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466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2.05.19 21:05
조회
54
추천
3
글자
13쪽

5장 내부의 적 (3)

DUMMY

대신관장님 앞에 함께 서달라.


아레타의 말은 얼핏 듣기에 대단하지 않았다.


그저 동네 어르신께, 촌장에게 한번 소개하고자 한다. 딱 이 정도에 불과한 말이었다.


허나 그것도 상대방이 어느 정도 편한 이여야 그렇게 받아들이는 법.


교국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신관장을 대상으로 그렇게 이야기해도 쉬이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거절하기도 모양새가 이상했으니 리발은 그답지 않게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리발에게는 아쉽게도, 이 말을 들은 순간부터 그에게는 선택지가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리발은 곧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미소 짓는 아레타와 리발의 얼굴에는 달리 거무죽죽한 얼굴로 근심이 가득 찼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리발과 비슷할 정도로 어두운 안색을 하는 이가 있었다.



***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군.”


멀찍이서 바라보던 도적 조합 간부, 스틸롱은 복잡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리발에게 맡긴 일은 사실상 수도 내부에서 조합을 이어갈 수 있는가 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에게 맡기기만 하고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아무리 음지를 주름잡아도 양지에서 작정하고 그들을 박살 내려고 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음지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음지를 아우르던 조합은 사라진다. 스틸롱은 그걸 피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분간 조합에 소속된 이들에게 활동 자제를 권한 것에 더해서 은밀하게 대신전 쪽에 의사를 타진해서 자신들이 도울 길은 없는지 몇 번이고 접촉하기도 했다.


여차하면 성전에 참여할 생각도 했으나 지금껏 대신전 측 반응은 매우 미미했다.


생각해보겠다고 계속 답이 돌아왔으니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끼워줄 필요를 느끼진 못하는 상황에 가까웠는데, 이렇다 보니 만약 리발의 일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를 비롯한 조합 전부가 도매급으로 적대 조직 취급 받고 소탕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살던 중 부하의 보고로 수호자라는 자들과 리발이 함께 돌아왔음을 알았다.


바로 자리를 박차고 살피러 온 스틸롱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리발이 저들과 함께 있는 건 좋은 징조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포박당한 몰골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함께 있는 이들 가운데 자르달을 발견한 스틸롱은 도무지 침착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리발이나 렉스에게 접촉할 방도를 찾아봐. 가능한 빨리.”

“예, 알겠습니다.”


스틸롱의 말에 보고하고 안내한 부하가 바로 자리를 떠났다. 부하가 자리를 떠난 후 한동안 대신전을 향해 가는 이들을 보던 스틸롱은 딱딱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간부 회의를 소집해봐야 할 거 같군.”



***



“제길,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도적 조합 간부 회의를 소집하니 금세 달려온 쿨레마는 바로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그 역시 스틸롱과 같은 걸 본 모양이었다. 아니면 들었거나.


평소 간부로서 느끼는 동질감과 별개로 감정이 샘솟는 걸 느낀 스틸롱은 손을 내저어서 안정을 유도했다.


“아직 레실리아가 오지 않았어. 진정하고 앉아.”

“이게 진정할 일은 아니지 않소? 형님, 이건 위험해요.”


이제 사십 대에 접어들어서 겉으로 보이는 편견과 달리 차분함이 깃든 스틸롱과 달리 이제 막 삼십 대에 접어든 쿨레마는 좀처럼 차분히 있지 못했다.


이런 쿨레마가 조합 제일가는 말솜씨와 안목을 자랑하는 멋쟁이 부류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 모습은 참 모순적으로 보였다.


“접촉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

“아니, 그러면 늦어.”


기껏 달래려고 꺼낸 말을 끊은 고운 음성에 스틸롱은 마지막 간부가 도착했음을 알고 고개를 들었다.


화사한 화장에 몸짓에서 색기가 느껴지는 조합 간부, 레실리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제 자리에 앉았다.


“어제 들었는데, 대신전에서 상당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 같아.”

“그게 정말이야?”

“정말이야. 그런데 쿨레마?”

“?”


느긋하게 말을 꺼내던 레실리아가 그를 부르니 쿨레마 역시 그녀를 보았다. 눈이 마주친 후 레실리아는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누님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겠니? 아니면 저번처럼 혼나볼래?”

“......크흠. 죄송합니다, 누님.”


사근사근하지만 냉기가 담긴 말과 눈매를 어렵지 않게 눈치챈 쿨레마는 곧 사과를 입에 담았다.


다행히 레실리아는 그것만으로 만족한 모양인지 다시 화제를 돌렸다.


“아무래도 백색 교단이라는 자들이 승기를 얻은 거 같아요.”

“승기를 얻었다? 무엇을 근거로?”

“백색 교단에서 중요한 뭔가를 강탈했다고 하는 거 같아요.”

“너무 두루뭉술한데.”


동네 아이가 들어도 그게 뭐냐고 한마디 할 거 같은 말에 스틸롱이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에 레실리아는 긴 담뱃대를 꺼내서 물더니 말을 덧붙였다.


