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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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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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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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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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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장 시작의 땅(14)

DUMMY

구득구드득


기묘한 소리가 나며 하나 남은 거암 마수가 그 몸을 강철로 바꾸기 시작했다. 처음 보았다면 모를까 이미 보았던 현상에 아레타는 어떤 상황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하고 씩 웃었다.


“강철 마수라. 고작 그걸로 되겠어?”


아레타의 말에 응하듯 곧 다른 마수들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철갑을 뒤집어쓴 호랑이, 더 큰 팔을 넷 가진 원숭이, 머리가 둘인 늑대, 가시가 돋아난 뱀.


주변에서 모습을 드러낸 마수들을 찬찬히 보던 중 아레타는 순간 당황했다.


“저건 뭐지?”


철판 여럿이 등에 박힌 악어 마수였다. 만약 누군가 역사적, 고생물적 지식이 있는 이라면 고대에 있었던 생물과 비슷하다고 여기며 감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레타에게는 그런 지식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서 눈앞에 있는 마수의 근본이 되는 동물 역시 알지 못했다.


“......신기하긴 하네.”


무언가 마음을 자극하는 그런 게 있었지만 그럴 때가 아님을 자각한 아레타는 곧 철봉을 쥐고 마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금세 치워주마!”



***



“예상은 했지만 이건 너무 심한데.”


마수들을 상대하는 아레타를 보면서 팔레삭은 그리 말했다. 따로 마수들을 소환해서 묶어둔 이들, 신전병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쪽은 더 했다.


강화를 거기까지 돌릴 여력이 없었던 지라 그저 물량과 재생 능력만 믿을 거리였는데, 재생 능력은 이적에 무용지물이 되었고 물량도 이쪽이 보낸 수가 저들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본래 상대에 비해 2배 정도가 될까 말까 한 동물 마수들은 벌써 그 숫자를 많이 잃어서 적들보다 적어진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왜 저딴 것들이 세상에 있는 거야?”


아마도 마수를 처음 마주한 이가 있다면 품을 감상을 입에 담은 테펠리움은 슬쩍 아비톨람 요새를 바라보았다.


“물러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지?”


솔직한 마음을 말하자면 그냥 여기서 비보만 챙겨서 내빼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감시역으로 남은 팔레삭이 그를 그냥 둘 리가 없었기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직 아니야.”


예상대로 팔레삭은 주저하지 않고 딱 잘라서 거부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나 예상대로라고 항상 좋은 일은 아닌 법.


쿠궁


“빌어먹을, 이제 한계야. 남은 건 이제 이거 하나뿐이라고.”


강철 마수의 한쪽 다리가 부서지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테펠리움은 초조한 얼굴로 뒤쪽을 보았다.


그곳에 있는 지면을 향해 촉수와도 같은 검은 연기 줄기를 수십 개를 박아넣고 있는 구체형 마수, 이것이 바로 지금 아비톨람 요새 내부를 어지럽히고 있는 마수들의 근원이 되는 모체인 그림자 마수였다.


“그림자 마수라.”


테펠리움이 단순히 엄살 부리는 것이 아님은 팔레삭도 잘 알고 있었다. 무한한 것처럼 느껴지는 비보의 사기도 이제는 처음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아직 그들 개개인이 보유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많은 양이긴 하지만 비보에도 한계가 있음을 알려주는 모습에 고민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림자 마수, 저 정도로 성장하면 조금 다르지 않나?”


한 가닥 기대를 걸고 묻는 팔레삭의 말에 테펠리움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갔다. 얼핏 보면 변명 거리를 생각하는 모습이지만 그를 잘 아는 팔레삭은 그게 심각하게 궁리할 때 보이는 습관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확신은 없지만, 이 단계에서 마수 강화를 하면 새로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이만한 사기를 먹여가며 유지한 적이 없어서 나도 확신은 없다만.”


정말 불안한지 두 번이나 확신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담았으나 팔레삭이 보기에 그 정도면 충분했다.


개량된 그림자 마수를 강화하면 무언가 달라지긴 할 것이고, 적어도 그건 잠시나마 시간을 벌어줄 터였다.


“해. 요새는 이제 상관없으니 저 녀석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

“요새는 버려두라고?”

“그쪽은 이걸로 어떻게든 하지.”


