요?”


아레타의 말에 리발은 의도를 짐작했는지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닫았으나 렉스는 한껏 긴장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 모습을 본 아레타는 살짝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저, 대신관장님 앞에 함께 섰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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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8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5 3 13쪽
»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5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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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1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5 4 12쪽
53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8 3 12쪽
52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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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2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3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2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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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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