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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2.05.21 03:27
최근연재일 :
2022.06.16 19:52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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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7
추천수 :
632
글자수 :
193,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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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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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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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 평범한 일상 (2)

DUMMY

그 말을 하려고 온 것이 맞았는지 딜런은 아더를 데리고 떠났다.

명함들을 보다가 내려놓으면서도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소속사라니···.”


김성현일 때는 그토록 원했고 배우가 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온정의로 사니까 한 번에 되는 것들이라는 게 서글펐다.


하지만 지금 온정의로 살게 되어서 누리고 있다는 점을 보면 다행인 건가 싶기도 했다.


“김성현일 때, 소속사가 있었더라면 배우가 될 수 있었을까···.”


재능이 없었던 걸 생각하면 안 될 확률이 더 높긴 했다.

어차피 온정의가 있는 한 죽어도 못 넘을 산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 정도로 온정의는 연기를 잘했다.


어느 누가 봐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배우로서 한 발 나아가는 걸 보면 기쁘긴 한데.”


지금 마음으로서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었기에 미국 소속사가 있어봤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지금도 작품은 잘 들어오고 있기도 했고.


“···원하던 것들이 하나씩 이루고 있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온정의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를 기억한다.

온정의가 처음 영화를 찍었던 나이,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나이.


“18살···.”


거의 다 큰 뒤에야 연기를 시작했던 온정의 첫 작품은 말 그대로 흥행의 요소로 자리 잡는다.

근데 어떻게 해서 한국에 가게 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었을 뿐.


그래서 잘나가는 배우인 온정의와 지망생일 뿐인 김성현이 오디션에 붙었을 때 질 수밖에 없었겠지.


“부럽네···.”


경력이 없는 24살과 어리고 잘 나가는 18살의 차이는 거기서부터 났을 테니까.


“소속사는 생각해봤어?”

“네! 저한테는 아직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철없는 아이처럼 헤헤 웃는 정의에게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였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속사가 생기면 조금 더 편할지도 몰라. 정의가 하고 싶은 연기도 더 많이 할 수도 있고.”

“지금도 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저는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고 싶은걸요.”

“아··· 그렇지. 역시 바빠지면서 힘들 수도 있겠네.”


아버지는 이해했는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12살인 아들이 연기에 너무 직접적으로 뛰어들기엔 너무 어렸다.

아직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였음을 깨닫고 허탈하게 웃었다.


“역시 천재가 아닐까···.”


철없이 커야 할 아이가 너무 이른 나이에 철들어버렸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렇게 생각이 깊을 수가 있나 싶어서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똑똑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천재의 피는 못 속였다.


“아까부터 밥 안 먹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들! 저녁 담당은 엄마가 했다?”

“소시지도 있어요?”

“아니? 대신에 김이 있지.”


피식 웃음이 터져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김을 할머니가 보내준 것 같은데, 빨리 드시고 싶었던 것 같다.


“아빠, 저 배고파요.”

“빨리 밥 먹으러 가자.”



*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시선이 집중된다.

통학 버스 대신에 아버지 차를 타고 온 정의는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반을 찾아간다.

익숙한 학교였지만, 여전히 어색한 아이들의 모습에 발걸음이 느려진다.


“어이!”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특유의 밝고 거만하며 잔뜩 허세를 부리는 듯한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누구··· 아, 닉.”

“나의 베스트 프렌드!”

“뭐?”


갑자기 뛰어와 헤드록과 같은 어깨동무에 눈을 찌푸렸다.

지금 뭐라고 했던 건지 의아했다.

누가 누구랑 친구, 그것도 아주 절친한 친구라고 하는 건지.


“왜 모르는 척이지? 너하고 나 말이야!”


닉은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서 웃었다.

주변을 살피며 부럽냐는 둥 시선을 보내는 걸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깨에 걸렸던 팔을 피해 서자 당황한 눈빛의 닉을 두고 걸어간다.

새 학기고 같은 반이었으니, 이번엔 같은 반이 될 리가 없었다.


“정! 왜 먼저 갔어?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부끄러웠는데!”


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그것도 대놓고 같은 반에 바로 앞자리일 줄은.


“닉, 정이랑 친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닉이 친한 척하자 그 옆으로 쭈뼛대며 다가온다.

닉은 그 질문이 마음에 들었는지 허리에 손을 얹으며 으스댄다.


“당연하지! 정은 나 말고는 친구가 없다고!”

“우와, 배우 친구가 있어서 부럽다.”

“정이랑 난 대화도 안 해봤는데···.”


자신을 부러워하는 상황이 마음에 드는지 볼까지 붉어진 닉의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그러면서도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자랑거리를 찾았다.


“크흠! 난 같은 반을 무려 2번이나 됐다! 어때, 부럽지?”