팔레삭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 날 수 있는 마수 여럿을 소환했다. 그 숫자는 물경 백에 이르렀는데, 마수들을 살핀 테펠리움은 곧 그게 제대로 된 것들이 아님을 눈치챘다.


“껍데기? 그런 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중요한 시간을 버는 거다. 하잘것없어도 날 수 있으면 제법 도움이 되겠지.”

“뭐,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알아서 해라.”


팔레삭의 말에 적당히 대꾸한 테펠리움은 이제 상반신만 남아서 핵을 맞기 일보 직전은 거암 마수, 아니 지금은 강철 마수인 존재를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래, 알 바 아니야.’


테펠리움에게 중요한 건 이기는 게 아니다. 시간을 끄는 것도 아니다. 퀜달렌을 위한 일에 그가 그렇게 매달릴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하나, 살아남는 일이었다.


‘살아남는다. 살고 살아서 이 모든 걸 발아래 두겠다.’


“시작한다.”


그 무엇도, 심지어 자신의 팔을 빼앗은 이에 대한 복수도 그 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속으로 자신에게 되새긴 테펠리움은 곧 그림자 마수에게 비보에 남은 사기를 집중했다.



***



“빌어먹을!”


도무지 진전이 없는 싸움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괜히 아비톨람 기사 가운데 이끄는 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제컬티안은 복제 마수와 싸우면서 차츰 우위를 잡았다.


흉내는 흉내에 불과하다.


이 전제를 보여주듯 그는 여러 번 재생하며 정교해진 복제 마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육각 철봉을 휘둘렀다.


문제가 있다면 하나, 아무리 기량으로 압도해도 상대가 계속해서 재생한다는 점이었다.


‘나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다른 녀석들은......’


몸에 깃든 두 가지 이적, 불과 강철은 더 강력한 공격과 안정적인 방어를 제공했다.


그러나 여유가 생길 때마다 주변을 보니 아무래도 이런 우위는 그만 누리던 모양이었다.


‘다들 상처가 늘어가고 있다.’


불의 이적만 있다면 모를까, 강철의 이적이 같이 부여되었음에도 아비톨람 기사들의 몸에서는 조금씩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마음이 흐트러진 거야.’


예상치 못한 요새 내부 습격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수들의 재생력으로 인해 당황한 아비톨람 기사들은 온전히 마음을 세울 수 없었고, 이는 이적이 그들에게 부여되기 어렵게 하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요새라는 든든한 방패와 불의 이적이라는 절대적인 창을 기반으로 싸웠던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아비톨람 기사들이 이리도 나약했던가.”


교국 어디에 내놓아도, 그 어떤 신전 기사단과 비교해도 이들만 한 이들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자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금 아비톨람 기사들은 가장 중요한 순간 흔들리고 있었다.


“커헉!”

“안젤로!”


걱정하던 중 익숙한 비명에 고개를 화급히 돌리니 어깨를 제대로 당한 아비톨람 기사 하나가 들고 있던 전투 도끼를 놓치고 쓰러지고 있었다.


모로 쓰러지는 그를 향해 다급히 외쳤으나 복제 마수는 개의치 않고 손에 든 도끼를 안젤로의 머리에 휘둘렀다.


이대로면 죽는다. 이 생각이 머리를 채웠으나 대응책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쐐애액


“제길, 이럴 때는 눈치 좀 챙겨 이 자식아!”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어지러워지기 충분하건만, 부족하다는 듯 제컬티안은 자신의 복제 마수가 달려드는 걸 보며 고성을 질렀다.


‘철봉을 던진다?’


그 와중에도 몸은 피하며 안젤로를 구할 방도를 궁구했다. 그 덕인지 그래도 한번은 써봄 직한 방도가 떠올랐다.


안젤로와의 거리와 지금 그의 힘을 생각하면 철봉을 던지면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면 그 자신이 무방비가 되어버린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철봉으로 구해도 안젤로의 복제 마수가 다시 그를 노리면 그때는 답도 없다.


한순간의 구제를 위해 둘 모두 위험해질 것인가, 아니면 냉정하게 하나라도 살기 위해 모른 척할 것인가.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제컬티안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흡!”


곧 철봉을 날린 그는 곧장 몸을 굴려서 다가오는 자신의 복제 마수가 날린 철봉을 피했다.


