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나름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2.05.21 03:27
최근연재일 :
2022.06.16 19:5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775
추천수 :
632
글자수 :
193,589

작성
22.06.04 19:30
조회
146
추천
13
글자
12쪽

25. 꿈 (2)

DUMMY

봉골레 파스타 만들 재료는 다행스럽게도 있었다.

아니었으면 다른 파스타를 만들어 먹을까 생각했었는데, 제대로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우와, 봉골레 파스타도 만들 줄 알아?”


퇴근하고 돌아온 아버지는 씻고 온 건지 머리카락에서 물기가 남아 촉촉했다.

말리고 오라는 말에도 파스타가 식는다며 웃어넘겼다.


“우리 아들 다 컸네. 멋지다.”


재료를 꺼내고 엉성하게 칼질을 했을 뿐 나머지 조리는 어머니가 다 했다.

이걸 했다고 해야 하는 건지 도운 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갑자기 웬 봉골레 파스타를 먹고 싶었을까?”

“나도 그래서 궁금했다니까? 원래는 해물은 맛없다고 안 먹던 애가···.”


면, 해물을 그렇게 싫어하던 온정의는 어릴 때부터 파스타는 손도 안 댔다고 했다.

해물도 제 입맛이 아닌지 소시지와 고기만 먹었다고.


“편식이 고쳐져서 다행이야.”

“크면서 다 고쳐져. 나도 원래 고기만 먹었는데, 당신 만나면서 해물 먹잖아.”


그 잠깐 사이에 핑크빛이 된 둘 사이를 보며 온정의는 제 앞에 놓인 봉골레 파스타를 봤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파스타 위에 익어서 열린 바지락이 보였다.

윤기가 흐르는 봉골레 파스타를 한입 먹는 어머니는 행복하게 웃었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게 봉골레 파스타야. 하지만 아들이 안 좋아하니까··· 못 먹었지만.”


아버지는 웃으면서 말하길 데이트할 때면 봉골레 파스타를 정말 많이 먹었다고 했다.

봉골레 파스타를 이때는 안 좋아했으면서 그땐 왜 그렇게 없어서 못 먹었는지.


“맛있지?”

“네, 엄청 요.”

“내가 중학생 때 한국에서 엄청나게 먹은 게 봉골레 파스타였다? 하교하고 나면 근처에 봉골레 파스타 집이 있었거든.”


그러면서 어머니는 그때 되게 즐거웠다며 한참을 소녀 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걸 보는 아버지는 또 그게 좋은지 한국을 잘 모르면서도 웃었다.


“엄마 이름이 서연이잖아. 근데 그 가게 사장이 아내 이름이 서연이라서 서연이라는 이름인 사람만 할인해주는 이벤트가 있어서 더 자주 갔지.”


그때는 아버지도 있었다며 웃는 어머니였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너무 신나서 파스타도 안 먹고 이야기했다는 사실에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순간 너무 신나서 그만.”


말하느라 식어버린 파스타를 먹는데, 어째서인지 식어도 맛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온정의가 봉골레 파스타가 맛있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지금 시기엔 별로 안 좋아했겠지만, 이것도 나름 괜찮단 생각에 웃었다.


“아, 크리스마스 때 올해는 케이크 구울까?”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안 그래도 이번에 쿠키랑 케이크를 구워볼까 했었는데! 자기랑 나랑 통했네.”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에 좋다며 신이 났고 나는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계획인 것 같아 안심하면서도 긴장감에 손이 땀에 젖는다.


“우리 정의가 초콜릿 좋아하니까. 초코케이크에 초콜릿 쿠키 구워줄까 했지.”

“그러다가 이 썩어!”

“그래도 처음이잖아, 가족이 모여서 크리스마스 보내는 거.”


아버지의 말에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처음이었던가?


크리스마스에 가족이었던 적이 없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김성현일 때 항상 크리스마스는 꼭 집에 갔어야만 했다.


-“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가족이랑 함께해야지. 그럼 뭐 엄마는 집에 혼자 있어?”


엄마는 크리스마스까지 혼자 있는 것은 싫다며 함께 하자고 말했고 그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하다못해 크리스마스에 일이 생기면 적어도 이브와는 함께 있는 식으로 말이다.


-“네가 그러니까 연애도 못했지.”

-“저 새X는 그거 아니었어도 연애 못해. 연기에 눈 돌아서.”


그런 날 보는 연극 동기들이 내게 말했던 게 생각났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엔 당연한 것들이었기에 이런 말은 오히려 처음 들어봤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꼭 어릴 때 좋은 추억 만들어줘야 한댔어.”

“누가?”

“우리 어머니. 어릴 때 자주 그런 이벤트를 여셨어. 나도 크리스마스를 가장 좋아했지.”


물론 당신을 만나면서 달라졌다며 장난스럽게 웃는 아버지였다.

그러자 괜히 눈을 굴리며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어릴 때 쿠키 굽고, 케이크 구워 먹은 기억이 오래가더라고. 아직도 기억한다니까?”


비록 파는 것만큼 예쁘진 않았어도 맛도 특별하지 않아도 기억나는 추억들이었다.