소소한 자랑을 하는 닉은 그저 이 상황이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나는 조용히 수업 준비를 하며 이번에 받았던 시놉들을 꺼내어 분류한다.

이왕이면 내가 마음에 들고 재밌고 안 해봤던 것들이 해보고 싶었다.


“우와, 저거 전부 시놉이야? 나 처음 봐!”

“근데 우리 이거 보면 안 되는 거 아냐? 우리 막 봤다고 혼나면 어떡해?”


주변에 몰려든 시선에도 정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시놉을 훑으며 괜찮은 것들은 따로 노트에 체크하기 바빴다.

그 옆에서 닉이 보면 안 되는 거라는 말에 놀라 호들갑 떨며 온정의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몸으로 막는다.


“야야! 보지 마! 이런 거 보면 안 된댔어. 걸리면 돈 엄청 줘야 한대!”

“어? 돈을 얼마나 내야 하는데?”


문득 궁금했던 아이의 두 눈이 닉에게 향했다.

초등학생인 닉은 열심히 눈을 굴리며 입을 오물거렸다.


“집! 집을 팔아야 할 수도 있어!”


수군거리는 말과 함께 갑자기 아이들이 순식간에 멀어진다.

자신의 경고가 먹혔다는 생각에 우쭐해진 닉의 표정이 보인다.


“그러니까 내 친구한테서 떨어지고 나한테 물어보라고!”


그 말에 진짜로 온정의에게서 떨어져서 관심을 잃은 탓에 정리가 끝난 시놉들을 잘 정리했다.

생각보다 재밌는 것들이나 괜찮은 게 없었다.

그나마 괜찮은 건 찾아왔던 아더와 딜런의 야심작뿐.


-“작가가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그건 좀 문제가 컸다.

결국 이 작품이 떴는지는 잘 모르는 데다가 작가도 불안한 작품이라는데, 또 대본이 재밌었다.


“닉.”


고민이 될 때는 물어보면 대부분의 해결책이 나온다.

어쩌면 아주 간단한 답일 수도 있고 새로운 답이 나오기도 했다.


“어?”

“너라면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은데, 불안한 요소가 있다면 어쩔 거야?”

“불안한, 요소···?”


모르는 단어에 패닉이 온 닉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너무 무리한 걸 시킨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겠다며 다시 시놉에 시선을 옮겼다.


“근데 불안한 그 뭔··· 소?”

“요소.”

“아아! 아무튼 그게 있다면 알아보면 되잖아. 아, 아빠가 이겨낼 수 있으면 해보라고 했어.”


자기의 대답이 충분한 답이 되었는지를 몰라서 불안한 눈으로 보는 닉이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어차피 주변에 아는 배우도 있고 감독이나 작가도 있으니 물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놉들을 다시 가방에 넣는다.


“그치? 괜히 엄마가 내가 머리를 안 써서 그렇지, 머리는 좋다고 말한 거 아니라니까!”


아무래도 빨리 하교하고 연락을 해봐야겠다.

그 뒤로 떠드는 닉의 목소리가 온정의에겐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잘대는 닉의 목소리를 배경음 삼았다.


“닉, 조용히 해야지?”


선생님이 오고도 떠들던 닉은 혼이 나고 나서야 입을 닫았다.


“···끝까지 대답 안 해주네.”


그런 줄 알았지만, 닉의 입은 쉬지 않았다.

닉은 옷 소매를 끌어 내리며 고개를 숙인다.

팔 쪽에 큰 멍이 자리 잡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봐도 또 사고 치다가 다친 줄 알겠지만.


“그런 거 아닌데···.”


하교할 시간이 되어서야 뻘쭘하게 옆에 있던 닉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온정의 뒤로 들려오는 작은 말들이 들려온다.


“걔 그렇게 맞고도 신고도 안 했다면서?”

“야, 너 같으면 누가 도와주겠냐?”

“하지만 걔 매번 나서는 거 좋아하니까 바로 신고할 줄 알았지.”

“남들은 안 다쳐도 되면서 지는 다쳐도 되겠지. 자애로운 신인 줄 알겠다. 오, 할렐루야!”


자기네끼리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니 끼어들지 않는 편이 좋았다.


배우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일이 터지면 나중에 한국에서 힘들어지니까.

그렇게 가려는데, 한 남자아이의 말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닉, 그 X신 내일 불러서 좀 혼내줄까?”

“야, 걔 아직 몸에 멍도 안 빠졌어. 그러다가 걔네 부모 알면 어쩌려고?”

“겁쟁이 X끼들. 어떻게 하나만 알고 둘을 몰라? 걔네 부모는 걔 포기했어. 버렸다고.”