파가각


이어서 그가 날린 철봉은 온전히 이적을 담은 덕인지 그대로 안젤로의 머리를 노리던 도끼를 부수고도 힘이 남아서 그대로 복제 마수의 복부에 박히며 밀어냈다.


일단 살리긴 했으나 여전히 자신을 노리는 복제 마수 하나에 안젤로를 노리던 녀석도 금세 철봉을 뽑아내며 재생을 시작했다.


“제길.”

‘안젤로와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좀 나았을 텐데.’


철봉을 던지고 도끼를 쓴다.


주로 쓰던 무기는 아니지만 맨손과 무기가 있는 건 차이가 크기에 제컬티안은 그저 감정대로 움직인 자신을 어리석게 여기며 제컬티안은 입이 쓴 걸 느꼈다.


‘나도 성장하지 않는군.’

“주블랑, 역시 나보다는 네가......”


쿠드득


“무슨?”


본래 자신보다 더 촉망받았으나 한때의 실수로 인해 그리된 친우를떠올리던 중, 복제 마수들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움직임이 멈추었다 싶더니 그대로 형상이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제컬티안은 어리둥정해하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안젤로에게 다가갔다.


“으으으......”

‘살아 있어.’


다행히 안젤로는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근처에 떨어진 육삭 철봉를 집어 든 제컬티안은 곧 심각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 개체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복제 마수가 사라졌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얼핏 보기에는 좋은 일로 보였다. 하지만 제컬티안은 쉬이 기뻐할 수 없었다.


‘스스로 물러난 느낌에 가깝다.’


물리친 게 아니라 물러난 느낌에 제컬티안은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확인을, 아니 그것보다 먼저 마티언님께 가야지.”



***



“사, 살았다.”


복제 마수들은 모두 같은 시각에 요새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슬슬 밀리기 시작해서 언제고 목에 자신의 검과 같은 게 날아들지 모른다 걱정하던 케르뷜은 그 사실에 한숨 놓으며 제 자리에 주저않았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그는 곧 요새 벽 너머 황야에서 모습을 드러낸 괴물체를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저, 저게 뭐야?”


황야 한 가운데, 기분 나쁜 검은 구체가 떠올라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니 그 아래에 휘황찬란한 빛을 두른 이들 여럿이 보였다.


그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복장과 그 두른 빛을 통해 그들이 누군지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까 나간 사람들?’


누군지 안 후 그들이 어떤 자들인지도 떠올랐다.


이곳, 아비톨람 요새를 지원하기 위해 찾아온 강철의 수호자와 그가 이끄는 이들이었다.


“저런 걸 상대한다고?”

“거인도 상대했는데 저 정도야 뭐.”

“뭐?”


절뚝거리며 다가온 동료의 말을 듣고 보니 아까까지 요새를 향해서 바위를 던지던 바위 거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복제 마수의 상대에 온 신경을 기울이느라 몰랐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제길, 저분들이 없었으면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었겠군.’

“후우, 쉴 시간도 없군. 마수들이 온다.”


동료의 말에 케르뷜은 사방을 살폈다. 이윽고 하늘을 날아서 접근하는 마수들을 보고 그는 곧 주변에 내팽개쳤던 활을 찾았다.


다행히 활은 그 격전 가운데서도 무사했다.


“요새는 내가, 우리가 지킨다.”


도움만 받아서야 얼굴을 들 수 없다. 케르뷜의 말에 동감하듯 주변에 있는 이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활을 당기고 차분히 불의 이적을 활에 담은 순간, 케르뷜은 이상한 걸 깨달았다.


‘마티언님?’


불의 이적을 쓸 때마다 느껴지던 마티언, 그가 평소에 있던 자리에 있지 않았다.


이것만이라면 요새 내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대단히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느껴지는 바에 따르면 그는 지금 지하에 있었다.


그리고 그 지하에서 느껴지는 마티언의 불길은 지금까지 느꼈던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대체 지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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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5장 내부의 적 (5) 22.05.23 53 3 12쪽
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7 3 12쪽
62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4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4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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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0 4 12쪽
»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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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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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장 시작의 땅(7) 22.04.30 62 3 12쪽
47 4장 시작의 땅(6) 22.04.29 72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1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2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1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6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40 3장 노병의 찬가(13) 22.04.22 82 3 12쪽
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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