나중에 커서도 매일 생각이 난다고.


“그래서 정의가 날 닮아서 단 걸 좋아하잖아.”


그래서 여전히 단 음식과 과자를 좋아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정의는 피식 웃었다.


“그럼··· 초콜릿 쿠키는 과한 것 같으니까 그냥 쿠키로 하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을 제시한 어머니였다.

이런 대화를 통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엄마, 우리 집에만 있을 거죠···?”

“그래야지, 근데 어디 나가고 싶어?”

“아뇨, 그냥 갑자기 막 설레서요!”


불안함을 숨기며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그러자 귀엽다며 쓰다듬던 어머니는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라며 같이 웃는다.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게 지금이라도 기도해! 그럼 모르지? 들어줄지도?”

“어! 그래야겠어요!”


두 손을 마주 잡고 눈을 감으며 어두운 밤하늘에 기도한다.

그런 모습이 귀여운지 지켜보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나는 기도를 했다.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날 회귀도 시켰다면 이런 소원쯤은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건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 쿠키가 이상해요···. 초콜릿을 토해요!”


겨우겨우 만들어낸 솜씨 없는 쿠키는 역시나 실패했다.

초콜릿으로 예쁘게 꾸며놨던 쿠키가 이젠 초콜릿을 토하는 쿠키가 되어버렸다.

실망감에 고개를 푹 숙이자 어머니는 동그란 정의 머리통을 만지며 웃었다.


“하지만 정의가 만들었으니까 맛있을 거야.”

“그렇긴 하지만···.”


너무 불쾌한 외형을 가진 쿠키를 보며 맛있어 보인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원래 이렇게까지 손재주가 없었던가 싶어서 시무룩해진다.

그런 정의를 보는 어머니가 웃음을 참았는지 얼굴이 붉어진다.


“큼, 곧 저녁이니까 조금만 참았다가 밥 먹고 먹자. 할 수 있지?”

“네!”

“그럼 엄마 칠면조 구울 건데, 정의도 도와줄래?”


곧 저녁이 되어가는 시간에 칠면조 통구이를 하기 위해 오븐을 열었다.

도와주겠다며 칠면조가 담긴 오븐 그릇을 잡았지만, 무언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원래 저렇게 문을 열 때 불빛이 없던가?’


생각대로 이상했는지 어머니는 다이얼을 잡고 돌려본다.

여전히 아무런 불빛이나 미동조차 없는 오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방금까지만 해도 됐던 오븐이니 고장이 났을 리가 없는데도.


“어? 갑자기 얘가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소란스러운 주방의 상황에 트리를 꾸미던 아버지가 들어왔다.

초콜릿을 토하는 쿠키를 쥐고 있는 정의와 심란한 표정의 서연이 오븐을 만지는 모습이 보인다.


“아니, 쿠키랑 케이크는 다 구웠는데, 칠면조를 구우려니까 고장이 나서···.”


어쩔 수가 없는 상황에 눈치를 보던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어머니를 안았다.

어머니는 그에 한숨을 쉬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


“자기가 만들어준 요리를 먹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겠다.”

“오븐 고치는 데 오래 걸리겠지? 어쩔 수 없는 거 아는데, 좀 아깝다···.”


오븐을 고치려고 부른다고 해도 오지 않을 것이 뻔했다.

애초에 지금 불러도 당장 요리를 할 수가 없다는 것도 알기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준비한 음식인데,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는 게.


“크리스마스에 눈을 볼 수 있잖아.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외식할까?”

“외식···?”

“집에 있으면 오븐 생각나니까 바깥에서 먹고 오자. 기분도 풀 겸.”


아버지는 괜찮은 생각이지 않냐고 웃었지만, 어머니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선택지가 애초에 없었고 지금 안 나가면 크리스마스를 즐기지도 못한다.


“그래··· 그래야겠다. 아들, 챙겨 입고 나가자.”


나는 설마 했던 일에 외식을 결정하자마자 쿠키를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었다.

외식, 크리스마스. 그건 꿈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그림이 아닐까.

그렇다면 당장 막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엄, 엄마! 그러지 말고 집에 있으면 안 돼요?”

“하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가 없어서 나가야 해. 조금만 늦으면 식당 문 닫을걸?”


이해되면서도 오늘 하루는 굶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나가지 말자고 해야 하는데, 나가지 말자고 어리광 부리는 날 향해 갸웃거리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나, 나는 안 갈래요.”

“하지만 집에 먹을 게 케이크랑 쿠키밖에 없어. 안 나가면 굶어야 하는데도 괜찮겠어?”

“차라리 굶을 테니까, 우리 안 나가면 안 돼요? 아니면 차라도 안 타고···.”


크리스마스는 나가서 놀자고 해야 할 정의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며 주저앉았다.

당황스러우면서도 왜 이러나 싶은 마음에 화도 내보고 억지로 당겨도 봤다.


애초에 차를 안 타고 어떻게 외식하러 간다는 말인지, 이 근처엔 식당이 없었다.

주택가를 좀 벗어나야 나온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는 온갖 말도 안 되는 말을 계속했다.