“듣자 하니 지금 온 사람들, 다수가 아비톨람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예상이긴 하지만 이제 거기에 있는 것보다 중요해서 온 이들이라면 어떨까요.”

“으으음.”


아비톨람에서 온 사람이라는 말에 스틸롱은 금세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사실 뒤쪽에서 가장 명성을 얻기 쉬운 건 세 가지다.


악명이 높은 놈, 그 악명 높은 놈을 잡을 사람들, 잡히면 가게 될 장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주체가 사람이다 보니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바뀌곤 했으나 세 번째는 조합이 생기기 전부터 지금까지 같았다.


조합이 생기기 전에도 같은 업에 종사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소문이 돌았을 테니 세 번째, 아비톨람 수용소는 그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이렇다 보니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를 일도 몇 가지 알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아비톨람 수용소가 그렇게 악명을 떨친 이유가 사실은 대단한 보물 혹은 위험한 보물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조합 간부, 이 세 사람에 이르러서는 그게 뭔지는 몰라도 뭔가 있기는 있다는 걸 알고 있기는 했다.


‘적지 않았지.’


적어도 사십에 달하는 인원이 수도로 왔다. 물론 아비톨람은 고작 그 정도가 빠졌다고 어떻게 될 곳이 아니다. 하지만 그만한 이들이 수도로 왔다는 건 레실리아가 들은 소문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었다.


“방침을 생각하지.”

“방침이라고 해보았자 우리가 고를 방향이라는 게 있나? 백색 교단이라는 놈들 편을 들기라도 할 거요?”


쿨레마는 이제 대신전 앞에 엎드리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 여기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하는 말에는 비꼬는 감정과 가시가 함께 담겨있었지만 스틸롱은 개의치 않고 대답했다.


“그것도 방향의 하나긴 하지.”

“......진심인가요?”


스틸롱의 진중한 말에 레실리아가 느긋하던 얼굴을 정색하며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스틸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능하다고?”

“가능할 리가 없어요. 이득도 적다 못하 지면을 뚫고 내려갈걸요.”


자신이 놓친 게 있었나 싶어서 묻는 쿨레마와 달리 레실리아는 곧장 강한 어조로 부정했다.


“대신전에서 공표한 그들, 백색 교단은 멸망이 오길 바라는 이들이에요. 그게 생명의 멸망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인지 모르나 우리와 같은 이들에게 달가운 일은 아니라는 건 명백해요.”


무법자들을 데리고 있는 이들이라고 하나 그들 역시 그런 건 달갑지 않다. 그들은 법을 피해서 이득을 누리고 틈을 빠져나가고 이용하는 이들이지, 그걸 무너뜨려서 제멋대로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레실리아 누님 말에 나도 동의합니다. 그들을 돕는다니, 내가 할 일이 줄잖아.”


사교계에 얼굴 드밀며 이득을 취하던 쿨레마 역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 말에 스틸롱은 씩 웃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러면 대신전에 적당히 협력하며 손을 터는 방향으로 가지.”

“떠본 건가요?”

“어울리지 않게 무슨 짓이야?”


레실리아와 쿨레마의 불만 담긴 물음에 스틸롱은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한 배를 탈 건지 확실하게 해야지.”


그 말에 두 사람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그건 겉으로 드러낸 감정일 뿐이었다.


도적 조합 간부라는 건 돌다리도 두드리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자리다.


“자르달이 잡혀 왔으니 아마도 그 녀석은 끝이겠지. 하지만 리발은 동행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녀석은 성공했어. 부정적으로 봐도 대화의 여지는 남았지. 다만 후자의 경우 저들이 우리를 어느 쪽으로 보고 있을지가 조금 애매하긴 해.”

“미꾸라지 하나에 골이 아프군. 그놈도 원해서 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참 대단하다니까.”

“최소한은 갖춰졌다, 그렇게 생각하고 진행하죠. 적어도 우리 말을 듣지도 않고 적대할 일은 없어졌다고 보면 나쁘진 않아요.”


“최소한이라. 모르는 것보다 아주 약간 나은 셈인가. 어떤 걸 내미는 게 가장 나은 거 같나?”

“가장 큰 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누님은 어떻게 보쇼?”

“신중할 필요가 있겠지. 분명 저들에게 우리의 안전 이상을 요구할 가치가 있지만, 믿어야 가치가 생기는 법이잖아?”


대성전에서 백색 교단이 난리 친 그날부터 여러 방면에서 손을 쓰고 준비했다. 덕분에 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무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빈말로도 한 손을 보태기도 벅찬 그들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이것들이야말로 대신전과 거래하고 살아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본이라 할 수 있었기에 그들은 대단히 신중하게 건넬 정보를 골랐다.


“역시 시작은 이게 맞는 거 같아.”


몇 번 더 말이 오간 후 스틸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했다.


“백색 교단 습격 전에 있었던 일도 좋지만 역시 시작은 백색 교단의 현 은신처가 맞는 거 같군.”