뭐가 그렇게 즐겁고 재밌는지 입가에 웃음기가 사라질 줄을 몰랐다.


“그러니까 막 갖고 놀아도 되는 장난감이라고. 모자란 것들아.”


참아야 한다.

난 나중에 한국에서 배울 생활을 할 테니까 참아야만 했다.


“뭐야, 쟤 걔 아니야? 배우 한다고 깝치던 새X.”

“쟤가 배우면 나도 배우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나 정도면 쟤 압살하는데.”

“아무리 봐도 원숭이 새X처럼 생겼는데, 쟤가 뭐가 잘생겼다고.”

“야! 원숭이! 이리와!”


지금 할 수 있는 건 핸드폰을 만지며 이 자리를 뜨는 거였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자신감이 붙은 어린 양아치들이 걸어와 어깨를 잡는다.


“야, 우리 말 안 들려? 친히 내가 오라고 했잖아, 원숭아.”

“이야, 잘나신 배우는 역시 다르셔? 네 친구 닉처럼 맞을 수도 있는데도 씹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온정의는 어느 순간 눈을 감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대로 무시하고 걸어가자 아무런 반응이 없는 탓인지 자기네끼리 피식 웃다가 돌아선다.


“저거 겁먹고 도망치는 것 좀 봐. 배우도 별거 없다니까?”


겁먹은 게 분명하다며 자기네끼리 떠드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멀어졌음에도 들렸다.


“다녀왔어?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엄마.”


주머니 속을 만지작거리던 정의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건넸다.

아무런 말도 없이 방으로 올라가는 온정의를 보다 액정 속에 저장된 파일을 누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엔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밥을 먹고 등교 준비를 도왔다.


“엄마랑 같이 갈까? 엄마가 오랜만에 차 태워줄게.”


학교 안으로 거침없이 전진하는 엄마와 그 손을 잡은 나는 알아차렸다.

이거 교무실로 가는 거겠구나.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이미 교무실에서는 한바탕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아들이 폭행을 당했는데, 뭐? 몰랐다고? 그걸로 해결돼? 너희가 그러고도 선생이야?!”


닉의 부모님과 울고 있는 닉 그리고 교무실 문을 당당하게 열어젖힌 엄마와 나까지.


“우리 아이를 모욕한 걸 모자라 인종차별까지 한 아이의 부모를 보고 싶은데요. 선생님.”


이미 소란스러웠던 교무실 내에서 또 다른 사건에 결국 교장은 제 목덜미를 잡았다.

아무래도 쉽게 넘어가긴 글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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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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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1 22.06.16 116 6 12쪽
34 33. 생존을 위하여 (5) +1 22.06.15 87 7 11쪽
33 33. 생존을 위하여 (4) +1 22.06.12 100 7 14쪽
32 32. 생존을 위하여 (3) +1 22.06.11 105 7 12쪽
31 31. 생존을 위하여 (2) +1 22.06.09 119 10 12쪽
30 30. 생존을 위하여 (1) +1 22.06.08 120 8 12쪽
29 29. 사랑받은 아이 (2) +2 22.06.07 118 12 12쪽
28 28. 사랑받은 아이 (1) +2 22.06.06 142 12 11쪽
27 27. 김성현 (2) +1 22.06.05 142 14 13쪽
26 26. 김성현 (1) +1 22.06.05 139 14 16쪽
25 25. 꿈 (2) +2 22.06.04 146 13 12쪽
24 24. 꿈 (1) +2 22.06.03 154 11 12쪽
23 23. 평범한 일상 (3) +2 22.06.02 145 15 11쪽
» 22. 평범한 일상 (2) +2 22.06.02 156 14 11쪽
21 21. 평범한 일상 (1) +1 22.06.01 162 13 11쪽
20 20. 미카엘 (3) +1 22.06.01 161 14 13쪽
19 19. 미카엘 (2) +2 22.05.31 165 15 12쪽
18 18. 미카엘 (1) +1 22.05.31 161 14 12쪽
17 17. 주인공 (3) +1 22.05.30 185 11 12쪽
16 16. 주인공 (2) +1 22.05.30 187 17 12쪽
15 15. 주인공 (1) +1 22.05.29 201 17 12쪽
14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1 22.05.29 210 19 12쪽
13 13. 대본 그리고 배우 (1) +1 22.05.28 216 23 11쪽
12 12. 천재 소년 (4) 22.05.28 237 21 13쪽
11 11. 천재 소년 (3) 22.05.27 235 17 14쪽
10 10. 천재 소년 (2) 22.05.27 251 17 13쪽
9 09. 천재 소년 (1) +1 22.05.26 275 20 13쪽
8 08. DNA (2) +1 22.05.26 289 21 12쪽
7 07. DNA (1) 22.05.25 30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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