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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2.05.21 03:27
최근연재일 :
2022.06.16 19:52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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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
글자수 :
193,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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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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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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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DUMMY

금은정은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오죽하면 같이 찍기로 했던 PD에게 연락해서 말했다.

그게 얼마나 열정적인지 눈이 부릅뜨고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저희 주인공 온정의 씨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작가님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이왕이면 더 보시고··· 더 좋은 배우를.”

“네, 온정의 씨요. 저는 무조건 온정의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녀는 단호했다.

열기가 느껴지는 얼굴과 다르게 이미 꽂혀버려서 그를 통한 대본을 짜기 시작했다.

이미 너무 아름다운 그림들에 입가에 미소가 실실 지어진다.


-“제발, 작가님···. 그 배우분이 연기 잘하는 건 이 계통은 다 알지만, 인기가 있어야 해요.”

“배유연 배우로 하면 되잖아요. 그분이 워낙 인기도 많고···.”

-“하지만 그분은 액션만 찍으시는 거 알잖아요! 다른 연기에 대해선 알려진 것도 없고요.”


배유연, 생긴 건 하얗고 왜소한 몸을 가졌지만, 강하고 거친 이미지가 강했다.

말이 거침없는 것이 아니라 맡았던 배역들이 전부 그랬다.

다른 연기는 본 적도 없을 정도였다.


“먼저 연락하셨기도 했고···, 제가 진짜 자신 있어요, 이미 이 조합으로 완벽하다고요.”


배유연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찾아와서 연기 스타일을 설명했다.

눈앞에서 연기까지 보이며 자기가 어떤 옷과 어떤 헤어스타일로 올 건지까지도 말했다.


그만큼 내 작품에 진심이라는 소리였다.

내 작품을 보며 하겠다고 말한 사람은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제 가능성을 보셨던 거잖아요. 그래서 같이하자고 먼저 연락 하신 거고요.”

-“하, 진짜 자신 있는 겁니까? 이러다가 망하면 작가님은 다음 작품 못해요!”

“네, 저 정말 자신 있어서 도저히 고집을 못 꺾겠어요. 까짓거 여기서 까이면 작가 접죠. 뭐!”


온정의를 보는 순간 이때까지 고민했던 남자주인공의 이미지가 완전히 맞았다.

다정하고 선하며 웃는 게 예쁜 남자가 실존했었다.

가식이어도 그렇게 선한 이미지는 드물다.


“정말··· 다른 사람은 지금 역할을 소화해낼 수가 없어요.”


연기는 괜찮아도 소화해내기엔 어렵기에 아는 남자 배우들도 전부 거절했던 비운의 작품.


“분명 소화해낼 수 있어요. 아니, 아예 씹어 먹을 거예요.”


그때 때마침 한 식당에서 켜진 TV에서 외국 영화를 재방송한다.

그곳에는 영화 ‘Ghost’ 어린 꼬마가 보였다.

슬픔과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가진 동양인 아이가 있었다.


한때는 저걸 보며 저런 배우를 만나서 대본을 써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드···.”


불이 반짝이더니 도로를 벗어나 인도로 달려드는 차를 피하고자 몸을 바닥에 굴렸다.

식당은 엉망진창이 되어 재방송이 되던 ‘Ghost’의 소리만이 들려왔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저씨가 올 때까지.”


어째서인지 그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럼요, 저야 좋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작가님.”


아, 나는 저 꼬마를 실제로 본 것 같다.

온정의라니, 이건 정말 예상 못했는데···.



*



다친 건 별로 안 다쳤다며 눈물을 닦는 금은정은 팔을 들어 보였다.

멀쩡하게 들었고 구르면서 생긴 자잘한 상처가 많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다행, 다행이네요···.”

“하하, 설마 제가 크게 다치신 줄 알고요? 너무 착하신 거 아니에요?”

“그러면 왜 눈물을···.”

“아아, 제가 뭔가를 알아버렸는데. 보자마자 그게 생각이 나서요. 어우, 주책이야.”


차마 케니 생각나서 그랬다고 말을 못했다.

만약 알릴 거였으면 벌써 알려서 홍보라도 했을 텐데, 안 했으니 말이다.


은정은 눈을 데굴 굴리며 다른 주제를 찾기 위해 열심히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가 붕대라도 감긴 건지 옷 사이로 보이는 붕대에 눈을 찌푸린다.


“뭐야, 진짜 다치신 거예요? 설마, 냉장고?”

“아아, 네···. 그렇게 됐네요.”


어색한 웃음에 와작 구겨진 표정으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여러모로 정말 고맙다고 해야 할지 모를 은인에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해드릴 게 없네요. 돈도 없고 인기도 없는 작가라.”

“그게 어떻게 작가님 잘못이에요. 괜찮아요, 제가 나서서 다친걸요.”

“···진짜 천사세요? 어떻게 사람이 이래? 그렇게 착하게 살면 인생 손해 보고 살아요!”