교국도 아직 잡지 못한 정보다. 이 정보를 얻은 건 운이 좋았다. 여기저기 사방에 뿌려둔 얼기설기한 가지에 요행으로 얻어걸린 정보로 지금은 첫 시작으로 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찬성. 언제 가치가 없어질지 모르는 거, 얼른 써야지.”

“교국이라고 눈이 없진 않으니 곧 찾아내겠죠. 그러니 적당하네요.”

“정해졌으니 남은 일 처리는 내가 맡지. 자르달과 리발에 대한 것도 확실히 알아보고 오겠어.”



***



“으윽.”

“괜찮으세요?”


마하난 평원에서 신전병이 되기 위해 오고 그 꿈을 이룬 청년, 이발트는 동료 신전병이 돌연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휘청거리자 달려가서 그를 부축했다.


“괘,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입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식은땀을 흘리며 창백한 걸 보니 아무리 보아도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나가면 쓰러집니다. 내가 대신 말씀드릴 테니, 가서 쉬는 게 좋아요.”

“......그래 주겠습니까?”


이발트의 친절함과 걱정이 담긴 말에 살짝 주변 눈치를 보던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이발트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힘들어 쓰러지려는 데 환영식이라니, 내가 아는 그분이라면 당장 가서 쉬라고 하실 겁니다.”

“후훗, 분명히 그렇지요.”

“어라? 당신도 어디서 수호자님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아니, 아닙니다. 그저 그럴 거 같다고 여겼을 뿐이지요.”


모처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상대가 생겼다는 생각에 이발트는 캐어물었으나 상대는 그저 두루뭉술하게 말을 돌렸다.


‘아는 게 맞는 거 같은데?’


그렇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때때로 요렇게 느껴지는 감이 잘 맞는다는 걸 알고 있던 이발트는 상대를 살폈다. 그러다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떠올린 이발트는 일단 이 사람이 누군지 기억만 해두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 보니 훈련에 지쳐 소속된 조 말고는 이름도 잘 모르네요. 이름이 어찌 되십니까?”

“팰론이라고 합니다.”

“팰론, 팰론, 팰론.”


몇 번 되뇌이며 상대의 이름과 특색을 기억한 이발트는 곧 웃으며 가서 쉴 것을 권했다.


“내 확실히 전해드릴 테니 이만 가서 쉬세요.”

“고맙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발트의 권유에 상대, 팰론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잠시 보던 이발트는 몸을 돌리고 보고를 위해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며 뒤를 한번도 돌아보지 않은 이발트는 팰론이 뒤돌아 그를 보았으며, 복잡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것도 막지 못하는가?”


누구도 알지 못할, 그만이 알 말을 중얼거린 팰론은 어두운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보았으니 알려야 한다.


그게 그에게 주어진 사명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5장 내부의 적 (9) 22.05.30 49 3 12쪽
67 5장 내부의 적 (8) 22.05.27 52 3 12쪽
66 5장 내부의 적 (7) 22.05.26 60 3 13쪽
65 5장 내부의 적 (6) 22.05.24 53 3 11쪽
64 5장 내부의 적 (5) 22.05.23 53 3 12쪽
63 5장 내부의 적 (4) 22.05.20 58 3 12쪽
» 5장 내부의 적 (3) 22.05.19 55 3 13쪽
61 5장 내부의 적 (2) 22.05.17 54 3 11쪽
60 5장 내부의 적 (1) 22.05.15 63 3 11쪽
59 4장 시작의 땅(18) 22.05.14 54 4 13쪽
58 4장 시작의 땅(17) 22.05.13 55 4 12쪽
57 4장 시작의 땅(16) 22.05.12 56 4 11쪽
56 4장 시작의 땅(15) 22.05.10 61 4 12쪽
55 4장 시작의 땅(14) 22.05.08 63 4 12쪽
54 4장 시작의 땅(13) 22.05.07 65 4 12쪽
53 4장 시작의 땅(12) 22.05.06 58 3 12쪽
52 4장 시작의 땅(11) 22.05.05 74 4 12쪽
51 4장 시작의 땅(10) 22.05.03 65 3 13쪽
50 4장 시작의 땅(9) 22.05.02 86 3 12쪽
49 4장 시작의 땅(8) 22.05.01 63 3 11쪽
48 4장 시작의 땅(7) 22.04.30 62 3 12쪽
47 4장 시작의 땅(6) 22.04.29 73 3 12쪽
46 4장 시작의 땅(5) 22.04.28 65 3 11쪽
45 4장 시작의 땅(4) 22.04.27 72 3 12쪽
44 4장 시작의 땅(3) 22.04.26 73 3 12쪽
43 4장 시작의 땅(2) 22.04.25 71 3 12쪽
42 4장 시작의 땅(1) 22.04.24 86 3 12쪽
41 막간 - 살아남은 자들 22.04.23 83 3 14쪽
40 3장 노병의 찬가(13) 22.04.22 82 3 12쪽
39 3장 노병의 찬가(12) 22.04.21 87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