“왜, 대체 무슨 이유로 그래? 자꾸 이렇게 떼쓰면 엄마 진짜 화낸다?”


말도 못하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정의를 보는 어머니의 표정이 굳는다.

하지만 당신들이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말하면 안 믿지 않을까.

단순한 악몽으로 치부했다가 진짜 일어나면 못 버틸 것만 같았다.


“온정의! 엄마 말이 안 들려?”

“하지만···, 엄마.”

“씁, 제대로 설명 안 하면 엄마는 널 두고라도 나갈 거야. 말을 해야 엄마도 이해하잖아.”


하지만 그 생각하는 시간이 화나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많이 참은 탓인지 얼굴이 붉어져 소리치기 직전인 어머니를 향해 정의는 소리친다.


“꿈에서··· 엄마랑 아빠가 사고 나서 죽었단 말이에요!”

“뭐?”

“엄마랑 아빠가 사고 나서 피를 막 흘리고··· 꿈에서 너무 몸이 아픈데, 그게···.”


너무 현실감이 있어서 진짜 일어난 일인 것만 같았다.

어릴 때 이런 꿈을 많이 꾸지만, 이때까지의 꿈과는 전혀 다른 꿈이었다고.


하지만 내 마음을 모르는 당황한 어머니와 눈을 크게 뜬 아버지는 날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런 거였냐며.


웃는 것에 불길함이 느껴진다.


“아빠도 어릴 때 그런 꿈 많이 꿨어. 악몽을 꿔서 그랬구나.”

“하지만···!”


그냥 꿈이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럼 아빠가 운전할게, 그럼 괜찮겠지? 엄마가 그럼 조수석에 앉으면 되겠다.”


꿈과 이러면 달라지지 않았느냐며 안아주는 아버지의 품이 따뜻했다.

어머니는 자기가 너무 화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한숨을 쉬며 날 안았다.


“괜찮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엄마, 아빠는 안 죽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 응?”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분명 악몽일 뿐이라고.

핸들을 잡은 사람이 달라졌으니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갈까?”

“···네.”

“기운 내고, 절대 그런 일은 없다니까.”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엄마 때문에 속상했구나.”


사랑받는 아이로서 사는 건 이렇게 좋은 일인데도, 나는 어째서 미카엘이 심판 내렸던 인간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사랑받았으나 잘못된 선택으로 기회를 잃은 어리석은 자가.


끼이이익- 쾅!


왠지 오늘의 날 예지했던 것만 같아서.


“누가 제발, 우리 엄마, 아빠 좀···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난 어쩌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으스러지는 고통에 떨려오는 나의 목소리가 행복해야 했던 크리스마스의 끝을 알렸다.


작가의말

에피소드 1) 아이의 선택 1~25화 End, 다음 편부터 에피소드 2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3화가 수정되었습니다. +1 22.05.29 132 0 -
35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1 22.06.16 116 6 12쪽
34 33. 생존을 위하여 (5) +1 22.06.15 88 7 11쪽
33 33. 생존을 위하여 (4) +1 22.06.12 100 7 14쪽
32 32. 생존을 위하여 (3) +1 22.06.11 106 7 12쪽
31 31. 생존을 위하여 (2) +1 22.06.09 119 10 12쪽
30 30. 생존을 위하여 (1) +1 22.06.08 120 8 12쪽
29 29. 사랑받은 아이 (2) +2 22.06.07 119 12 12쪽
28 28. 사랑받은 아이 (1) +2 22.06.06 143 12 11쪽
27 27. 김성현 (2) +1 22.06.05 143 14 13쪽
26 26. 김성현 (1) +1 22.06.05 140 14 16쪽
» 25. 꿈 (2) +2 22.06.04 147 13 12쪽
24 24. 꿈 (1) +2 22.06.03 155 11 12쪽
23 23. 평범한 일상 (3) +2 22.06.02 146 15 11쪽
22 22. 평범한 일상 (2) +2 22.06.02 156 14 11쪽
21 21. 평범한 일상 (1) +1 22.06.01 162 13 11쪽
20 20. 미카엘 (3) +1 22.06.01 161 14 13쪽
19 19. 미카엘 (2) +2 22.05.31 165 15 12쪽
18 18. 미카엘 (1) +1 22.05.31 162 14 12쪽
17 17. 주인공 (3) +1 22.05.30 185 11 12쪽
16 16. 주인공 (2) +1 22.05.30 188 17 12쪽
15 15. 주인공 (1) +1 22.05.29 202 17 12쪽
14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1 22.05.29 211 19 12쪽
13 13. 대본 그리고 배우 (1) +1 22.05.28 217 23 11쪽
12 12. 천재 소년 (4) 22.05.28 238 21 13쪽
11 11. 천재 소년 (3) 22.05.27 236 17 14쪽
10 10. 천재 소년 (2) 22.05.27 252 17 13쪽
9 09. 천재 소년 (1) +1 22.05.26 276 20 13쪽
8 08. DNA (2) +1 22.05.26 289 21 12쪽
7 07. DNA (1) 22.05.25 302 2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