이마를 짚으면서 한숨을 쉬던 은정은 눈을 번쩍 뜨면서 말했다.


“제가 작품이라도 진짜 기막히게 써서 올 테니까 제 작품에서 스타가 돼버리는 건 어때요? 제가 당신 못 뜨면 안 될 정도로 분량 몰아줄 거니까 걱정은 마시고···!”


아직 계약도 안 한 나에게 넌 주인공이라고 낙점 짓듯이 소리쳤다.

그래서 들어오던 PD와 삼촌 최경호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 삼촌?”

“뭐야, PD님도 오셨어요? 저 멀쩡해요!”


통화가 끊기기 전에 사고 나는 소리에 놀라서 뛰어온 PD는 허탈하게 서서 웃었다.

그 옆에서 보는 최경호는 엉망진창인 두 사람의 몰골에 이마를 짚는다.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정의야.”

“아, 저는 그냥 봉사하다가 다쳤고 작가님은 사고가 났어요. 근데 아는 사이기도 해서···.”

“온정의 배우님은 저 구하시다가 다치셨고, 제가 집에 가다가 교통사고 당해서 그래요.”

“작가님?”


은정은 둘러대며 잘못을 자기 쪽으로 돌리는 온정의를 보며 당당하게 최경호를 보며 답했다.

어떻게 잘못한 쪽이 나인데, 혼나게 둘 수가 있겠냐고 생긋 웃는다.


“제 잘못이에요, 돈도 인기도 없는 작가라서 어렵겠지만, 보답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최경호는 이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이 눈매를 좁히자 은정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안 그래도 키가 크고 배우로 좀 알려진 최경호였다.

키가 작은 은정은 최대한 고개를 빼며 불타는 열정을 보여준다.


“저는 최고의 작품을, 온정의 씨가 뜰 수 있는 작품을 쓸게요. 그리고 그 작품에 온정의 씨는 스타가 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PD는 이미 끝난 이야기 같다며 의자에 앉아서 한숨을 내쉰다.

그 이야기를 듣던 최경호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


“···뜰지 안 뜰지도 모르는 작가의 말이라니, 그래서 대본이나 시놉 나온 거 있습니까?”

“네! 당연하죠.”

“그럼 소속사로 보내주시면 저희도 확인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차분해진 표정으로 온정의를 데리고 나가다가 말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본다.


“그 말은 지키셔야 할 겁니다. 만약 아니라면, 작가님 작품은 이번이 끝일 테니까요.”

“물론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아까부터 말하지만, 정말 자신 있어요.”


막무가내인 금은정은 처음으로 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아니. 온정의를 띄울 수 있다는 것에 모든 걸 걸을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절대 안 뜰 수가 없게끔 할 거예요. 아니, 그렇게 만들려고요.”


지금부터 수정을 조금 해야 하겠지만, 완성되지 않은 결과물이라도 자신 있었다.

온정의는 이번 작품으로 스타가 될 거라는 것쯤은 바로 알 정도로.



*



왜 그랬냐고 묻지도 못했다. 정말 화가 난 얼굴로 그는 그렇게 가버렸다.

그렇게 대본이 나올 때쯤이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대본 보러 와야겠다, 내가 보고 결정하는 것도 아니니까.”


오랜만에 본 삼촌의 얼굴은 어두웠다.

나는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그동안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를 몰랐다.


“삼촌.”

“응, 왜?”


대본을 보던 나는 삼촌을 부른다.

삼촌은 차를 마시며 기사를 보던 것을 멈추고 시선을 맞추는데, 꿈과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우세요?”


내게 건네준 차가 식어가고 있었다.

삼촌은 그게 무슨 뜻인지 진짜 모르냐는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나는 여전히 몰랐다.


“···정의야.”

“네?”

“사람이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야. 그것도 넌 내 조카잖아.”


삼촌의 눈에 보이는 내가 어떨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온정의라는 존재를 보는 삼촌은 어땠을까.


“근데 네가 잘되길 바란다고 생각해서 밀어붙일 생각도 했었다. 근데 네가 원하지 않았고.”


온정의는 다른 건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

만약 거기서 대답이라도 머뭇거렸다면 최경호는 더 좋은 길로 밀어 넣을 생각이었다.


“네가 원하지 않는 건 안 한다고 하지만, 적어도··· 네 몸은 네가 챙겨야지.”


그게 너무 돌아가신 아버지를 닮았기에 차마 건드는 걸 포기했을 뿐.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나는 널 열심히 도울 테니까, 다치지 말라는 거다.”


최경호의 눈이 온정의에게 닿았다.

온정의는 제발 다치지만 말아 달라는 말에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번에 작품이 들어왔고······.”

“작품이 아니라 널 말하는 거다. 아프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해.”


삼촌의 진실한 목소리에 나는 눈을 깜빡인다.

그렇다면 왜 응급실에서 작가한테 그렇게 날선 목소리와 분위기를 지었던 건지 모르겠다.


“그러면 왜 작가님한테 그때 그런 말을 하셨어요?”

“네가 그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겨우 그런 이유로?

삼촌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널 정상에 올려놓는 건 내가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그 작품으로 뜨고 싶어 하니까.”


삼촌은 얼굴을 손에 파묻으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자기가 무슨 이야길 하는지 모르겠다고 손을 휘저으며 걸어간다.


“하고 싶어 했던 거니까 천천히 봐, 삼촌은 일이 있어서 가볼 테니···.”


도망치듯이 나간 삼촌을 보며 나는 대본을 들었다.


팔락, 팔락-


넘어가는 종이의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대본을 내려놓았다.

대본은 완벽했다, 정말 너무 완벽하고 재밌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큼 잘 썼다.


‘···그건 좋은 일이다.’


문제는 바뀌었다.


“대본의 남자주인공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 같은데.”


내가 예상치 못했던 남자주인공의 성격으로 바뀌었다.

예전에 분명 다정한 남자주인공이 내면이 드러나면서 눈물샘을 자극했던 드라마였다.


“···미치겠네.”


작가의 눈에는 내가 이렇게 보였을까 싶어서 머리를 짚었다.



*



작은 작업실에서 웃으며 맞이하는 작가의 표정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당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지 활짝 웃는 금은정 작가였다.


“위에 완성된 대본 보내주니 바로 편성됐어요. 제가 보낸 대본은 잘 봤어요?”

“네.”

“근데 어쩐지 불안한 얼굴이네요. 전 그것보다 더 나은 작품 못 만들 것 같던데.”


활짝 웃는 얼굴에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좋은 징조이긴 한데,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때까지 못 뜬 건 내가 하고 싶은 작품, 무난한 작품을 골라서였다.

근데 이건 온정의가 골랐고 바로 뜬 작품이었다.


“혹시 갑자기 설정을 바꾼 이유가 있을까요?”

“간단해요, 색깔로 사람을 구분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몽글몽글하니 분명 자상하고 착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온정의를 만나고 난 뒤에 생각이 달라졌다.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매사 다정하고 착할 수가 있나.


‘까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싸가지가 없을 수도 있지 않나?’


그제야 무언가 해결된 느낌을 받았다.

만약 이대로 연기 했어도 좋았겠지만, 진정 탈출구를 찾은 느낌이라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어떻게 색깔로 구분하는 사람이 착할 수만 있겠어요.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을 곁에만 둬도 우리는 얼마나 불쾌한데.”


단순해서 예상 못했던 거였다.

당연히 로맨스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만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난 온정의가 인간적인 사람으로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나쁜 말도 하고 웃을 땐 웃고 행복함도 느끼고 슬픔도 느끼는 그런 인간적인 사람을 원한다고.

작가는 날 보며 넌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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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1 22.06.16 116 6 12쪽
34 33. 생존을 위하여 (5) +1 22.06.15 87 7 11쪽
33 33. 생존을 위하여 (4) +1 22.06.12 100 7 14쪽
32 32. 생존을 위하여 (3) +1 22.06.11 105 7 12쪽
31 31. 생존을 위하여 (2) +1 22.06.09 118 10 12쪽
30 30. 생존을 위하여 (1) +1 22.06.08 119 8 12쪽
29 29. 사랑받은 아이 (2) +2 22.06.07 118 12 12쪽
28 28. 사랑받은 아이 (1) +2 22.06.06 142 12 11쪽
27 27. 김성현 (2) +1 22.06.05 142 14 13쪽
26 26. 김성현 (1) +1 22.06.05 139 14 16쪽
25 25. 꿈 (2) +2 22.06.04 146 13 12쪽
24 24. 꿈 (1) +2 22.06.03 154 11 12쪽
23 23. 평범한 일상 (3) +2 22.06.02 145 15 11쪽
22 22. 평범한 일상 (2) +2 22.06.02 155 14 11쪽
21 21. 평범한 일상 (1) +1 22.06.01 161 13 11쪽
20 20. 미카엘 (3) +1 22.06.01 160 14 13쪽
19 19. 미카엘 (2) +2 22.05.31 164 15 12쪽
18 18. 미카엘 (1) +1 22.05.31 161 14 12쪽
17 17. 주인공 (3) +1 22.05.30 185 11 12쪽
16 16. 주인공 (2) +1 22.05.30 187 17 12쪽
15 15. 주인공 (1) +1 22.05.29 201 17 12쪽
14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1 22.05.29 210 19 12쪽
13 13. 대본 그리고 배우 (1) +1 22.05.28 216 23 11쪽
12 12. 천재 소년 (4) 22.05.28 237 21 13쪽
11 11. 천재 소년 (3) 22.05.27 235 17 14쪽
10 10. 천재 소년 (2) 22.05.27 251 17 13쪽
9 09. 천재 소년 (1) +1 22.05.26 275 20 13쪽
8 08. DNA (2) +1 22.05.26 288 21 12쪽
7 07. DNA (1) 22.05.25 301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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